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가 치유 기능을 가진 전자피부의 개략도. 왼쪽은 인간의 피부와 유사한 형태의 전자피부를, 오른쪽 확대 영역은 전자피부가 손상되었을 때의 복구 메커니즘 설명하고 있다. 이황화 결합(S-S)이 끊어졌다가, 다시 결합 교환을 통해 자가 회복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이미지=김혁 서울시립대 교수)
전자 피부(E-skin)는 로봇의 외피, 웨어러블 의료 기기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전자 피부는 기계적 손상 시 복구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자가 치유’ 기능을 가진 전자 피부가 개발되고 있지만 치유 속도가 느리고, 치유 시에 외부 자극(열, 빛 등)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상온에서도 빠르게 자가 치유가 가능한 전자피부를 개발했다. 서울시립대 김혁 교수팀은 외부 자극 없이 10초 이내에 80% 이상의 기능을 복구할 수 있는 초고속 자가 치유 전자피부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실시간 생체 신호 모니터링 및 AI 기반 근육 피로 평가 기술을 구현했다고 19일 밝혔다.
사람의 피부를 모방한 전자피부는 웨어러블 기기의 가장 진화한 형태 중 하나다. 촉각을 모방할 수 있어 로봇 기술에 적용할 수 있으며, 인체에 적용할 경우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고 부착 부위의 상처를 치료하는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반복적인 사용 중 발생하는 마찰이나 외부 충격으로 헤지거나 찢어지는 등 손상이 발생하기 쉬워 장기간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손상을 80%까지 복구하는 전자피부가 개발된 바 있지만 복구까지 1분이 걸릴 수 있어 측정이 단절되고, 복구 시 열과 빛 같은 외부 자극이 필요해 실용화의 걸림돌이었다.
연구팀은 전자피부의 자가 치유 성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화합물을 합성해 최적의 조건을 구현해 냈다. 열가소성 폴리우레탄에 이황화물 화합물을 도입, 열, 빛 등 외부 자극 없이도 재결합할 수 있는 이황화 결합(두 개의 황(S) 원자가 결합된 화학적 구조)을 형성하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복원력을 높이기 위해 분자 이동성이 높은 화합물(IPDI)을 첨가해 자가 치유 능력을 극대화했다.
이렇게 개발된 자가 치유 전자피부는 상온에서 10초 이내에 80% 이상 기능을 회복하는 성능을 보였다. 고온·고습·저온·수중 등 극한 환경에서도 근전도 및 심전도를 안정적으로 측정할 수 있으며, 손상 후 자가 치유를 거쳐도 신호가 안정적으로 유지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개발한 전자피부를 센서로 활용해 딥러닝(신경망학습) 기반 빅데이터 해석 모델과 결합해 실시간 근육 피로를 모니터링하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김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자가 치유형 전자 피부의 주요 난제를 해결하게 됐다”며 “차세대 웨어러블 의료 기술의 발전과 상용화를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2월 12일 게재됐다. 연구논문 제 1저자는 이용주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박사과정생이 맡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전승민 기자 enhanced@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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