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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재와 미래’ – 기술, 협업, 그리고 산업적 파급효과

로봇신문사 2025. 3. 4. 15:25

 

▲고경철 한국로봇산업협회 부회장

 

최근 CES 2025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여러 로봇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은 각종 부스에서 미래 산업과 가정의 모습을 재현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엔비디아 부스에 등장한 중국 기업 유니트리(Unitree)의 로봇, 테슬라(Tesla)의 옵티머스(Optimus) 프로젝트, 그리고 피규어(Figure) AI 로봇 등은 앞다투어 “우리야말로 차세대 로봇 시대의 선두주자”라고 외치는 듯하다. 과연 이들이 가진 기술적 차별점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 갈 것인가? 또한 이 과정에서 로봇과 AI(인공지능)는 어떻게 결합하고, 그에 따른 산업 지형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 글에서는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의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보며, 그 기술적·산업적 의의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1. CES 2025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부상

 

CES는 글로벌 전자·IT 산업의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전시회 중 하나다. 이곳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점은 여러 부스에서 ‘인간형 로봇’을 다양한 용도로 소개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NVIDIA) 부스에서는 중국 기업 유니트리의 로봇이 시연되었는데, 하드웨어(바디)는 유니트리가 만들고 두뇌 역할을 하는 GPU와 AI 소프트웨어는 엔비디아 측이 제공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는 “바디는 업체들이 다양하게 만들고, 핵심 AI 플랫폼은 엔비디아가 지원한다”는 ‘엔비디아 진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반면, 테슬라의 옵티머스 프로젝트는 전기차로 축적한 모터 기술과 배터리 노하우, 그리고 자율주행으로 쌓아온 방대한 비전(시각) 데이터를 접목해, “하드웨어도 우리가, AI도 우리가”라는 독자 생태계를 지향한다. 이러한 테슬라의 움직임을 ‘테슬라 진영’이라 부르기도 한다. 즉, 엔비디아 진영은 AI 플랫폼 공급에 집중하고, 테슬라는 자체 로봇 개발을 통해 완전한 수직 계열화를 꿈꾸는 모양새다. 이 두 흐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로봇 생태계가 빠르게 형성되는 과정에서 한 축을 담당할 것만은 분명하다.

 

2.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목받는 이유

 

사실 로봇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 공장 자동화에 쓰이는 산업용 로봇 팔, 물류 창고에서 바퀴로 움직이며 물건을 옮기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나 AMR(Autonomous Mobile Robot), 그리고 가정에서 널리 보급된 로봇청소기 등, 시장에 따라 형태와 기능은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형’ 로봇이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인간의 작업 환경에 최적화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모든 작업장은 ‘사람이 일하기 편한’ 구조물을 구축해 왔다. 문의 손잡이 높이부터 선반의 위치, 가전제품의 조작 방식 등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팔 길이, 키, 동작 범위를 고려해 설계되었다. 따라서 제조·서비스 현장이나 가정 등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에 로봇을 투입하려면, 로봇 역시 사람처럼 팔과 다리를 갖추고 비슷한 형태로 움직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논리가 작용한다.

 

둘째, 소비자들이 느끼는 ‘친숙함’이다. 로봇청소기나 물류 로봇은 바퀴 달린 형태로 최적화되었지만, 인간이 직접 대면하고 협력해야 하는 경우에는 사람처럼 생긴 로봇이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아직은 SF영화 속 안드로이드처럼 자연스럽게 말하고 움직이는 휴머노이드는 아니지만, 기업들은 미래를 보여주는 데에 휴머노이드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3. 엔비디아 vs. 테슬라, 그리고 다른 기업들의 생태계

 

(1) 엔비디아 진영

 

엔비디아는 GPU 개발로 유명하지만,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GPU만이 아니라 ‘쿠다(CUDA)’와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도 제공한다. AI가 급성장하면서 엔비디아의 기술은 단순히 그래픽 연산을 넘어 신경망 학습과 추론에 필수 불가결한 솔루션으로 자리 잡았다. 유니트리처럼 바디를 만드는 기업들은 “센서·모터·프레임 등의 하드웨어는 우리가 담당할테니, 높은 수준의 연산 능력(AI 엔진)은 엔비디아가 제공해달라”는 식으로 협업을 꾀한다. 일종의 ‘분업화된 생태계’가 엔비디아 진영의 특징이다.

 

(2) 테슬라 진영

 

테슬라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으로 다져온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에도 뛰어들었다. 모터, 배터리, 차량용 카메라 및 센서 등에 관한 독보적인 노하우를 ‘옵티머스’에 집약시키는 중이다. 특히 테슬라는 수년에 걸쳐 자율주행 데이터를 방대하게 모아왔기 때문에, 이를 로봇의 ‘시각 지능’과 ‘행동 계획’에 활용하는 강점이 있다. 또한 로봇 관절(모터)의 소형화와 높은 출력·정밀도 구현은 전기차 기술을 축적해온 테슬라가 확보하기 좋은 이점이다. 궁극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장악해, 테슬라 생태계 내에서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을 읽을 수 있다.

 

4. 작업 지능과 ‘협동 로봇’ 시연: 피규어(Figure)의 사례

 

테슬라만큼이나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가 피규어(Figure) AI다. 초기에는 오픈AI와 함께 로봇용 AI 모델을 연구했지만, 올해 초 자체적인 대형 비전·언어 모델(VLM, Vision-Language Model)을 발표하며 독립 노선을 선언했다. 피규어가 공개한 시연 영상을 보면, 두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협동하여 냉장고와 선반을 정리한다. 어느 로봇은 냉장고 문을 열고, 다른 로봇은 선반에 물건을 올려놓으며, 서로 필요한 물건을 건네주기도 한다.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이는 매우 복잡한 AI 작업 지능을 요한다. 물건을 인식하고(“이것은 계란인지 사과인지”), 적절한 위치에 분류한 뒤(“냉장 보관 vs. 실온 보관”), 그 물건을 안전하게 잡아 옮기는 데엔 카메라와 센서의 실시간 정보가 필수다. 한 로봇은 한 손으로 냉장고 문을 잡고 다른 로봇이 넘겨주는 물건을 받아서 냉장고 안에 넣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서로 충돌 없이 ‘협동’해야 한다. 피규어 측은 이것이 단순 매크로(프로그래밍) 동작이 아닌, AI가 자율적으로 동작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 강조한다.

 

물론 일부 연출 장면(예: 마치 로봇들이 서로 대화하듯 마주 보는)도 있을 수 있지만, 해당 영상을 통해 피규어는 ‘작업 지능(Task Intelligence)’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실행하는 로봇의 가능성을 알리고자 했다. 또한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의 로봇이 단일 신경망 모델을 공유한다면, 클라우드 기반으로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

 

5.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기술 요소

 

(1) 모터·구동부

 

사람의 팔과 다리를 움직이려면 관절이 중요하듯, 로봇에는 모터·액추에이터의 성능이 곧 동작 범위와 자유도를 결정한다. 테슬라는 손가락만 22개의 자유도를 구현해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도록 설계했고, 발목에 리니어 모터를 탑재하여 사람의 보행 방식을 흉내낸다. 유니트리도 다관절 다리 구동 기술을 바탕으로 사족·이족 보행 로봇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2) 센서·비전

 

3D 카메라, LiDAR(라이다), 심지어 초음파 센서 등 여러 방식으로 환경 정보를 수집한다. 특히 물건을 집거나, 문을 열고 닫거나, 사람과 상호작용하려면 정밀한 거리 측정과 사물 인식이 필수적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에서 사용해온 카메라 기반 ‘비전’ 기술을 로봇에 그대로 이식할 수 있고, 피규어나 다른 업체들도 딥러닝·신경망을 이용해 사물을 분류·추적하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3) AI 소프트웨어(두뇌)

 

로봇이 ‘자율’적으로 행동하려면 규칙 기반 프로그래밍(“이때는 이렇게 움직여라”)만으론 한계가 명확하다. 최근에는 대규모 신경망 모델이 로봇의 ‘뇌’ 역할을 맡으며, 다양한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판단·계획을 수립한다. 특히 언어와 이미지를 결합한 VLM(Vision-Language Model)은 “보이는 장면을 텍스트로 이해하고, 문맥에 맞춰 행동 방안을 추론”하는 데 적용이 가능하다. 이는 사람과 비슷한 직관적 행동을 로봇이 학습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6. 가정용 로봇의 미래와 한계

 

CES에서는 가족용 로봇, 가정 서비스 로봇 시연도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노르웨이 기업 X가 옷을 입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시하며, 액자를 고쳐주거나 집안을 청소하고 선반에 물건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로봇은 사람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인간처럼 외형을 꾸몄고, 영상에서는 가정 내에서 유용한 역할을 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하지만 가정용 로봇이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첫째, 가정 환경은 상상 이상으로 변화무쌍하다. 공장이나 물류 창고와 달리 표준화가 어렵고, 가구 배치부터 조리도구 종류, 재료 보관 방식 등이 천차만별이다. 둘째, 비용과 내구성이 문제다. 로봇이 일상적으로 넘어지거나 충격을 받으면 수리비가 상당할 수 있다. 셋째, 사람과 긴밀히 상호작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예: 로봇이 아이 혹은 반려동물을 인식하지 못해 충돌)를 완벽히 해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은 “현재는 시연 수준”임을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이런 모습을 통해 “로봇이 가정에 들어와도 편안하다”는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완전한 상용화까지는 더 많은 기술 발전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겠지만, 로봇이 가정으로 들어갈 날이 전혀 허황된 이야기는 아닌 시대가 됐다.

 

7. 가격과 경제성: ‘1가정 1로봇’ 시대가 올까?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 가격이 얼마인지는 개발사마다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략 수천만 원에서 억대까지 거론된다. 향후 대량 생산과 기술 진보가 이뤄지면 자동차 한 대 가격인 2천만 원 안팎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중형차를 사는 비용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들여와, 집안일·간단한 심부름 등 다양한 일을 맡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그 로봇에게 필요한 교육(학습) 비용과 서비스 업데이트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간에게 대학 교육을 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적게 들지 않듯, 로봇에게 특정 작업 능력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도 대규모 데이터를 모으고, 클라우드 컴퓨팅 리소스를 투입해야 한다. 결국 하드웨어 가격만 싸진다고 ‘1가정 1로봇’ 시대가 당장 열리진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을 두고 보면,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8. 국방·산업 분야로 확장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중적으로는 “가정용 로봇”이나 “사람과 협력하는 친구”처럼 소개되지만, 실제로 가장 먼저 활발히 쓰일 수 있는 곳은 국방·산업 분야일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위험 작업장(화학 공장, 원전 시설)이나 군사 작전(정찰, 폭발물 처리 등)에서 ‘사람 같은 움직임’을 구현하는 로봇은 매우 유용하다. 중국의 유니트리나 미국의 일부 기업이 군사용 로봇을 이미 연구·개발 중이며, 정부 기관이나 군사 연구소가 공개하지 않은 프로젝트들도 상당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들은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외적으로는 가정이나 헬스케어, 제조 공정 지원 등 ‘친화적’ 이미지를 강조한다. 실제로 산업 현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몸이 불편한 이들을 돕거나, 고난도 작업을 대체해줄 수 있는 의료·복지용 로봇의 시장성도 무궁무진하다. 즉, 단순히 군사적 용도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 전 분야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도입될 길이 열려 있다.

 

9. 로봇과 AI: 점차 경계가 사라진다

 

이제 로봇이라 부르는 것이 맞는지, AI 시스템이라 부르는 것이 맞는지조차 모호해지는 시대다. 로봇의 ‘눈(카메라)’으로 들어온 영상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로봇의 ‘뇌(프로세서)’가 판단을 내리고, 곧바로 관절을 제어하는 형태가 보편화되고 있다. 이는 로봇 공학자들이 오랫동안 꿈꿔온 “자율형 로봇”의 실체에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한 개의 신경망 모델이 여러 대의 로봇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는 하나, 몸은 여러 개”라는 개념 하에, 클라우드에서 학습된 AI는 다수 로봇에게 작업을 분산 지시하고, 로봇이 행동하면서 얻는 데이터를 다시 클라우드로 보내 집단 지능을 향상시킨다. 이는 제조 라인이나 물류 센터, 혹은 대형 병원 등에서 상당히 효율적인 운영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

 

10. 휴머노이드 로봇의 궁극적 지향점과 결론

 

결론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은 지금까지도 다양한 연구·시연이 이뤄져 왔고, 최근 들어서는 AI 기술의 폭발적 발전으로 인해 실제 쓰임새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제조 공장의 자동화·협업 로봇을 넘어, 가정용 서비스 로봇, 의료·복지 로봇, 나아가 위험 지역 임무 수행이나 국방 지원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로봇이 인간과 같은 수준의 자유도(수백 개 관절)와 자연스러운 행동을 구현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고성능 모터, 배터리, 소재 기술, 그리고 AI를 학습시키는 대규모 데이터와 연산 자원이 모두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넘어야 할 윤리적·법적 문제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예컨대 “로봇이 판단 실수를 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얼마나 대체할 것인가?” 하는 질문들이 이미 사회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 공학자들과 기업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미래 핵심 성장동력 중 하나라는 데 의견을 모은다. 수년 전만 해도 상상 속에서만 가능하던 자율 보행 로봇,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협동 로봇이 실제로 우리 곁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머지않아, 가정이나 직장에서 “로봇 한 대를 부려 일 시킨다”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닌 날이 찾아올 것이다.

 

최종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상화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CES에서 확인된 흐름,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비롯해 수많은 스타트업이 보여주는 기술 시연을 보면,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고 누구도 그 속도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가파르다. 로봇 하드웨어와 AI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사람 대신 업무를 수행하거나 사람과 협업하는 광경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떤 기업이 주도권을 쥐게 될지, 또 어떤 새로운 사용 사례가 창출될지 지켜볼 일이다.

 

고경철 kckoh@kohyo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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