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로봇공학자(Young Robot Engineer)' 코너는 한국로봇학회와 로봇신문이 공동으로 기획한 시리즈물로 미래 한국 로봇산업을 이끌어 갈 젊은 로봇 공학자를 발굴해 소개하는데 있다.
43번째 인터뷰는 한동대 이원형 교수다. 이 교수는 서울과학고를 거쳐,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2017년 8월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19년까지 2년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소셜 로봇과 원격 조종 지원 로봇(Tele-operated assistive robot) 분야 등을 연구했다. 지난 2019년 부터 현재까지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Q. 한동대 소셜 및 상호작용 로보틱스 연구소(Social and Interactive Robotics Lab)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우리 연구실은 사람과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소셜로봇 개발을 중심으로 이웃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연구하는 곳입니다. 소셜로봇 개발을 위해서는 하드웨어 개발뿐만 아니라 영상처리, 음성인식, 음성합성, 원격제어, 표현생성 등의 여러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 개발/활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자전산 분야의 폭넓은 공학 지식을 다루고 있으며, 사람에 대한 이해와 인문학적인 접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융합적 사고관을 가지는 학생 교육에 힘쓰고 있는 연구실입니다.
Q. 최근 하고 계신 연구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람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로봇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제한된 적은 양의 데이터를 가지고 빠르게 로봇이 학습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얼굴 식별 문제에서부터 제스처 인식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 연구와 프로그램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더불어, 소셜로봇과 같이 사람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로봇을 활용하여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를 지속적으로 찾아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에는 학생들과 함께 면접 도움 로봇과 코로나 병동에서 환자의 정신적 필요를 도와주는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이번학기에는 로봇의 제스처를 원격으로 제어하고 데이터를 수집하여 자동으로 제스처가 생성되는 알고리즘에 대해 개발하고 있고, 3D 아바타를 활용하여 자연스러운 얼굴표정을 만들고 가상환경 내에서 로봇이 얼굴 표정으로 학습 상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도 진행중입니다. 또한, 학부사무실에서 방문객을 맞이해줄 수 있는 안내로봇도 제작하면서 그 상황에 맞는 기능을 효과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코로나 병동과 관련하여서, 이번 학기 제가 강의하는 수업에서는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감염병 확진자를 위한 스마트한 음압병실설계”를 주제로 25개 팀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로봇에 국한하여 설계를 진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학생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BK21 사업에 선정 되어,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로봇과 같은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여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기술개발 및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시작단계지만, 공대 이외 교수님들도 함께 사업단을 꾸리게 되어서, 폭넓은 시각으로 실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추후에 좋은 기회가 된다면, 관련하여 이야기 드릴 수 있는 시간을 따로 가져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의 관심사는 사람과 로봇이 사회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도록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저는 가까운 미래에 로봇이 우리 일상생활과 가정에 들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시대가 온다면 로봇은 기계가 아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특별한 경험'들을 공유하게 될 것입니다. 이 때, 로봇은 사용자들과 상호작용 경험을 나열하듯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경험들을 더 특별하게 기억했으면 했습니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한 관계의 발전에서 핵심을 저는 정서적 교감이라고 접근하였고, 따라서 메모리에 상호작용 경험이 저장될 때 정서적 요소들을 어떻게 함께 저장하고, 유사한 상황일 때 정서적 추억들을 효율적으로 회상할 수 있도록 해주는 메모리 구조를 제안하였습니다. 이를 실제 시나리오에 기반하여 보여줄 수 있도록 박사과정 당시 연구실(KAIST RIT로봇지능연구실, 지도교수 김종환)에서 개발중이던 휴머노이드 로봇 마이봇(Mybot)에 태블릿 머리를 달아 구현하였습니다. 사람의 얼굴, 말, 터치 입력 등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앞서 설명한 메모리 기반하에 로봇의 행동을 결정하고, 표정, 제스처, 로봇 목소리 합성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에 대한 프레임워크를 제안한 내용이 박사학위 논문이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와 VQA(Visual Question Answering)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여 2017년 IEEE SMC 학회에 논문을 제출하여 최고학생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로봇제작과 프레임워크 제안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도 사람과 정서적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로봇을 만드는데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Q. 소셜 로봇이나 HRI 연구를 많이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소셜로봇이나 인간-로봇 인터랙션이 더욱 중요한 화두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최근의 관련 분야 동향을 설명 해 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코로나 시대에 로봇의 활용은 굉장히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면 서비스가 어려운 상황에서 로봇의 활용은 굉장히 효과적이고 안전하기 때문에 더욱 필요와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물류분야에서 로봇활용은 굉장히 높아지고 있고, 실내주행기술도 상용화 수준에 올라오면서 음식서빙이나 위치안내 등의 서비스도 더 많아지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동에 집중된 물류로봇 말고, HRI를 접목한 로봇은 아직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에 경제성, 기술력, 사회적 합의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이 있어서 동향을 논할 만한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상황에서 원격제어로봇을 활용한 원격의료/원격진료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고, 발열체크 로봇과 같이 단순한 서비스 등은 사람 간의 대면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조만간 HRI 요소가 더 많이 접목된 로봇들도 많이 나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사용자 차별화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부분 때문에 로봇 연구 및 제작에서 어려움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마다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요구사항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로봇은 양산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도 인공지능 스피커나 스마트폰의 기능들과 비교되며 가성비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하드웨어 다양화까지 고려하게 된다면 가성비 기준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구적으로 어려운 부분 중의 하나는, 소셜로봇은 사람마다 평가하는 방식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일관성있고 객관적인 비교 결과를 얻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입니다.
Q. 미국 조지워싱턴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BME)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소셜로봇과 텔레 오퍼레이티드 어시스티브 로봇을 연구하셨는데 외국의 기술 수준과 우리나라 기술 수준의 차이, 그리고 미국의 강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의 박정혁 교수님이 이끄시는 지원 로봇 및 원격 의료(Assistive Robotics and Tele-Medicine :ART-Med) 연구실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었습니다. 해당 연구실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SEAS학부(School of Engineering & Applied Science) BME학과(Department of Biomedical Engineering)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의료 분야에서 의사를 보조하는 역할의 원격 조종 로봇 및 가상환경을 연구개발하였고, 소셜로봇을 활용하여 자폐아동의 소셜스킬(사회적 행동양식) 훈련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실험도 진행했었습니다.
기술적으로 국내외 기술 차이를 이야기하기에는 제가 아직 식견이 높지 않아 미국에서 연구하면서 느낀 점을 소개하는게 좋을 듯 싶습니다.
미국은 학교, 병원, 지역사회모임 간의 협력과 교류가 활성화되어 있는 편입니다. 의료기관도 지역마다 잘 분산되어 있어, 현장에서의 필요와 의견들을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로봇을 접목하여 연구개발할 때, 이러한 환경이 기술 외적인 부분을 고려하는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또한, 미국은 연구비 지원의 규모가 크고, 실적에 대한 요구도 SCI 수준의 논문 편수가 아니라 다양한 방면으로 성과를 평가하려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대신 심사 과정도 굉장히 꼼꼼하여 정말 가능성 있는 연구인지 검증하고 발굴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습니다. 물론 제가 박사후연구원으로만 있어봤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교수나 전문연구원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자폐아동 연구실험 때 느낀 것 중 하나를 소개하면, 미국은 자신의 자녀가 자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숨기려 하지 않고 교육 및 치료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한다는 점이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사회적 제도나 인식도 성숙한 편이라 느꼈습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로봇 기술개발을 하여 테스트해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Q. 로봇을 하시게 된 동기가 있다면?
어렸을 떄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사람 없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장치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과학자와 발명가가 되고 싶다는 꿈은 초등학교 이전부터 키워왔고, 대학에 입학하여 학과를 정할 때, 소프트웨어와 연동된 하드웨어 개발에 관심이 생겨 전자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이후 센서 활용과 모터제어 분야에 관심이 생겨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던 중 로보트 연구실을 찾아가 학부연구를 시작한 것이 로봇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진행되고 있던 감정로봇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지금의 소셜로봇 분야에 몸담게 되었습니다.
Q. 여러 가지 연구를 하고 계신데 연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지요? 가장 어려운 부분이자 사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인 것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고 있는 분야라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비약적 발전과 오픈소스 분위기로 인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물론 로봇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뒤쳐지지 않기 위해 기술 동향을 매일 두루두루 살펴야 한다는 것은 이 분야의 숙명이지 않으까 생각됩니다. 아는 지인이 로봇분야는 마치 뷔페와 같다고 비유를 한 적이 있는데, 매우 공감되는 말이었습니다. 뷔페에서 가장 미련한 행동이 모든 음식을 다 먹으려는 욕심이라고 하듯이,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져 공부해야 할 것들도 많아지고 있지만, 각자에게 꼭 필요한, 혹은 정말 관심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기술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 기술을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기술 발전 뿐 아니라, 로봇기술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이 개인적으로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교육자로서 학생들과 함께 그러한 고민을 하는 중에 있습니다. Q. 연구자로서 앞으로의 꿈과 목표가 있다면?
이웃을 돕는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성경에서 '누가 이웃인가'라는 예화가 나옵니다. 그 유명한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입니다. 죽어가는 이를 도운 것은 명망이 높고 지식이 많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쓰러져가는 이를 불쌍히 여기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그 사람을 도왔던 사람을 성경에서는 '이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기술의 발전만을 바라보며 이를 동경하고 한편으로는 조급해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바탕으로 진짜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와 개발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물론 실력도 지속적으로 키워 균형잡힌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우선은 자신이 왜 로봇을 공부하고 싶은지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로봇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막연히 로봇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본인이 만들어보고 싶은 로봇이 무엇인지 조사를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로봇 분야는 뷔페와 같아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 다 먹으려고 하면 체하기만 할 뿐입니다. 현실적인 준비로 코딩 스킬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느 하나의 프로그래밍 언어라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분야에 오면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루게 될 일이 많을 텐데, 하나의 언어를 확실히 할 줄 안다면,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코딩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코딩스킬을 알고 있느냐 보다 논리적 사고력이 얼마나 훈련되어 있는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리적 사고력은 진부한 말이지만 수학적 사고와 연관이 있기에 수학에 대한 준비가 되면 좋겠고, 또한, 논리적 사고는 다른 앞선 선배들의 글과 책에 많이 담겨있습니다. 이를 많이 읽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협력하는 자세입니다. 내가 혼자 다 잘 할 수는 없습니다. 가끔은 협력하는 것이 귀찮고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위대한 일들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Q. 연구자로서 국내 로봇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조언을 해 주신다면...
형식적이지 않고 자주 만나고 마음을 터놓는 기회와 자리들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그런 모임들을 필요로 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Q. 연구에 주로 영향을 받은 교수님이나 연구자가 계시다면...
시각장애인이 운전을 할 수 있는 운전 시스템 및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던 UCLA의 데니스홍 교수님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연구의 가치를 더 고민해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가 자신이 만든 의족을 사용하고 계시고, 다른 이들의 의수와 의족을 개발하고 계시는 MIT의 휴 허(Hugh Herr) 교수님도 존경하는 교수님입니다. 또한, 소셜로봇의 선구자인 MIT의 신시아 브리질(Cynthia Breazeal) 교수님도 그 선구안에 매번 감탄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박사 지도교수님이셨던 KAIST 김종환 교수님과 정명진 교수님, 박사후 연구원 당시 지도교수님이셨던 조지워싱턴대학 박정혁 교수님, 그리고 제 연구 멘토셨던 UNIST 이희승 교수님이 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신 교수님이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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