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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로봇 기업, 지금 당장 특허분쟁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

로봇신문사 2023. 4. 24. 09:58

 

 

 

▲ 이동환 변리사

 

새로운 서비스 시장이 열리면 사업자 간에 다툼이 생기기 마련이다. 모바일 잠금화면 광고시장에서 엔비티(캐시슬라이드)와 퍼스트페이스가 1년 반 동안 다투었고, 숙박예약 플랫폼 시장에서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2년 넘게 싸웠다. 어떤 문제 때문에 이렇게 오랜 시간 싸웠는지 기억하는가. 그렇다. 특허분쟁 때문이었다.

 

조만간 또 하나의 커다란 서비스 시장이 열릴 예정이다. 바로 배달로봇(실외 이동로봇) 시장이다. 그동안 배달로봇 시장은 규제에 가로막혀 있었다. 따라서 사업자들은 규제 해소에 힘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서로 다툴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사업 모델을 가로막고 있던 규제가 하나씩 벗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이 빠르면 2023년 4분기 실외에서도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이다. 길거리에서 사람의 관리나 도움을 받지 않고 로봇이 자율주행하면서 음식 등을 배달할 수 있는 것이다.

 

배달로봇에 대한 기술 개발은 이미 상용화 가능한 수준까지 완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배달로봇은 속도가 빠르지 않고 장애물 등이 있는 경우 멈추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어 안전성이 뛰어나고 보도에서 행인과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 울퉁불퉁한 노면 주행은 기본이고 경사나 계단 오르기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19년 12월 배달로봇에 관한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최초 승인받은 로보티즈를 시작으로 우아한형제들(현대자동차·기아 협업), 뉴빌리티(KT 협업), 휴림로봇, 모빈 등이 한정된 장소에서 시범 운행을 통해 실증 레퍼런스를 쌓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배달로봇은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되어 보도 및 횡단보도 주행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2023년 3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배달로봇도 '보행자'로서 주행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얻었다. 또한 배달로봇의 운행 안전 제도 및 보도 통행 허용 기준 등이 담겨 있는 지능형 로봇법 개정안 역시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배달로봇의 카메라 촬영 및 영상 수집과 관련된 개인정보보호법, 물류 운송 수단과 관련된 생활물류서비스법, 중량 제한과 관련된 공원녹지법 등 관련 법률의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상황은 이렇지만 결국에는 배달로봇이 우리 생활 속 깊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한 번 물꼬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 가까운 미래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상상해 보자.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물품을 배송 중인 배달로봇을 자주 목격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배달 라이더처럼 말이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인원이 많을 때 배달로봇이 마냥 대기해야 한다면 배송 요청자의 대기시간은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한편 한강시민공원에서 즉석식품을 구매하기 위해 편의점까지 직접 가는 일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행사 등으로 사람이 붐비면 배달로봇의 움직임이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또한 배송 중인 배달로봇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음주운전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보험회사, 배달로봇 사업자, 사고 차량 간에 이해관계를 처리하기 위한 플랫폼이 개발될 수 있다. 게다가 강한 비바람이나 청소년들의 장난 때문에 배달로봇이 오작동을 할 수 있다. 혹은 배달로봇 도난 범죄가 생겨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가 상상해 본 것이지만 배달로봇 사업자라면 누구나 고민해 볼 만한 상황들이다.

 

이러한 상상은 왜 해야 할까? 문제를 예측하고 성능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좋은 특허를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시장이 개화하기 이전에 특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두면 기업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특허분쟁을 대비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배달로봇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뒤에 준비하는 것은 늦다. 배달로봇이라는 새로운 등장인물을 무대에 선보이기 전에 특허라는 맞춤형 의복을 입혀야 한다. 규제라는 보호장치(?)가 모두 사라지기 전에, 경쟁이 본격화되기 전에 배달로봇 사업자라면 특허분쟁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특허분쟁을 미리 준비하는 기업이 될 것인지, 특허분쟁이 터지고 난 후 이를 급히 수습하는 기업이 될 것인지 선택하면 된다. 전자를 선택하였다면 지금부터라도 앞에서 소개한 것과 같이 상상력을 동원하여 각 상황에 맞는 특허를 확보하는 데에 집중해 보자. 후자를 선택하였다면 필자와 같은 특허분쟁 전문가에게 연락하여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부디 이 글이 선택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 이동환 변리사는 한양대에서 전자통신컴퓨터를 전공하고, 2010년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다. 법무법인에서 5년간 IP 분쟁 사건을, 국내 1호 변리사 출신 대검찰청 전문경력관으로서 IP 범죄 및 기술유출 사건을 각각 담당했다. 인공지능, 로봇, 블록체인, IoT 기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해 3월부터 한양대(에리카) 창업교육센터 겸임교수로서 예비창업자들을 위해 지식재산권 강의를 하고 있다.

 

이동환 dhlee@we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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