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새롭게 선보였다. 그전에 선보인 로봇과 비교하면, 짧은 시간에 큰 진전을 이룬 것은 분명하다. 테슬라 휴머노이드에 자극을 받은 보스톤다이나믹스도 휴머노이드에 더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모두 휴머노이드라는 로봇 시스템이 겉으로 보이는 결과물이지만, 무엇보다도 로봇을 로봇답게 만드는 것은 지능과 핸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지능 기술은 비단 로봇 회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 및 다양한 영역의 기업, 연구소 등에서 집중적인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오히려 너무 빠른 지능 기술의 발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핸드 기술 역시 로봇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사람의 손과 동물의 앞발을 비교해보면 로봇에 있어서 핸드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사람 손의 엄지 손가락은 다른 네 손가락의 방향과 다르다. 이는 조작에 매우 유리한 구조이다. 똑같이 사람의 사지에 해당하지만, 발가락은 손가락의 모습과 다르다. 그래서 발가락, 즉 발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손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이렇듯 엄지손가락의 방향이 사람의 조작 능력에 차별화를 가져왔으며, 이로 인하여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다.
로봇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같은 형태로,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사람과 같은 핸드 및 조작 능력이 필요하다. 얼마나 탁월한 핸드 기술을 탑재하느냐가 로봇의 역할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에 활용되는 핸드는 2지 또는 3지 등으로 구성되는 그립퍼(gripper)와 사람의 손과 유사한 형태인 다섯 개의 손가락을 가지는 핸드(hand)로 구분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필요에 따라 그립퍼를 개발하거나, 핸드를 개발하여 적용하고 있다. 또한 구동 방식에 따라, 각 관절에 모터가 장착되어 동작하는 모터 구동 방식(motor-driven)과 동작 부위가 구동부와 분리된 힘줄 구동 방식(tendon-driven)으로 나누어진다. 각 방법에는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적용 영역에 따라 더 효과적인 방식이 채택되고 있다.
최근 클론로보틱스(CloneRobotics)에서는 인공 근육과 밸브를 활용하여 사람의 손처럼 움직임이 자유로우며, 엄지 관절도 별도로 움직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총 27자유도를 갖춘 핸드를 선보였다. 또한 기술 보강을 거친 핸드는 반응속도가 100msec 이내이며 7kg에 달하는 대상물을 조작할 수 있다. 선보인 제품은 팔꿈치에서 손가락까지의 제품이었지만, 클론로보틱스에서는 추가 기술개발을 통하여 휴머노이드 형태의 상반신 로봇을 출시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핸드의 움직임이 매우 부드러우며 반응속도가 빨라 사람의 손에 가까운 제품으로 판단된다.
생추어리AI(SanctuaryAI)에서는 지난해 휴머노이드 로봇에 자사의 핸드를 탑재하여 비닐로 만들어진 지퍼백(ziploc)에 공을 집어넣는 동작을 시연하여 자사 핸드의 높은 조작 성능을 선보였다. 시연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으나, 핸드 동작이 완벽하게 구현됨을 보여줬다. 또한 올해 초에는 캐나다 기업과 제휴하여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소매점에서 상품을 다양하게 조작하고, 사람의 혈압 측정을 도와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핸드를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에 장착하여 올해 5월 피닉스(Phoenix)TM를 발표하였다.
전통적인 핸드 및 조작 기술과는 다른 방향으로 로봇 핸드 기술을 개발하는 곳도 있다. MIT의 한 연구팀에서는 단단한 골격과 부드러운 외부 층으로 이루어진 핸드를 개발하였다. 부드러운 외부 층에는 여러 개의 센서를 배치하여, 파지(把持)만으로 대상물을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하였다. 소프트-리지드 핑거스(Soft-Rigid Fingers:부드럽고 딱딱한 손가락)로 학습을 통하여 대상물을 85%의 정확도로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의 뇌와 신체 사이의 상호작용 원리를 이용한 핸드 기술도 있다. 캠브리지대에서는 촉각으로 대상물을 파지하는 패시브 핸드(Passive Hand) 기술을 선보였다. 사람은 물체를 파지할 때, 시각으로 파지점을 특정하고 손의 자세를 잡고 파지력을 정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의 특징을 반영하여 로봇 핸드 기술을 개발하였고, 이를 통하여 핸드의 민첩성과 적응력을 높인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 로봇 핸드와 가장 큰 차이점은 손가락에 액추에이터를 탑재하지 않고 조작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로봇이 더 효율적으로 기능하고 사람에게 도움이 되려면 지금의 핸드 기술에 몇 가지 영역에서 추가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첫째, 현재의 핸드는 크고 무겁다. 소형화 및 경량화가 필요하다. 둘째, 여전히 비싸다. 범용으로 활용 가능한 핸드를 지금보다 저렴하게 만들어 장착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는 촉각 기술개발이다. 로봇 핸드에 부분적으로 촉각이 탑재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범용 핸드로 적용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넷째는 자유도이다. 충분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줘야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일부 제품에서 높은 수준의 자유도를 보이기는 하나, 기술개발이 매우 필요한 영역이다. 마지막은 조작(handling) 기술이다. 핸드를 효과적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나, 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조작 기술이 겸비되어야 핸드의 적용 영역이 넓어질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로봇이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 중의 하나가 핸드 기술이다. 핸드 개발에 산학연 연구자들이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정부에서도 일관성을 가지고 로봇용 부품, 특히 핸드 기술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
이준석 ssesera@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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