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연구

[창간 8주년 특별 인터뷰] '4차 산업혁명 시대, 로봇기업 길을 묻다'

로봇신문사 2021. 6. 21. 10:27

"로봇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 구성 요소"

"기능과 가격의 갭 문제가 서비스 로봇 근본적 문제"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화두가 혁신과 국민 재교육 문제"

"혁신을 가로막는 것 정부가 해지해 주고 혁신 잘 이루어지게 촉진해 주는 게 정부 역할"

"정부가 국가 표준화, 호환성 기준 만들면 플랫폼화 빨리 가능할 것"

"스타트업이 중요한 이유는 혁신 때문"

"제품보다 비즈니스 모델 더 중요"

로봇신문은 창간 8주년을 맞아 "4차 산업혁명 시대, 로봇기업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특집 인터뷰를 마련했다. 두 번째 인터뷰는 전 중소기업청장을 역임하고 현재 고려대학교 공학대학원에서 특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주영섭 교수를 만나 4차 산업혁명시대 패러다임 대전환기를 맞아 우리나라 로봇기업은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그 길을 물었다.

주영섭 교수는 1956년 서울생으로 경복고,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원에서 생산공학 석사,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에서 산업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GE 써모메트릭스테크놀로지스 대표이사 사장, GE 써모메트릭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본텍 대표이사 사장, GE 써모메트릭스 아시아태평양담당 사장,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산업통상자원부/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주력산업총괄 MD(Managing Director)를 역임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 국가과학기술심의회 미래성장동력 특별위원회 위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위원회 위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산학협력추진위원장겸 기계항공공학부 객원교수,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거쳐 2016. 1. 18 ~ 2017. 7. 25까지 제14대 중소기업청장을 역임했다.

퇴임 후 2017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학교 공학대학원 석좌교수, 특임교수,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을 맡아 기술창업 자문, 스마트 제조 혁신 전도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특별 인터뷰는 지난 9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공학대학원 연구실에서 진행했다.

▲ 주영섭 고려대 특임교수가 9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공학대학원 연구실에서 로봇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규남 전문기자

Q. 최근 어떻게 지내시는지 근황부터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려대학교 공학대학원 특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데 대학발 테크 스타트업을 키우는 과정에 고대가 어느 대학 보다 모범 케이스가 되기 위해 교원, 석박사, 졸업생 가운데 기술 창업을 돕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 정책, 전략 자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디지털혁신협회(전 한국ICT융합네트워크) 회장을 맡아 우리나라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제조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스마트 제조혁신이란 말을 만들고 그것을 위한 3대 전략, 8대 추진과제를 만들어 정부에 제안을 해서 채택되었는데 그 관련된 일도 하고, 한국의 스마트 제조혁신과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협력하자는 취지로 한-독 제조혁신협력 가교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조업의 혁신분야에 주력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데이터 분야가 워낙 커지기 때문에 한국과 독일을 넘어 EU 전체에 가이아엑스(GAIA-X)라고 하는 데이터 생태계, 데이터 시스템, 데이터 경제를 만드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 사외이사, 고문도 맡아 우리 기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Q.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 빅데이터, 3D프린팅, 가상 및 증강현실, 로보틱스 등 첨단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4차 산업산업 혁명 시대에 로봇기술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이지만 해외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이란 말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과거보다 디지털 전환이 많이 이루어지면서 결국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은 데이터입니다. 데이터의 원천은 IoT(사물인터넷)인데 결국 센서입니다. 물리적 세계의 모든 센서 즉, 온도, 습도, 압력뿐만 아니라 위치, 시각 이미지, 보이스, 기계라면 기계 상태, 기계의 식별이 모두 센서고 그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것이 IoT입니다. IoT가 엄청난 데이터를 만들게 되고 그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어떤 결정을 하게 되는데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액추에이션 역할을 하는 것이 로보틱스입니다. 결국 피지컬이 사이버로 표현되고 다시 피지컬로 융합되는 가상물리시스템(CPS)에 무엇인가를 액추에이션 해야 되는 경우 전부 로보틱스가 하니 4차 산업혁명이 지향하는 가상물리시스템에서 액추에이션 하는 로보틱스 역할은 절대적인 것 입니다. 액추에이션이 힘을 가하든, 움직이든 행동으로 물리적 힘을 통해 가해지는 모든 것에는 결국 로보틱스가 핵심이니 로보틱스는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핵심적인 구성 요소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주영섭 고려대 특임교수가 9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공학대학원 연구실에서 로봇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규남 전문기자

Q. 고령화 추세와 인력 부족으로 로봇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어떤 분야에서 로봇이 특히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로봇을 크게 보면 제조 로봇과 서비스 로봇 영역으로 나눠 얘기 하는데 처음에는 서비스 로봇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서비스 로봇의 근본적 문제는 기능이 맞으면 가격이 너무 비싸고 가격이 맞으면 기능이 따라가지 못하는 갭(Gap)인데 이 문제는 당분간 더 유지될 것 같습니다. 서비스 로봇에서 성공한 예는 청소로봇 밖에 없습니다. 다른 로봇도 기능과 가격의 갭 문제가 아직 해결이 안되어 뜨지 못하다 보니 요즈음과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제조 로봇이 더 각광받고 있습니다. 제조 로봇이 기능과 가격을 맞추는 작업이 더 용이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이 뜨고 있어 제조현장에서의 로봇화가 모든 분야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생산 현장만이 아니라 물류로봇 같은 것도 핫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도 로봇의 일부로 보기 때문에 사람을 나르는 자율 승용차의 자율주행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물류 배송분야 자율주행은 빨리 올 것입니다.

서비스 로봇에서 기능과 가격의 갭을 메꿀 수 있는 방법이 B2C 영역에서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고 결국 B2G나 B2B로 가야 되는데 B2B에서의 서비스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B2G 영역의 서비스 로봇이 뜰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실버 로봇이나 노인 케어 로봇, 대표적인 것이 치매 예방 로봇인데 지난 CES에서 나왔던 얘기인데 노인들이 하루에 5회 이상 대화를 하면 치매가 현저하게 늦춰진다는 데 그것을 로봇에게 시키는 겁니다. 로봇과 대화하면 치매 예방 내지 치매를 늦출수 있다고 하면 그것을 개인이 구매해서 쓰는 데에는 갭이 있지만 정부가 나중에 발생할 사회적 의료비용을 미리 지출한다는 개념으로 원가가 150인데 100을 개인이, 50은 정부가 부담하는 모델을 통해 그 갭을 메꾸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로봇. 어린이 교육용 로봇은 B2G 영역이 가능합니다. 그런 것을 정부가 먼저 해서 전 세계 서비스 로봇 분야도 선점했으면 좋겠습니다.

Q. 로봇 확산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로봇 디바이드(부유한 자들만 로봇을 활용하는 현상)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거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미래 로봇 사회의 갈등 요인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디바이드 문제는 디지털 디바이드도 있었고 기본적으로 이상주의자들의 이야기로 보여지고, 실제로 불평등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한데 로봇 디바이드는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앞에서 이야기 한대로 제조 분야에서 먼저 뜨고, 그 다음 사회 전반적인 인프라 분야에서 나타나고, 서비스 로봇도 전체적인 복지 개념에서 나오면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는 것이니 로봇 디바이드 문제는 겪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일자리 문제는 로봇이 할 수 있는 것이 사람 영역을 모두 대체하기에는 아직 불안합니다. 아무리 AI가 발전해도 결국 사람만큼 유연하고 창의적이고 교감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은 사람이 잘하는 분야에서 부가가치 높은 일을 하게 될 것이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것들은 로봇에게 맡겨서 하면 상당히 보완적이지 대체관계라고 보지 않습니다.

▲ 주영섭 고려대 특임교수가 9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공학대학원 연구실에서 로봇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규남 전문기자

Q. 로봇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실적이지 않다고 보는 것이 마차타고 다니던 사람이 승용차로 바꿨는데 승용차로 바꾼 사람들이 누리는 혜택을 마부한테 나눠주자라는 이야기 입니다. 합리적이지 않은 것이 결국 그 가정은 사회 변화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사회 변화에 모든 사회인들은 계속 변화해 가면서 가야 됩니다. 오히려 사회 변화 때문에 일자리가 만들어진 대표적인 것이 로봇이라고 하면 로봇을 도입하면서 일자리 잃은 사람들에 대한 대응은 로봇세가 아니고 그 사람들을 재교육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혁신 문제도 있지만 국민 재교육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하다 보면 디지털 디바이드가 나올 수밖에 없고 디지털 전환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갭이 점점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잘하는 사람이 만드는 것에서 세금을 걷는다는 개념은 아니고, 잘하는 사람이 만드는 부가가치에서 세금을 거둬 낙오된 사람들을 재교육하는데 써야지 'have or have not' 상황에서 안 되었으니 이 사람들에게 돈을 주자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회주의적 사고 방식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런 개념으로는 사회가 발전할 수 없습니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사회 변화에 적응해야 하고 잘 적응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세금을 많이 내게 될 테니 결국 로봇세를 걷지 않더라도 실업이 생길 경우에는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실업 수당 등을 통해 단기간 극단적 상황에 몰리지 않게 조치해 주고, 그와 동시에 그들을 재교육시켜 새로운 스킬을 쌓게 해서 전체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게 하는 것이 답이라고 봅니다. 그런 것을 강조하는 의미의 로봇세라면 모르겠지만 로봇으로 혜택을 받은 사람에게 돈을 거둬 일자리를 잃은 사람한테 주자는 것은 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누가 혁신을 하겠습니까.

Q.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려면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부와 기업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기업은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에 의해 따라 가게 되어 있습니다. 기업은 열심히 혁신하면 되고, 대신 혁신을 가로막는 것을 정부가 해지해 주고 혁신이 잘 이루어지게 촉진해 주는 게 정부 역할입니다. 예를 들면 R&D를 잘할 수 있게 지원 한다든가, 인재를 양성하는 일입니다. 또 기업 활동을 가로막지 않게 규제 같은 것을 시대에 맞게 풀어주어야 합니다. 규제는 좋은 규제도 많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안전규제, 환경규제가 없으면 안전하지 않고 환경은 피폐될 것 입니다. 최근 규제혁신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시대 흐름에 따라가지 못해서입니다. 시대는 시속 100km로 가고 있는데 법은 50km로 가면 결국 계속 뒷다리를 잡는 겁니다. 규제혁신이 좀 더 선행적으로 가면 기업 혁신을 가로 막지 않을 것입니다.

또 하나 얘기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데이터이고 데이터의 핵심은 커넥티비티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가 연결되어야 하나로 모아져 클라우드에 모여 AI 분석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AI도, 커넥티비티도 기업이 잘 할 수 있지만 호환성이 필요합니다. 데이터 표준은 한 기업이 못 합니다. 미국은 구글, 아마존, 마이크소프트 같은 잘 나가는 회사들이 세계를 대상으로 자기들만의 방어적 표준을 만들어 리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패스트 팔로워 입장에서는 그 기준을 따라가는 방법이 하나있고, 또 하나는 우리 나름대로 기준을 만들어 파워를 키우는 방법도 있습니다. 정부가 국가 표준화 내지는 호환성 기준을 빨리 만들어 주면 일종의 플랫폼화가 되는 것 입니다. 그런 역할이 정부가 해야 될 역할이고 지금은 변화기이기 때문에 정부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정부가 그렇게 해 주면 기업들은 굉장히 일하기가 편합니다.

▲ 주영섭 고려대 특임교수가 9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공학대학원 연구실에서 로봇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규남 전문기자

Q.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특히 주목하고 있는 첨단 기술 분야가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첨단 기술이라는 게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바이오, 반도체, 미래차 같은 분야인데 그 중에 어디가 중요하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우는 거의 전 분야를 커버하고 있고, 요즘은 제가 신제조업이라는 말을 많이 주장하고 있는데 제조업이 신제조업으로 진화 발전하고 있는데 서비스, 정보통신, 에너지가 합쳐지면서 빅뱅으로 융합되는 하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뜨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조업을 잘하는게 굉장히 중요하고 거기에 서비스화 문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정보통신, 에너지 같은 것들이 융합되면서 모든 기업의 테크기업화란 말을 많이 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테크기업이라는 게 결국 인공지능(AI)입니다. 앞으로는 AI Everywhere라는 말을 하고 있으니 결국 AI일 것 같습니다. AI가 뜨게 되면서 반도체 문제가 같이 떠올라 AI 반도체, AI 칩 문제들이 나타나는데 반도체를 최근에는 세마이콘덕트라 안하고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라고 하는데 AI를 하나의 반도체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포함해서 구현하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포괄적인 분야가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 다음 데이터를 모으려면 하이퍼 커넥티비티를 만들어야 되니 5G, 6G 같은 커넥티비티가 중요하게 될 것이고, 또 이런 걸 하려면 모두 분산되어 있으니 분산된 디바이스를 연결하려면 배터리 문제가 훨씬 중요해질 것입니다. AI, 데이터, 5G, 그 다음에 데이터를 모아놓는 클라우드, 에너지 분야가 어느 분야에서나 중요한 분야이니 정부 차원에서는 그런 분야에 포커스를 맞추고 기업은 각자 그것을 이용해 각 분야에 맞게 자기 도메인 날리지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Q.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무엇보다도 첨단 기술 분야의 스타트업 역할이 중요합니다.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바람직한 대안은 무엇입니까.

스타트업이 중요한 이유는 혁신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혁신이 대기업에서 나오는 것 같지만 대기업은 이른바 ‘낫 인벤티드 히어’(Not Invented Here:직접 개발하지 않은 기술이나 연구성과는 인정하지 않는 배타적인 조직문화나 태도를 일컫는 말)라고 하는 증후군이 있어 혁신이 쉽지 않습니다. 혁신을 잘하는 회사는 외부 혁신을 잘 받아들이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잘 하고. 또 기술 전문 스타트업들이 많이 육성되어 스타트업들이 만든 아주 창의적이고 좋은 기술, 아이디어들이 기존 기술의 M&A를 통해 통합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 이노베이션 파이프라인입니다. 모든 나라가 4차 산업혁명처럼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때는 기존 조직에서 새 변화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고, 대기업의 경우 내부에서 혁신이 나오기보다는 밖에서 나올 확률이 더 큽니다. 구글은 매달 회사를 몇 건씩 인수할 정도로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세계를 리드하는 회사들의 공통점이 테크 스타트업을 굉장히 고액으로 사주니까 아주 총명한 혁신가들이 나와 꿈을 갖고 회사를 만들면 구글 같은 회사가 사주면서 새로운 혁신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대기업들은 그동안 해왔던 게 있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나는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대기업은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점진적 개혁, 점진적 혁신을 많이 해 나갈 것이고, 파괴적 혁신은 바깥에서 나올 확률이 큽니다. 그래서 대학 교수. 석박사나 기업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나와 스타트업을 만드는 혁신 생태계가 중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결정하는 데는 혁신 생태계 특히 스타트업을 중심으로한 혁신생태계가 기존 기업과 조화롭게 발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스타트업이 돈을 빌려가지고 회사를 만드는 대출 중심의 스타트업이었다면 이제는 투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1차 벤처 붐이 불었던 2000년부터 2003~4년 IMF 직후에 많은 기업들이 넘어지면서 좋은 엔지니어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었고 정부가 좋은 혁신정책을 많이 펼쳤지만 너무 단기간에 드라이브하려다 보니 투자 생태계는 없고 그냥 돈을 빌려준 것이 되었습니다. 기술보증, 신용보증을 통해 돈을 빌려준 것인데 그 사람들이 혁신을 잘 해 성공할 수 있지만 실패할 수도 있는데 실패하면 신용 물량자가 되면서 벤처는 위험한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벤처 붐이 꺼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에 거의 10년 동안 암흑기로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차 벤처 붐이 불고 있는데 1차 벤처 붐이 대출 중심이었다면 2차 벤처붐은 투자 중심으로 바뀌어 여러 가지 펀드도 많이 만들고 혁신적인 기업에 투자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기업은 많은데 투자할 돈이 없다고 했는데 요즘은 투자할 돈은 많은데 투자할 기업이 없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투자 환경이 좋아졌으니 좋은 기업이 많이 배출될 것입니다.

Q. 미국은 혁신가들이 나와 스타트업을 만들어 성공하면 대기업이 비싼 가격에 사주면서 선순환 구조가 된다고 하셨는데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좋은 기술이 있으면 대기업이 빼앗아 간다든가, 인력을 빼앗아 가 선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이 시간 문제인데 모든 게 한 번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기업은 전문 경영인이 많은데 전문경영인 입장에서는 빠른 시간 내에 실적을 내려다 보면 자연적으로 외부 기술을 빨리 도입하고 싶은데 큰 돈을 주고 사기에는 부담스럽고, 자기 입장에서 큰 돈 주고 살수 있는 권한도 없다 보니 가장 쉬운 방법이 사람 빼오는 것 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도 100년 이상 그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니 정부 역할이 중요합니다. 기술 탈취에 대해서는 정부가 엄청난 제재를 가하고, 사람을 빼오는 것도 엄청난 기술 탈취 행위에 해당됩니다. 영업 담당 임원을 빼와도 영업비밀 침해가 됩니다. 기업이 쌓아 놓은 유무형의 자산을 빼갔을 때 그에 대한 제재는 엄청나게 강합니다. 한번 걸리면 기업이 망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솜방망이 처벌입니다. 법적인 취약성도 있는데 사법기관에서는 경쟁사 기술 좀 빼왔다고 회사를 망하게 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는 온정주의도 있습니다. 그러면 미국은 왜 그렇게 하나요. 미국은 영업 비밀이나 기술 탈취를 한 경우에는 회사가 망할 정도로 법적 제재를 강하게 하니까 비싼 돈 주고 사는 것이 법적으로 그 방법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기술 탈취행위를 방지하는 법적 제도가 빨리 필요합니다.

Q. 국내 로봇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제가 산업부 R&D 전략기획단 1기때 주력산업 총괄 MD를 했었는데 그때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로봇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우리나라만 갖고는 규모의 경제가 안되니 글로벌로 나가야 되는데 대한민국 로봇이 과연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가, 그래서 그때 제조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나눠 전략적 방향을 정했습니다. 제조 로봇은 우리가 강력한 제조 기반을 갖고 있으니 열심히 해야 되고, 또 제조를 잘 하려면 로봇을 잘해야 되고 우리 제조업이 글로벌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 로봇을 중점적으로 육성하자고 했었습니다. 그때는 시장 규모, 시장을 발굴하는 것보다도 과연 우리 제조 로봇이 기술적인 경쟁력이 있냐는 것인데 가장 문제가 요소 기술, 예를들어 정밀서보모터, 감속기, 로봇 제어기, 로봇 오퍼레이팅 시스템, 전체적인 제어 소프트웨어 같은 문제들이 10년 전에도 많이 부족해 국산화 노력을 해왔는데 좋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여전히 우리나라가 서보모터 분야에서 일본에 뒤져 있고 감속기도 일부 국내 회사가 시작했지만 여전히 안 되고, 로봇 오퍼레이팅시스템도 로봇이 예를 들어 자율주행처럼 패스 플래닝(경로계획) 소프트웨어는 할 줄 알지만 전체적으로 내공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해왔던 것이 조금씩 빛을 내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서비스 로봇은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어떤 분야에서 어떤 가치를 가지고 할 것인지, B2C로 갈 것인지, B2G로 갈 것인지도 좋은 전략입니다. 어떻게 보면 서비스 로봇은 자율주행차, 드론까지 포함해서 굉장히 광범위한 범위가 되는데 그런 분야들은 제품 자체보다는 사업 모델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가치를 줄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제조 분야에서 수요는 있는데 우리가 역량이 부족하니 수입을 많이 하고 있고, 서비스 분야는 역량보다 수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제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제조 로봇은 필연적으로 가야 될 일이고,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니 몇 십년 동안 해왔는데 안 된다고 실망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더 투자하면 상당히 좋은 성과가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비스 로봇은 모든 사람들이 결국 청소 로봇 이외에는 제대로된 시장이 없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과 엮여지는 서비스 로봇은 아직도 한참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고, 국방 로봇이라든가 서비스 로봇, 감시 경계, 실버, 교육 분야 부터 먼저 한국인 특유의 창의성을 가지고 비즈니스 모델을 디자인하면 하드웨어 역량은 해외에 의존하고 있더라도 협력해서 얼마든지 우리가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미국 CES를 오랫동안 참관하고 계신데, 지금과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기업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

저는 CES를 보면서 상당히 우울했습니다. 모든 매체들이 삼성전자나 엘지가 화려하게 디스플레이를 전시했다고 하는데 제품에서의 우위성이 과거에는 중요했는데 요즘은 비즈니스 모델을 예를 들면 개인화, 맞춤형, 플랫폼, 서비스화로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제품 중심이 아닙니다. 제품이 중요한 것은 맞는데 전부가 아닙니다. 삼성, LG관에 가면 텔레비전, 냉장고, 스마트폰 전시하고 있는데 그것을 컨트롤하는 플랫폼은 구글, 아마존이 하고 있습니다. 결국 구글, 아마존이 이커머스라고 하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플랫폼을 잡는 것만이 아니라 데이터가 중요한 시대에 고객 데이터를 잡습니다. 아마존을 통해 삼성전자 제품을 팔면 고객의 데이터를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아마존이 갖게 되는 구조입니다. 그러니까 삼성전자는 물건만 팔고 그것을 통해 일어나는 부가가치는 아마존이 갖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AI 비서 삼성전자도 못 만들고 생태계가 아마존 알렉사, 구글의 헤이 구글, 애플이 들어오겠다는 겁니다. 구글은 헤이 구글 갖고, 아마존은 알렉사를 통해서 사물인 냉장고, TV를 컨트롤하는 겁니다. 그럼 우리는 고객의 접점에 있지 못하는 것입니다. 삼성이나 LG가 플랫폼 기업이 돼야 되는데 플랫폼에 해당되는 건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습니다. 삼성도 빅스비라는 플랫폼을 하고 있지만 세계에서 영향력도 없고, LG도 씽큐가 있지만 이미 포기하고 아마존 알렉사나 헤이 구글 진영에 들어갔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미 판은 끝났고 플랫폼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데. 겉에 나와 있는 제품만 갖고 우리가 만족할 때가 아닙니다. 우리가 좀 더 긴장해야 하고 우리 활로는 무엇인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 주영섭 고려대 특임교수가 9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공학대학원 연구실에서 로봇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규남 전문기자

Q.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도 하고 계신데 로봇은 대표적인 융합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융합시대에 우리 로봇기업들이 나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로봇 기술은 전부 융합기술이라 로봇을 자기가 모두 개발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제는 로봇 기업의 첫 번째 덕목은 오픈 이노베이션과 콜라보레이션(협력)입니다. 나 혼자 개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함께 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생태계 속에 들어갈 것인지. 한국 생태계가 충분한지, 한국 생태계를 만드는게 중요하고, 또 한편으로는 한국 생태계만 갖고는 안 되니 글로벌 생태계에 우리가 어떻게 들어갈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생태계에 들어갔다는 것은 생태계 속에서 자기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것 입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주고 받는 것이라 내가 강한 게 있어야 상대방과 주고 받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나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가를 잘 발견하고 키우는 게 필요합니다. 한국의 제조 로봇은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전 세계에서 한국의 제조업만큼 골고루 분야별로 강력하게 전체를 갖고 있는 나라가 별로 없습니다. 그런 나라는 독일, 일본, 중국, 미국 정도입니다. 그런 면을 살려 수요 기반을 갖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겁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한국의 스타트업이던 중소기업, 로봇기업, 대기업이던 수요 기반을 가까이 갖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 있는 것을 오픈이노베이션해서 내가 그곳에다 상품화해줄게 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이점이라는 것입니다.

제조 로봇 분야에서는 세계의 테스트 베드, 세계의 패스트 커머셜라이즈 역할을 우리가 해준다면 굉장히 강점이 있다고 봅니다. 그 다음 서비스 로봇은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다들 어려워하고 또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B2G 모델을 만들어 정부와 민관이 잘 협업해 새로운 비즈니스 거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빨리 진출하면서 선점하게 되면 세계 기술을 모아 놓을 수가 있는데 첫 번째 가장 중요한 건 협업, 오픈이노베이션입니다. 그 다음에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는 것입니다. 제조 로봇,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생태계에 들어가서 무엇인가 역할을 담당해 모두 끌어들여 사업화시킬 수 있는 것을 체계적으로 구체화하고 전략화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로봇 산업계 바라는 게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로봇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이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중요해질 분야이니 결국 산업적으로는 지는 해가 아닌 떠오르는 태양입니다. 그러니 좀 더 비전과 목표를 크게 갖고 글로벌로 나가 글로벌 생태계와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면서 디테일한 전략을 잘 만들어 정부와 호흡해 하나의 성공사례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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