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신문은 2025년 을사년 신년 특집으로 국내 로봇 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주요 로봇 기업 CEO를 만나 작년 성과와 새해 계획, 그리고 국내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을 듣는다. 네 번째 순서로 국내 1위 협동로봇 기업인 ‘뉴로메카’의 박종훈 대표를 만났다.

▲ 서울 성동구에 자리한 뉴로메카 본사 1층엔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로봇카페’가 있다.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는 “기술실험 목적이라 굳이 홍보를 하지 않는데 커피맛이 나쁘지 않은지 손님들이 의외로 자주 찾아온다”고 했다.(사진=전승민 기자)
최근 산업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 중에서 ‘협동로봇’을 빼놓을 수 없다. 로봇이 조립 생산과 제조 공정에 투입된 건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안전사고 등의 문제로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니 안전 펜스 등을 통해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 놓고 로봇을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협동로봇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등의 IT 기술을 접목, 주변 환경을 인식하며 사람과 공동으로 작업이 가능하다. ‘인간이 해야만 하는 작업’에서도 로봇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뉴로메카는 이런 국내 협동로봇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경쟁사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는 해외 시장을 주로 공략하고 있으며, 레인보우 로보틱스 등의 기업은 아직 규모 면에서 뉴로메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뉴로메카는 이제 협동로봇 시장에서의 성장을 발판으로 국내 로봇산업계의 새로운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매출 빠르게 성장 중… 올해부턴 ‘이익’도 챙길 것”

▲ 뉴로메카가 지난 해 공개한 ‘양팔로봇’의 모습(사진=뉴로메카)
뉴로메카의 2024년 한 해 매출은 200억을 크게 넘어섰다. 2023년 대비 2배가 조금 안 된다. 이 점에 대해 박종훈 대표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성장을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부터 다양한 사업을 추가로 벌여 나갈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안타까운 것은 매출 성장 대비 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은 것”이라며, “지속가능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는 시기”라고 자평했다.
그래서 박 대표는 올해 최우선 목표를 ‘수익향상’으로 잡았다. 지금까지 회사의 성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 이제는 내실을 기하기 위해 노력할 단계가 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박 대표는 “운영 효율성 차원에서도 여러 가지 일을 고민 중이고, 성장 과정에서 다소 비효율적으로 증가했던 인적 구조도 개선해 가고 있다”고 했다. 현재 뉴로메카의 직원 수는 140~150명 정도다. 생산 인력은 이 중 절반 정도다. 경북 포항에 연구팀이 있고, 자동화 사업팀도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벌이고 있는 일이 공장 신설이다. 올해 7월 무렵부터 1만 2000평 규모의 신규 공장을 포항에 추가로 짓기 시작할 계획이다. 가동은 내년(2026년 4분기) 즈음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후 상황을 보아 본사 건물도 포항에 새로 지을지 고민 중”이라며 “이번 공장 증설로 연간 2만 대 로봇 생산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뉴로메카에 대한 투자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경 ‘포스코홀딩스’가 약 100억원을 투자하고 뉴로메카의 지분 5%가량을 확보키로 했다는 뉴스가 전해지기도 했다. 박 대표는 “포스코는 철강회사로, 기존 회사와 다른 차별화 된 자동화 수요가 있다”면서 “거기에 따른 맞춤형 공급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보아달라”고 했다.
“올해는 해외 진출 원년 될 것”

▲ 뉴로메카는 독자적으로 로봇 부품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은 뉴로메카가 개발한 로봇 액추에이터(구동장치)의 모습(사진=뉴로메카)
박 대표는 “뉴로메카는 그간 독자적 기술개발을 해 왔다”고 자랑했다. 수작업 비중이 높은 ‘용접’을 로봇팔로 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머신텐딩(로봇을 사용해 필요한 부품을 골라서 적재하고 하역하는 일. 3D 카메라와 AI 등을 이용해 부품을 식별하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기술개발에도 많은 힘을 기울였다. 포스코 투자금도 로봇공동연구센터 건립에 쓰고 있다. 포스코에서 원하는 맞춤형 자동화 설비를 개발하는 일은 생각 외로 까다로운데, 그런 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또 “올해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면서 “우선 미국 쪽을 공략하기로 하고 시카고 쪽에 기술센터를 오픈하는 등 이미 준비에 들아갔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협동로봇 1위 기업의 메리트는 그대로 가지고 가지만 다양한 로봇 기술을 확보하고 사업을 준비해 갈 것”이라며 “실험용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야외를 돌아다닐 수 있는 아웃도어용 로봇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뉴로메카가 원하는 것은 핵심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역량을 확보하는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뉴로메카에서 만드는 모든 모터의 내재화를 완료하고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고성능 감속기 부품의 대명사인 ‘하모닉 드라이브’의 시험 양산에 들어갔고, 당장 그중 한 가지 정도는 우리가 생산하는 로봇에 그대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올해 2025년엔 다시금 8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꾀해 450억 원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수익률까지 개선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종합 로봇 플랫폼 회사로 거듭날 것”

▲ 뉴로메카는 독자 개발한 액추에이터를 이용해 새로운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은 모든 부품을 100% 국산화 한 신형 협동로봇 ‘인디K(indy K)’ (사진=뉴로메카)
뉴로메카는 협동로봇 사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종합 로봇 플랫폼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최근 산업용 로봇기업 ‘로볼루션’을 자회사로 편입했는데, 이를 산업용 로봇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키우겠다는 것이 박 대표의 복안이다. 이밖에 화재방지 기능을 더한 배터리팩 개발을 위한 자회사 ‘세이프에너지’도 최근 창업했다. 뉴로메카 사내벤처 기업 형식이다. 이동형 로봇 등을 위해 배터리 공급 기술을 확보하는 목적이다.
이런 노력은 뉴로메카의 연구개발 성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뉴로메카는 12일부터 4일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진행된 제20회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KRoC 2025) 행사장에 전시 부스를 마련하고, 연구용 실외배송 플랫폼(차륜형 이동로봇)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동시에 지난해 개발한 바 있는 양팔형 협동로봇, 즉 상반신 형태의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도 다시금 공개했다. 이 같은 기술은 모두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자회사 역량과 큰 관계가 있다.
박 대표는 최근 불고 있는 휴머노이드 열풍에 대해 “좋은 일이지만 산업에 직접 사용하려면 양팔형 협동로봇 형태가 더 적합해 보인다”고 했다. 또 그는 “요즘 실외배송 로봇을 준비하는 곳이 많은데 내구성이 취약해 보인다”면서 “자동차에 필적하는 내구도를 확보한 실외배송 로봇을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뉴로메카가 강조하는 것이 ‘수직일관화’다. 박 대표는 “로봇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4대 역량(자동화 서비스, 자동화 솔루션, 로봇 플랫폼, 핵심부품)을 모두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현재 대규모 산업용 자동화 솔루션을 직접 개발·구축·설치·운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협동로봇 기업은 뉴로메카가 유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런 네 가지 역량을 ‘자동화 시장의 4대 밸류체인’이라고 부른다. 그는 “현재 국내 상황에서 이런 역량을 모두 확보하지 않으면 생태계를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면서 “부품을 내재화 수준까지 고도화하고, 사업의 다각화를 통한 성장 엔진을 계속 만들어 가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올해 협동로봇 시장의 전망에 대해 “생각보다 밝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뉴로메카가 협동로봇 시장 국내 1위인데, 그 뒤를 추격하고 있는 업체들은 휴머노이드 등 다른 분야에 뛰어들거나, 해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유니버셜로봇(UR) 등 해외 기업은 국내 시장에 잘 맞지 않으며, 저가공세를 펴고 있는 중국도 AS나 품질 등의 면에서 약점이 있다.
박 대표는 “작년에 협동로봇만 300대 정도 판매했는데, 몇 대 안 되는 것 같지만 제어시스템 등이 종합적으로 판매되므로 총가격은 1억~2억 사이를 호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올해는 600대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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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업계 ‘상생’의 중심될 것… 생태계 구축 함께해야”

▲ 인터뷰 중인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사진=전승민 기자)
박 대표는 로봇 산업계 발전을 위해선 업계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경쟁사랑 직접적으로 협력을 꾀하긴 쉽지 않겠지만, 모두에게 중요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한 개 기업이 할 수 있는 사업엔 규모 면에서 한계가 있다. 지능형 로봇 연구를 위해 AI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할 필요가 있는데, 한 개 기업이 이만한 AI 역량을 갖추려면 조 단위 투자금이 요구된다. 뉴로메카가 종합 로봇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것도 사실 부품 등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에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지금 부품 공급사 위주로 시스템이 짜져 있는데, 공급사는 ‘팔기 좋은 형태’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플랫폼을 갖고 있다면 ‘로봇에게 꼭 맞는 부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개 기업이 플랫폼을 강력하게 구축해 갖고 있으면 부품을 공급하거나,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쓸 수 있는 데이터센터 등을 만드는 등, 모두를 위한 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분야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게 박 대표의 포부다.
그는 “우리가 모터 등 부품을 만들어 보니 비슷한 기능을 하는 나사 하나도 여러 종류가 있고 서로 호환이 안 되더라”면서 “이런 누가 만들어도 비슷한 것들을 서로 개발할 필요가 없는 만큼, 플랫폼 기업이 나서서 이런 것을 통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로봇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플랫폼을 통해 ‘기준’을 제시할 필요는 있다고 박 대표는 주장했다. 그는 “플랫폼에 맞춰 부품을 공급받게 되면, 꼭 필요한 완성도의 부품을 선별해서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며 “이렇게 하면 같은 부품의 가공도 쉽고, 같은 성능의 로봇도 더 값싸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뉴로메카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로보틱스 전문회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시스템을 갖추고 로봇 시장에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라며 “이 정도 역량을 갖춘 회사가 등장하지 않으면 국내 로봇 시장이 중국 등 해외와 경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로봇회사가 AI로 오픈AI(챗GPT 개발사)를 이길 수는 없겠지만, 로보틱스 분야에서의 AI 등은 관심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촉각 등 다양한 센서를 로봇에 통합할 필요가 있는데, 이 분야는 한국이 강점이 있다”면서 “로봇 산업계를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고 기술 있는 기업이 주도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다양하게 열려 있다”고 말했다.
진행=조규남 전문기자 / 정리=전승민기자 enhanced@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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