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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고체 변형 로봇 기술 등장, 터미네이터는 가능한가?

로봇신문사 2023. 2. 13. 10:09

 

 

 

▲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이준석 박사

 

최근 ‘현실이 된 터미네이터, 액체-고체 변형 로봇’이라는 기사가 소개되었다. 영화 터미네이터는 로봇과 AI기술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고 오히려 인간을 통제하거나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시리즈 영화로 큰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특히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에서 등장하는 변형 로봇 T-1000은 제작자의 상상력이 최대한 발휘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이렇게 상상 속에서만 있던 로봇 기술이 카네기멜런대학의 연구자에 의해 그 가능성을 선보였다. 액체와 고체 사이의 가역적인 변형이 빠르게 일어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물론 영화에서 보여주는 정도의 속도나 복원력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이제 연구개발 시작 단계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용융점이 상온인 갈륨을 자성 입자로 농축하여 금속이 녹고 움직이며 다시 형태를 복원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 기술을 활용할 경우, 생물의 체내에 존재하는 이물질(foreign objects)을 포획하고 체외로 배출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기술이 현실에서 적용 가능하다면, 엄청난 기술적 진보가 예상된다.

 

2023년의 최대 화두는 AI라고 한다. 최근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가 가능한 ChatGPT가 엄청난 이슈이다. 그래서 글로벌 선두 기업들은 앞 다투어 AI에 투자하고 전략을 발표하고 미래 먹거리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통상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 속도가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느리다. 이는 로봇 부품의 기술발전 속도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AI의 발전은 로봇의 하드웨어 측면에서 부족한 성능을 보완해 줄 수 있다. 그만큼 지능의 발전은 로봇 측면에서 보면 변곡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AI 기술이 보완해 줄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다. 모터로 대변되는 구동장치를 예로 들어보면, 아무리 좋은 제어 성능을 갖는 제어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더라도 근본적인 모터의 성능이 구현되지 않으면 우리가 원하는 로봇을 만들기 어렵다. 즉 하드웨어 측면에서 모터의 크기와 무게에 따라 낼 수 있는 출력이 현재의 기술로는 제한적이다. 이것을 소프트웨어 기술이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액체-고체 변형 로봇에서도 마찬가지다. 변형 로봇의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재료의 개발, 개발된 재료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구현하는 기술,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로봇이 적절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상업적으로도 구현 가능한 수준인가에 대한 고민이 함께 필요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을 AI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I 기술이 화두인 것은 동의한다. 또 AI가 크게 우리 생활의 변화를 가져올 것도 동의한다. 그런데 또 한 가지 확실한 것은 AI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카네기멜런대학의 액체-고체 변형 로봇을 개발한 것은 매우 의미 있다. 우리가 현실에서 T-1000과 같은 로봇을 보기 위해서는 어느 한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준석 ssesera@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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