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서인 한양대 교수
로봇신문은 지난 4일 한국로봇산업협회에서 '중국 로봇산업의 발전과 한국기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특별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백서인 한양대 교수는 '중국 로봇굴기와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발제를 했다.
백 교수는 중국 광둥에서 중ㆍ고교를 졸업하고, 베이징 칭화대에서 정밀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카이스트에서 기술경영으로 석ㆍ박사학위를 받았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을 거쳐 2023년 한양대 교수로 부임했으며, 현재 중국의 과학기술과 첨단 산업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이날 발제 내용을 소개한다.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때문에 중국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어느 정도까지 왔고 성공 요인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갖고 있는 장점은, 기존의 여러가지 분류 목적별로 나눠져 있는 로봇을 공통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국이 '올인'을 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산업용, 서비스용, 전문서비스용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잠재력 때문에 중국이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2025 도입사례
중국의 최근 휴머노이드 도입 사례를 소개하면, 상하이에 대규모 휴머노이드 테스트 시설이 운영되기 시작했고, 유비테크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지커’라는 전기차 생산공장에 팀 단위로 도입됐다.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마네킹을 만들어 매장에서 보여주는 사례가 틱톡을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중국의 로봇 기술 수준이 현재 가장 앞서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과거에 비해 빠르게 기술 경쟁력이나 산업화 역량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딥시크'가 터진 이후 중국산 휴머노이드에 딥시크를 앞다퉈 탑재하는 것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토종화된 제품을 여기저기 써보고 있는 과정에 있다.
우리가 두려운 부분은, 중국은 어떤 기술이 나오면 ‘유즈 케이스(활용 사례)’를 찾는 데 굉장히 특화돼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베스트 프렉티스’가 나올 수 있다고 기대되는 상황이다.
과거 연구원 재직 시절에, 2018년 기준 중국의 로봇 산업 기술 현황과 특징을 분석한 적이 있는데, 순수한 로봇 분야는 굉장히 경쟁력이 낮았다. 핵심 로봇 부품의 자립도가 낮고, 산업용 로봇은 일본에 밀리고 있었다. 서비스 로봇은 많기는 했지만 경쟁력이 압도적이지 않았다. 특수용 로봇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중국의 로봇 산업 기술 요소 평가 (2018)
그런데 지금 보면 휴머노이드 로봇이 너무 빨리 성장하고 있다. 우리가 위기의식을 가져야할 부분이다.
중국 로봇 산업은 왜 이렇게 빨리 발전하고 있을까? 중국의 로봇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로 ▲중국 정부의 중장기적 육성 정책 ▲기술 적용의 다양성 ▲오랫동안 버티고 성장해온 체질 강한 기업을 꼽을 수 있다.
◆ 빛을 발하고 있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로봇 육성 정책
2016년 중국 '공신부'에서 발표한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발전규획'을 보면, 중국은 이때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육성 정책을 펼쳤다. 휴머노이드를 분명히 타겟팅하고, 딥러닝까지 연계해 정책 목표를 잡았다. 10여년 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정책에 착수한 것이다. 당시 지정했던 10개 제품, 5대 핵심 부품을 봐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술 스펙이나 자유도, 힘 제어 등이 거의 포함돼 있다.

▲로봇 산업 발전 규획(2016-2020): 10대 제품과 5대 핵심 부품
지난 2015년 공개된 ‘중국제조 2025’의 기술 노선도를 보면 감속기, 제어기 등 핵심 부품을 언제까지 자체 개발하겠다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부품뿐만이 아니라 서비스용 로봇이나 산업용 로봇의 로드맵을 10년 전에 이미 만들어 놓았다. 지난 2017년 중국 정부가 중간 평가를 한번 했는데, 반도체, 항공기는 2015년 제시된 목표 대비 좀 뒤처진다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로봇은 제대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목표 대비 진척이 가장 빨랐다.

▲지역별 로봇 정책(2018년 기준)
지역 정책이 꽤 오래전부터 유지되고 있었다는 것도 중국 로봇 산업의 성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산업 클러스터를 기준으로 지역을 구분하면, 베이징 중심의 징진지, 상하이 중심의 창장삼각주, 그리고 광동지역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성장을 이끄는 3개 지역이다. 반면 동북이나 중서부 지역은 산업 생태계가 덜 형성돼 있다. 중국은 2018년부터 지역 단위로 로봇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지역별로 경쟁을 하고 차별화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별 산업 클러스터 등을 고려해서 정책들을 계속 설계해왔다.
이 같은 지원 정책의 성과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베이징은 이달 말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를 연다고 발표했으며, 상하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센터가 가동에 들어갔고, 유비테크의 탄생지인 남쪽 지역은 휴머이드 로봇들이 본격 생산되고 있는 단계다.
◆ "기술 적용의 다양성"
기술적으로 보면, 중국은 원천기술이 엄청나게 강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인공지능과 결합하면서 강해지고 있다. 중국이 갖고 있는 특징 중 하나는 특허나 첨단 기술을 여러 곳에 적용해 보려는 ‘다양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매니퓰레이터 등 로봇 기술을 다양한 용도로 적용하고 있으며, 여러 분야에서 특허를 계속 출원하고 있다. 다양한 영역에 적용을 해 본 경험이 있다는 게 중국이 갖고 있는 장점이다.

▲오랫동안 버티고 성장해온 체질 강한 기업 (2019년 기준 중국 100대 인공지능 스타트 업, 단위: 위안)
◆ 극한 경쟁 속에서 체질이 강해진 로봇 스트트업들
다음으로 살펴볼 부분이 바로 기업이다. 6년 전인 2019년에도 유비테크는 굉장히 큰 기업이었고, 이 밖에 다른 로봇 기업들도 아주 많았다. 이런 로봇 기업들이 중간에 여러 번 풍파를 겪었다. 일부는 도태되고, 일부는 살아남았다. 내부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극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현재 제품의 완전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강해졌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 보면 아주 좋은 타이밍을 만난 셈이다.
딥시크 이후, 특히 유니트리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유니트리는 5년 전만 해도 사실상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카피캣' 정도로 여겨졌는데, 이후 혁신을 계속 하면서 훌륭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광동뿐만이 아니라 항저우에선 6개 혁신 기업 가운데 2개 기업이 로봇 기업일 정도로 로봇생태계가 탄탄해졌다.

▲이달 말 북경에서 열리는 ‘이타운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대회' 코스
중국 정부는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을 정책의 중심에 놓고 있다. 올해 중국 '양회'가 열릴 무렵, '구신 지능(피지컬 AI 또는 임바디드 AI)'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베이징 지방 정부의 3개년 계획이 발표됐다. 구체적으로 100개 이상 핵심 기술 자립화, 10개 이상의 국제 선도 프로젝트 추진, 1만 대 양산 규모 기업 집중 육성 등을 제시했다. 핵심 기술 자립화와 더불어 양산 체계를 갖춘 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주요 과제 중에는 플랫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기술 뿐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을 적용할 수 있는 '베스트 프렉티스'를 찾고 적용하는 데 에너지를 쏟겠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베이징은 이달 말 혁신 클러스터인 이타운(亦庄ㆍ이좡)에서 ‘이타운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다. 미국 ‘다르파(DARPA)’까지는 아니더라도,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의 로봇이 우리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한 것은 맞다. 하지만 아직 확실히 성공했다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베스트 애플리케이션'이 나온 것은 아니어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왜 이렇게 빨리 성장했는지 생각해 본다면, 기본적으로 중국의 전기차 등 다른 성장 분야와 비슷하다. 2018년 이후 중국이 겪었던 코로나19, 미-중 기술 경쟁, 그리고 이어 나온 LLM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이후, 로봇 등 무인 서비스가 확대될 수밖에 없었고, 미-중 기술 경쟁이 2018년부터 영향을 미치면서 대부분 핵심 기술을 자립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후 완전 자립화를 추구하는 쪽으로 중국의 정책이 변화했다.
2018년까지만해도 중국의 로봇 기업들은 핵심 부품을 전부 수입했다. 그런데 미중 기술 경쟁이 심화된 이후에는 중국 기업들도 무조건 자립해야 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보면, 미국이 만든 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를 쓰면 언제든지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강해지면서 로봇 소프트웨어도 거의 자체 개발하는 쪽으로 변했다. 딥시크가 나오기 전에는 주로 바이두 '어니봇'을 탑재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했는데, 딥시크 등장 이후에는 휴머노이드에 딥시크를 탑재하는 형태다.
중국 로봇산업의 성장 배경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네거티브(negative) 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인 육성 정책을 중앙 정부뿐 아니라 지방 정부에서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방 정부 정책을 통해 혜택을 한 단계 더 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성(省) 차원 정책뿐 아니라 주요 시( 市)별로도 정책들이 존재한다.
로봇 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도 거의 비슷하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특정 기술이나 첨단 공정을 도입하면 보조금을 더 주는 정책들이 있는데,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어떤 핵심 기술을 갖고 있고, 일정 수준 이상의 정밀도를 갖고 있으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 그래서 쌓인 게 크다.
◆ "피지컬 AI의 등장으로 중국에 유리해지는 국면"
LLM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새로운 기술적 기회도 생겼다. 중국이 AI 최전선에서 미국과 근접하고 있지만 아직은 차이가 난다. 하지만 피지컬 AI로 오면 중국이 훨씬 유리하다. 무조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은 적용할 수 있는 산업 분야가 아주 많고, 제조업체도 많다. 서비스도 다양하다. 게다가 14억 소비자, 5천만개의 민영 기업들이 로봇 도입에 굉장히 적극적이다.
중국 기업들도 생산 인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인들도 ‘블루칼라‘ 일자리를 선호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블루칼라 비대칭 문제'로 이 분야 구직자들이 적기 때문에 기업들이 로봇 도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 같은 시도를 한지가 벌써 10년 이상 되었다.
정책적으로는 로봇 도입에 보조금을 제공하고, 로봇 R&D 프로젝트도 AI와 연계된 것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지방 정부의 지원 정책도 우수하다. 원래 산업 생태계가 우수했던 광동, 상하이, 항저우, 베이징 등 5개 권역의 지원 정책들이 특히 우수하다. 올해 양회의 정부 업무보고에선 임바디드 AI, 즉 휴머노이드를 지칭하는 키워드들이 등장했다.
정책 지원 방식을 보면, 조금 이르게 출시되는 것이 늦게 출시하는 것보다 훨씬 낫고, 확신이 서면 한방에 확실하게 자금을 지원해 ’스케일업‘ 시키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우리가 향후 중국과 협력도 하고 경쟁도 해야 하는데, 제일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지만, 로봇이나 인공지능에 대한 저항이 우리보다는 훨씬 덜하다. ’로봇화(로보타이제이션)'를 추진하면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고,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갖고 있는 파괴적인 특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 전제는 이 분야는 무조건 키워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중국 사회에 널리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 "우리의 대응 방안은?"
7~8년 전에는 한국과 중국이 똑같이 일본에 비해 많이 뒤져 있었다. 그런데 6년~7년 지나고 나니 중국은 저만큼 앞서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과기부, 중기부, 산업부 등 여러 부처가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추진 방식이나 규모면에서 '편파'돼 있고 연결성이 부족하다. 이런 부분들이 종합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첨단 기술 등 지원 정책에서 과기부나 산업부에 유사한 사업도 많고, 사업을 제대로 스케일업시켜줄 수 있는 투자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의미있는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는 규제 완화나 테스트베드도 미흡한 상태다. 중국이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될 만한 기업과 기술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테스트 단계에서 사업화로 가는 주기를 단축해주는 정책을 마련해야 국내 기업들도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독일, 일본 등 사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쿠카가 중국기업에 인수된후 독일은 암묵적으로 쿠카를 배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우리도 적절한 수준에서 기술 안보화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 미국처럼 대놓고 중국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일정 부분 성장할 시간을 벌수 있는 공간이나 전략이 있어야 한다.
국제 협력도 전략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독일, 일본, 한국은 제조업이 중심이고, 로봇을 많이 도입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들 국가끼리 국제 협력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중국과는 어떻게 해야 할까?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협력도 하고 경쟁도 해야한다. 중국에 전 세계의 공장이 대부분 집결해 있다. 등대공장이라고 하는 '라이트 하우스 팩토리'도 30% 이상 중국에 있다. 이같은 제조 환경에서 학습한 중국의 휴머노이드와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학습한 휴머노이드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1차적으로 중국의 테스트베드에서 우리나라 휴머노이드 로봇을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리=장길수 ksjang@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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