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휴머노이드’가 ‘전략산업’이 되면 달라지는 점

로봇신문사 2025. 1. 16. 14:56

 

 

 

▲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정부는 해당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했다. 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개발, 운영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로보너트’의 모습. (출처=Unsplash/Adlemi Mar)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약칭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이하 전략산업법)’은 ‘국가‧경제 안보와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정의하고, 해당 기술과 관련이 있는 산업 분야를 집중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법률이다. 초창기 ‘반도체 특별법’이라고 불렸던 그 법이다. 이 법은 관련 기술의 해외 유출을 적극적으로 막기 위한 ‘보호조치’ 역시 담고 있어 해당 산업과 관련 기업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법률로 지원 및 보호하는 기술 목록에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 분야가 포함됐다는 발표가 최근 나왔다.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가 다양한 산업의 핵심축으로 성장할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에 해당 기술의 지원 및 보호가 중차대한 요소라는 것이 정부의 시각일 것이다. 해당 법은 어떻게 지정됐고, 앞으로 어떻게 다듬어져 나갈까. 로봇 신문이 해당 법이 로봇 연구자 및 관련 기업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분석해 봤다.

 

관련 법 2022년 출범, 지난 해 말 ‘휴머노이드’ 포함

 

이 법안이 처음 시행된 건 2022년 8월이다. 이후 ‘어떤 기술이 국가 첨단전략산업과 관계가 있을지’ 지정하기 위한 ‘법정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했다.

 

정부는 이후 2023년 6월, 반도체 8개 기술, 디스플레이 4개 기술, 디스플레이 4개 기술, 이차전지 3개 기술, 바이오 2개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 및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15나노 이하급 반도체 관련 기술,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관련기술, 고에너지 리튬이차전지 관련 기술, 동물세포 배양‧정제기술 및 오가노이드 관련기술 등이 포함됐다. 기술을 지정한 이후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관련 산업을 결정하게 되는데, 이는 2024년 2월 결정됐다. 반도체 분야에선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산업 등이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됐으며, 디스플레이 산업에선 AMOLED, 퀀텀닷(QD),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mLED) 패널 산업 등이 들어갔다. 이차전지에선 고성능 배터리 및 양극재, 전극 등의 산업이 포함됐다. 바이오 분야에선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산업 등이 포함됐다.

 

로봇 관련 내용은 전략산업법 초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가 추후 끼워 넣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2024년 12월 20일 2개 기술을 전략산업법에 추가로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해당 기술과 관련된 ‘산업군’은 아직 지정하지 않았다.

 

우선 국방분야에서 ‘유·무인기용 15,000lbf급 이상 첨단 항공엔진 핵심 소재 및 부품기술’이 들어갔다. 따라서 1만5000파운드힘 이상의 추력을 내는 항공기 엔진을 개발, 제조할 수 있는 산업군이 해당 법률에 포함될 전망이다. 로봇기술과 관련해선 ‘휴머노이드 로봇’을 콕 찍어서 지정했다. 정확한 국가첨단기술 명칭은 ‘로봇’ 분야 ‘최고 속도 3.3㎧ 이상의 이동과 전신 조작 구현을 통해 20㎏ 이상의 중량물을 운반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구동기 및 프레임 설계·제조·공정기술’이다. 즉 ‘20kg 이상의 짐을 들고 초당 3.3m 이상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성능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할 수 있거나, 혹은 그와 관계가 있는 산업체는 전략산업법의 지원과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항공 엔진개발 및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산업군 지정은 앞으로 1~2개월 이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휴머노이드 로봇 제작이 가능한 몇 개 기업,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필요한 모터, 감속기, 프레임, 기계제어 인공지능(AI) 등의 개발 및 제조와 관련된 기업이 전략산업법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위원회 통해 관리… 혜택 적지 않지만 기술보호 의무도 생겨나

 

첨단전략기술과 산업은 한 번 지정되면 계속해서 유지되는 걸까. 기술의 급격한 변화를 생각하면 이는 타당하지 않다. 정부 역시 첨단기술 및 산업을 지정, 관리하는 위원회, 이른바 ‘첨단위(국무총리 주재)’를 운영하기로 했다. 첨단위를 통해 새로운 기술 및 산업을 계속해서 지정하고, 또 더 이상 첨단산업으로 관리할 필요가 없게 되면 목록에서 삭제하는 식이다. 보통 2년 주기로 검토될 전망이다.

 

해당 법의 적용을 받는 기업의 경우 혜택이 적지 않다. 우선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지정된 해당산업의 주요 거점을 ‘특화단지’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이 단지엔 원활한 투자를 위한 전력‧용수 등의 인프라 구축을 지원한다. 특화단지 용적률 인상도 큰 혜택이다. 일반 공업지역의 최대 용적률은 350% 정도인데, 첨단산업 특화단지의 경우 최대 490%까지 가능하다. 해당 산업군 기업이 필요로 할때는 1%대 저금리 정부 대출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조 원 등이 반도체 등 분야에 공급됐다. 올해에는 25.5조 원이 첨단전략산업 분야에 공급될 예정이다. 방산 및 로봇 분야가 신규 지정됨에 따라 이들 산업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펴 나가겠다는게 산업부의 의지다. 우선 올해 2025년에만 방산에 3.2조 원, 로봇(AI 기술 포함)에 5조 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 밖에 인재 양성을 위해 해당산업 관련 특성화 대학원 지원하고, 기업과 대학이 협력해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는 ‘계약학과’ 운영도 가능해진다. 특성화 대학원 설립 등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에 비해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병역특례업체 우선 선정, 이공계 석박사 연구인력을 고용할 경우 보조금 지원 등의 혜택이 있다. 학교의 경우 연구개발(R&D) 전문인력 교육프로그램 개발·운영하면 그에 대한 지원이 있다.

 

R&D를 진행할 경우 정부 사업비 지출 전 필수적인 예비타당성평가(예타)에 대해 특례도 받을 수 있다. 해당 산업 관련 연구기관, 기업 등에 대해 정부 연구개발비가 투자될 경우 예타를 면제하거나 신속처리 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밖에 인허가 신속 처리 등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인허가 과정에서 첨단위가 요청한 사안은 ‘타임아웃제’를 시행, 60일 이내에 관련 부처에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통과된 것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단점도 없지 않다. 기업입장에선 ‘기술보호’ 조항은 맹점이 있을 수 있다. 전략산업법의 영향을 받는 기업은 관련 기술의 해외 유출이 철저히 금지된다. 만약 개인이 국가 중요기술을 유출하면 더욱 엄중한 벌을 받는다. 기존 법에 의하면 최대 3년 이상의 징역과 15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게 돼 있는데, 전략기술법의 적용을 받는 업종의 경우 5년 + 20억 원으로 늘어난다. 더구나 해당 산업체에 근무하던 인력은 해외 기업 이직 제한을 받게 된다.

 

이 점은 기업 입장에선 해외 사업을 진행하는데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제품의 해외 수출이나 해외 공장설립 등의 과정에서 제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는 개별 사안마다 정부의 승인을 받게 된다.

 

이 점에 대해선 업종마다 느끼는 부담이 다를 수 있다. 같은 첨단전략산업에 속하더라도 ‘반도체’나 ‘의약품’의 경우 완제품의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이런 경우 제품 하나를 구매했다고 해서 기술이 유출된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는 로봇을 구입 한 다음 분해해 보면 대략 어떤 기술이 들어갔는지를 알 수 있다. 만일 휴머노이드를 국내에서 대량 생산한 다음 해외에 판매하고자 하는데, 이때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하게 되면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로봇 산업계에선 ‘두고 보아야겠지만 현재로선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상덕 로봇산업협회 정책팀장은 “일부 업종에선 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되자 반대 목소리가 불거지기도 했다”면서도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국가적으로 인정하고,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승민 기자 enhanced@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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