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신 접종이 활발해 지면서, 이제 2년째 겪는 코로나19 사태도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 상황도 청신호가 켜지면서, 전 세계 제조업계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글로벌 로봇시장을 살펴보면, 더욱 비대면ㆍ자동화 시대가 가속화 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국내 로봇산업은 오히려 더욱 맥을 못추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세대 교체의 실패에서 오는 현상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우선 우리나라 로봇기업 성공 신화를 쓸 소위 유니콘 기업은 과연 언제 나올까. 이미 로봇계에서 전설이 된 덴마크의 협동 로봇 기업 유니버설로봇(UR), 미국의 복강경 수술 로봇의 1인자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 그리고 관절치환 로봇 세계 1등기업 마코(Mako), 에스토니아의 배달 로봇 선구자 스타십 테크놀러지(Starship Technology), 그리고 물류 혁신을 일으킨 아마존의 키바 시스템(Kiva System)과 같은 사례를 볼 때, 우리는 확실히 뒤쳐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로 뼈를 깎는 반성과 냉철한 분석이 필요한 시정이다.
열심히 연구 개발만 하는 것이 기업 성공의 비결일까. 오늘날 우리나라를 로봇 강국의 반열에 올려 놓은 것은 끊임없이 연구실에서 수 많은 정부 R&D사업을 수행하며 실력을 닦아 온 로봇인들의 노력의 결과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여수 소노캄에서 열린 ‘2021 제어·로봇·시스템학회 학술대회(ICROS 2021)' 참가를 통해 우리의 현 주소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물론 신진 연구자들의 도전적이고 뛰어난 연구 성과 발표를 보며, 기업에서 연구실에서 현재 로봇인들이 겪고 있는 고난과 좌절을 극복하고 얻어질 결실의 날도 올 수 있다는 희망의 불빛도 보았다.
우스개 소리로 '로토피아'라는 말이 있다. 정권이 3번 바뀌면서 지난 15년간 1조원 가까이 정부 R&D/비R&D 예산이 로봇산업 육성에 쏟아 부어지면서 생겨난 세상을 일컷는 말이다. 당시 그 세상속에 있는 기업인들과 연구자들이 받은 지원과 혜택은 엄청났다. 어떤 기업들은 크게 성장하여 코스닥에 입성하였고, 어떤 연구자들은 연구 그룹을 비대하게 키웠다. 실로 그들에게는 '로봇+유토피아(?)'였던 것이다.
그러나 과거 정부 사업을 통해 쌓은 경력과 배경으로 만들어진 그 세계에 신진 기업인들과 신규 연구자들이 발을 담그기엔 턱없이 높은 장벽이 있다고 보는 것은 필자의 편견일까? 정부 사업이 오히려 신규 로봇인들에게 넘사벽이 된 것은 아닐까? 로토피아에 살고 있는 이들의 공과를 좀 더 정밀하게 따져 봐야 겠지만, 우리나라 로봇계가 지금의 위치에 올라온 공로는 인정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날로 높아만 가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어 헤쳐가기에 아직 우리의 실력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본다.
필자는 로봇의 신세계를 열어 산업이 보다 활성화되려면 이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본다. 고인물이 흘러 가듯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으로 미래를 제시하는 젊고 신진 연구자/기업인들에게 자리를 내어줄 때가 온 것이다. 지금껏 많은 혜택을 본 기존 기업/연구자들은 더 이상 정부 사업에 욕심부리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는 과감하게 뉴커머(Newcomer:신참자)에게 자리를 양보하자.
박수칠때 무대에서 내려오자. 그리고 그동안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신진 로봇인들을 무대 뒤에서 뒷바라지 하자. 그들이야 말로 침체된 우리나라 로봇산업을 살리고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창출하여 이제 막 펼쳐지는 인공지능 로봇 신세계를 주도할 우리의 미래 희망이기 때문이다. ▒ 고경철ㆍ본지 명예기자, KAIST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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