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산업현장에서 대부분의 산업용 로봇은 비정형 사물은 인지하지 못하고 정형화된 사물만을 취급하고 있다. 특히 요즘같은 비대면 시대에 떠오르는 물류분야 핵심 공정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픽킹 및 로딩 어플리케이션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왜 그럴까? 바로 산업용 로봇에 사물을 3차원으로 인식하는 ‘눈’과 이를 분석해 행동으로 연결하는 ‘뇌’가 없기 때문이다. 3차원 비전 센서를 활용하면 자동화가 어려웠던 공정에서도 로봇을 사용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할 기업은 비정형 공장자동화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성장하고 있는 스마트 로봇비전 솔루션 기업 ‘주식회사 씨메스(CMES. 대표 이성호)‘다. 씨메스의 주력사업은 인공지능 기반 6축 로봇 정밀 제어 솔루션 개발 및 3D 스캐너 제조 및 솔루션 개발이다. 지난 5월 4일 씨메스 이성호 대표를 서울 사무실에서 만나 씨메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로봇과 3D 비전은 국내에서 제일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동료와 창업 결심 씨메스(CMES)는 2014년 9월 대전에서 처음 설립되었고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하면서 주목받았다. SK텔레콤이 180개 기업중 10개 기업을 인큐베이팅 했는데 뛰어난 기술력으로 최종 우수기업 2개사에 선정되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2016년 SK텔레콤으로부터 약 10억원의 투자유치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창업 초기에는 작은 물체를 3차원으로 인식하는 검사장비를 주로 납품했다. 5~10㎛까지 작은 물체를 3차원으로 인식해 불량을 검사하는 장비로 아주 작은 물체를 인식하는 3차원 스캐너가 핵심 기술이다. 1975년생인 이 대표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미국계 회사에서 디스플레이 공정장비를 개발하는 R&D 조직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40살이 넘기 전에 내 회사를 하겠다는 생각에 동료들과 함께 창업했다. 지금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서명진 CTO도 당시 함께 일하던 동료로 당시 모두 대전에서 살고 있어 대전을 연고로 창업하게 되었다. 이 대표는 엔지니어로서 3D 비전을 국내에서 제대로 하는 기업이 없다보니 욕심도 생겼고 로봇과 3D 비전은 제일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어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로봇 비전 매출 늘고 미국에서 같은 스타트업 출현 보며 성장 가능성 발견하고 주력사업 변경 그렇게 회사를 설립하고 조금씩 성장해 갔지만 2019년 들어 로봇 비전 매출이 기존에 해왔던 검사장비 매출보다 더 커지기 시작했다. 그즈음 미국에서도 씨메스와 비슷한 3D 비전 솔루션으로 창업하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성호 대표는 로봇 비전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발견하고 회사 주력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때까지 열댓명의 인원이 먹고 사는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제품화를 위해서는 개발 인력을 빠르게 늘리지 않으면 경쟁사들에게 뒤처지겠다고 생각해 2019년 12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코오롱인베스트먼트로부터 50억원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으며 자금력을 확보했다.
씨메스는 '로봇'에 스캐너, 소프트웨어 등 '비전'을 결합해 ‘비정형 3차원 로봇 제어’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대기업들과의 거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로봇과 비전이 분리돼 있었다면 이 시스템은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로봇이 개별 사물을 인식해 규칙이 정해지지 않은 업무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생산라인이나 물류라인에서 사람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로봇은 정형화된 자동화에만 사용되었다. 눈이 없는 로봇에는 자기 위치를 알 수 있는 엔코더가 들어가 있고, 팔을 움직여 원하는 반복적 동작을 하게 하는 티칭 프로세스를 거치게 된다. 그러면 로봇은 정해진 포인트들을 반복해 동작하는 게 지금까지의 산업용 로봇 현실이다. 하지만 씨메스는 3차원적인 눈을 가지고 변화되는 패스(Path)들에 대해 대응하고 사람의 티칭없이 소프트웨어상에서 패스들을 만들어내는 솔루션이다. 3D 센서는 로봇에 넣기도 하고 분리해 장착하기도 한다. 로봇의 좌표계와 3D 비전 센서 좌표계를 정확하게 만들어 로봇의 포즈들을 결정해 로봇에게 보내주면 로봇은 보내준 6축 좌표계를 가지고 패스들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비정형 3차원 로봇 제어’ 시스템 개발해 자동차, 물류, 신발산업에 적용하며 기술력 입증 이러한 솔루션은 현재 다양한 산업군에서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차체 및 의장 공정에서 앞/뒤트렁크/선루프 등의 유리를 조립하는 공정에서 사용하고 있다. 차체 하부의 부식 방지를 위해 도장 전 단계인 하부 바디 실링(UBS:Under Body Sealing) 공정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또 비정렬로 적재되어 있는 자동차 부품들의 정확한 그립핑 포인트를 로봇에게 전달하여 오류 없이 픽 앤 플레이스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공정, 엔진 조립 및 의장 공장에서 로봇이 수행하는 나사 조립 과정, 차량 판넬 혹은 파트의 적재 및 취출 공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만도브레이크 공정, 모비스에 납품해 현장에서 실제 사용하고 있다. 씨메스는 처음 자동차 분야로 사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로봇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분야가 자동차 산업군이기 때문이다. 올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양산라인에 4기 정도 투입될 계획이며, 만도나 모비스에도 꾸준히 솔루션이 들어가고 있다.
물류현장도 중요한 고객이다.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제품 박스들을 인식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씨메스의 독보적인 기술력은 물류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고강도의 일과 위험한 업무를 로봇이 대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작업 환경의 안전도 및 업무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켜준다. 랜덤 디팔레타이징, 오더 픽킹(빈 픽킹), AGV/AMR(6축 위치 조정), 랜덤 팔레타이징 공정에 사용이 가능하다. CJ 대한통운에 납품해 사용하고 있다. 씨메스의 3D 비전 기술과 로봇 가이던스 솔루션을 통해 신발 제조업 현장의 필수 제조 공정을 자동화 함으로써 작업 환경의 개선 및 생산 효율성을 제고 시킨다. 페인팅 가이던스, 글루잉 가이던스, 버핑 가이던스, 슈 박스 픽킹 공정에 사용이 가능하다.
기반기술 자체 개발해 경쟁력 확보 기존 회사와 차별점은 씨메스는 이러한 기반 기술을 100% 자체개발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립 멤버들이 비전 전문가들이다. 특히 3D 비전은 국내에서도 톱(Top)에 뽑힐 정도의 기술력을 갖고 있고 연구소장은 로봇전문가다. 그러다보니 둘을 합치면 세상을 바꿀 기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창업을 했다. 로봇 업체는 비전기술을 잘 모르고 비전 업체는 소프트웨어나 비전기술에 치중하지만 3D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업체는 많지 않은데 씨메스는 두 분야 모두 강점을 갖고 있다. 해외에서 수입된 오프-라인 프로그래밍(Off-Line Programming)이라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이러한 제품들은 로봇이 어떤 자세를 할 수 있을까, 로봇의 위치는 어디가 최적일까, 로봇 공정을 어떻게 디자인할까를 시뮬레이터로 확인하는 수준이라면 씨메스 솔루션은 시뮬레이터에서 티칭된 로봇 패스를 그대로 현실로 가져오는 제품이다. 이 대표는 “로봇 시장은 자동차 시장도 크지만 전통적으로 로봇을 사용하지 않던 물류나 식품, 의료, 바이오 분야도 많이 쓰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분야 엔지니어들이 로봇을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우리 시뮬레이터 안에서 쉽게 인테그레이션하고 그것을 그대로 현실로 갖고 올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씨메스는 제품화 패키징을 준비하고 있다. ‘이퀄(EQUAL)’이라는 브랜드는 ‘Virtual=Real(가상과 현실이 같다)’의 뜻으로 시뮬레이션을 현실과 동일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브랜드다. 이퀄이 제공하는 2D/3D 비전 기술 및 AI 예측 기술, 로봇 동작에 대한 플래닝 기능과 3차원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하여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에러들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다. 이퀄을 통해 아이디어를 다양한 환경의 현장에서 그대로 구현시킬 수 있다.
유사 공정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 패키지 개발...RaaS 기업으로 변신 도모 현재는 특수 목적에 맞는 패키지들을 먼저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 물류 패키지, 자동차 패키지, 신발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패키지가 그것이다. 지금까지는 소프트웨어를 커스터마이징해서 목적에 맞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주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대량 판매 패키지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씨메스가 패키지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제품 공급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현재 3D 비전은 소프트웨어 포함해서 5000만 원 정도인데 몇 년 안에는 가격 파괴가 시작 될 것으로 예측된다. 1차 시뮬레이터를 만드는데 1년 이상 걸렸고, 완벽한 시뮬레이터를 만드는데 1년 이상 시간이 더 걸릴 예정으로 내년 초쯤 발표할 계획이다. 회사 목표는 로봇을 공정에 도입하려는 엔지니어가 씨메스 시뮬레이터에 컨베어, 그리퍼 등을 넣고 스스로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는 버전까지 만드는 것이다. 유사 공정에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솔루션 패키지 개발을 통해 구독형 로봇 소프트웨어 제품(RaaS)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는 엔지니어들을 충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50명 정도로 작년 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기업을 빨리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가 성장하고 제품화를 하려면 엔지니어가 많이 필요하고, 이 단계는 기업이 한번은 거쳐야 되는 단계이기도 하다. 씨메스는 퀄리티 높은 시뮬레이션을 만들기 위해 게임 회사 엔지니어까지 뽑아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전체 50명의 인력 중 35명이 엔지니어고 개발 엔지니어도 20명이 넘는다.
미국 지사 설립해 글로벌 시장 진출...물류시장 공략 작년 말에는 미국 시애틀에 지사를 설립했다. 미국에 지사를 설립한 것은 북미지역이 물류부문의 로봇 사용이 31.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 2020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Top10 물류기업중 8개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을 만큼 물류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씨메스는 로봇 활용 니즈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지역을 최우선 타겟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 물류 자동화가 로봇 자동화될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미국 기업들에게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물류 분야 하나만을 보고 미국 시장에 뛰어 들었다. 씨메스는 로봇이 가장 많이 보급되어 성장할 산업군 중 첫 번째가 물류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두배 이상 증가한 60억 정도로 보고 있다. 올해 들어 자동차 기업의 투자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매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2년 정도 지나면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을 맞이하면서 생산직이 많게는 30% 정도 줄어들 예정이라 자동화가 시급하다. 이 대표는 “로봇 엔지니어가 현장에서 티칭하는 것을 없애는 것이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라며 “결과적으로는 로봇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씨메스의 경쟁력은 입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3차원 비전 테크놀로지와 로봇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조합된 기술이다. 그래서 로봇 비전 필드에서는 국내에서 경쟁할 회사가 없다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외국계 로봇기업 및 국내 로봇기업과 협업 통해 3차원 비전 솔루션 공급 씨메스는 현재 외국계 로봇 기업인 ABB, 가와사키를 비롯해 한화, 두산로보틱스 등의 국내 로봇기업들과 파트너 계약을 맺고 있다. 이들 회사의 로봇을 실제로 판매하려는 목적 보다는 로봇 기업들이 로봇을 판매할 때 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씨메스의 3차원 비전 솔루션이 ABB와 같은 글로벌 로봇 기업에 옵션 제품으로 지정되는게 목표다. 한화 협동로봇, SK텔레콤과 5G 인더스트리 과제도 함께 했고, 두산로보틱스는 독일 오토메티카 전시회에 씨메스 센서를 장착한 로봇을 출품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로봇 비전은 프론티어 사업이라 가장 어려운게 시장을 여는 것 입니다. 엔드 유저를 찾아가고 이해시켜야 됩니다. 그러다 보니 초기 폭발적인 매출은 없지만 첫 번째가 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업을 직접 해 보니 “좋은 엔지니어를 뽑는 게 가장 어렵다”며.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겪는 문제인데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는 중간 리더급엔지니어를 뽑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동화할 수 있는 데는 이미 다 자동화가 되어 있다면서, 사람이 해야 되는 일중 남은 부분에서 비전을 이용한 자동화가 가장 많은 포션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이 하고 있는게 비정형 자동화인데 거기에서 프론티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나 정책 당국에 대한 건의 사항이 있으면 말해 달라는 질문에 이 대표는 “스타트업, 특히 신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하기가 진짜 어렵고 특히나 자동화 분야는 더 어렵다.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신기술을 같이 개발하는 과제들을 수행하면 대기업에 가산점을 주거나 법인세 혜택을 주어 도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해외에서 비싼 비용을 들여서라도 검증된 솔루션을 사용하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기술 부족으로 실패하는 경우 굉장히 많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자동화와 해외 자동화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 국내 업체를 키워야 되는데 상당히 인색한 게 현실이다. 그런 부분들을 적극적이고 도전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내 대기업들이 협동 로봇 시장에 뛰어든건 환영할 일이지만 로봇산업에 더 투자해 해외 로봇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게 국산 로봇기업들도 세계화를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회사 연혁] 2014. 주식회사 씨메스 설립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 1기 선정 (180개사 중 10개사) 벤처기업 인증 2015.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서울) 2016. SK텔레콤 투자 유치 2017. Universal Robot 인증 개발사 등록 (CSI) 2018. 한국 가와사키 로보틱스 판매점 계약 나이키 신규 설비업체 등록 및 발주 LG화학 벤더 등록 현대차 3D로봇 R&D 프로젝트 수주 ABB Korea와 기술 MOU 체결 2019. Photoneo社, LUCID社 국내 총판 계약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 인베스트먼트 투자유치 2020. CMES NEW CI 런칭 자회사 CMES USA 설립(미국 시애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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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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