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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에 붙이는 ‘무전원 전파 중계기’ 등장

로봇신문사 2025. 3. 20. 16:02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고투과, 광대역, 광각 특성을 가진 투명 지능형 재구성 안테나(RIS) 기술을 새롭게 개발했다. ETRI 연구진이 해당 기술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사진=ETRI)

 

5G(5세대) 이후 이동통신은 통신속도를 높이기 위해 직진성이 매우 강한 전파를 이용한다. 전파가 휘어가는 ‘회절성’이 매우 약하며, 유리창 등을 뚫고 들어가는 ‘투과율’도 매우 낮아 통신 사각지대가 많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은 큰 비용을 들여 더 많은 기지국과 실내 중계기를 설치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상용화될 6G(6세대) 이동통신부터 한층 심각해질 것으로 여겨지며, 미래사회의 핵심 자원인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등의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이동통신에서 주로 사용되는 ‘밀리미터파(mmWave)’ 대역의 전파를 실내에서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새롭게 개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은 고(高) 투과, 광대역, 광각특성을 가진 지능형 재구성 안테나(RIS)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ETRI 연구진은 투명한 폴리에스테르(PET) 필름에 수 ㎛(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미세 안테나 패턴을 형성했다. 이동통신 전파가 이 안테나에 닿으면 유리창을 뚫고 건물 안쪽으로 전파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즉 해당 기술을 이용하면 투명한 필름이나 작은 패널을 건물 유리창에 붙이는 것만으로 전파를 건물 내부 곳곳으로 전달할 수 있다. 얇은 필름 한 장으로 고가의 전파 중계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별도의 전원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어서 탄소저감을 위한 미래 전파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RIS 기술을 이용해 이동통신 서비스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과거부터 있었다. 그러나 기존 기술은 매우 좁은 대역의 전파만 전달할 수 있어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ETRI에서 개발한 高투과·광대역·광각 RIS는 기존 RIS에 비해 대역폭이 10배 가까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하나의 RIS로도 현재 서비스 중인 5G 이동통신 뿐 아니라, 향후 6G 이후의 서비스에도 모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TRI 연구진은 해당 기술을 한층 발전시킨 ‘산란형 RIS 기술’ 역시 연구도 한창 진행 중이다. 산란형 RIS는 실내에 전파되는 고주파 신호를 수십도 이상의 넓은 범위로 재전파시켜 통신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실내 음영지역의 최소화를 위한 유리투과 투명 표면 및 빔 재구성 산란 안테나를 새롭게 개발해 나가고 있다.

 

연구진은 이같은 연구를 통해 통신 효율을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전파 투과손실 개선 수준을 일반유리 대비 약 4배 정도인데, 이를 향후 6배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일반유리뿐만 아니라 전파 감쇄가 매우 심한 코팅 및 열차단 유리에서도 투과손실을 개선할 수 있어 적용범위가 무궁 무진하다는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ETRI 연구팀은 해당 기술을 안테나 소재부품 회사 등에 기술이전 하여 3년 내 상용화할 예정이다.

 

ETRI 전파환경감시연구실 이정남 박사는 “전파의 매질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이라며 “통신을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전파기술 영역확장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개발 과정엔 클레버로직, 덕산넵코어스 등이 기업이 참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지능형 재구성 안테나 기반 5G-Advanced 이동통신 서비스 커버리지 확대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고투과, 광대역, 광각 특성을 가진 투명 지능형 재구성 안테나(RIS) 기술을 적용, 투과형 투명 '지능형 재구성 안테나(RIS)'를 개발했다. ETRI 연구진이 유리창을 뚫고 온 전파의 신호가 실제로 증폭되는 모습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사진= ETRI)

 

전승민 기자 enhanced@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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