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선점을 향한 글로벌 경쟁이 뜨겁다. 테슬라가 선보이는 ‘옵티머스’, 오픈AI와 피규어가 협력한 ‘피규어 01’, 바이두와 유비테크가 내놓은 ‘워커S’ 등 지능형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소식이 경쟁하듯 쏟아지고 있다. 특히 올 3월 공개된 ‘피규어 01’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인간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요구받은 일을 매끄럽게 수행하는 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은 과거의 로봇기술 한계를 넘어 로봇산업 성장의 변곡점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로봇이란 본래 외부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여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장치를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로봇은 산업용 제조 로봇 혹은 요즈음 흔히 볼 수 있는 식당 서빙 로봇도 ‘사람이 가르쳐 준 일을 반복하는 작업’이나, 수술용 혹은 군사용 로봇처럼 ‘사람이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조종하는 작업’을 중심으로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산업용 제조 로봇은 2022년 기준 화낙·야스카와·미츠비시(일본), 쿠카(중국), ABB(스위스) 등 상위 5개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에 달한다. 이 또한 제조업 중심 국가에 쏠려 있어 중국, 미국, 일본, 독일 등이 전체 시장의 80% 가량을 차지한다.
그러나 전통 제조로봇 시장과 달리, 서비스 로봇 경쟁은 이제 막이 오른 격이기에 세계 각국이 기술 우위 및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넥스트MSC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AI 로봇 시장의 규모는 2021년 956억달러(약 129조원)에서 2027년 1580억달러(약 213조원)를 거쳐 2030년에는 1848억달러(약 249조원)까지 성장하여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그리고 이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분야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로봇 분야일 것이다. 1950년대부터 성장해 온 지금의 로봇산업은 산업용 로봇이 대부분을 차지하여, 서비스 로봇의 경우 전체 시장의 7.2% 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 서비스 수요 다양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 로봇 시장 경쟁은 계속될 예정이다. 국제로봇연맹(IFR)은 2025년 이후에는 산업현장의 제조로봇 시장을 서비스 로봇이 추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시대에 맞는 새로운 로봇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 로봇이 기구 디자인, 정밀 제어, 센서 응용 등이 중점인 HCR(Hardware Centric Robot)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SDR(Software Defined Robot)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할 때다. 당시의 로봇은 정해진 환경에서 정확하게 주어진 임무만을 수행하기에 불확실성이 거의 없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과 협업하고 공존하는 로봇의 시대는 완전히 다르다. 이에 따라 로봇 산업 또한 하드웨어 중심의 제어·센서 응용에서 데이터와 AI 알고리즘, 네트워크 중심의 SDR로 발전해야 하고, R&D 역시 다양한 서비스 관련 콘텐츠 공용화를 위한 로봇 메타모델 기술, 로봇 가상화 및 SDR을 위한 로봇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기술, 생성형 AI 포함 AGI 기반 로봇 지능화 기술, 그리고 RaaS(Robot as a Service) 플랫폼 기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AI의 발전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은 스마트폰과 전기차 다음으로 일상생활에서 지배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고령화에 따른 육체노동의 한계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열쇠 또한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AI를 탑재한 똑똑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우리 생활을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으로 만드는 동시에 유통·물류·국방·제조 등 산업 전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인간에게 기계에 불과했던 로봇이 보조자이자 해결사, 더 나아가 동반자의 역할까지 하는 시대가 우리 예상보다 훨씬 빨리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이 미래 시대의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서비스 로봇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에 국가적 역량결집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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