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연구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 회장 취임 인터뷰

로봇신문사 2024. 5. 27. 09:52

 

한국로봇산업협회는 1999년 설립한 로보틱스연구조합을 모태로 설립된 이래 국내 로봇산업 발전을 이끄는 로봇 기업들의 구심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이하면서 세계 3대 로봇강국 도약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앞두고 제 11대 김진오 회장 시대를 열었다.

 

지난 2월 28일 한국로봇산업협회 제11대 회장에 취임한 김진오 회장은 국내 로봇 분야의 석학으로 기업, 학계를 거치면서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누구보다 로봇산업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김 회장 만큼 실제 산업에서 사용하는 로봇을 설계하고 개발한 사람은 국내에 없을 정도로 로봇 디자인 분야에서는 독보적이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제4차 지능형 로봇기본 계획을 시작하는 첫 해이면서, 2030년 세계 3대 로봇강국 도약을 위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는 중요한 해이기도 하다. 산업계와 학계에서의 오랜 경험뿐만 아니라 산업자원부 지능형로봇기획단장, 차세대성장동력추진특위 지능형로봇분야 실무위원장, 로봇산업정책포럼 회장, 로봇융합포럼 실무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정부 정책 입안에 많은 기여를 해 누구보다 정부의 정책 및 산업 흐름에 높은 혜안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만큼 로봇산업계에서 김 회장에 거는 기대는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정부 및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보조를 맞춰 100만대 로봇 보급을 통한 국내 로봇 산업 발전을 어떻게 펼쳐 나갈지, 협회를 어떻게 시대 변화에 맞게 탈바꿈시켜 로봇 기업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로봇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로봇산업 강국 도약을 선도하는 대표 로봇사업자 단체"인 한국로봇산업협회를 이끌어 나갈 김진오 회장을 지난 23일 서울 용산 한국로봇산업협회에서 만나 향후 협회 운영 방향과 임기 내 중점 추진 분야, 국내 로봇산업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등에 대해 일문일답 형식을 빌어 들어봤다.

 

 

 

▲한국로봇산업협회 김진오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Q. 로봇전문가로 회장에 취힘해 그 만큼 로봇인들의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 취임 소감 부탁드립니다.

 

한국로봇산업협회와 로보틱스연구조합의 존재 이유는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로봇 기업 중심으로 국내 로봇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공동의 노력을 추진하기 위함입니다.

 

기대가 큰 만큼 많은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부담이 큽니다. 움직이는 것은 모두 로봇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자율주행 기술도 로봇에서 나온 것입니다. 로봇을 활용하고자 하는 제조 및 서비스 기업의 Robot Automation Transformation은 전 산업으로 확산이 되고 있으며, 로봇사업을 추가해서 빌드업 하려는 기존 기업의 Robot Business Transformation도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로봇의 파급효과는 현재 모든 산업에 미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로봇산업 경쟁력이 바로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므로 이 역할을 협회는 무겁게 받아들이고 노력하도록 할 것입니다.

 

Q. 로봇을 잘 알고 계신데, 현재 국내 로봇 산업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아직도 로봇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로봇산업에서만 잘 하길 바라는 것은 어렵습니다. 로봇을 기술혁신으로만 본다면 로봇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는 제조업 현장뿐일 겁니다. 로봇은 사회혁신이 된 다음에 또는 사회혁신과 함께 발전하는 기술혁신에 해당합니다. 제조업에서는 이미 사회혁신(대량생산)이 되어 있었기에 기술혁신으로 로봇을 투입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큰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소방로봇의 경우를 분석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정부 지원으로 개발한 로봇 대부분이 사회혁신이라는 장벽 앞에 멈추게 됩니다. 사회가 받아주지 않으면 즉 사회혁신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 사회/공간에서는 새로운 로봇의 기술혁신은 자리 잡기 어렵습니다. 서비스 로봇의 대부분은 사회혁신을 먼저 요구하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는 유일하게 이런 사회혁신을 생략하고 기술혁신만으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 도전하는 로봇에 해당합니다.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며 홍보에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생태계 측면에서는 현재 사회에서 필요하고 바람직한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습니다. 먼저 로봇시스템을 만드는 분야별 전문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제가 협회 회장에 선출되고 나서 2000년대에 미국 로봇산업협회 회장을 역임한 두 분에게 회장으로서 제일 중요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두 분 모두 로봇시스템 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로봇 기업과 사용자 기업을 연결해주는 시스템 기업은 로봇의 단순한 기능을 활용해서 주어진 사회적 목적(제조와 서비스)을 달성합니다. 이들 시스템 기업 생태계가 잘 구축되어 있어야 모든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이 혜택을 볼 수 있고 또 로봇 기업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을 SI(System Integrator:시스템통합업체)라고 하는데 이제부터는 SA(System Architecture:시스템 아키텍)로 부르자고 제안합니다. SI라고 하면 뭔가 기술력이 낮은 업체의 느낌을 주는 현실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싶습니다. 이들은 로봇과 작업을 위한 수많은 주변장치 그리고 인간과 환경 공간을 포함하는 새로운 작은 사회(공간)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건축가에 해당하는 존경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로봇개발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대부분 시스템은 존재하는 로봇을 이용하는 SA에서 담당하겠지만, 기존의 로봇으로 어려운 새로운 작업에 새로운 로봇이 필요할 때에 가장 적합한 로봇을 개발해주는 로봇개발서비스 생태계가 우리나라는 일본과 비교하면 매우 취약합니다. 돈이 되지 않고 시간이 걸리는 어려운 일이라서 매출이 크지 않으니 국가적 관심도 낮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개발해 준 로봇을 기반으로 로봇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들은 엄청난 규모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로봇솔루션 기업의 큰 성장을 도와주는 로봇개발서비스 기업의 역할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로봇개발서비스 전문기업은 로봇뿐만 아니라 사용자 요구에 따라 개발해주는 소프트웨어, 제어기, 센서, 모터 등 부품 기업들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로봇산업협회 김진오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Q. 지금 로봇산업에서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로봇사업은 사람에 의존하는 지식산업이며 대부분 전문기업이 담당해야 하는 사업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기업의 로봇사업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웨스팅하우스가 인수한 최초의 로봇기업 유니메이션을 포기한 이유, 일본 대기업 후지쯔가 17년 동안 키운 다음에 1972년에 화낙(FANUC)을 분사시킨 이유,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업들이 IMF 이후 로봇사업을 중단한 이유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로봇산업의 빠른 성장은 전문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삼성전자가 지분 투자하고 도와주면서 일어나는 변화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효과적인 하나의 역할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올바른 역할을 찾고 실천하는 것이 로봇산업의 빠른 성장을 위해서 매우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로봇의 정의도 쉽지 않은 것처럼 로봇산업의 특성을 정의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분야별로 매우 다른 산업특성을 가집니다. 제조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이 매우 다르고, 서비스 로봇에서도 응용 분야별 기술과 비즈니스 형태가 매우 다릅니다. 이들의 특성을 반영하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선진국에서의 경험을 제대로 이해하고 빠르고 효과적인 전략을 만드는 것도 해야 합니다. 분야별 로봇 로드맵도 만들 계획입니다.

 

Q. 취임 후 협회 운영방향과 올해 집중적으로 추진해 나갈 사업이나 업무가 있다면.

 

아무런 기반도 없었던 1999년 시작 시점과는 달리, 현재는 협회 조직과 구성원이 잘 갖추어져 있고 경험도 많이 축적되었기 때문에 크고 중요한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협회 임직원들이 마음고생도 많이 했는데 앞으로는 마음고생 하지 않고 국가와 로봇산업만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지금은 매우 열악한 공간에서 일하고 있는데, 서울시의 도움을 받아서 해외 손님이 방문해도 부끄럽지 않은 공간을 확보해서 임직원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협회의 회원사를 현재 219개에서 500개로 빨리 늘려가려고 합니다. 진흥원과 협회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도록 노력할 것이고 회원사에 도움이 되는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로봇을 활용하는 산업 분야의 협회와 더 활발한 교류를 통해서 그 성과가 로봇 기업에서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Q. 회장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데 이것을 임기 중에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 목표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어도 경험적으로 보면 추진과정에서 발목 잡는 사람들은 항상 많이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가능한 한 그 방향으로 빠르게 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부(산업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로봇산업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정책과 전략을 수립해서 추진하도록 돕고, 가장 경쟁력이 있는 분야별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다 잘할 수는 없으니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시작한 푸드테크 로봇협의회에서 좋은 전략을 준비해서 꾸준히 추진한다면 K-Food와 함께 큰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만큼은 3대 강국이 아니고 1대 강국이 되는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로봇을 100개 분야로 나눈다면 적어도 10개 분야에서는 1대 강국, 30개 분야에서는 3대 강국, 50개 분야에서는 5대 강국이 되는 미래를 상상해 봅니다.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을 주면서 1대 강국이 될 수 있는 분야를 빨리 찾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후계자 양성도 할 계획입니다. 앞으로의 협회 회장은 로봇산업과 사업을 이해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를 먼저 위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왜 회장이 되려고 했나요 하는 의문을 생기게 만드는 사람은 회장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 협회에서 회장/부회장/이사라는 직은 각각 어떤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자리입니다. 우리 로봇산업 공동체는 이제부터는 개인에 의해서 멈추거나 후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국로봇산업협회 김진오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Q.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이 올해부터 5년간 시작되었습니다. 초기 기본계획 수립에 깊이 관여하셨던 전문가로서 조언을 해 주신다면.

 

우리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현재의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앞으로 10년 동안 로봇 분야별 국가 순위가 모두 결정될 것이고 그 순위는 바꾸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 시작하는 제4차 5개년 기본계획은 매우 중요합니다. 100만대 로봇 보급이 그중에 제일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100만대가 보급되면 로봇산업이 성장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선진화/고도화된 사회가 되었다는 의미가 더 중요합니다. 100만대 보급 달성을 위해서는 협회 내부적으로는 500만대 보급 계획을 세워서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조 공장이 Lights-out factory로 전환되도록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식당의 주방에는 로봇만 들어가 있는 미래를 우리나라가 가장 앞당겨 추진해야 합니다. 국방에서도 로봇으로 모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로봇개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어떻게 100만대 목표가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매우 중요한 획을 긋는 목표를 세워준 것이라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정책 당국이나 기업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로봇산업 육성을 결정하고 크게 투자하고 지원하고 있으니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열심히 합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길을 함께 찾을 수 있도록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이 논쟁하더라도 우리 전체는 국가와 민족 앞에 하나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협회를 방문할 때 뭔가 도움이 되는 하나를 가져오면 협회에서 배로 받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협회는 가치 있는 어떤 도전이라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 김진오 회장은 1959년 경남 거창 출생으로 1983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으로 석사, 1992년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로보틱스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일본 세콤 지능형시스템연구소 연구원, 삼성전자 생산기술센터 로봇사업그룹 그룹장 및 수석연구원을 거쳐 1999년부터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명예교수로 퇴직, 2021년부터 로봇앤드디자인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산업자원부 지능형로봇기획단장, 차세대성장동력추진특위 지능형로봇분야 실무위원장, 로봇산업정책포럼 회장, 로봇융합포럼 실무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정부 정책 입안에 많은 기여를 했으며, 세계 로봇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8년 로봇업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엥겔버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저작권자 © 로봇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