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뒤따르고 우리나라의 제조 기술력을 접목한다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로봇 부품,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분야의 투자가 더 늦춰지면 글로벌 로봇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 3강 진입’을 목표로 제시하고 최근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밝히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가운데, 5년 이내 우리나라가 과감하게 투자해야 유리한 입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정치권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피지컬 AI 시대의 휴머노이드 로봇’ 세미나 현장.
2일 국회AI포럼이 주최하고 국회도서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한국로봇산업협회,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후원한 ‘피지컬 AI 시대의 휴머노이드 로봇’ 세미나가 개최됐다.

▲‘피지컬 AI 시대의 휴머노이드 로봇’ 세미나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이인선 국회의원)
이인선 국회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이미 세계 각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휴머노이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적 수준의 로봇 기술과 연구 역량을 뒷받침할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승래 국회의원은 “‘디바이스 AI’ 시대로의 전환점에 서 있는 시점에서 기술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송언석 의원은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에 사활을 걸어 미래 세대에게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을 물려줘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와 함께 과학기술 혁신의 혜택이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함께 마련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은 “AI 에이전트의 시대를 넘어 피지컬 AI 시대로 성큼 나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강점을 가진 제조업 기반 산업에서의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기술은 핵심 열쇠다. 오늘 행사가 대한민국 로봇 산업의 도약을 위한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박성호 회장은 “AI와 로봇의 융합은 기술이 실질적 사회 변화로 이어지는 관문이며 우리가 기술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 경로다”라고 강조했고 한국로봇산업협회 김진오 회장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 사회를 여는 상징적인 존재다. 협회는 국회, 정부, 학계, 산업계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대한민국 로봇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로보티즈 김병수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첫 번째 기조강연은 로보티즈 김병수 대표의 ‘고철에 담은 생명, 피지컬 AI’로 꾸며졌다. 김 대표는 “로봇이 AI와 접목되면서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 있지만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로봇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로봇 핸드가 필요하다. 로봇 손이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있다”며 “한국의 경쟁자는 중국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로봇을 제조할 때 대부분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당장 우리나라 기업이 로봇 부품을 생산해도 이윤을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로봇이 현실에서 우리가 상상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피지컬 AI 개념이다. 엔비디아 역시 매출 방향을 피지컬 AI로 얘기하고 있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서 시각-언어-행동모델(VLAM)로 확장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인력을 구하기 너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피지컬 AI 시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의 수요는 일자리 현장에서 창출될 것이다. 즉,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를 만들어줄 것이다”라며 “휴머노이드 로봇은 여러 나라가 만들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양대학교 한재권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두 번째 기조강연에서 한양대학교 한재권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글로벌 개발 현황 및 산업화 전망’에 대해 강연했다. 한 교수는 “2045년이 되면 젊은 층 25만 명이 노년층 100만 명을 먹여 살려야 되는데,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공동체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생산현장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고 있는데, 이것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며 “이 문제의 해결책을 묻는다면 로봇산업은 ‘노동력을 만들어내는 로봇에 답이 있다’고 대답할 수 있다. 인구감소 재앙은 노동력과 인간의 수가 같다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다. 로봇산업은 오히려 기회로 보고 있다. 사업성이 있는 로봇으로 인구절벽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최근 휴머노이드가 뜨는 것도 범용 로봇이기 때문이다. 현장은 여러 가지 일을 해서 투자수익률(ROI)이 나올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원한다”며 “과거 코딩 시대는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달라졌다. 로봇 제조의 핵심은 행동 데이터다. 생성형 AI를 통해 강화학습으로 좋은 품질의 데이터를 아주 많이 만들자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엄청난 데이터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에 넣고 학습시키면 AI 모델이 만들어진다. 그 AI 모델을 로봇에 설치하면 사람을 대신해 일을 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엔비디아가 오픈 소스를 공개한 이후 로봇 개발의 신세계가 열렸다. 전세계적으로 여러 기업이 생기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힘을 받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액추에이터 기술 등 기반 기술이 더 올라오길 바란다”며 “다행히 아직 우리에게 시간이 있다. 2030년이면 세계 각국의 로봇산업 성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한다. 2020년대 후반이라도 우리가 합류해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순수한 우리나라만의 기술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엔비디아의 오픈소스, 값이 싼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국방, 의료, 제조 기술력 등 민감한 정보가 외국으로 유출돼 국가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며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피지컬 AI의 핵심은 행동 데이터다. 제조업 강국인 대한민국에게 굉장히 큰 기회다. 제조현장의 데이터가 넘쳐난다. 근로자의 손에 있는 데이터로 로봇을 만들면 ‘한국에서 만든 휴머노이드는 재주가 좋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보다 상황이 더 좋다”며 “이렇게 큰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정부의 행보를 보면 큰 희망을 품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율실험실,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제조 등 산업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과 확산을 위한 공동활용 인프라 구축 과제를 공모해 기업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산업현장에 있는 데이터가 증폭되고 합성되는 어마어마한 기회를 마주했다”며 “로봇시장의 플레이어가 많이 등장하고 키워지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레인보우틱스 허정우 이사가 강연하고 있다.
세 번째 기조강연에서 레인보우틱스 허정우 이사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설명했다. 허 이사는 “기존의 산업용 로봇은 매니퓰레이션(manipulation) 작업에 대한 지능이 중요하다. 협동로봇을 하는 입장에서 중요성에 깊이 공감한다. 이를 위해 로봇에 정밀도가 높은 고가의 부품이 들어가야 한다. 정교한 작업을 하는 로봇이 생산성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는 “가정로봇 시장이 열리기 위해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부분적으로 가사일을 하는 로봇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자율 이동 로봇(AMRㆍautonomous mobile robot) 사업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동로봇의 다음 단계로 최근 개발한 모바일 매니퓰레이터 ‘RBY1’이 전 세계 AI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상용화로 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며 “삼성전자의 전략적 투자와 함께 기술 독립성과 정밀한 시스템 통합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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