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신문은 창간 9주년을 맞아 '국내 로봇 석학에게 듣는다'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평생 로봇 분야를 연구하면서 이루었던 이야기, 국내 로봇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 로봇을 연구하면서 아쉬운 부분, 로봇연구자로서의 마지막 꿈,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 보면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가고자 하는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첫번째 인터뷰 대상자는 KAIST에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연구하여 휴보의 아버지라 불리우면서 은퇴 후 자신이 설립한 레인보우로보틱스 CTO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오준호 KAIST 명예교수다. 오 교수는 1954년생으로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으로 석사, 미국 UC버클리대학원에서 기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1985년 부터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20년 은퇴 후 레인보우 로보틱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KAIST 재직시에는 신기술창업지원단장,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소장, 대외 부총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5년 세계재난로봇경진대회인 DRC에서 휴보로 우승하며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크게 높였다. 이러한 공로로 과학기술훈장 창조장, 제26회 호암상 공학상을 수상했다. 이번 특별 인터뷰는 지난 3일 오전 대전에 위치한 레인보우로보틱스 회의실에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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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호 KAIST 명예교수가 지난 3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CTO로 역할을 하고 계신데 최근 주로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요?
KAIST는 은퇴했기 때문에 명예교수와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제가 창업한 회사에 집중하는 게 주주를 위한 도리라 생각해 CTO 역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고 졸업생 몇 명이 잘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기업이 정직해야 한다, 잘 만들어야 한다, 주주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또 CTO로서 여러 가지 새로운 기술을 공부해 기초를 닦아 열심히 회사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두 가지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데 첫째는 4족 보행 로봇으로 개인적으로는 4~5년 전에 시작했는데 레인보우에서 후반 부분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4족 보행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봇들이 있는데 이것을 꼭 국산화 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기본 설계와 그 안에 들어가는 핵심 감속기, 센서 등 세세한 부품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유압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하고 있습니다. 보스톤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로봇도 유압으로 되어 있는데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발표를 못하고 있습니다. 유압 방식이냐 전기 모터 방식이냐는 앞으로도 계속 평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에 우리가 유압에 대한 경험과 기술을 축적해 놓아야 적절한 시기에 대응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유압에서 아주 원천적인 유압 펌프라든가, 서브 밸브, 제어 그리고 회전형 액추에이터에 대한 많은 기술을 습득하고 있고 결과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발표 단계는 아니지만 실험실 단계에서는 잘 되고 있습니다.
‘휴보의 아버지’라는 별칭도 갖고 계실 만큼 휴머노이드 연구 분야 석학이십니다. 작년에 휴머노이드 관련 과제가 끝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작년 9월에 국책 과제가 끝났는데 휴머노이드 과제가 아니라 엄밀하게 말하면 고속 고출력 시스템으로 인간형 로봇을 구현하자는 것이지 인간형 로봇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고속 고출력이란 쉽게 말하면 액추에이터, 감속기 등을 우리 기술로 국산화시키자는 것입니다. 이 과제를 하게 된 이유는 제가 DRC에서 우승하고 나서 기뻤다기 보다 그 안에 우리 기술이 얼마나 있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모터는 독일제, 감속기는 일본제, 센서도 다 외산 제품이라 우리가 시스템으로 구성만 한 것이지 진정한 우리 기술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더 뛰어넘기 위해서는 스스로 액추에이터, 감속기, 유압시스템 등의 기술을 개발하자고 생각했고 그래서 고속 고출력을 낼 수 있는 액추에이터 등을 자체 기술로 확보하고 그것을 이용해 로봇을 만들어보자는 의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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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압식 2족 보행 로봇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오준호 명예교수
전기 모터나 감속기는 인간형 로봇에 쓰이기 보다는 오히려 4족 보행 기술에 많이 들어갔습니다. 유압시스템은 나름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와 작년 9월에 과제가 종료되었지만 그대로 끝내는게 너무 아까워 레인보우에서 지금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때 연구했던 두 명의 박사를 영입해 유압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계속 준비하고 있고, 회사 지하 연구실에 유압시스템을 연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계속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인간형 로봇, 4족 보행 로봇도 하지만 더 확장해서 전기형까지 진행할 생각입니다.
세계 최초의 2족 보행 로봇 혼다 아시모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2족 보행 로봇이 은퇴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시모 은퇴설에 대해서는 뒷 얘기가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은퇴한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언론 보도에 은퇴 기사가 나왔던 것이 확산된 것인데, 그 당시 아시모 팀을 만났더니 회사의 한 임원이 표현을 그렇게 했는데 뉘앙스가 잘못 전달되어 기정사실처럼 되었지만 그렇지 않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느낌으로는 이제 대내적으로만 조금씩 유지해 간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미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는 것은 뭔가 내부의 변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제가 초기에 혼다 사람들과 만났을 때 그 로봇을 왜 만드느냐고 물었더니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장난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한다는 뜻이었고, 그것이 갖는 파생 효과, 즉 생활지원 로봇 등에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제 느낌으로는 좀 더 구체화시켜 오히려 기술을 확산시키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대외적으로 덮어놓지 않나 하는 느낌입니다. 요즘 로봇기술이 인공지능과 결합되며 퍼스널 모빌리티가 주요 제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2족 보행 로봇이 로봇 기술 발전에 끼친 영향은 무엇이 있을까요?
첫째로는 사람들이 로봇에 관심을 높이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도에 혼다 아시모가 발표되면서 지능형 서비스 로봇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도입되었습니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인간형 로봇입니다. 1가구 1로봇 시대가 온다고 선언했을 때 생각했던 게 아시모 같은 로봇이 집에서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도와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시절이 아직 오지 않았지만 그것이 계기가 되어 청소 로봇을 비롯해 많은 로봇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최근 배달 로봇, 서빙 로봇이 나오는 것도 결국 모티브는 인간 생활에 로봇이 들어와 우리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그것을 연구하면서 많은 기술이 축적되었습니다. 특히 보행 알고리즘 분야는 4족 보행에 연결되면서 큰 영향을 주었는데 만일 그게 없었다면 4족 보행 로봇을 이렇게 쉽게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4족 보행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2족 걸음새에 관한 기초 연구들이 쉽게 적용되어 구현이 더 쉽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재난, 우주 환경, 또는 다른 변형된 형태가 될지 모르겠지만 실질적으로 응용 가능한 영역이 더 모색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면 2족 보행 로봇이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사람을 많이 도와줄 수 있는 시대가 올까요?
2족 보행을 연구하는 학자나 연구자들이 실용성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갭이 아직 많기 때문입니다. 인간형 로봇 특히 로봇 기술은 완성된 기술이 아닙니다. 계속 발전해 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인간형 로봇도 로봇 발전에 기여하는 쪽으로는 연구할 게 많아 연구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완전한 형태의 인간형 로봇은 실용화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간형 로봇이라는 것은 다목적 로봇입니다. DRC에서도 모두 인간형 로봇으로 만든 것이 이러한 미션을 수행하려면 인간의 모습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밥하는 로봇, 청소 로봇도 있지만 인간형 로봇이 시키는 것은 뭐든 다 한다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상적이지만 너무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간형 로봇 기술을 이용한다면 보행이나 양팔 부분을 따와 부분적으로는 완성시키겠지만 하나로 완전하게 실용적으로 만드는 데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이라 생각하고 아직 그것을 목표로 하는 연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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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호 KAIST 명예교수가 지난 3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로봇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구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로봇을 전공한 사람은 아닙니다. 자동차를 연구했고 그 기법을 공작 기계, 지금의 CNC 기계에 적용했던 사람입니다. 산업체에서 산업용 로봇이라는 것은 공작 기계입니다. 로봇이라고 부르지만 공작기계의 일부입니다. 제어 안정화 쪽에서 로봇을 하나의 수단으로 했던 것이지 로봇을 목적으로 연구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다 아시모 로봇을 처음 본 순간 놀랐습니다. 1년 쯤 지나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아시모에 우리가 공부한 기술이나 여러 가지 학문적 배경 이상 들어갈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실시간 제어, 센서, 자세 안정화, 기계 설계 등 기술의 조합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상적으로 한번 구성해 봤더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인간형 로봇은 그야말로 호기심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저것을 우리 기술로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었고 제 성격이 무조건 만들어 보자는 겁니다. 그에 대한 기초 지식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혼다도 힘 센서 사다 쓰고, 모터 드라이버 외주 주어 전문가가 만들고 했지만 저희는 액추에이터, 모터 드라이브, 실시간 제어기,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배터리관리시스템), 로봇의 손가락까지 100% 제가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DNA는 아직까지도 레인보우에 전해오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어떤 게 있으면 구매하기 보다 직접 만들기를 좋아하니까 필요하다면 직접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우리가 창업하는 기술의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모를 보고 나도 민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몇 년 만에 가시적 성과를 내신건가요?
3년 만입니다. 그 동안 인간형 로봇을 세 번 만들었습니다. KHR-1이라는 로봇은 처음에 프로토타입으로 기본 구조만 만들어 걷는 것만 하게 했는데 팔과 머리 없이 몸통과 다리만 있었습니다. 걷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본격적으로 만든 것이 KHR-2입니다. 시스템도 완벽하게 들어가고 카메라도 들어가고 지금의 휴보와 완전히 똑같은 기술을 모두 집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보행에 머리 케이스까지 씌우면서 KHR-3 모델 개발에 들어가고 그게 완성될때 휴보가 만들어 진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KHR-2를 예쁘게 만들기 위해서 한번 더 개량한 것이 휴보입니다. KHR-1은 완전히 자체 부품통을 뒤져 자금 지원없이 만들었고, KHR-2는 KHR-1을 학교에 보여주니 1억 정도 보조해 주어 그것으로 만들었고, 휴보는 국가에서 3억 정도 지원을 받았으니 총 개발 비용이 10억이 들지 않았습니다.
이제 휴보는 더 이상 판매를 안 하나요?
주문 들어오면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요즘은 DRC 휴보가 판매되는데 최근에도 한 대 수출했고, 또 두 대가 나갔습니다. 미국에 있는 유명 대학들과 국책연구소에 판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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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C 휴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오준호 명예교수
DRC에서 우승도 하셨는대 DRC 같은 로봇 챌린지가 세계 로봇 기술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DRC의 긍정적인 면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가 평가할 게 아니라 1억 달러라는 거금을 사용한 DARPA에서 3년 동안 아주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마쳤는데 DARPA 평가가 중요한데 공식 평가는 성공입니다. 챌린지는 두 가지 목적이 있는데 하나는 미션을 제시해서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보는 것과 세계에 존재하는 기술들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그 면에서 보면 충분히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휴머노이드 한계와 나아갈 방향이 그려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적으로 평가한 것이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르파 로봇챌린지(DRC)는 인간형 로봇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로봇이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가를 보는 거였습니다. 가능성과 앞으로의 과제가 동시에 있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가능성이라는 것은 로봇이 1시간 동안 주어진 공간에서 스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면서 독립적 미션을 수행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그것을 여러 팀이 해냈고, 그것을 통해 교류도 많이 하면서 아주 긍정적으로 미션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아직 로봇이 해결하기에 취약한 면이 있다는 것을 동시에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로봇에 대한 관심을 연구자들에게 자극한 것은 사실입니다. 여태까지 로봇하는 사람들이 로봇은 실험실이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했지 실제 문제를 도입해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실질적인 문제와 실험실 문제는 다르다는 것을 연구자들이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진짜 과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DRC 이후 큰 로봇챌린지들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회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경험이나 느낀 점이 있다면...
일단 운영방식이 예산도 아주 크고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거기는 자금 지원을 하지만 간섭하지 않습니다. 자금을 지원해 주지만 어디다 썼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목적에 맞게 사용했나 방향성만 봅니다. 그리고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고 그 결과가 나타나는지 평가해서 처음에 300만달러씩 일곱 팀을 줬는데 150만달러 선불 주고 중간 평가해서 두 팀을 탈락시켰습니다. 열심히 한 팀들은 계속 가고 평가할 때도 발표는 간단하게 하지만 전문가들이 와서 보고 대화를 하는데 어떻게 해왔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로는 그것을 통해 같이 지원 받은 팀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게 포럼을 만들어 계속 얘기하게 만들고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줍니다. 서로 교류하면서 자기 기술을 보여줌으로써 자극받게 만듭니다. 그것이 우리 학생, 특히 젊은 연구자에게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을 오랫동안 연구해 오셨는데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로봇이 연구는 굉장히 많이 앞서 나가 있는데 실용화가 안 되고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실용화된 건 산업용 로봇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해왔던 수많은 연구 중 실용화된 것이 많이 있지만 연구 수에 비하면 굉장히 미비한 수준입니다.
두 번째 로봇은 주변 환경에 100% 묻혀 갑니다. 예를 들면 청소로봇은 누가 막으면 정지하지 어떤 타협을 하지 않습니다. 타협하면 무조건 지는 겁니다. 안내 로봇도 가로 막으면 정지하지 비켜라는 말을 안합니다. 로봇이 아직 사람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 할 수가 없습니다. 안마 의자처럼 내가 맞춰주든가 아니면 청소로봇처럼 막아버리면 정지하든지 해야 합니다. 훈련된 사람은 괜찮지만 훈련되지 않은 사람이 이러한 상호작용을 접했을 때 굉장히 위험할 수가 있습니다. 음성 인식도 비슷합니다. 음성 인식도 개발한 사람은 100% 알아 듣는데 훈련되지 않은 사람이 하면 거의 못 알아듣습니다. 산업용 로봇의 움직임은 아주 위험하니까 사람이 못 들어가게 펜스를 친다든가 상호 적용을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 아직도 로봇이 실험실에만 갇혀 있다는 것이 연구자로서 문제인데 그것을 뚫고 나가는 게 요새 알을 깨기 직전의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과 결합되고 제어기술도 마이크로칩이 상당히 빨라지면서 옛날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계산과 예측이 가능하게 된 것도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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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마무리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4족 보행 로봇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오준호 명예교수
로봇 연구자로서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일이 있다면...
창업을 해서 상장까지 하고 나니 사회적 책임이 많이 따라 책임감을 굉장히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은 주식시장에서 평가받기 때문에 시장이 원하는 만큼 대응해 줘야 됩니다. 매출액도 늘려야 되고, 영업이익도 내야 되고,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 미래 성장 모습도 보여야 되고, 새로운 제품도 출시해야 하는 의무감이 있습니다. 우리 기술과 제품으로 열정과 성의를 다해 그것을 시장에서 평가 받아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창의력을 갖고 정직하고 성실해야 한다고 임원들에게 항상 강조합니다. 또 자기 자신과 타협하지 말라는 얘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이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쌓이다 보면 좋은 회사라는 이미지가 생겨납니다. 저는 누구나 성실하고 정직하고 근면하고 창의적이면 망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창의력은 덤입니다. 성실 근면 정직 만 있으면 모두 성공할 수 있고 여기에 창의력까지 있으면 대박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로봇 전문 기업으로 누구나 인지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이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꿈입니다. 학문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없지만 제가 해왔던 인간형 로봇을 회사가 세계적인 기술을 확보해 보스톤 다이내믹스 같은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 로봇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기술이나 산업 육성보다도 오히려 로봇산업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있어야 합니다. 산업을 아무리 만들어 놓아도 국내도 해외도 그것을 구매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로봇에 대해 상당히 개방적이지만 이를 더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로봇을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는 SI(시스템 인테그레이터) 업체가 있어야 합니다. 특정 분야에서 고객 요구가 있으면 그것을 잘 만드는 로봇 기술자가 많아야 합니다. 가끔 저희에게 닭튀기는 로봇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가 있는데 우리는 로봇을 만드는 회사라 그러한 일을 해 줄 수가 없습니다. 그 중간 역할을 해주는 것이 대리점인데 대리점이 좀 더 SI 능력을 키우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로봇 시장이 확산되려면 특정한 몇 군데서만 쓰는 게 아니라 광범위하게 사용처가 넓어져야 하는데 SI 업체들이 응용 분야를 많이 만들어야 수요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다음은 수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회사지 정부가 아닙니다. 정부도 수요처를 개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확산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좀비 기업만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니즈가 있고 정확한 실체가 있는 곳에 사업을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을 연구하는 후배나 제자들에게 선배나 스승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로봇을 하는 데 크게 두 개의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순수하게 학문적으로 논문을 많이 쓰는 순수 연구가 있고, 두 번째로는 실용적인 논문의 결과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완성도 높이는 쪽을 연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순수 연구하는 퍼센트가 약 80%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순수 연구하는 사람이 왜 많냐하면 이쪽은 개런티된 길이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하면 논문 나오고 어떻게 보면 공부 잘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또 교수는 모든 것을 논문 숫자로 평가받습니다. 기본적으로 논문 많이 쓰면 훌륭한 학자입니다. 그런데 10명이면 10명 다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10명 중에 한두 명쯤은 실용적인것을 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실용적인 것을 하고 싶다면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이러한 분들에게 가치를 부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다양성을 넓히는데 좋지 않나 생각하고 이들에게는 평가 기준도 달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너무 논문을 위한 연구도 좋지만 10~20%는 실용적인 연구를 했으면 좋겠고 실제로 해보면 재미있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이 분야도 많이 도전해 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
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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