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연구

'젊은 로봇 공학자' (40) 경북대 조현민 교수

로봇신문사 2020. 8. 31. 10:28

'젊은 로봇공학자(Young Robot Engineer)' 코너는 한국로봇학회와 로봇신문이 공동으로 기획한 시리즈물로 미래 한국 로봇산업을 이끌어 갈 젊은 로봇 공학자를 발굴해 소개하는데 있다.

40번째 인터뷰는 경북대 조현민 교수다. 조 교수는 경북대에서 기계공학으로 학사, KAIST에서 로봇공학으로 석사, 2018년 8월 KAIST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KAIST 휴머노이드 로봇연구센터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2018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한국기계연구원(KIMM) 인공지능기계연구실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2020년 3월부터 현재까지 경북대 로봇 및 스마트시스템공학과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관심분야는 이족보행 계획 및 제어(Biped Locomotion Planning and Control), 물체를 조작하는 로봇 매니퓰레이션(Robot Manipulation), 로봇 그리퍼 설계 및 제어(Design and Control of Robot Gripper) 등이다. 2015년 6월 DARPA 로보틱스 챌린지 결선대회에 팀 카이스트 일원으로 참가해 1등상을 수상했고, 2015년 11월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 미래성장엔진 챌린지 대회에서 2등 상을 수상했다.


▲ 경북대 조현민 교수


Q. 경북대 로봇 및 스마트시스템공학과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2019년 5월에 경북대학교의 대표 연구 브랜드 육성과 창의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ITA(Industrial Technology Advance) 융합대학원의 4개 학과 (로봇 및 스마트시스템, 인공지능, 의생명융합, 수소 및 신재생에너지) 중에 하나의 학과입니다. 로봇 및 스마트시스템공학과는 하드웨어 중심의 선도적 로봇 연구 그룹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보행 로봇, 협동 로봇, 수술 로봇, 드론, 수중 로봇 등 다양한 로봇 분야의 교육 및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의 로봇 산업 및 학계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현재 14명의 겸임 및 2명의 전임교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9월부터 4명의 신임교원이 참여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학부과정 개설이 예정되어 있어, 현재 학부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Q. 최근 하고 계신 연구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크게 2가지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로봇 그리퍼 개발에 관한 연구입니다. 한 중소기업에서 작업자가 수행하는 단순 반복 업무를 로봇이 대신 수행하기 위해서는 작업자처럼 한번에 여러 물체를 파지하는 그리퍼가 필요하였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그리퍼들은 하나의 물체 파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복수 물체 파지가 가능한 그리퍼를 최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개발한 다물체 파지 그리퍼를 이용하여 비정형의 복수 물체 파지를 위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입니다.

▲ 외부 지형 데이터 기반 이족 보행 계획 알고리즘 실험 사진

두 번째는 박사 과정 때 수행하였던 이족 보행 제어 연구입니다. 더 다양한 지형에서 안정적인 이족 보행을 실현하기 위해서, 카메라 및 라이다로부터 획득한 외부 환경 정보를 이족 보행 제어 알고리즘에 융합하는 연구와 다양한 지형에서 발생하는 외란에 대응하는 학습 기반의 이족 보행 제어기 설계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KAIST에서 “Balance Control Through Model Predictive Control Based on Capture Point Dynamics for Biped Walking Robot”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으셨는데 어떤 내용인지 소개 부탁 드립니다.


다양한 이족 보행 제어 연구 중에서 저는 지면 형상으로부터 보행 계획에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기 어려운 비정형의 지형에서, 지형 정보 없이 안정적인 이족 보행이 가능한 보행 제어 알고리즘을 연구하였습니다. 경사가 일정한 지형에서는 라이다나 카메라로부터 보행 제어에 활용될 수 있는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작은 자갈밭이나 풀로 구성된 비정형의 지형에서는 균형 제어기가 지형 정보보다 더 중요해집니다. 이러한 비정형의 험지에서 지형 정보 없이 안정적인 이동을 위한 균형 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하였습니다.


           ▲ DRC-HUBO의 잔디밭 위 보행 실험
▲ 다목적 이족 보행 로봇 FX-II의 보행 실험
▲ 인간형 로봇 Sophia의 보행 실험 사진

균형 제어 알고리즘은 캡쳐 포인트 제어와 모델 예측 제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험지로부터 발생하는 외란을 캡쳐 포인트라는 안정도 인덱스로 측정하고, 모델 예측 제어를 통해 캡쳐 포인트를 안정화하기 위한 최적의 제어 입력을 결정하였습니다. 개발한 알고리즘은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사람을 태우고 성화봉송을 한 이족 보행 로봇 FX-II와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사의 인간형 로봇 소피아(Sophia)에 적용되었으며, 안정적인 이족 보행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Q. 이족보행 로봇 연구를 많이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보스턴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상용화되어 판매되고 있는데, 이족 로봇과 사족 로봇의 장단점, 차이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이족의 구조는 인간형 로봇에 많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인간형 로봇은 사람과 형태학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사람의 형태학을 고려하여 설계된 인프라의 추가적인 수정 없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전 사고 현장에 인간형 로봇이 투입된다면, 원전 사고 현장까지 기존의 차량 개조 없이 탑승하여 운전이 가능할 것이며, 사람의 형태학을 고려하여 설계된 원전의 각종 스위치 및 밸브 등을 조작하는 데에 다른 로봇보다 유리할 것입니다.

사족 로봇은 이족 로봇에 비해 다리 구조가 간단하고 가볍기 때문에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는 데에 유리합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무게 중심이 낮아서 보행 주기가 빠르게 설계됩니다, 따라서 이족 보행 로봇에 비해 더 빠른 보행을 하는 데에 유리합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사의 스팟 미니의 데모 영상을 보면 빠른 기동력을 바탕으로 건물 내부 지도 작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정찰과 감시 임무에도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Q. 이족 보행 로봇에서는 로봇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균형제어 알고리즘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족 보행 로봇 연구에서 가장 큰 애로 기술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균형 제어 측면과 로봇 플랫폼 측면에서 2가지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족 보행 로봇이 균형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발과 바닥 사이의 접촉력(contact force) 제어를 통해 로봇의 무게 중심의 상태를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족 보행 로봇은 발이 바닥과 비주기적으로 접촉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며, 또한 매니퓰레이터도 달리 로봇의 베이스가 특정한 위치에 고정되지 않은 플로팅 베이스 (floating base) 시스템입니다. 이러한 2가지 시스템 특성이 접촉력 제어를 어렵게 합니다.


이러한 접촉력 제어뿐만 아니라 로봇 시스템의 안정화 역시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족 보행 로봇은 다른 로봇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잡한 시스템이며, 외부 외란을 지속적으로 크게 받는 시스템입니다. 이로 인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여러 문제가 야기됩니다. 많은 실험을 진행해야 하는데 플랫폼이 불안정하면 제대로 된 알고리즘을 개발하기가 힘들어집니다. 로봇 시스템의 안정화 역시 큰 어려움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Q. 물체를 조작하는 로봇 매니퓰레이션 분야의 최신 시장 동향이나 기술 트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람은 기존의 로봇들이 못하는 비정형의 다양한 물체를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 수준의 물체 조작 능력이 로봇에 구현된다면 앞으로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 로봇의 물체 조작과 관련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Non-prehensile 매니퓰레이션 실험

전통적으로 물체를 잡아서(grasping) 옮기는 기존의 프리헨실(Prehensile:물건을 잡을 수 있는) 매니퓰레이션이 꾸준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프리헨실 매니퓰레이션의 반대인 물체를 잡지 않고 옮기는 논-프리헨실(non-prehensile) 매니퓰레이션의 연구들이 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테이블 위의 물건을 집어서 놓는 Pick and Place를 하지 않고 밀어서 이동시킬 수도 있죠. 이러한 Non-prehesile 매니퓰레이션 방법은 물체를 매니퓰레이션 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으며, 더 다양한 물체 조작 작업을 가능하도록 합니다. 더 나아가서, 두 가지 방법을 혼용하여 사용하는 방법론들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물체 조작 방법은 음식을 만드는 로봇들에 적용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다품종 소량 생산 공정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될 것입니다.

Q. 로봇을 하시게 된 동기가 있다면?

어릴 적에 아버지께서 운영하신 회사의 공장을 자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공장 안에서 움직이는 사출 성형 기계를 신기하게 바라봤던 기억이 아직 선명한데, 그때가 지금 로봇을 하게 된 시작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움직이는 기계 시스템에 대한 호기심을 시작으로, 유년기 시절 과학상자를 이용하여 여러 로봇을 만들면서 로봇공학자의 꿈을 키웠습니다.


Q. 여러 가지 연구를 하고 계신데 연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지요?

설계한 제어기를 시뮬레이터에 테스트한 후, 제어기를 하드웨어에 구현할 때가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실제 하드웨어와 시뮬레이터 사이에는 모델부터 센서 특성 등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고, 이러한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설계한 제어기를 로봇 하드웨어에서 다시 튜닝해야 합니다. 이러한 하드웨어 실험 과정에서 로봇이 고장나거나 하면 피로가 많이 쌓여 힘들 때가 있지만, 마지막에 로봇이 원하는대로 잘 동작됐을 때의 성취감이 아주 큽니다. 이 성취감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끈기있게 연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연구자로서 앞으로의 꿈과 목표가 있다면?


인간 사회에서 공존하면서 인류의 삶에 도움이 되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저의 꿈이며, 인간 수준의 물체 조작 및 이족 보행 능력을 갖춘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현재 저의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보스톤 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ATLAS) 로봇의 보행 제어 성능을 능가하는 보행 제어 알고리즘 개발과 비정형의 복수 물체들을 조작할 수 있는 로봇 그리퍼 시스템 개발을 계속 연구해나갈 것입니다.


Q. 로봇공학을 연구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지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로봇 연구를 하다 보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골고루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하드웨어 경험이 부족할 경우,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서 접근하면 문제를 더 쉽게 해결할 수 있거나 성능이 더 개선될 수 있습니다. 평소에 연구실의 선후배 그리고 동료의 연구들을 나의 일처럼 관심을 가진다면, 빠르고 효과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 DARPA Robotics Challenge 우승 직후 오퍼레이팅 룸에서 찍은 사진

Q. 연구자로서 국내 로봇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조언을 해 주신다면...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의견을 낸다면, 로봇 연구자들이 실제 문제를 많이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실제 문제란, 로봇을 실제 현장에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뜻합니다. 한 예로, 제가 미국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에서 주최한 DARPA 로보틱스 챌린지 준비를 할 때, 연구실에서 잘 움직이던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는 주변의 온도, 조도, 바람, 통신, 바닥의 상태 등 다양한 변수들이 로봇의 동작에 영향을 크게 미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수들을 고려하여 알고리즘을 개발함으로써 더 강인한 로봇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고,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로봇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산업 및 학계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연구 결과들이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 박사 졸업식 때 오준호 교수님과 함께 찍은 사진

Q. 연구에 주로 영향을 받은 교수님이나 연구자가 계시다면...


박사 학위 과정 지도 교수님이셨던 오준호 교수님입니다. 학위 과정 동안 지도 교수님께서 해주신 많은 조언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잘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잘되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라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학위 과정 동안 다수의 외부 손님들에게 로봇 시연을 할 기회가 많았는데, 하루 전에는 분명 잘 걸었던 로봇이 다음날 시연에서 넘어진다면, 그건 잘 걷는 것처럼 보인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개발한 알고리즘이 99번 잘 동작하다가 1번 실패할 수 있는데, 교수님께서는 실패한 1%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큰 내공이 쌓인다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가르침은 지금까지 연구의 완성도를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조규남  ceo@irobo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