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신문은 창간 9주년을 맞아 '국내 로봇 석학에게 듣는다'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평생 로봇 분야를 연구하면서 이루었던 이야기, 국내 로봇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 로봇을 연구하면서 아쉬운 부분, 로봇연구자로서의 마지막 꿈,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 보면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가고자 하는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세번째 인터뷰 대상자는 한양대에서 평생 로봇을 연구하다 코가로보틱스라는 서빙 로봇 회사를 설립해 CEO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서일홍 한양대 명예교수다. 한 교수는 1955년생으로 우리나라 AI로봇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대표적인 글로벌 석학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과정을 졸업한 이래, 산업현장과 학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40년간 로봇을 연구하고 후학들을 길러낸 학자이자 지금은 코가로보틱스를 이끌고 있는 경영자이다. IEEE(국제전기전자공학회)석학회원이자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이며, 제8대 한국로봇학회장을 역임하였다. 2017년 8월 자율주행과 스마트 팩토리 관련 솔루션 공급업체인 코가플렉스라는 회사를 설립해 오다 지난 5월 우리로봇과 합병하면서 회사 이름을 코가로보틱스로 변경하였다.
35년간 후학들을 가르친 한양대에 둥지를 틀고 제자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지 만 5년을 앞둔 지난 17일 한양대 코가로보틱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 서일홍 한양대 명예교수가 지난 17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제 명함이 바뀌어 의장님으로 불러야 될 것 같습니다. 회사 이름도 코가 플렉스에서 코가 로보틱스로 바뀌었네요?
코가 플렉스에서 코가 로보틱스라는 사명으로 이름을 바꾼 지 한 달 정도 되었습니다. 우리로봇이라는 회사와 합병을 완료했고, 사명도 쉽고 친숙하게 코가 로보틱스로 바꾸었습니다. 회사의 의사결정을 이사회 중심으로 투명하고 반듯하게 하겠다는 의미로 이사회 의장이라는 직함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로봇과 합병하셨군요? 합병의 계기라든지 합병으로 인해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2019년 말부터 서빙로봇을 국산화하자는 기치 아래 우리로봇이라는 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코가플렉스가 2대 주주로 참여하였습니다. 그 후 2년간 서빙로봇을 개발,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두 회사가 긴밀하게 협력하여 꽤 경쟁력 있는 서빙로봇을 시장에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합병 전 회사인 코가플렉스는 AI 실내자율주행과 관련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었고, 우리로봇은 로봇을 디자인하고 양산, 마케팅하는 전문가 그룹의 모임이었습니다.
양사가 서로 겹치지 않는 확실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데다, 양사 구성원들이 서로를 인격적으로 매우 신뢰하였기에 합병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원천기술부터 최종 제품까지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완전체로 거듭나고자 합병을 결심하였고, AI 모빌리티 시장에서 글로벌 탑티어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서빙 로봇 서빙고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서일홍 명예교수
서빙로봇이 결국 두 회사의 인연을 맺어준 제품이라 할 수 있는데, 많은 로봇 중에서 서빙로봇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일단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가장 즉각적으로 필요하고 시장성이 큰 로봇이라 보았습니다
요즘 서빙로봇이 가장 핫한 아이템인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2019년도에 그런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시장성에 대해 확신하셨나요?
제가 엔지니어 출신이라 너무 순진하게 생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인건비나 인력문제로 고생하는 식당 사장님들, 매일 중노동에 시달리는 홀 서빙 직원들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원가, 기술수준, 디자인 등 모든 측면에서 “이 아이템은 즉각적으로 반드시 국산화해야 하고 외국 경쟁업체보다 우리가 훨씬 더 잘 할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업성이 좋아서 시작하신 것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으실지요?
소재부품장비 사업이 일본에 30년 종속되어 산업의 뿌리가 흔들렸던 것처럼 로봇이 외국에 종속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국가적 피해가 생길 것이라는 걱정도 했습니다. 단순한 국부유출 문제부터 중차대한 정보주권 문제까지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밖에 없는 분야가 서비스 로봇 분야, 특히 서빙로봇입니다. 로봇에 달린 카메라나 각종 센서들이 국내에서 생성되는 모든 데이터를 아무도 모르게 외국으로 퍼나른다면 끔찍한 일 아닐까요?
지금 주로 판매되고 있는 서빙로봇은 중국업체가 만든 것을 국내에 수입해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업체와 경쟁해도 승산이 있다는 말씀인가요?
성능, 디자인, 품질, 가격 모든 면에서 자신 있습니다.
다른 부분은 그렇다 해도, 가격까지 자신 있다는 게 언뜻 이해가 안 갑니다.
저희 회사가 중국 업체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원가 경쟁력이 탁월합니다. 그건 코가로보틱스가 설립하기 전부터 저와 연구원들이 10여년간 개발해 온 원천기술, 즉 코가(Consolidate Operating-System for General AI-robotics)라는 OS 덕분입니다. 핸드폰에 들어가는 안드로이드처럼 매우 효율적인 로봇 OS를 저희가 자체개발해서 서빙 로봇인 서빙고에 적용하였기 때문에 저사양의 CPU와 센서를 쓰고도 매우 훌륭한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제조원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품값이 경쟁업체 대비하여 현저히 낮습니다.
로봇 OS인 코가 OS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 주실 수 있나요?
핸드폰에 보면 안드로이드라는 OS(운영체계)가 깔려 있지요? 이 운영체계 위에서 여러가지 모듈화된 소프트웨어, 앱, 하드웨어가 결합되어 사진도 찍고, 카톡도 보내고, 음악도 듣고 하지 않습니까?
로봇에도 이런 안드로이드 역할을 하는 국제로봇표준운영체계인 ROS(Robot Operating System)라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 전세계에서 쓰여지는 거의 모든 로봇이 이 ROS기반으로 작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ROS가 로봇을 만들기 위해 공동작업(Co-operative Work)을 해야만 하는 엔지니어들에게 작업의 난이도, 작업량을 줄여주고 각자가 자신의 할 일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훌륭한 OS인 것은 맞지만 모든 코드나 데이터들을 통신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하도록 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엄청난 오버헤드를 부담해야 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싼 CPU를 써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속도가 저하되거나 처리가 잘 안되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안이 없어 대부분의 로봇들이 어쩔 수 없이 ROS를 쓰고 있습니다.
저희 코가로보틱스는 오래 전부터 이런 ROS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새로운 OS를 개발하여 저희 CoNA솔루션(코가로보틱스가 개발한 AI 내비게이션솔루션)에 장착해 쓰고 있습니다. ROS 처럼 협력 프로그래밍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단일 CPU 환경에서 ROS기반으로 처리할 때보다 속도를 획기적으로 빠르게 하고 CPU 용량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핵심적인 원천기술입니다.
코가 즉, Consolidate Operating-System for General AI-robotics는 한마디로 “모든 AI 로봇에 적용하여 속도와 원가 경쟁력을 높여주는 강력한 OS”라는 의미입니다.
혹시 코가와 비슷한 방식으로 ROS의 한계를 극복하고 속도와 원가 문제를 해결한 OS는 없나요?
제가 알기로는 저희처럼 ROS 문제를 해결해서 로봇의 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인 기업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이해가 갑니다. 어떤 로봇회사도 갖지 않은 초강력, 초경량 OS를 가지고 서빙고의 원가경쟁력, 속도 등을 만들어냈다는 말씀이시네요? 혹시 서빙고 외에 이 기술이 적용된 사례들이 또 있으신가요?
저희가 사업을 시작한 이래 5년 동안 국내 로봇전문기업들이 만드는 방역로봇, 물류로봇, 안내로봇 등에 저희 코가가 깔린 솔루션들을 공급해 왔습니다. 최근 들어서 대기업들의 요청으로 관련기술을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저희같이 작은 회사가 이런 커다란 원천기술을 개발,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고, 향후 물류로봇, 가정용로봇 등 가장 중요한 로봇들에 COGA를 적용하자는 제안을 많이 하십니다.
특이하게 기계공학이 아닌 전자공학을 전공하시고 대우중공업을 거쳐 한양대에서 로봇관련 인지, 인공지능제어 등을 연구한 석학이십니다. 은퇴 후 서빙고 6종 발표 등 여러 가지 성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그간 성과를 말씀해 주신다면...
두 가지를 말씀 드릴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서빙로봇 개발을 완료해 제품화해서 서빙고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것입니다. 현재 클래식 버전은 양산해서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해 보니 양산도 개발처럼 단계를 굉장히 많이 거쳐야 됩니다. 제품이 나왔다고 해서 그냥 팔리는 게 아니고 굉장히 많은 단계를 거쳐야 된다는 걸 배우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신제품도 계속 개발하고 있어 로봇을 판매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안드로이드 OS처럼 로봇용 OS인 ROS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기존 ROS와 상생할 수 있도록 로스 브릿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서로 교환해서 쓸 수 있는 장치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존 사용자들이 반감을 일으키지 않고 저희가 개발한 것과 같이 채용하면 훨씬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것을 사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표준화작업도 진행하고자 합니다.
제품적으로는 향후 어떤 신제품을 라인업시킬 것인지 계획이 세워져 있지만 국내, 외국기업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과 어떤 차별화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물론 기초적인 핵심 기술, 저는 이것을 백 엔드(back end)라고 이야기하는데 이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은 프론트 엔드(front end)에서 예를 들어 버튼을 누르는게 편리한지, 어떤 기능이 있으면 편리한지를 더 가치있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그런 것들이 되면 저는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빙 로봇 서빙고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서일홍 명예교수
그럼 작년에 발표한 서빙고 로봇 6종 중 클래식 한 가지만 양산하고, 나머지는 아직 개발중이라고 보면 되나요?
네. 클래식은 개발이 끝나 양산하고 있고, 2가지 종류는 현재 양산 설계까지 모두 끝내 놓았는데 양산을 하려면 자금이 더 필요해 현재 투자와 연계해 진행할 예정입니다.
나머지 3종은 언제쯤 출시하실 계획인가요?
3종도 내년 2월을 넘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미국, 일본과도 판매 얘기가 진행 중인데 어떤 제품을 가지고 해외에 나가는 게 가장 적합한지 고민중입니다.
배송 로봇 같은 경우 보도 통행 문제라든가 엘리베이터 안전 기준 같은 규제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이것 말고 배송 로봇 확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말씀 잘 해 주셨는데 로봇의 보도 통행이나 엘리베이터 타고 내리는 규제 같은 것은 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또 하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지금 서빙 로봇의 경우 80%가 외국산입니다. 그리고 일부지만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업들도 외산 로봇을 수입해 판매하는 대리점 역할을 하고 잇습니다. 국제화 시대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보면 답답한 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부장할 때 핵심 부품이나 원료 수출을 막으면 한 번에 국가 전체가 영향을 받습니다. 지금 어떻게 보면 반도체도 마찬가지 입장인데 로봇도 핵심 기술을 개발해 놓지 않으면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두 번째는 다른 가전 제품과 달리 로봇은 주행을 하기 때문에 센서가 많습니다. 눈의 역할을 하는 카메라도 있는데 이런 것들에 대한 정보가 다 저장되고 이러한 데이터가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정보 주권 문제도 한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 번째는 영세 식당을 도와주고 싶어 저희가 개발한 코가 OS를 이용해 중국산 제품 만큼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데 정부에서 소상공인을 도와준다고 로봇 도입 비용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 주고 나머지는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이 부담해 로봇을 구입하게 하는 정책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은데 중국 등 외산 로봇까지 국민 세금으로 지원해 판매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좀 고려가 돼야 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는데 국제법을 어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국내 로봇 산업이 활성화되도록 정부에서 도와주시면 로봇 업체가 더 신나서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서일홍 교수가 새로 상호가 바뀐 코가 로보틱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봇을 연구 사업화하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가장 아쉬운 부분은 우리나라가 소부장이 약합니다. 로봇도 어떻게 보면 센서 같은 부품들이 약합니다. 우리가 그것을 써서 장비를 만드는데 로봇 장비라고 하면 그 안에 장비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도 만들어야 하는데 센서가 국산이 아니다 보니 반도체처럼 공급이 않되면 꼼짝을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제가 센서도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왜 우리가 못 만들고 있지,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최근 반도체 분야를 비롯해 로봇 분야도 인력 양성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한양대 교수시절에 로봇특성화대학원 사업단장도 하셨는데 어떻게 해야 필요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까요
아주 좋은 질문하셨는데 제가 학교에 있으면서 로봇 대학원 석박사 프로그램 사업단장을 했었는데 그때는 대학 교수다 보니 석박사 과정 중심으로 볼 수 밖에 없었는데 제가 회사를 해보니 다양한 엔지니어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희 회사에도 설치 엔지니어, 애프터 서비스(AS)하는 엔지니어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엔지니어들의 로봇 지식이 굉장히 깊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젊은 MZ 세대 중에서 재미있게 잘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기회를 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로봇 고등학교도 있지만 비(非)로봇 고등학교 출신들, 최근에는 인문 사회 계열 학생들도 로봇뿐만 아니라 사이언스나 엔지니어링 분야로 넘어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분들이 다 섞여서 재교육을 받아야 되는데 그 분들이 알고 있는 용어를 써서 수준에 맞춰 재교육을 시켜 설치나 AS, 제품 기획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기본기가 튼튼해지면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엔지니어, 프로그래머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러한 것들을 구분화시켜 잘 기획해서 만들지 않으면 목표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누가 주체가 되어야 하는 지도 잘 결정해야 합니다. 저는 회사의 CTO도 궁극적으로 누가 이기느냐가 중요한데 그러려면 회사 안에 로봇 분야의 문제를 잘 만드는 사람도 키워야 한다고 봅니다. 얼마나 많이 만들어야 될지 모르겠지만 모든 중소기업이 한 명씩 다 있어야 된다면 굉장히 많이 만들어야 될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기획하시는 분들도 분류를 잘 해서 이들을 잘 교육시켜 로봇이 나중에 반도체, 바이오보다 훨씬 더 큰 시장이 되었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또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이 프로그램 자체는 꼭 필요하고 정말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으로서 꼭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대기업이 유능한 인력을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많이 뽑아 가는데 중소기업이 돈으로 대기업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저는 이 분들에게 꿈과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그 방법이 주식을 주는 것입니다. 미국에는 그런 제도가 있다고 하고 국내에서도 입법을 한다고 했다가 지금은 조용하던데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설립자나 대표에게는 특별히 보유 지분의 주식에 대해서는 주총이나 이사회에서 더 많은 배수의 투표권을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10% 지분만 갖고 있어도 배수를 5배, 10배 인정해주면 과반수 이상의 의결권 지분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나 스톡옵션을 받는 사람들이 회사를 좌지우지 못합니다. 지금은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많이 받거나 유능한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주식을 자꾸 주다 보면 지분율이 줄어 결국 나중에 상장해도 남 좋은 일만 시키고 고생한 창업자는 혜택을 별로 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그러한 법이 통과된다면 우리도 사람을 쉽게 구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인센티브가 있으면 유능한 인재를 데려와 같이 꿈을 이루자고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양극화가 되어 대기업을 가든지 아니면 자기가 회사를 만듭니다. 물론 창업을 많이 하는 것은 좋지만 적당히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또 스톡 옵션을 줄 수 있는 한도도 지금보다 더 늘려주면 유능한 인재를 데려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로봇을 전공한 학생들도 로봇회사가 아닌 자동차나 게임 등 큰 회사로 가버리니까 더 인력난이 심한데 좋은 유인책은 없을까요?
유인책은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로봇 비즈니스가 커져 어떻게 보면 돈 보다도 내가 만든 로봇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느끼는 행복감을 저는 무대병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대병은 사람이 갖고 있는 속성이기 때문에 우리 젊은 친구들도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할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무대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러한 무대를 만들어주고 그에 따른 대가도 있는데 그 대가는 본인이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대가가 없다면 안 하겠죠. 이 두 개를 잘 맞춰줘야 로봇 업계로 올 것 입니다.
저도 평생 학교에 있었지만 대학원은 문제 중심으로 가야 됩니다. 강의만 듣고 석사 학위를 주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실제 자기가 손으로 물건을 만들어내는 어떻게 보면 DARPA 그랜드 챌린지를 교육기관에서 하는 겁니다. 작은 규모에서부터 큰 규모까지 팀이 돼서도 하는데 레벨이 있는 겁니다. 레벨 제로부터 레벨 세븐까지 있다고 하면 레벨 제로에 해당하는 것은 교육 기관을 꼭 대학으로만 할 것인가 생각해보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레벨 원을 통과해서 1등부터 윗 레벨에 입학하는 경우 50%의 가산점을 준다면 레벨을 자꾸 업그레이드 하려고 할 것이고 레벨에서 1등하면 상금도 주고 스포트 라이트도 받게 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제품도 제품화가 되려면 단계별로 필요한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처럼 학생들이 회사에 가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레벨을 정해놓지만 그게 석박사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대신 검증을 해야 하는데 하나는 경연대회고, 또 하나는 논문인데 논문도 인정해 주는 학회 레벨을 정해 경쟁을 시켜 올라오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스포트라이트 받았던 무대에서 제도적으로 주식 같은 것을 줄 수 있는 제도가 생기면 흔쾌히 로봇 분야로 와서 근무하고 또 몇 년 경험을 쌓으면 독립할 수 있는 기회도 주는 선순환이 일어나면 어느 순간 갑자기 산업이 커질 때 함께 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로봇 사업가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결국 제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코가 OS, 서빙고들이 구석구석 들어가서 모든 분들이 만족하고 그것을 통해 반대 급부로 이익이 생긴다면 그것을 같이 참여한 분들이나 후배들과 나눌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 가능하느냐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제가 눈 뜨고 생각이 멈추지 않을때까지 지속하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국내 로봇 산업을 더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로봇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은 앞에서도 얘기하였지만 소부장이 잘 돼야 되고, 로봇 인력을 육성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로봇 인력 하면 로봇을 제어하는 것만 생각하는데, 센서가 로봇에도 팔릴 수 있고 자동차에도 팔릴 수 있는데 새로 급성장하는 이머징 분야에는 인력을 조금 더 할애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로봇학과가 있지만 다른 과와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프트웨어도 로봇 하는 분들이 기본적인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것이지 그 뿌리까지 쳐다보고 바꾸겠다는 생각은 너무 일이 많아서 잘 안 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도 필요합니다. 저는 로봇 OS를 했는데 옛날에 루피라는 OS를 해 본 경험이 큰 촉진제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로봇도 산업을 키우고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 뿌리에 있는 학생들에게 로봇이라고 하는 완전체를 보여주면서 자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꿈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학생들에게는 벽을 넘어 경계가 없는 경험들을 많이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경계를 넘는 경험을 하도록 교육하는 사람들이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어떻게 보면 미국 학생들이 많이 하는 경진 대회도 한 방법인데 경진 대회 때 문제를 잘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문제를 내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시시콜콜하게 문제를 내면 안되고 도전할 수 있는 문제를 내야 합니다. 도전 정신이 어려운데 문제를 쉽게 내면 도전을 안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생각을 좀 더 열심히 하다 보면 국내 로봇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또 로봇 산업끼리 경쟁하는 것은 좋지만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모임들도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도권을 쥐고 파워를 만드는 게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공생할 수 있는 플레이 그라운드를 잘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로봇신문도 그런 역할을 많이 하는 것 같고 학회, 협회도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데 투자자도 자금을 쥐고 있고, 정부도 교육의 일환으로 그러한 것을 만들 수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한 놀이터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또 기업이 지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만들었는데 팔리지 않으면 지치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판매 장터도 정부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로봇을 연구하는 후배들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Easy-Going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끝이 좋은 일은 과정이 어렵고 과정이 쉬운 일은 끝이 좋지 않다”는 말이 기억납니다. 로봇이라는 것이 최첨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하에 무수한 시행착오를 통해서 개발이 이루어지고, 시장에서 혹독한 경쟁을 이겨내야만 성공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주저할 수 있겠지만, “우리 중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겠다”라는 각오로 로봇에 도전해 보기를 권합니다. 코가로보틱스가 여러분들의 선배로서 작은 힘이지만 거들겠습니다. ▒
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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