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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1주년 기획] 기술 패권 싸움으로 확산 중인 로봇산업

로봇신문사 2024. 6. 17. 11:55

 

 

 

▲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그야말로 전세계적으로 로봇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발행시장과 유통시장 가리지 않고 로봇업체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이어지고 있고, 새로운 로봇회사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기도 하다. 테크 자이언트 기업들은 로봇이 미래 성장동력이라며 추켜세우기에 바쁘다. 인더스트리얼 로봇이나 협동로봇, AMR이나 간단한 기능이 장착된 서비스 로봇 정도에 그치던 로봇의 영역이 최고 난이도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이 몇 개씩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로봇산업이 갑자기 관심을 받는 배경은 무엇이며, 앞으로 로봇산업은 어떻게 펼쳐질까?

 

첫째, 2017년 트랜스포머 알고리즘 공개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고도화되었다. 이 덕분에 로봇에게 고도화된 지능의 부여가 가능해졌고, 학습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인간과 로봇간의 소통문제에 대해 낙관적인 기대를 갖게 되었다.

 

언어에 국한되었던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은 시각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비전 트랜스포머(Vision Transformer)로 진화되었을 뿐 아니라 이젠 모션 트랜스포머(Motion Transformer)까지도 확장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젯슨(Jetson), 아이작(Issac),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유레카(Eureka) 같은 로봇용 솔루션을 해마다 고도화시키며 로봇학습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얼마전 오픈AI와 엔비디아가 투자한 피규어의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1'을 보면 인간이 언어로 던진 명령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꿈에 그리던 HRI(Human Robot Interface)로서의 음성명령이 현실에서 가능하게 된 것이다. 하드웨어 중심적 로봇 접근이 로봇의 능력을 제한해왔다면, 인공지능으로 인해 로봇의 능력범위가 크게 확장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졌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로봇은 스스로 생각하고, 이동 계획(Locomotion planning), 동작 제어(Motion control)는 물론, 음성으로 사람에게 명령을 받아 일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둘째, 그동안 로봇업체의 영세성으로 인해 연구개발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아무리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R&D로 쏟아붓는다 해도 그 규모는 고작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글로벌 거대 자동차기업들이 전기차와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에 관심을 갖고 수조단위의 투자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면서 로봇과의 교집합적 기술수준이 대거 상향하기 시작했다.

 

로봇에게 반드시 필요한 배터리 기술도, 작지만 고효율 저전력의 모터도, 인지-판단-제어에 필요한 센서와 반도체도, 시각센서로 세상을 이해하고 스스로 경로계획(Path planning)을 할 수 있는 기술도 모두 자율주행 기술 생태계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동차 대량 생산으로 인해 핵심부품들의 단가가 크게 하락한 것도 로봇산업이 자동차산업에게 받은 선물이다. 테슬라가 옵티머스를 공개하면서 FSD(Full Self Driving)와의 기술적 유사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이유이며, 현대차가 과감하게 보스톤 다이나믹스를 인수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언젠가 완성될 완전자율주행 기술은 로봇의 고도화에 엄청난 힘을 보탤 것이다. 로봇의 대량 생산도 자동차산업의 시스템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자동차산업과 로봇산업은 상당한 기술적 유사점을 가지며 공생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미-중 갈등의 양상은 기술패권의 싸움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로봇 신기술이 등장하면 어김없이 몇일 뒤 중국에서 유사한 동작이나 기능을 보여주는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로봇분야에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를 넘어 미국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 유비텍, 푸리에(Fourier Intelligence), 샤오미 등이 대표주자이지만 수십개의 휴머노이드 로봇, 수백개의 로봇회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로봇개발에 가장 큰 어려움인 인공지능 분야에 있어서도 중국은 미국을 바짝 추격하는 글로벌 2위이다. 특히 가성비가 뛰어난 중국산 하드웨어에 꽤 경쟁력있는 중국 AI가 장착된 로봇의 경쟁력은 압도적일 수 있다. 이는 기술적으로 완벽한 독일, 일본의 하드웨어와 최고 수준의 미국 AI가 결합된 형태의 로봇에 비해 가격 경쟁력과 상업화, 보급력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로봇경쟁이 격화될수록 한국, 유럽, 일본의 초조함은 커질 것이며 각국의 로봇정책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국가간의 로봇을 둔 경쟁은 머지 않은 미래에 UWS(Unmanned Weapon System:무인무기) 분야와 연결될 것이다. 로봇산업의 경쟁력이 곧 국방력과 직결되는 세상이 될 것이란 의미다.

 

넷째, 자율주행과 로봇은 대표적인 임바디드 인공지능(Embodied AI)이다. 물리법칙을 인공지능이 정확히 컨트롤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중력, 관성, 마찰력, 원심력, 빛의 왜곡, 산란, 역광 등의 다양한 변수들을 통제하기가 어렵다.

 

인공지능의 큰 지류인 온디바이스(On device) AI와 '피지컬 임바디드(Physical Embodied)' AI는 분명 거대산업으로 확장된다. 이런 산업적 관점에서 본다면 자율주행과 로봇에 대한 투자는 국가의 테크 인프라에 가깝다. 파생될 임바디드 AI 영역은 실로 무궁무진할 것이다. 각 공장과 산업현장은 물론, 식당의 주방, 병원과 요양원, 각 가정의 궂은 일까지 대부분 로봇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제조업 비중이 다른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한국의 경우 임바디드 AI 영역 전반, 즉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플랫폼 등에서 자체적인 역량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해외에서 화려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과 그들의 학습과정을 지켜보노라면 한국 국민 모두가 똑같이 느끼겠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로봇에 대해서도 하드웨어 일변도의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데이터센터를 확보한 후, 로봇에게 세상을 이해시키고 인간이 행동하는 방식(Motion Tokenization)을 반복적으로 습득시켜 경쟁력 있는 로봇을 키워나가야 한다.

 

한국이 짧은 시간동안 이뤄놓은 많은 산업적 기반들이 아직은 건재하며, 수많은 학생들이 열정을 가지고 신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로봇분야에서도 다양한 융복합이 이뤄져야 하며, 미국, 중국의 경쟁 틈바구니 속에 살아 남아야 한다. 이에 대기업, 중소기업, 학계, 자본시장 모두가 힘을 뭉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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