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시장은 기대감도 크지만 현실화 해 나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문제들도 많습니다.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현상과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진단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본 주제는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PART 1에서는 ‘한눈에 보는 우리나라 로봇시장’을 PART 2에서는 ‘로봇산업 생태계만의 7가지 특징’을 다룹니다. 이번 기고는 PART 2. ‘우리나라 로봇산업 생태계의 7가지 특징’ 편입니다.
PART 2. 우리나라 로봇산업 생태계의 7가지 특징 우리나라 로봇 생태계 이해하기 PART 2에서는 ‘우리나라 로봇산업 생태계의 7가지 특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일곱가지 모두 타 산업 대비 선명하게 비교되는 특징들입니다. 각 특징 하나하나가 건강한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극복해야 할 도전이자 과제이기도 합니다. 긴 겨울 끝에 봄기운이 싹트고 있는 우리 로봇산업이 건강하게 꽃 피우기를 바라면서 일곱가지 특징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축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최근 딥러닝, AI, 비전, 자율주행 등 다양한 기술들이 로봇과 결합되면서 새로운 종류의 로봇과 솔루션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까다롭고 보수적인 고객들의 혹독한 검증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검증 과정에서 고객들은 단순히 기능 뿐 아니라 품질, 내구성 등 신뢰성 데이터를 요구하게 마련입니다.
또, 새로운 로봇이 탄생하면 의도한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하기까지 안정화 기간이 필요하고, 적용사례 또한 풍부하게 자리잡아야 합니다. 모두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로봇 신제품이 쏟아지듯 출시되지만, 막상 판매 확대는 더딘 이유입니다. 2.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가 두드러집니다. 안타깝게도 로봇 시장에서는 수년 간의 제품개발 후 시장에 출시하였지만 판매가 저조한 제품들을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품의 성공을 위해서는 개발단계에서부터 프로덕트-마켓-핏 (Product-Market-Fit)을 철저히 검증하고 제품 출시 후에도 끊임없이 최적화를 해 나가야만 합니다. 하지만 엔지니어 중심으로 운영되는 많은 로봇기업들은 기술적 우위를 뽐내기 위한 제품개발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곤 합니다.
출시를 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적용사례(Use case)를 찾기 시작하고, 고객 VOC를 반영하고, 원가를 낮추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지만, 이미 투자금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는 동안 시장과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제품과 기업은 부지불식간에 시장에서 잊혀지게 되죠. 만들고 싶은 로봇을 만드는 게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철저한 시장분석을 토대로 고객에게 필요한 로봇을 만들어야만 합니다.
3. 정보비대칭이 심해도 정말 심합니다. 최근 모든 산업은 수요자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리뷰, 평가 시스템은 이미 수많은 영역에 적용되고 있고, 정보 비대칭의 해소와 제품과 서비스의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로봇, 또는 로봇 솔루션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실 사용고객들의 평가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고객들이 직접 여기저기 발품을 팔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을 일일이 검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로봇 도입 검토부터 의사결정까지 평균 1~2년의 긴 시간이 소요되게 마련입니다. 고객의 정보탐색 과정에서 생기는 비효율은 결과적으로 로봇 공급기업들에게도 손해입니다. 많이, 그리고 빨리 판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로봇 보급 확산을 위해서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제공이 시급합니다.
4. 유통 병목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PART 1을 통해 살펴보았듯이, 로봇은 대부분 SI(System Integrator) 기업들을 통해 유통됩니다. 신생 로봇 기업과 신제품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SI 기업의 수는 거의 늘어나지 않고, SI 기업의 역량도 로봇 기술의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러니 로봇 보급 속도도 빨라지기 어렵겠죠.
유럽, 미국 등 선진국도 로봇 유통의 중심은 SI 기업들에게 있습니다. 뭐든지 “다 알아서”하는 완벽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오기 전까지는 SI 기업에 의한 로봇 유통구조를 크게 바꾸기 어려워 보입니다. 로봇 보급 확산을 위해서는 기존 SI 기업의 역량 강화는 물론이고, 새로운 자동화의 영역에 전문화된 SI 기업의 발굴과 육성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5. 안 그래도 비싼데 중고시장도 없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자동차는 물론이고 일상 잡화부터 명품까지, 모든 것을 중고마켓을 통해 거래합니다. 로봇 시장에서는 역사가 긴 산업용 로봇 일부를 제외하고는 중고가격 형성은 둘째 치고, 거래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고객들은 TCO(Total Cost of Ownership) 관점에서 잔존가치를 염두에 두고 투자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데, 중고로서의 가치가 없는 로봇은 더 비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로봇 도입에 대한 고객들의 부담을 경감시켜 주기 위해서는 잔존가치에 대한 평가 방식이 자리를 잡고, 거래 시장도 반드시 형성되어야 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미뤄서도 안 될 일입니다. 6. 해외 진출에 소극적입니다. 로봇 매출에서 수출비중은 불과 20% 수준입니다. 자동차, 반도체, 전자 산업의 수출 비중이 80%를 차지하는 것과는 크게 대조되는 수치입니다. 덴마크의 작은 벤처로 시작한 ‘유니버설로봇’과 ‘MiR’는 런칭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온 결과,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서빙로봇으로 유명한 중국의 ‘Pudu Robotics’도 런칭 5년 만에 50개 국에 진출했습니다.
반면, 해외매출 비중이 60% 이상인 ‘두산로보틱스’를 제외하고는, 우리 로봇기업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지극히 낮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죠. 로봇기업 대부분의 조직 역량이 제품개발에만 집중되면서, 해외사업 역량과 맨파워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내수시장만 바라봐서는 스케일업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산자부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로봇시장 규모는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2020년의 약 3.4배 규모인데, 해외시장에 진출해 매출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입니다. 현재 ‘K-ROBOT 수출 전시회’가 온라인으로 성황리에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좋은 시도들은 해외진출의 물꼬를 트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덴마크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크해서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체계적인 ‘Go-to-market’ 전략수립, 성공사례 창출, 노하우 축적을 시작해 나갈 때입니다.
7. 인재가 부족합니다. 로봇 제조사나 SI 기업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가 “좋은 인재 좀 추천해주세요”하는 부탁입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필드 엔지니어, 사업개발 담당자 등 전 영역에서 인재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만, 특히 (1) 해외시장 개척을 담당할 인재 풀이 타 산업 대비해서 확연히 부족하고 (2) SI 기업의 필드 엔지니어들이 고된 노동, 불확실한 일정, 열악한 처우 등의 이유로 로봇 업계 자체를 떠나는 일을 자주 목격합니다.
인력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결국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됩니다. 산, 학, 연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력해서 우수 인재들을 적극 유치하고 육성해 나가야만 하겠습니다. 로봇산업의 더 큰 발전을 위하여 현상과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루긴 했지만, 현재의 로봇시장은 성장 가능성과 희망이 더 큰 시장입니다. 문제에 대해 같은 마음으로 공감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하며, 다음 연재에서는 ‘로봇 산업 생태계 주체들의 Pain Points & Needs’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 필자인 김민교 대표는 현재 ‘투자’ 및 ‘마이로봇솔루션’ 서비스를 운영하는 ‘빅웨이브로보틱스’ 대표를 맡고 있다. ▒ 김민교 hello@bigwaverotic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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