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연구

'젊은 로봇 공학자' (47) 경북대 조한길 교수

로봇신문사 2021. 7. 13. 11:11

'젊은 로봇 공학자(Young Robot Engineer)' 코너는 한국로봇학회와 로봇신문이 공동으로 기획한 시리즈물로 미래 한국 로봇산업을 이끌어 갈 젊은 로봇 공학자를 발굴해 소개하는데 있다.

47번째 인터뷰는 경북대 조한길 교수다. 조 교수는 1986년생으로 경남 함안이 고향이다. 마산 용마고등학교를 거쳐 2102년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포항공대(POSTECH) 대학원에 진학해 해양공학으로 석사, 2019년 8월 창의IT융합공학과(현재 IT융합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졸업 후 2020년 8월까지 1년간 POSTECH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2020년 9월부터 경북대에서 융합학부 로봇 및 스마트시스템공학과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필드 및 수중 로봇, 비구조화된 환경에서의 맴핑 및 로컬라이제이션, 자율주행 수중 시스템 등이다. AUV2016 국제컨퍼런스에서 IEEE OES 학생 포스터상, 2018년 한국해양로봇학회 최우수논문상, 2018년 바다의 날 Distinguished Service Award 등을 수상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해군에 복무했다.

▲ 경북대 조한길 교수

Q. 최근 하고 계신 연구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작년 9월에 경북대학교 로봇 및 스마트시스템공학과에 조교수로 임용 되었고, 이제 막 연구실을 셋업하고 연구 주제를 정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저는 학위 기간 동안 수중 로봇과 파력 발전 무인수상선을 연구하였습니다. 수조를 거쳐 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이른바 필드에서 신뢰도 높은 시스템 구현에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현재 연구실에서는 파력발전 무인 수상선과 수중로봇의 협조 체계 개발 과제를 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수중은 전파통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중로봇의 임무 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수상선이 필요합니다. 수상선과 수중로봇이 편대를 구축하여 임무를 수행하는 협조체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해양환경에서 사용 가능한 웨어러블 로봇 연구를 해양수산부 경북 씨그랜트 센터의 지원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수중로봇의 센서와 액추에이터 제어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해양 레저 장비 개발과 해양 레저 활동에 어려움을 줄여주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POSTECH에서 창의IT융합공학과(현재 IT융합공학과로 변경)에서 “AUV based Precise Seabed Mapping with a Wave Energy-harvesting Surface Vehicle”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어떤 내용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학위논문 주제는 수중로봇과 파력발전 무인 수상선을 활용한 해저 탐사에 대한 내용입니다. 수중 로봇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해저 환경을 탐사하거나 유실물을 조사하는 것입니다. 특히 특정 물체를 수색할 때 어려운 점은, 수중에서는 전파통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로봇을 회수한 이후에야 조사결과를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방식은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수중로봇과 수상선(또는 로봇 부이)를 투입하여 전파통신과 초음파통신을 중계하는 협조체계에 관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수상선과 수중로봇을 함께 이용하여 임무를 수행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저는 협조체계의 에너지 문제와 초음파를 기반한 맵핑 문제에 집중하여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해양에서는 파도와 해류 같은 외란이 로봇에 작용하기 때문에 넓은 영역을 조사하는데 에너지 문제는 아주 중요합니다. 특히 수중로봇보다 수상선의 경우는 파도와 바람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더 큽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형 파력발전장치를 수상선에 부착해 에너지를 수급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수상선과 연결된 수중로봇은 정밀한 위치 파악능력과 항공기 블랙박스와 같은 작은 크기의 유실물을 찾을 수 있는 인식 기술이 필요합니다. 수중에서는 해중설과 같은 미세 부유물로 인해 카메라 사용이 제한적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음파를 기반한 맵핑 방법을 제안하였습니다. 학위 논문에서는 이와 관련된 하드웨어 시스템 개발, 핵심기술 개발, 실해역 실험결과를 담고 있습니다.

▲ 필드 실험에서 수중로봇이 진수되는 모습

Q. 필드 로봇. 수중 로봇과 파력발전 무인수상선, 해저기반 자율주행(SLAM)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파력발전 무인수상선이라는 개념은 아직은 낯선 기술인데 어떤 것인지 소개 부탁 드리고, 무인수상선의 동력에는 배터리를 비롯해 태양광, 파력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텐데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파력 발전 무인 수상선은 수중로봇과 함께 로봇 선단을 구성합니다. 수상선은 단절된 수중을 중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파력발전 무인수상선은 에너지 수급이 가능한 수상선입니다. 바다는 광활하고 해양 로봇 플랫폼은 바람, 파도, 해류, 조류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특히 수상선은 수중 로봇을 중계하며 협조체계로 운영될 경우, 느린속도로 이동하거나 일정 영역에 위치유지(Station-keeping)가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외란에 노출된 수상선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파력발전 무인 수상선은 임무 가능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파력 에너지를 수급합니다. 파력 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아 작은 크기의 발전 플랫폼으로도 충분한 에너지 수급이 가능하며, 파도는 바람에 의해 생성되기 때문에 먼바다 기상을 기반으로 예측이 가능합니다. 또한 24시간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동형 플랫폼에서 사용하기 적합합니다. 연구를 하며 어려웠던 점은 실험환경입니다. 일반적으로 파력 에너지가 높은 날은 악천후인 경우가 많아 실험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 소형 파력발전 장치 실험 중인 모습

Q. 포닥기간 후쿠시마 원전 현장도 방문하신 것으로 알고 있고 있습니다. 수중 로봇과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한 극한환경 로봇에 대한 최신 동향과 수중 로봇의 활용 범위, 중요성은 무엇이 있을까요?

포닥 기간에 원자력 발전소용 로봇 개발에 참여하게 되었고, 후쿠시마 원전 현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현장에 필요한 필드 로봇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고 생각했었고, 당시 최일선은 후쿠시마 원전이라고 생각하여 방문을 하였습니다. 중대 재난 현장은 대부분 복합적 비정형 환경입니다. 파손된 건축물 폐기물과 분진, 물이 혼재된 복합적 환경으로 기존의 로봇기술로는 접근할 수 없는 극한환경입니다. 일반적인 카메라의 사용은 제한되고, 고도화된 로봇 지능 개발에 집중하기 보다는 성공적 임무수행과 생존이 중요하게 되어 로봇의 기능은 단순화 됩니다. 기본적으로 차폐된 압력 용기 기반의 모듈화된 방수 방진 하드웨어가 필요하며, 탁한 물속을 조사하기 위한 특수 센싱 기술이 필요합니다. 인간의 접근이 불가능한 환경적 조건은 기존의 육상 로봇의 개발과 차이가 있으며, 수중로봇기술은 극한 환경용 필드 로봇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다양한 시도와 실패로 축적된 노하우가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에 실험을 통한 경험 축적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JAEA Naraha Center for Remote Control Technology Development의 수조 실험 환경과 수중로봇들

Q. 극한 필드 환경에서 자율주행 로봇을 구현하는데 가장 큰 애로 기술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첫 번째는 맞춤형 플랫폼 개발입니다. 환경에 따라 요구되는 플랫폼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로봇 공학적 아이디어로 구현된 맞춤형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센서의 고유 특성에서 오는 어려움입니다. 초음파를 예를 들면, 음파는 파동성이 강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멀티패스와 획득 데이터의 모호성과 높이 정보의 소실, 그리고 음파 생성 매커니즘에 의해 발생하는 크로스톡 등이 발생합니다. 단일 센서 사용으로는 센서 고유의 단점을 보완하기 어렵기 때문에 복수의 센서 또는 이종 센서 간의 센서 융합 기술이 필요합니다. 특히 해상도가 높고 획득 주기가 짧은 광학기반의 센서와는 달리 낮은 해상도와 긴 획득 주기를 고려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실험과 데이터 획득의 어려움입니다. 필드 실험은 환경 구축이 어렵고 실험에도 많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이로 인해 연구를 위한 데이터 획득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하거나, 전이 학습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Q. 로봇을 연구하시게 된 동기가 있다면?

처음 로봇 연구자의 꿈을 꾸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시절, 영화 아이로봇을 보았을 때 입니다. 로봇 써니를 개발한 래닝 박사의 천재성과 로봇이 미래사회의 큰 역할을 차지하는 것을 보고, 어린 마음에 로봇을 연구하면 멋진 사람이 되겠구나 생각해서 기계과에 진학하였습니다. 대학교에 와서도 로봇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였습니다. 동아리실에서 며칠 밤을 새서 만든 로봇이 아침에 움직일 때의 희열에 중독되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이렇게 로봇을 연구하는 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Q. 대양을 누비며 해양 생명체를 탐지/추적/근접조사 하는 로봇시스템을 연구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하고 싶은 연구’와 ‘해야 하는 연구’가 있다면, ‘하고 싶은 연구’로 학위를 받고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이왕이면 큰 가치를 품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연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미국 우즈홀 연구소의 다나 요거(Dana Yoerger) 박사와 연락을 주고 받게 되었습니다. 학계의 원로이자 수중로봇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한명인 요거 박사가 동료 연구자와 황혼에 마지막으로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라는 주제로 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 결론이 바로 수중로봇으로 해양 중층 표영대(The Ocean Twilight Zone)의 비밀을 밝히는 것 이었습니다.

해양 중층 표영대는 수심 200~1000m 사이의 수층으로, 이 수층에 서식하는 어류는 표층에 서식하는 어류의 약 10배로 지구 전체에 단백질 공급이 가능한 규모로 거대합니다. 또한 지구 온난화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지구의 비밀을 밝힌다는 점과 기후 변화에 열쇠가 될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대양을 조사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문제와 빛을 싫어하는 해양 생명체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초음파 기반 기술 등 제 연구 분야와 연관이 깊었습니다. 이로 인해 ‘하고 싶은 연구’로써 로봇 선단을 구축하여 해양 생명 군집을 탐지, 추적 하는 연구를 목표하게 되었습니다.

Q. 웨어러블 수영 보조장비 개발 과제를 수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과제인지 소개 부탁 드립니다.

수중로봇에서 파생된 기술을 활용해서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육상의 웨어러블 로봇이 작업자의 신체능력을 강화하여 작업의 효율을 높여주듯, 수중로봇의 센서와 액추에이터가 부착된 웨어러블 장비가 수중에서 활동하는 사용자에게 수영 능력을 보조해 주는 것입니다. 센서로 작업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액추에이터가 적합한 개입을 하여 수중 활동에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활용 분야는 레저용으로 사용 될수 있고, 해녀와 같은 나잠어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제는 경북씨그랜트 센터로부터 지원받아 수행중입니다.

Q. 로봇 연구자로서 앞으로의 꿈과 목표가 있다면?

장시간 임무 수행 능력을 성공적으로 검증하여 대양을 누비는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제가 졸업한 연구실의 모토는 ‘로봇을 만들고, 키워서, 빛을 보게 하는 연구실’이었습니다. 로봇을 직접 개발하고, 핵심기술들을 구현하여, 필드에서 임무에 성공하기까지 모든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제 막 로봇 개발을 시작했고, 지금 핵심기술들을 구현하는 단계에 있다고 하면, 실해역 실험을 통해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단계까지 성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2021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 RED Show 학부생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좌측부터 지도교수인 조한길 교수, 박주동, 박종혁, 윤영훈 학생

Q. 최근 로봇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를 연구하려는 학생이 늘고 있습니다. 선배로서 후배에게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지 조언해 주신다면?

로봇은 응용학문으로 연구의 범위가 아주 넓습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행히도 전세계 많은 연구자들이 선행연구를 해왔고, 도움이 되는 많은 팁들이 인터넷에 공개가 되어 있습니다. 이 자료들 속에서 필요한 부분을 잘 찾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수업시간에 배운 지식을 시험공부 하는데서만 끝내지 말고, 실제로 구현을 해서 보다 깊이 있는 이해력을 기르는 것이 도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현실적 조건으로 인해 상상력에 제한을 두지 말 것과 다양한 경험을 해볼 것을 추천합니다.

Q. 연구자로서 한국 로봇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조언을 해 주신다면...

단기적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다양한 로봇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은 융합적 성격이 강한 연구 분야인데, 경쟁과 성과 위주의 연구 분위기를 형성한다면 유행하는 연구만 경쟁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중로봇과 같은 필드로봇 분야는 시뮬레이션이나 실험실이 아닌 필드에서 기술과 노하우의 축적이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관심이 주어진다면 우리나라 로봇 기술이 세계를 선도하는데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연구에 주로 영향을 받은 교수님이나 연구자가 계시다면...

존경하는 많은 연구자 분들이 계시지만, 한 분을 꼽자면 포스텍 유선철 교수님입니다. 로봇 연구를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신 분이고, 학위 기간 동안에 믿음으로 지지해주셨습니다. 난관에 봉착할 때 마다 통찰력 있는 아이디어로 도움을 주셨고, 필드 실험의 중요성을 강조하셔서 로봇 연구의 가치관 형성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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