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연구

창간 9주년 특별 인터뷰] '로봇 석학에게 듣는다' ②

로봇신문사 2022. 6. 15. 09:51

 

로봇신문은 창간 9주년을 맞아 '국내 로봇 석학에게 듣는다'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평생 로봇 분야를 연구하면서 이루었던 이야기, 국내 로봇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 로봇을 연구하면서 아쉬운 부분, 로봇연구자로서의 마지막 꿈,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 보면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가고자 하는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두번째 인터뷰 대상자는 KAIST에서 평생 의료 로봇을 연구하다 이지엔도서지컬이라는 의료 로봇 회사를 설립해 CEO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권동수 KAIST 교수다. 권 교수는 1957년생으로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으로 석사,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석사 후 광림기계 창업멤버로 합류했다가 3년여만에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라 박사를 마치고 미국 오크리치내셔널랩 연구원을 거쳐 1995년 8월부터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올해 8월 정년을 앞두고 있다. 한국로봇학회 회장, 대한의료로봇학회 이사장, 로봇융합포럼 의장, 대한의료기술혁신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공학한림원 회원이다. 2018년 세계수술로봇챌린지 베스트 어플리케이션 어워드와 종합우승을 차지해 뛰어난 대한민국 수술로봇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했으며, 이 회사가 개발한 유연 내시경 수술 로봇 케이 플렉스(K-FLEX)는 2019년 한국기계기술단체총연합회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기계기술에 선정되었다. 이러한 공로로 2018년 대한민국 로봇대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번 특별 인터뷰는 지난 3일 오후 대전 카이스트 문지캠퍼스에 위치한 이지엔도서지컬 회의실에서 진행했다.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날이 권 교수가 카이스트에서 교수로 마지막 강의를 한 날이었다. 정식 퇴임일은 오는 8월이다. 카이스트에서만 27년간 교수로 재직하였으니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권동수 KAIST 교수가 지난 3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7년간 KAIST 교수로 마지막 강의를 하고 기자 앞에 앉았다.

 

마지막 강의를 하신 소회가 어떠신지요.

덤덤합니다. 오늘은 학생과 교수님들께 과연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게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게 가치가 있는 삶인가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라고 말했습니다. 가족, 직장 상사, 교수 등 누구 때문에 이것을 해야 된다 하지 말고 인생 그렇게 길지도 않은데 본인이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자는 말을 하면서 가치의 전환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은퇴하며 또 창업하며 느낀 것은 창업의 의미가 내가 추구하던 가치를 실제 상업적인 가치로 변화하고 그것이 개인의 가치로 변환되는 프로세스가 창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의료기기를 택한 이유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며, 흥미로 시작한 나의 가치가 상업적 가치를 거쳐 다른 사람들의 고객 가치로 변하는 것이 비즈니스인데 그것을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지엔도서지컬을 창업하셔서 CEO로 계신데 최근에 주로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시나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연구에도 많이 관여하고 있고 그 다음에 의사와의 만남이 많습니다. 요즘은 로봇학회보다 의학회에서 초청을 많이 받는데 의사들도 굉장히 관심있어 하고 저도 의사들의 니즈에 관심있어 많은 교류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의사들이 생각보다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데 기술이 도와줄 수 있는 분야가 굉장히 많습니다. 기술적인 면은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니즈를 발견하는 일에 참여를 많이 하고 있고, 그 다음에 IPO를 가는 게 목표 중의 하나라 IPO를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 강의도 듣고 있습니다. 좋은 IPO 강좌를 대전시가 카이스트와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26개 회사 CEO를 선발해 트레이닝 시키는데 거기에 가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경영이 제일 어렵습니다. 특히 젊은 MZ 세대들을 어떻게 한 방향으로 바라보게 하고 가게 할 것이냐 이것이 교수 때와 가장 다른 면입니다. 교수 때는 학생들이 말을 잘 들었는데 지금은 일에 대한 관심, 급여, 회사의 비전도 심어주고 직원들을 북돋아 줘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습니다. 새삼 사람 경영이 제일 어렵다는 걸 느끼고 배우는 중입니다.

 

 

▲이지엔도서지컬 회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권동수 교수

 

오랫동안 의료 로봇 분야를 연구하셔서 의료 로봇 분야의 석학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지앤도서지컬에서 유연 내시경 수술 로봇 케이 플렉스, 신장 결석 제거 로봇 이지유레테로(easyUretero) 등을 개발한다고 하셨는데 그간의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지유레테로는 작년에 개발이 1차로 완료되어 동물시험과 임상시험이 끝났습니다. 동물시험은 서울 아산병원과 연세 세브란스병원에서 했고 동물 실험을 통해 안정성을 확인했습니다. 그 다음에 연세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에서 4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 로봇을 가지고 수술을 했는데 결과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지난 4월에 끝났고 데이터를 종합해 식약처에 접수하면 예상하기로는 11월 정도에 의료기기 제조 인증 허가를 받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판매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의료기기는 보험 수가를 인정받아야 해서 그 작업도 시작했습니다.

 

 

권동수 교수가 신장 결석 제거 로봇 이지유레테로(easyUretero) 슬레이브 로봇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연 내시경 수술 로봇 '케이 플렉스'는 어떤가요? 그것도 개발이 끝난 건가요?

이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지금도 카이스트와 연구 단계에 있기 때문에 학생들과 연구하고 있고 프로토 타입 단계로 현재 동물 실험 상태를 하는 중입니다. 임상시험은 내년 말 정도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복강경 수술로봇 아폴론, 마이크로서저리 로봇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제품들은 지금 가시적인 성과가 있나요?

 

복강경 수술 로봇인 아폴론은 다빈치 경쟁 제품인데 지금 중국에서 사업화 검토를 하고 있으며, 동물 실험 같은 데모는 끝난 상태입니다. 이 로봇은 한국에서 만들어 다빈치와 경쟁하는 것은 가능성이 없어 중국 시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마이크로 서저리 로봇은 보건복지부 국가 과제로 올해가 마지막인데 아직까지 연구 단계이고 올해 동물 실험 예정입니다.

 

의료 로봇은 개발이 끝나도 임상이나 인허가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이러한 것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인가요?

 

대폭 간소화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보통 10년 걸리던 백신이 몇 개월 만에 허가를 받았습니다. 의료기기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사고가 날 것이냐 안 날 것이냐는 의사들이 작동을 어떻게 하느냐, 즉 의사 책임하에 할 수 있습니다. 의사들이 자신 있으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의료기기를 개발해도 보험 수가를 인정 받지 못하면 판로가 한정됩니다. 생명에 크게 관계 없는 치료에 대한 보험 커버리지를 줄이고 크리티컬한 수술 관련 의료기기 개발에 보험 수가를 인정해 주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 건강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과감하게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새 정부가 규제를 많이 철폐해 기업이 자유롭게 경영활동을 하게 한다고 하니 가시적인 성과들을 기대해 보면 좋겠습니다.

신장 결석 제거 로봇 수술기가 지난 12월에 혁신의료기기 제17호로 식약처에서 지정되었는데 첨단 기술을 적용해 혁신의료기기가 되었으니 시장에 빨리 진입할 수 있게 도와줘야 되는데 아직까지 그러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앞으로 실질적인 제도가 실행되기를 기대합니다.

 

의료 로봇이 로봇 기술 발전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의료 로봇은 시작한 지 30년 밖에 안 됩니다. 다빈치가 회사를 설립한 게 1995년입니다. 산업용 로봇이 먼저 나왔고 산업용 로봇의 아이디어를 의료 로봇에 적용하려고 애를 썼는데 지금은 의료 로봇이 산업용 로봇보다 기술적인 면에서 더 앞서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의료기기는 고장이 나면 안 됩니다. 컴퓨터는 잘 안되면 리셋할 수 있고, 산업용 로봇도 리셋할 수 있지만 의료로봇은 수술 도중에 리셋을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안전성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그런 것들이 산업용 로봇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 다음에 의료 로봇만의 유일하고 독특한 특성이 소독이나 멸균인데 이러한 것은 산업용 로봇에서는 없는 분야입니다. 또 비슷한게 내비게이션 기술인데 엑스레이도 계속 촬영해야 하는데 의사가 몸속에서 내비게이션을 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술이 사람 몸 속으로 들어와 혈관이나 장 속을 내비게이션 하는 것은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많은 로봇 분야 중에 의료 로봇을 연구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

 

미국에서 스페이스 셔틀(Space Shuttle :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과 우주비행사를 실어보내고 다시 데리고오던 우주왕복선) 암 콘트롤(Arm Control)로 박사학위 공부를 했었고, 이것이 기회가 되어 그 후에 오크리치내셔널랩이라는 국립연구소에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한 연구가 핵 폐기물을 처리하는 원격 조종 로봇입니다. 핵 폐기물을 땅에 큰 저장탱크를 만들어 보관하는데 수명이 50년인데 균열로 노출이 되어 핵 폐기물을 긁어 내야 하지만 방사능 때문에 사람이 들어갈 수 없어 원격으로 제어해야 했습니다. 당시 로봇 팔의 길이가 30m 정도 되었습니다. 그런 원격 조종 로봇 연구를 하다가 1995년에 카이스트 교수로 왔는데 국내에서는 그런 연구에 대한 수요가 없어 어디다 쓸 것인가 고민하다 원격 수술에 써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그때 인튜이티브 서지컬이라는 회사가 생겼을 때니까 제가 굉장히 일찍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가 처음 의료 로봇 과제를 수주했는데 그때가 1996년 얘기입니다. 그때부터 의료 연구를 했었고 여러 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우리 기술을 가져다 사업화하겠다는 회사가 없어 우리가 직접 해보자고 해서 설립한 것이 이지엔도서지컬입니다.

 

 

▲권동수 KAIST 교수가 지난 3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로봇을 연구하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실제로 로봇을 개발해 연구실 레벨까지 실험하고, 잘 해야 동물실험까지만 하고 끝나는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딜레마가 이것이 정말 의사가 쓸 수 있는 물건인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임상시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하려면 회사를 설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상용화 제품을 만들어 임상시험을 하고 나면 허가를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테스트 받고 의사가 계획서 써서 통과되고 환자의 동의를 받는 프로세스를 거쳐 저희가 올해 신장 결석 제거 로봇인 이지유레테로(easyUretero)가 47건의 임상시험을 한 것은 어떻게 보면 연구에서 하나의 마침표라고 생각합니다.

 

이지유래테로 같은 신장 결석 제거 로봇이 해외에도 출시가 되어 있나요? 복강경 수술 로봇인 다빈치로도 신장 결석 제거가 가능한가요, 아니면 별도 로봇이 있어야 하나요?

 

글로벌하게 보면 비슷한 수술 로봇이 한 두개 있습니다. 사람의 몸을 절개하지 않고 요도로 들어가서 방광을 통해 콩팥까지 가서 콩팥에 있는 돌을 레이저로 쪼개 바스켓으로 끌고 나오는 수술은 다빈치로는 할 수 없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다빈치도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아마 2025년쯤 세상에 발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먼지 두 개 회사에서도 상용화를 시작했지만 전체 완전하게 로봇 기능이 되는 것은 아니고 일부만 로보틱스 기능이 있고 어떤 부분은 수동으로 하지만 저희 제품은 모든 프로세스가 완전 자동화된 로봇 기술로 원격 수술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세계 최초의 완전 자동화된 신장 결석 제거 로봇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 교수에서 기업 CEO로 주된 직업이 바뀌고 나서 가장 큰 차이점 무엇이 있을까요?

 

프리A와 시리즈A를 통해 지금까지 374억원을 외부에서 투자받다 보니 잠을 잘 못 잡니다. 현재 50명의 직원이 있지만 연구 용역외에 의료기기를 판매해 벌어 들이는 매출은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아직 없습니다. 아마 내년부터 조금씩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과 교수의 관계에서 대표이사와 창업 동지, 또 사업주와 고용관계로 변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또 새로 입사하는 직원들과는 인터뷰 후 입사해서 같이 일하지만 인생의 가치관을 공유한 적도 없고, 세상의 비전을 공유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같이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저희가 대기업처럼 신입사원 교육을 몇 개월씩 시켜가며 비전을 공유하면 좋을 텐데 저희는 입사하면 그날부터 일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신입사원 교육을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로봇 연구자로서 마지막까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한국에서도 글로벌 로봇 회사가 나와야 합니다. 삼성이 글로벌 회사가 되었듯 로봇 기업도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빈치 수술 로봇을 만드는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이 25년 만에 100조 넘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왜 안 됩니까,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삼성이 반도체, 휴대폰, TV로 세계 시장 점유율 몇 십 프로 차지하고 있는데 의료기기는 전체적으로 한국이 약 1.7%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기계 기술이 앞서있는 국가인데 의료기기 시장을 너무 등한시했습니다. 저는 백신 시장에 뛰어드는 것보다 의료 기기 시장에 뛰어 드는 것이 우리나라가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백신이나 제약은 천문학적인 사람들이 먹고 몇 년 동안 결과를 지켜봐야합니다. 그러나 의료기기는 기술이 발전되어 있으면 의사들이 금방 효과를 알 수 있고 안정성 테스트만 한번 하면 됩니다. 일상 이상 삼상 할 필요도 없습니다. 환자에게 테스트 해서 효과있다면 시장에서 판매됩니다. 앞으로 의료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 않습니까. 거기에는 제약도 있고, 의료기기도 있을 텐데 우리나라가 전자나 기계 기술이 발달했음에도 너무 의료기기를 등한시하고 있었다고 봅니다.

 

물론 세계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커다란 장애요인이 있습니다. 글로벌 몇 개 회사가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그들과 손을 잡아야 합니다. 자기 혼자 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판매 네트워크, 서비스 네트워크를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 보다는 그러한 업체와 손을 잡아 코브랜딩(cobranding)할 수 있으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권동수 교수가 신장 결석 제거 로봇 이지유레테로(easyUretero) 마스터 콘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지엔도서지컬은 기술개발 지주회사로 남고 판매는 세계적인 기업과 협력하겠다고 하는데...

회사들과 손을 잡아야 됩니다. 저희는 계속 새로운 기술이 담긴 의료 로봇을 만들고, 그것을 판매하고 서비스 하는 것은 다른 회사들이 해줬으면 하고 기대합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의료 로봇 기업들이 있나요? 다빈치는 자기네들이 다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덩치가 큰 기업들은 아직 없습니다. 메이저 회사들은 자기네가 직접 다 하고 작은 기업들은 M&A(인수합병)를 당합니다. M&A도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한 방법이지만 저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갖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제품은 글로벌 기업과 같이 협력하면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나서 같이 판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국내 로봇 산업을 더 육성하려면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중국에서는 그런 시도를 하는 것 같은데 로봇 산업 단지가 있어 로봇 만드는 회사뿐만 아니라 로봇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회사들이 함께 모여 협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로봇을 만들려면 예를들어 제어기, 주물 가공, 케이스 성형, 전장,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만드는 게 필요한데 이 모든 기술을 한 회사가 갖고 있을 수는 없다 보니 그런 전문 회사들이 같이 있으면 굉장히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 봅니다. 현실을 보면 정밀가공하려면 강원도 강릉, 주물하려면 안성, 가공하려면 창원까지 가다보니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로봇을 연구하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로봇에 대한 아이디어들은 굉장히 많이 냈었습니다. 서비스 로봇도 했고, 레스트랑 서빙 로봇도 벌써 십여년 전에 만들어서 데모하고 그랬는데 우리가 끈질기게 길게 못했습니다. 그것도 10년 20년 계속 했으면 지금보다 더 앞선 기술을 가지고 시장을 리드 했을텐데 이제야 상용화되지 않습니까. 상용화까지 20년 걸렸습니다. 20년 동안 우리가 계속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리더십을 잃은 것입니다. 청소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소로봇도 거의 20년 전에 우리나라가 아이로봇 회사의 룸바외에는 전 세계적으로 리더십을 갖고 있었는데 거의 다 죽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우리가 새로이 먼저 시작하는 마켓이라고 하면 지속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됩니다. 저는 그래서 후배들에게 한 우물을 오랫동안 파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그렇게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예전에 산업부 로봇융합포럼 의장도 하셨는데 지금은 없어졌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로봇융합포럼 취지가 연구자, 기업이 모여 서로 토론하고 다듬어 정부에 제안하고 정책 시안을 만드는 역할이었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는데 역시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바뀌면 없어집니다. 산업은 정치에 너무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경제 정책은 일관성을 계속 끌고 가야 됩니다.

 

최근 지능형 로봇 4차 기본 계획을 수립한다고 하는데 정부에 조언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산업용 로봇과 의료 로봇은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저는 중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 중에 부러운게 있습니다. 국산 로봇 개발하는 것을 밀어주고 있는데 국산 로봇을 쓰게 만드는 것입니다. 외국산 로봇이 중국산 로봇보다 품질이 떨어지지만 가격면이나 정책적으로 어떤 혜택을 줍니다. 그러다보니 점점 품질이 향상되어 이제는 중국 로봇이 가격도 저렴한데 품질이 올라갔습니다. 국가에서 강제로 쓰게 해 시장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중국은 시장이 크다 보니 이것이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나라는 그러한 것이 전혀 없습니다. 우리도 예전에는 국산화율 얘기도 했고, 국산품 장려 얘기도 했었는데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료계에도 의사가 자기가 계속 써오던 오래된 외국 회사 제품만 쓰려는 경향이 있는데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어 한국이 만든 신기술 제품이 있지만 한 번도 써보지 않아 어떻게 믿느냐고 하는데 그러한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위험감수)을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이나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로봇에 대한 비즈니스가 크려면 사람들이 많아져야 됩니다. 아이들에게 로봇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줘야 합니다. 요즈음은 아이들이 모두 게임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십년 전만 해도 레고 로봇 대회나 여러가지 로봇 대회를 국가에서 지원했었는데 저는 어린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그 효과가 20년 후에 나타난다고 봅니다. 어린시절부터 로봇에 대한 교육을 계속 해서 아이들에게 로봇에 대한 꿈을 심어주는 것이 우리나라 100년 대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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