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재권 교수
올해 들어 로봇계에서 일어난 특이한 현상은 미국과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에게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기술개발 속도가 가속화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3년간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자동차 제조 공정에 투입될 준비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러자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인텔, 엔비디아, 오픈AI 등 글로벌 탑티어 기술 기업들이 반 테슬라 연합군를 형성했고 최고의 로봇공학자 중 하나로 꼽히는 제리 플랫 박사가 설립한 피규어AI 라는 회사에 6억7천5백만 달러 (약 9천억 원)를 투자했다.
더구나 아마존은 자신들의 물류센터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기 위해서 애질리티 로보틱스라는 회사에 1억 5천만 달러(약 2천억 원)를 투자하면서 연간 1만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또한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유럽 최고의 완성차 기업들이 자신들의 자동차 제조라인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기 위해서 로봇 기업들과 활발하게 협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한편 중국은 공업정보화부라는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17개 정부 부처 및 중국내의 로봇 기업, 대학이 참여하는 국가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 컨소시엄을 구축하고 일사불란하게 미국의 로봇 기술을 따라잡고 있다. 서빙로봇을 공급하는 회사로 알려진 중국의 최고 로봇기업 유비테크는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 회사 바이두와 손잡고 중국 자동차회사 둥펑자동차의 생산라인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려는 중이다.
이들이 앞다투어 기술 경쟁 및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을 하는 장면은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빠르면 내년, 늦어도 2020년대 말에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상용화 되어 작업장에서 일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로봇 기술 개발 경쟁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
최근 우리 언론에 가장 많이 다루어진 기사 중 하나는 단연코 동해유전 개발 아닐까 싶다. 매장량 110억 배럴의 가이아나광구 보다 더 큰 광구가 될 것이라며 우리도 자원부국이 될 수 있는 꿈을 꾸게 하고 있다. 그러나 시추 성공 가능성은 20%이며, 그나마 매장량은 시추가 되어봐야 알 수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한번 시추를 시도하 는데 드는 비용은 1,200억 원이며 시추는 내년부터 시작될 예정이고 성공할 때까지 시추는 여러 번 시도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정말로 막대한 유전이 있어서 우리가 자원 부국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소식이 있을까 싶다. 그런데 국가가 전략을 수립할 때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전략을 수립해야한다. 지금 시추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 석유가 상업화되기 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도 시추에 성공한다는 전제하에 빠르면 2035년에나 상업 개발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석유만 하더라도 국제에너지기구 IEA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원유의 소비는 2025년에 정점에 달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며 공급은 오히려 새로운 유전 개발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그런데 2035년에나 상업화가 되는 석유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는 심각하게 계산해 봐야할 사항이다.
반면 전세계의 로봇 산업은 연평균 20% 수준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앞으로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수준의 인간세상의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인 리서치앤마켓의 조사에 따르면 2030년 로봇 시장의 규모는 1,873억 3천만달러(약2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유를 1배럴당 80달러라고 산정하고 로봇 시장의 규모를 원유로 환산하면 로봇시장 규모는 1년에 23억배럴 규모이다. 6년이면 110억배럴 규모의 가이아나 광구 규모를 넘어서는 경제적 가치다.
우리나라 정부의 로봇 연구개발과제 중 가장 크고 가장 잘 계획된 것으로 알려진 산업통산자원부 로봇산업기술개발 사업의 2024년 예산 규모는 165억 원이었다. 그리고 석유 시추를 한번 시도하는데 드는 예산은 1,200억 원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할지는 명확하다. 성공 확률이 20%, 그것도 경제적 가치가 얼마일지는 시추를 해봐야 아는 석유와 매년 20%의 성장을 하며 확실한 경제적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로봇. 우리는 지금 어디에 미래 전략을 집중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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