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기술 기반 창업 인터뷰' 코너는 한국로봇학회와 로봇신문이 공동으로 기획하는 시리즈물로 미래 한국 로봇산업을 이끌어 갈 로봇 스타트업을 발굴해 소개하는데 있다.
Q. 필더세임(Feel the Same)이라는 회사 이름만 들어도 무슨 회사인지 알수 있을 듯 하지만 간단한 회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필더세임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를 연결해주는 혁신적이고 실용적인 착용형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소프트 센서를 제작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의 움직임을 측정하고, 다양한 감각을 전달해주는 소프트 센서 시스템, 그리고 이를 이용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이플렉스(HiFLEX)라는 소프트 센서, 몰리센 핸드(Mollisen HAND)라는 소프트 센서 장갑, HipFLEX라는 힙밴드, HomeFLEX라는 홈트레이닝 서비스를 개발하였습니다. 2017년 7월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교원 창업 기업으로 설립되었으며, 2021년 4월 현재 대표 포함 총 13명이 근무하고 있고, KDB 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등에서 투자를 받았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TIPS 사업, 빅 3 사업 등에 선정되어 가상현실/증강현실,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2019년, 2020년 연속으로 CES에 참가하였으며, 특히 2020년에는 VR/AR관에 독립 부스를 만들어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또한, 전세계 게임 개발자들이 참여하는 GDC(미국 샌프란시스코), 웨어러블 기술의 전시장인 웨어러블 엑스포(Wearable EXPO:일본 도쿄)에도 참가하여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2018년 2월에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직접 시연도 하였고, 2018년 9월에는 비욘드 팁스(Beyond TIPS), 11월에는 팁스 그랜드 컨벤션(TIPS Grand Convention)이라는 TIPS 팀들만 참여한 대회에서 최우수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인간-로봇 상호작용 시스템, 착용형 로봇, 소프트 로봇, 생체 모방 로봇 등입니다. 박사 학위 기간 중에는 외골격을 이용한 하지 보행 재활 로봇, 하지 움직임 측정 센서 시스템, 보행 분석 알고리즘 개발에 대해 연구하였고, UNIST에 부임하고 나서는 이를 확장하여 손, 팔을 위한 상지 착용 시스템, 이를 이용한 원격 조종 로봇 인터페이스, 가상현실을 위한 손가락 역감 전달 시스템, 손 재활 및 움직임 분석을 위한 시스템 등을 연구하였습니다. 이러한 착용형 시스템을 연구하면서, 사람이 간단히 착용할 수 있고, 정확한 움직임 측정이 가능한 센서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소프트 센서 연구를 시작하였고, 이것이 창업의 근간이 된 기술이 되었습니다.
Q. ‘소프트센서 글러브’라는 제품을 개발하셨는데 제품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소프트 센서는 부드럽고, 유연하며, 신축성이 있는 센서를 뜻합니다. 소프트 센서 연구는 기계공학과를 비롯하여, 재료공학과, 화학공학과 등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고,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다양한 제작 방식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소프트 센서는 재료의 특성상 제작하는 방식, 제작하는 사람의 숙련도 등에 따라 성능이 일정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희 실험실에서는 소프트 센서 성능이 일정하고, 원하는 성능대로 생산할 수 있는 제작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이 기술을 이용하여 소프트 센서 양산, 외부 장치들과의 안정적 연결, 착용부와 결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과의 연동 등을 개발하였고, 몰리센 핸드(Mollisen HAND)라는 소프트 센서 글러브를 개발하였습니다. 몰리센(Mollisen)이라는 이름은 소프트라는 의미의 라틴어 몰리스(mollis)와 센서라는 의미의 센소렘(sensorem)을 결합하여 소프트 센서라는 의미로 만들었습니다. 이 장갑 안에는 다섯 손가락의 10개 관절 각도를 측정할 수 있는 소프트 센서가 내장되어 있으며, 손가락 끝의 압력을 측정할 수 있는 압력 센서, 손가락 끝에 진동을 전달해줄 수 있는 진동자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 센서 자체가 부드럽고, 유연하고, 신축성이 있어서 장갑 내부의 센서로 인한 이물감이 없으며, 다수의 센서를 하나의 센서 시트로 만들 수 있어서 장갑을 작고, 가볍고, 간단한 구조로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이를 이용한 프로그램을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유니티(Unity), 언리얼(Unreal) 엔진을 지원하는 API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소프트 웨어러블 시스템의 용도는 무엇이고 최근 소프트 웨어러블 시스템에 대한 기술 동향이나 시장 동향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웨어러블 시장은 간단하게는 스마트 워치부터 복잡하게는 외골격 로봇까지 폭넓게 있습니다. 소프트 센서는 부드럽고 신축성이 있는 센서의 특성으로 인해, 사용자에게 착용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 시키면서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여 다양한 웨어러블 시스템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모션 캡쳐 기술은 카메라를 이용한 기술, 착용형 시스템을 이용한 기술로 나눌 수 있는데, 카메라를 이용한 기술은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지만, 가격이 매우 비싸고, 이동성이 제한되며, 손 같은 작고 복잡한 관절 움직임은 카메라 가림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Q. 소프트 센서를 통해 가상세계와 상호작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설명 부탁 드립니다.
회사에서 개발한 몰리센 핸드 장갑을 이용하면 다섯 손가락의 10개의 관절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손가락 끝의 압력 측정, 손가락 끝에 진동 전달도 가능하여 사용자의 움직임을 가상세계에 전달해주고 가상세계에서 발생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의 가상현실 기기들은 리모컨 형태의 컨트롤러를 사용했는데, 이를 이용하면 가상공간의 내 손은 물건을 잡는 동작을 하는데, 실제 내 손은 버튼을 누르는 동작을 하고 있어서 가상현실의 몰입감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가상공간에서 복잡한 동작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성능을 인정받아 저희 소프트 센서 장갑은 다양한 가상현실 어플리케이션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올해 1월 MBC에서 방영된 VR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인데요, 여기에서는 사별한 부인을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하여 만나는 것이 방송되었는데, 저희 장갑이 사용되어 가상공간의 부인과 손을 맞잡고, 돌탑을 함께 쌓는 등의 동작을 할 수 있었고, 이 동작들은 모두 손가락의 정확한 움직임 측정이나 감각 전달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들입니다.
이 외에도 가상현실에서 헬리콥터, 자동차를 수리하는 트레이닝을 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되었고, 저희 장갑을 이용한 VR 방을 운영하던 회사에서는 호러 방탈출 게임을 개발하여 서울 강남점, 부산 해운대점에서 실제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간단하게 착용하여 정확한 손가락 움직임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버추얼 유투버(캐릭터를 이용한 유투버)들도 저희 장갑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Q. 연구하면서 가장 큰 애로 기술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학교에서 연구하면서 애로 기술은 별로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애로 기술이라는 것들이 우리가 연구해야 할 연구 주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학교 연구는 실패할 수도 있고, 다만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큰 문제는 없었는데, 회사에서 제품, 서비스를 개발하면서는 여러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실험실에서 개발한 소프트 센서 제작 기술도 상당히 양산성이 좋은 편이었지만, 수율을 더욱 높여야 하는 기술, 소프트 센서의 성능을 최대화하면서 사용자들이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장갑의 재질, 구조 개발 기술, 소프트 센서의 신호를 측정하고 외부 컴퓨터 등과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소형 보드 개발 기술, 수신한 소프트 센서 신호를 이용하여 다양한 엔진을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쉽게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API 개발 기술 등, 학교에서 연구할 때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기술들이 제품화를 위해서는 많이 중요했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저희도 잘 모르는 것들이 많아 외부 업체에 맡기기도 했는데, 외부 업체를 관리하고 원하는 성능을 얻기 위해서는 저희도 관련 기술에 대한 것을 알아야 했고, 저희 회사에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공부했습니다.
Q. 2017년 처음 창업을 하시게 된 동기가 있다면?
창업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학교 실험실에서 소프트 센서 기술을 한창 개발하고 적용하고 있던 2017년 2월에 선보엔젤파트너스라는 엔젤 투자사가 저희 특허, 기술을 듣고 찾아왔고, 창업을 권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창업에 전혀 생각이 없었기에 처음에는 거절하였지만, 약 6개월 정도 창업 관련 교육을 받고, 공부를 해보면서 창업도 기술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2017년 7월 창업하였습니다. 개발한 기술로 논문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일상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소프트 센서를 연구했던 학생들이 졸업할 때가 되었는데, 다른 회사나 연구소를 가는 것보다는, 스스로 연구했던 기술을 통해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을 보여준다면 공대, 대학원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Q. 창업을 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창업에 대한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창업에 대해 많은 것을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초기 투자자들이 창업 과정에서 많이 도와주기도 했고, 저도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만, 시장에 대한 조사가 부족했다는 점이 어려웠습니다.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고, 저도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에 기술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당연하게도 회사는 시장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데, 우리 기술이 가장 필요한 시장은 어디이고, 그 시장에 어떻게 진출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부족던 것 같습니다.
Q. 최근 코로나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작년 실적은 어떠했고, 올해 목표가 있다면...
코로나로 인해 협업하던 회사들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협업이 중단되거나, 이로 인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목표했던 수준의 상당 매출은 달성하였고, 오히려 코로나 상황을 이용하여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갖게 되었습니다.
소프트 센서 장갑은 주로 가상현실 관련 기업들이 구매하여 사용해 매출이 발생하는 B2B 시장이 주였는데, 이는 개인 사용자가 소프트 센서 장갑을 기존의 게임 등의 프로그램에 연결하여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올해 상반기에 일반 사용자들이 기존 프로그램과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출시하여, VR 챗, 하프라이프:알릭스(Half Life: Alyx) 등의 가상현실 유명 프로그램과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B2C 시장에 진출하고 매출을 신장시킬 계획입니다.
모션 캡쳐 시장에서 손가락 움직임 측정을 위한 솔루션은 아직 부족한 상황입니다.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한 곳에서는 카메라 기반의 모션 캡쳐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지만, 손가락 움직임까지 동시에 측정은 못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로 대략의 움직임을 구현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소프트 센서 기술을 활용하여 손가락의 정교한 3차원 움직임 측정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메타버스로 일컬어지는 가상공간에서의 다양한 활동이 가능할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홈트레이닝 시장이 매우 커지고 있는데, 미국의 펠로톤(Peloton)이라는 회사가 대표적입니다. 이 회사는 실내 자전거 시스템을 이용하여 온라인으로 트레이너와 함께, 다수의 사용자들과 함께 운동할 수 있도록 하여 재미있고 효율적인 홈트레이닝이 가능합니다. 저희 회사에서 개발한 소프트 센서를 홈트레이닝에서 사용되는 소도구에 부착하여 재미있고 효과적인 홈트레이닝이 가능한 시스템을 홈플렉스(HomeFLEX)라는 이름으로 개발하고 있고, 초기 제품으로 힙플렉스(HipFLEX)라는 힙밴드를 개발하고 있는데, 스쿼트 등의 하지 운동에 사용할 수 있으며 운동 상태를 소프트 센서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온라인 트레이너, 다수의 사용자와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 외에도 업체들과의 NDA 때문에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소프트 센서를 자동차, 로봇 등의 분야에 활발히 적용하고 있습니다.
Q. 향후 필더세임 회사의 비전이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회사 비전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를 연결해주는 혁신적이고 실용적인 착용형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으로 소프트 센서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단계의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톰 크루즈가 홀로그램 같은 화면을 넘길 때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영화가 나온지 거의 20년이 되었는데도 이러한 시스템이 개발되지 못했던 이유는 사람의 움직임을 편하고 정확하게 받을 수 있는 인터페이스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국 로봇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조언을 해 주신다면... 다들 워낙 좋은 연구를 많이 잘 해주고 계셔서 제가 감히 조언할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다만, 연구실에서 개발된 좋은 로봇 기술들이 단순히 논문으로만 그치지 않고 사업화가 되어 많은 분들에게 사용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Q. 스타트업으로서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이나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를 위해 제안이 있다면...
중소벤처기업부로 이름이 바뀌고 정부에서도 창업을 많이 장려하면서 정부 지원 창업 과제나 정책 자금들이 많이 생겨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국가 과제를 해보고, 회사에서도 국가 과제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회사에서 작성하는 제안서나 학교에서 쓰는 제안서가 다른 것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회사에서 수행하는 제안서를 쓴다면 유사한 형태의 제안서를 쓰는 것이 맞겠지만, 사업화, 창업을 위한 제안서도 유사한 형식, 규제가 있어서 당황스러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창업, 사업화를 위한 국가 과제의 경우 제안서 양식, 사용에 대한 규제가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회사 연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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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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