종합

[CES로 보는 미래③] 엔비디아가 ‘로봇 전용 AI’를 공개한 이유

로봇신문사 2025. 1. 13. 15:23

 

첨단기술 각축전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5’가 7일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식 개막했다. CES는 각 기업이 실용화를 코앞에 둔 첨단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다. 실제 수개월 이내에 상용화되는 기술도 많아 ‘현실이 될 미래’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라는 평가가 많다.

올해 행사는 전 세계 160개국에서 약 4500개 기업이 참여하며 사실상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주제는 ‘Connect. Solve. Discover. DIVE IN.(연결하고, 풀고, 발견하고. 뛰어들어라)’. 약칭으로 ‘DIVE IN’만 적고, 그 뜻을 ‘몰입’으로 해석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로봇과 AI’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상에 ‘집중적으로 도전하자’는 의미는 잘 전달되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 사회에 뛰어들기 위해 우리가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바로 ‘로봇기술’이다. 인공지능(AI)과 더불어 세상의 변화를 끌어내는 양대 축이기 때문이다.

로봇신문은 CES 2025를 통해 소개되는 다양한 로봇기술을 집중 분석해보는 기획 시리즈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게재 순서는 ①모빌리티 ②라이프 ③산업 ④휴머노이드 (편집자)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로봇기술과 관련해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출처=엔비디아 유튜브 동영상 캡처)

 

지난 6일(현지시간). ‘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보기 위한 인파들로 가득했다. 현장에서는 발표 2시간 전부터 끝없는 인파가 전시장 앞을 가득 메우고 있어, 하늘을 찌르는 엔비디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젠슨 황이 이날 기조연설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그가 CES 기조연설을 맡은 건 지난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이날 젠슨 황은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인 ‘블랙웰’ 등 새로운 그래픽 카드 및 AI 칩에 대해 발표하고, ‘3000달러짜리 데스크톱 슈퍼컴퓨터’를 새롭게 공개하는 등 급성장하는 AI 산업에 혁신을 끌어낼 만한 다양한 전략에 대해 언급했다. 이 중 빼놓지 않고 보아야 하는 항목이 있다. ‘로봇을 위한 AI 모델’의 출시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이른바 ‘엔비디아 코스모스(NVIDIA Cosmos)’다.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자사의 차세대 인공지능 칩셋 ‘블랙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출처=엔비디아 유튜브 동영상 캡처)

 

이 기술은 철저하게 공장·물류 자동화에 필요한 산업용 로봇 시장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 기계장치, 즉 로봇을 통제하려면 기존 언어기반 AI와 달리 학습을 통해 동작 패턴을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해지는데, 이 부분을 통제할 기반 기술을 엔비디아가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젠슨 황은 이날 발표 자리에서 “로봇 공학과 산업용 AI 분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코스모스는 단순히 로봇용 AI 플랫폼에 그치지 않는다. 로봇에 AI를 장착해 학습시키는 형태로 로봇 사용성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실물 로봇을 일일이 구동시켜가며 학습시키는 것은 효율이 그리 높다고 보기 어렵다. 엔비디아가 이 과정에서 주목한 것이 ‘디지털 트윈’이다. 현실과 똑같이 만든 컴퓨터 속 가상 환경에서 로봇을 학습시키고, 이 학습 효과를 산업 프로세스에 그대로 연결하면 혁신의 속도도 배가될 수 있다.

 

따라서 ‘엔비디아 코스모스’ 플랫폼은 고스란히 엔비디아의 기존 디지털 트윈 플랫폼인 ‘옴니버스(Omniverse)’와 결합해 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로봇 개발 속도·비용 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는, 현재로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즉 2021년 세상에 나온 옴니버스가 지멘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기업의 산업 자동화 서비스 개발에 기여한 것처럼, 코스모스 생태계도 산업용 AI 로봇·자율주행 개발의 기반이 되리라는 것이 젠슨 황의 설명이다. 그는 “모든 사람이 미래 산업의 디지털화를 원하기 때문에, 옴니버스 생태계로 들어오는 파트너사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리 AI’가 온다

 

코스모스는 결국 ‘물리 AI(Physical AI)’의 일종이다. 물리적 수단, 즉 로봇을 학습시키고 움직이는데 사용하는 AI 플랫폼이라는 의미다. 엔비디아의 코스모스 출시 이유는 결국 ‘로봇’이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AI는 결국 컴퓨터 속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 현실로 튀어나올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로봇’이라는 육신이 없인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물리 AI는 자동차 등 모빌리티 등을 포함, 모든 종류의 실체가 있는 지능형 기계장치, 이른바 ‘로봇’이라면 두루 적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물리 AI 구현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행동을 개선할 수 있는 로봇과 프로그래밍에 따라 순차적으로 움직이는 기존 로봇제어 방식은 그 효율 면에서 압도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젠슨 황도 이날 발표에서 “AI의 다음 개척지는 물리적 AI이며, 50조 달러 규모의 제조·물류 산업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리 AI는 기본적으로 모든 로봇에 적용할 수 있지만 가장 먼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 산업 분야다. 기술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그 필요성을 가장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산업 분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차적인 목표가 공장 및 물류 시스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은 이날 발표에서 “자동차·트럭에서 공장·창고에 이르기까지 움직이는 모든 물체가 로봇화되고 AI로 구현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독일 물류 자동화 기업 ‘키온(Keon)’에 대해 언급했다. 이곳 공장과 물류창고에 도입된 로봇들은 공장과 똑같이 구현된 옴니버스(디지털 트윈) 공간에서 스스로 움직이며 생산 일정을 조절하고 물건을 나른다. 공간 및 물류창고 전체에 대한 정보를 로봇 AI가 갖고 있으므로 실제로 일을 하기 전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수도 있고, 실제 작업 도중에서도 사고 없이 최적의 동선으로 일을 할 수도 있다.

 

AI 로봇으로 ‘산업 혁신’ 붐

 

 

▲ 뉴로메카가 개발한 양팔형 협동로봇의 모습. 인공지능(AI) 학습기능을 갖추고 있다.(사진=뉴로메카)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AI 공룡기업’이 코스모스 형태의 로봇 학습 플랫폼을 공개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고무적이다. 최근 다양한 기업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AI 학습기능을 얹은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런 다수 업체의 AI 개발 및 도입이 한결 손쉬워져 ‘AI 로봇 세상’이 한층 더 빠르게 현실화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내 기업 ’뉴로메카‘는 AI 기반 ’모방 학습(Imitation Learning) 기술’을 최근 선보인 바 있다. 인간 작업자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양팔형 협동로봇 ‘인디(Indy)’를 개발해 AI 모방학습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사람의 작업 시연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로봇이 복잡한 동작과 패턴을 유연하게 재현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뉴로메카는 이 기술을 통해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과 경합하고 있는 국내 협동로봇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국내 농업용 로봇기업 대동도 CES 2025에서 AI 농업 기술을 선보였는데, 다기능 농업로봇과 함께 AI 식물 재배기, 정밀농업 트랙터를 전시해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고려아연 자회사 로봇전문기업 ‘로보원’도 이번 CES 2025에서 AI 학습 기술을 이용한 폐기물 선별로봇 ‘로빈’을 선보이면서 2개의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런 AI 로봇 개발 흐름은 여러 모로 긍정적이지만, 로봇 전문기업의 AI 개발 역량이 AI 전문 업체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점, 한 개 업체가 수집하고 만들 수 있는 학습 데이터에 한계가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없이 많은 산업 분야 로봇 개발사들 사이에 물리 AI 플랫폼의 확산은 필연적으로 여겨진다. 챗GPT 등장이 AI의 대중화를 촉발한 것처럼, 코스모스 등의 물리 AI 플랫폼 등장이 ‘로봇 세상의 AI 혁신’을 다시금 촉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고려아연 자회사 로보원이 개발한 폐기물 선별 로봇 ‘로빈’(ROBin). (사진=로보원)

 

전승민 기자 enhanced@irobotnews.com

<저작권자 © 로봇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