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로보틱스(대표 하정우ㆍ45)는 2017년 창업한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한국을 대표하는 서빙 로봇 스타트업이다. 식당을 직접 운영하면서 직원들이 서빙 같은 단순 반복적인 일을 힘들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빙 로봇을 통해 그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몇개월 만에 시제품을 만들고 그것을 기반으로 로봇 전문 회사를 설립한것이 오늘의 베어로보틱스다. 베어로보틱스는 서비스 로봇 기업 최초로 2020년부터 서빙 로봇 국내 양산을 시작했다. 그리고 2021년 미국을 기반으로 전세계에 5000여대의 서빙 로봇을 판매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주목 받았다. 지난 3월에는 서비스 로봇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면서 실리콘 밸리의 한국인 스타트업 가운데 차기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로봇기업으로 등장했다. 베어로보틱스는 이번 투자 유치로 2020년 소프트뱅크가 리드한 370억원 규모의 시리즈A를 포함해 누적 투자금액이 145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에는 투자금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인력충원과 마케팅을 통해 전세계에 1만대의 로봇을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활발한 영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본사에는 R&D 인력과 텍사스주 댈러스에는 물류, 배송, 판매, 재무 등110여몀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소재한 한국법인에는 80여명의 R&D 인력과 생산 관련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전세계에 판매하는 모든 로봇 제품을 한국에서 자체 생산시설을 통한 제조보다는 미국 기업들이 주로 활용하는 위탁생산(Contract Manufacturing)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현재 한국 시장은 KT를 통해, 일본은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를 통해 서빙 로봇을 판매하고 있으며, 주력 시장인 미국은 베어로보틱스가 직접 영업을 펼치고 있다.
서빙 로봇 위주에서 벗어나 최근 KT와 협력해 방역로봇을 새로 선보였다. 베어로보틱스는 단순한 로봇 공급기업이 아닌 글로벌 서비스 로봇 플랫폼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1000억원의 최대 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업무차 방한한 하정우 대표를 지난 4월 15일 성수동 베어로보틱스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나 창업과 투자, 미국에서 바라본 한국 기업의 기회,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가 지난 4월 15일 베어로보틱스코리아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대학교수가 꿈이었지만 엔지니어를 거쳐 사업가의 길로 들어서다
베어로보틱스를 창업한 하정우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텍사스 오스틴대에 입학해 2009년 바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를 마칠때쯤 인텔, 구글 등 기업에서 오퍼가 있었지만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나면서 미국에서 기업의 신규 채용이 중단되면서 학교 연구소에 잠시 있다 이듬해 인텔연구소에 입사해 처음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연구소에 들어 갔지만 연구보다는 제품을 만들고 제품을 개선하는 엔지니어가 적성에 더 잘 맞는 것 같아 구글로 자리를 옮겼다.
원래는 대학 교수가 끔이었지만 글을 쓰고 현실적이지 않은 연구가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꿈을 접고 엔지니어의 길을 걸었다. "우리가 필요한 제품을 구상하고 혁신하는 게 제가 생각하는 연구와 혁신이었기 때문에 지금 와서 보면 교수나 학계가 저와는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 대표는 그것을 늦게 깨닫고 엔지니어의 길을 걷다가 그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사업이라는 것을 후에 깨닫고 사업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실리콘밸리의 한식당인 강남순두부집을 인수해 투잡을 갖게 되었다. 이때가 2016년이다. 식당에 꿈이 있어서 식당을 한 건 아니었고 로봇 사업을 하려고 식당을 시작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식당을 해 보니 너무 힘들어 충격을 받았다. 일하는 게 힘들다 보니 직원들이 수시로 그만두게 되고 항상 일손이 부족해 구글에서 퇴근 후에는 무조건 식당에 매달려 일해야 했다. 그러다 엔지니어로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서빙 같은 단순 반복적인 힘든 일은 로봇을 사용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을 하면 할수록 몸이 힘들어지니 이 사업은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2017년 5월 베어로보틱스가 처음 선보인 서빙로봇 ‘페니’ |
무모했지만 구글 사표내 고 베어로보틱스 창업...단순 반복적인 일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 할 일
2017년 6년간 다니던 구글을 그만두고 베어로보틱스를 창업했다. 기계공학이나 로봇공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하드웨어를 잘 모르다 보니 무모했다. 하 대표는 하드웨어를 잘 알았으면 굉장히 고민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하드웨어는 어딘가 있을테니 그곳에 소프트웨어만 얹히자고 생각했지만 원하는 하드웨어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직접 개발을 시작하고 3D 프린터 도움으로 프로토 타입을 몇 개월 만에 개발 할 수 있었다. 또 다행히도 같이 있던 직원 하나가 로봇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어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어 식당에서 돌아가기 시작하니 하드웨어는 이렇게 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했다. 2018년 순두부집을 처분하고 본격적으로 로봇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제품을 넘어 본격적인 양산까지 가다 보니 기계공학, 전자공학, 소재, 생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를 모두 잘 하지 않으면 로봇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 대표는 "그래도 저는 CEO로서 인복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각 분야에서 훌륭한 분들이 들어와 책임을 져주니 어느 정도 지금까지는 잘 왔고 또 투자자분들도 잘 이해해 주어 회사가 어느 정도 잘 성장해 가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2020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주도로 37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으면서 개발과 양산, 인력 충원을 통한 확실한 기반이 마련되었다. 현재 베어로보틱스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다. 실리콘 밸리에는 90% 이상이 R&D 인력이고, 댈러스 지역에는 물류, 배송, 판매, 엔지니어링, 재무 등 지원 조직이 있다. 미국에는 약 110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또한 한국에도 R&D 인력 위주로 근무하고 있고 한국에서 제조를 하고 있어 관련 인력도 근무하고 있다. 한국에도 80여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어 미국과 한국을 합치면 전체 인원은 200명에 가깝다.
지금 전 세계는 아이디어가 넘치고 있는데 그 아이디어를 수행할 사람이 부족하다. 베어로보틱스는 최고 엔지니어들을 전 세계 어디에서라도 모두 채용할 생각이다. 그 중심이 실리콘 밸리와 서울이다. 회사는 최근 유치한 1000억원의 투자금 중 3분의 1 이상을 지속적인 인력 충원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또 오프라인 제품을 취급하다 보니 제품 운영 부문이 중요해 관련 조직도 구성할 예정이다. 설치나 AS, 과금, 시스템 관리, 자재 관리, 배송 등 모든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베어로보틱스는 한국에서 모든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자체 공장을 가지고 있지는 않고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구미에 있는 한 전자기업을 통해 위탁생산(Contract Manufacturing)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제조라는 영역은 또 다른 스킬이 필요하다는 것이 하 대표의 생각이다. 그러다보니 베어로보틱스는 잘하는 업체와 파트너를 맺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판매되고 있는 서빙로봇 '서비' |
안정적인 제품 공급과 품질에 만족하니 위탁 업체는 판매에만 집중하면 된다. 2020년부터 서빙 로봇 국내 양산을 시작해 2021년 미국을 기반으로 한국, 일본 등 전세계에 5000여대의 서빙 로봇을 판매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에는 작년보다 두배 이상 성장한 1만대 판매가 목표다. 오미크론 등 여러 변수들이 있지만 최근 판매가 살아나고 있어 올해 1만 대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비스 로봇 플랫폼 기업을 꿈꾸다
베어로보틱스는 지난 2월말~3월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2에서 서빙 로봇 이외에 KT와 방역 로봇도 출시해 선보였다. 또 서빙 로봇도 올해 계속해서 성능 개선을 해 나갈 예정이다. 회사는 직접 로봇을 개발하기보다는 협업이나 다른 고객의 요구사항을 지원하면서 베어로보틱스의 로봇 플랫폼을 이용해 빨리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돕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외식업 분야, 좀 넓혀서는 하스피탤리티(환대) 분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회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서비스 로봇 플랫폼 기업이다.
▲서빙 로봇 서비에서 음식을 서빙하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하정우 대표 |
하 대표는 최근 플랫폼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에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며 진정한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오픈 플랫폼이 되어야 하고 누구나 사용하기 싶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사회에 어떤 가치를 창출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남의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됩니다. 왜냐하면 그 기업에 종속적일수 있으니까. 그래서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신뢰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베어로보틱스는 자체적으로 상품을 개발해서 판매하는 것도 있지만 플랫폼으로 연동해서 나가는 제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제품 API를 사용해 자기네가 또 다른 하드웨어를 개발해 연동해서 무엇을 하는 것들이 이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방역 로봇도 그중의 하나다.
하 대표는 "제가 식당을 했을 때 3D 업종에서 고생하는 직종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좀 더 넓게 보니 그런 직종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창출하고자 하는 가치는 사람의 가치가 없는 힘든 것, 무거운 것을 나르는 일을 우리가 도와주자. 우리가 새로운 종류의 기술과 제품을 가지고 어떤 힘든 일을 하는 산업을 도와주는 일을 하자 라는 것이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라며 회사의 비전을 이야기 해 주었다. 이를 빨리 구현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모든 제품을 모두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해 우리가 잘하는 영역은 우리가 직접 하고 나머지는 다른 분들이 빨리 만들 수 있게 도와주자는 생각이다.
로봇에 대한 진입장벽 낮추는데 일조하고 싶어...
하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실제로 사업을 해보니 로봇을 만드는 게 어렵기 때문에 대기업도 섣불리 뛰어들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모두 우리가 한 것처럼 힘들게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기본 빌딩 블록을 만들어 놓았으니 이것을 사용해 원하는 제품을 만들라는 것이 저희가 주장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를 통해 회사가 돈을 버는 것도 있겠지만 로봇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아이디어는 많은데 투자금이 너무 많이 필요한 분야가 로봇입니다. 우리가 진입 장벽을 낮춰줄 테니 빨리 아이디어를 실현하라는 것이 회사가 나가고자 하는 방향이고 KT와 그런 부분에서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예를들면 KT는 이런 방역 로봇이 있으면 사업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어 그것을 우리가 가지고 있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와 빌딩 블록으로 빨리 만들 수 있으니 서로의 니즈가 맞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제품 기획에서 상품 출시까지 몇 개월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 대표는 "한국이 로봇 생태계를 만들어야 되는 것 중의 하나는 한국 제조업들이 컨트랙 메뉴팩처링(Contract Manufacturing)에 오픈 마인드를 갖고 일감을 많이 따와야 될 것 같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하 대표는 "한국 업체들은 컨트랙 메뉴팩처링 관련해서 영문 계약서도 준비가 안 돼 있지만 중국 업체들을 만나보면 이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컨트랙 메뉴팩처링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웬만한 업체에 가면 영어 잘하는 사람도 있고, 영문 계약서가 준비되어 있어 미국 사람들이 비즈니스 하기 좋게 되어 있습니다. 미국 사람 입장에서는 실제 한국이 훨씬 더 잘하는데도 커뮤니케이션만 보면 중국이 더 프로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는 제조 생태계가 대기업 중심이다 보니 1차 벤더, 2차 벤더 같은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중국은 좀 더 복잡한데도 해외 일감을 가져오기 위한 시스템이 굉장히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라며 한국 기업도 이제는 글로벌로 진출하기 위해서 탄탄한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식당에서 서빙을 하고 있는 서비 로봇 모습 |
국내 대기업이 중국산 로봇을 판매하는 것은 아쉬워...
하 대표는 직접 사업을 해보니 로봇 분야를 잘 아는 대기업들도 섣불리 투자를 못하고 중국산 저가 로봇을 구매하려는 것이 잘못되어 재고 쌓이고 하드웨어 투자했는데 잘 안 되면 힘들어 그럴것이라고 이해는 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아쉽기도 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히려 대기업이 먼저 이끌어 나가고 생태계를 구축해 주어야 하는데 대기업조차 중국 로봇을 유통하기 시작하고 이것이 대세가 되면 우리나라에 너무 손해가 아니냐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국내 스타업, 국내 생태계를 꾸리고자 하는 기업들이 힘을 받아야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과거에 느낀 충격이 과학 기술이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라며 과학 기술을 해야 된다고 하지만 막상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했더니 우리 초봉이 은행으로 간 친구들 초봉보다도 낮은 것을 보고 약간 배신감이 들었는데 지금 젊은이들이 그렇게 느낄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을 해야 된다고 정부에서 지원도 해주는데 정작 제품을 판매하려고 하면 기술을 갖고 창업했어도 판매할 곳이 없습니다. 그러면 처음부터 젊은 사람들을 창업으로 뛰어들지 못하게 하든가, 동기 부여를 했으면 성공할 수 있게 우리가 그 장을 마련해 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그러한 것을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삼성, LG같은 기업가(企業家, Entrepreneur)분들이 많았잖습니까. 이 대기업 1세분들이 따지고 보면 모두 왕년의 스타트업이었습니다. 미국의 시골지역에 가서 삼성, LG 제품을 보면 우리 선배들이 누군가는 여기까지 와서 이것을 판매하려고 엄청 고생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동을 받습니다. 그 뒤로 네이버, 카카오 등 나름의 스타트업이 있지만 이들이 성공하기에는 장이 굉장히 부족한 것 같습니다. 내수 시장은 작고 해외 진출은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의 저가 제품은 계속 들어오고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하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실리콘밸리에 자율주행 한다는 자동차 회사가 10개가 넘었지만 지금은 테슬라와 웨이브 밖에 없는 것 같다며 로봇도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식당에서 데모를 보여주는 것까지는 3~4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고 95%까지는 쉬울 수 있지만 95%에서 99%까지 가는 게 굉장히 오래 걸린다며, 스타트업들의 서빙 로봇을 보면 아직 우리처럼 양산 체제로 들어가지 못했다. 양산에 들어가서 신뢰성부터 단가를 맞추는 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기업이 뛰어들어도 우리만큼 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후발 주자보다는 오히려 중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오면 경쟁을 해야 해 더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현재의 미중간 무역분쟁이 우리에게는 기회...미국에 진출해 시장 확보해야
앞에서도 잠시 이야기 했지만 베어로보틱스는 현재 해외 및 국내 판매 로봇 제품을 전량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것은 그가 꼭 한국인이어서는 아니다. 인간 하정우로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업 대표로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이윤을 창출하려면 이기적인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그 당시를 하 대표는 이렇게 회고했다. "생산을 어디서 해야 좋을지 한국, 중국, 미국 3개국을 놓고 비교를 했습니다. 여러 업체들을 검토하고 마지막 한 업체를 남겨놓고 최종 검토를 했는데 그때만 해도 중국이 아주 유리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은 이미 미국과의 비즈니스 준비가 다 돼 있었습니다. 미국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것을 제공해주고 대화도 잘 되고 해서 그쪽으로 기울었는데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누구도 중국으로 출장을 가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한국은 그래도 외국에서 보았을 때 중국보다 편했습니다.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케이팝이나 K-드라마가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상당히 좋게 해줘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이미 한국에는 우리 회사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급하면 자기 업무가 아니라도 현장에 나가 지원을 해줄 수 있으니 한국으로 하자는 의견이 모아지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지금 미국의 많은 로봇 회사들이 중국에 양산하러 갔다 관리가 안 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 업체들은 대부분 스타트업들하고 일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지금의 저희 위탁 생산업체는 스타트업의 미래 성장성을 보고 우리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해 주었고 투자도 많이 해 주어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 대표는 현재 정치적인 문제로 인한 미중 무역 분쟁 때문에 중국과 비즈니스 하기가 어려워 한국을 밀어주고 있는데 막상 한국에 와 보면 이것이 한국에게는 기회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미국에서 바라보는 미중 분쟁의 여파는 굉장히 심각하다고 한다. 전체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든 미국에 가서 시장을 확보해야 하는데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미국에서 일감 가져와 국내 지방 기업에 주면 지방도 살아날 수 있어...
"10년 전만 해도 하드웨어를 한다고 하면 프로토 타입은 미국에서 만들 수 있지만 양산하려면 누군가 중국으로 가야 되잖습니까? 그런데 실리콘밸리 하드웨어 생태계의 큰 부분이 중국 컨설팅 업체들이었습니다. 프로토 타입 가져오면 우리가 제품을 분석해 가장 잘 양산할 수 있는 업체와 매칭해 주겠다는 겁니다. 심지어는 양산 설계도 해주고 업체와 계약도 해주겠다는 회사들이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미중 무역분쟁이 생기고 화웨이 사태가 생기면서 모두 철수했습니다. 저희도 소개받은 업체들이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우리도 이 회사를 통해 양산하려고 했는데 도움 받을 데가 갑자기 없어졌습니다. 이제는 미국도 무엇을 양산하려면 도움 받을 데가 없고 정보도 느려, 우리가 가서 일감을 따오기에 굉장히 좋은 타이밍인데 지금 영업하시는 분들이 없고 영업을 하려고 해도 이것을 서포트해 줄 만한 제조업체가 없습니다. 국내에도 지방에 가보면 제조업 생태계가 죽어가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것을 다 같이 합심해서 조금씩 바꿔 나가야 된다고 봅니다. 앞에서 해외 일감을 따올 수 있는 회사나 인력이 필요하고, 그것을 가져왔을 때 누군가 제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많은 경우 정부의 도움으로 산업들이 일어나잖습니까. 그러면 스타트업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스타트업과 프로젝트를 했을 때 보조금을 받거나 최소한의 리스크를 막을 수 있다면 열심히 영업할 것입니다. 10개에서 하나만 제대로 성공하면 됩니다. 그리고 좀 더 지혜를 발휘하자면 중국도 미중 분쟁 때문에 장사를 하고 싶어도 미국에 판매하려면 관세가 25%입니다. 그러면 소량 납품종 생산하는 기지를 한국에 세우고 중국에서 부품을 가져와 한국에서 최종 조립해 메이드인 코리아로 만들어 수출할 수 있으면 중국도 좋을 것입니다. 또 물류 시스템, 통관 이런 게 쉬워야 되고 대량으로 판매되는 상품은 중국이 아닌 베트남, 태국 등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들이 있습니다." 하 대표의 말을 듣고 있으니 지금이 정말 우리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정부나 정책 당국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이 있냐는 기자 질문에 하 대표는 "크게 보면 국내 스타트업들 또는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 와서 비즈니스 할 수 있게 물길을 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희 같은 기업이 그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미국 협력업체 중 한 두 군데를 한국에서 제조하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업체는 우리 도움이 아니었으면 생산 업체를 못 찾았을 것입니다. 어차피 정부 세금으로 많은 부분들이 돌아간다면 일부 예산이라도 이러한 부분을 위해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수입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국내에서 개발해 판매하는 기업들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고, 또 소량 다품종 고부가가치 산업을 위해 투자하는 기업들도 도와주고 수요처도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 쓰는데를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것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지방에 가보면 경치가 너무 아름다운데 분위기는 죽어 있습니다. 약간의 박탈감도 있고. 대기업들도 다 떠났는데 앞으로 무엇을 해서 먹고 살지 하는 막막함...그러다 보니 우리 같은 작은 기업도 환영해 주는 게 이해됩니다. 우리 기업 하나가 한국에 100명쯤 인력을 채용했다면 지방에 우리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이 벌써 수백 명 됩니다. 그런 것을 보면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서울에 있는 기업이 지방으로 내려오면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해외에서 일감을 가져와 지방에 주면 모두 윈윈 하는 것입니다. 또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내가 조립한 로봇이 전세계 식당에서 사용된다고 생각하면 자부심이 굉장히 커집니다. 그 자부심을 더 심어줄 수 있게 정부가 더 지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도 용감하게 창업에 뛰어드는 건 좋지만 실패에 대한 코스트가 제로는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실패를 용인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생각하고 해야 되는데, 그렇다고 너무 계산만 하게 되면 대기업 다니는게 훨씬 이득이다. 성공 확률, 기대 값을 계산해 보고 도전하는 게 스타트업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인생을 걸 만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하고 가치를 느낄 수 있다면 도전하고 아니면 그냥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배우거나 대기업 가서 배우는게 더 좋을 것 같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하 대표는 창업을 하고 싶으면 이미 창업한 선배들을 찾아가서 조언을 받는 것도 좋다고 이야기 했다.
▲베어로보틱스 코리아 입구에서 하정우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국내 로봇산업 발전하려면 수요처와 협력업체 지원해야
국내 로봇 산업이 어떻게 해야 좀 더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기자 질문에 하 대표는 "R&D 보다는 수요처와 협력업체에 투자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하드웨어는 아무리 R&D를 해서 원천 기술을 확보해도 이것을 만드는 게 빅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협력업체가 있어야 합니다. 협력업체가 여기에 투자를 해줘야 되고, 그 투자를 할 수 있게 도와줘야 됩니다. 오히려 수요처에서는 처음 만들어진 양산 이전 단계의 시제품 로봇을 대부분 안 쓰려고 합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보조를 해서 가격 부담이 않되면 구매할 수 있습니다. 식당이든 다른 수요처든 국내에서 제조된 로봇에 한해서는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 국내 시장 보호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장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만일 이러한 정책을 해외에서 문제 삼으면 그 나라 기업도 한국에 와서 제조하면 같은 혜택을 주면 됩니다. 한국의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에 와서 제조를 하라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1000억원이라는 큰 자금을 투자 받았지만 하 대표는 "투자를 받았으니 이제는 비즈니스를 위해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투자는 본업을 하기 위해서 받은 것이고 기회를 얻었으니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보였다.
현재 전세계 서빙로봇의 선두주자는 중국 키논(KeenOn, 擎朗智能)이며, 두번째 기업 역시 중국의 푸두로보틱스(Pudu Robotics, 普渡科技)다. 저가격을 무기로 전세계 서빙 로봇 시장을 공략하는 중국 기업에 맞서 한국산 제품을 가지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기업 베어로보틱스가 빠른 시간내에 유니콘 기업을 넘어 데카콘(기업가지 10조원 이상)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베어로보틱스 회사 연혁]
2017. 5 베어로보틱스 설립(미국 실리콘밸리)
최초의 서빙로봇 ‘페니’ 첫 선
75만 달러 규모 엔젤투자 유치
2018. 280만 달러 규모 시드 투자 유치
2019. 베어로보틱스, 미국 외식협회 100주년 기념 '키친 이노베이션 어워드' 수상
2020. 37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
2020. 서빙 로봇 ‘서비’ 국내 양산 시작
2022. 'MWC2022'에서 KT와 협력해 방역 로봇 공개
2022. 3 10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
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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