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CES로 보는 미래①] ‘電装의 신’은 로봇과 AI

로봇신문사 2025. 1. 8. 09:42

 

첨단기술 각축전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5’가 7일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식 개막했다. CES는 각 기업이 실용화를 코앞에 둔 첨단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다. 실제 수개월 이내에 상용화되는 기술도 많아 ‘현실이 될 미래’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라는 평가가 많다.

 

올해 행사는 전 세계 160개국에서 약 4500개 기업이 참여하며 사실상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주제는 ‘Connect. Solve. Discover. DIVE IN.(연결하고, 풀고, 발견하고. 뛰어들어라)’. 약칭으로 ‘DIVE IN’만 적고, 그 뜻을 ‘몰입’으로 해석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로봇과 AI’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상에 ‘집중적으로 도전하자’는 의미는 잘 전달되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 사회에 뛰어들기 위해 우리가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바로 ‘로봇기술’이다. 인공지능(AI)과 더불어 세상의 변화를 끌어내는 양대 축이기 때문이다.

 

로봇신문은 CES 2025를 통해 소개되는 다양한 로봇기술을 집중 분석해보는 기획 시리즈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게재 순서는 ①모빌리티 ②라이프 ③산업 ④휴머노이드. (편집자)

 

 

 

▲ LG전자가 'CES 2025'에서 선보인 ‘인캐빈 센싱’.(사진=LG전자)

 

‘로봇’은 공장 등 주위 환경이 통제된 곳에선 이미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우리 삶의 현장이다. 다양한 로봇기술 중 가장 빠르게 현실사회에서 '활약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이 ‘모빌리티 로봇’. 산업적으로 ‘모빌리티’라는 단어를 꼽을 때 교통수단과 관련된 첨단기술을 꼽는 경우가 많다.

 

CES 2025 주최 측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모빌리티 기술 소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LG·SK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엔비디아, 구글,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대거 참가해 모빌리티 관련 시장 주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사실상 올해 CES의 핵심축은 모빌리티’라는 평가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CES 2025에서 보여준 ‘지금 곧 현실화할’ 모빌리티 기술의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1000조 ‘전장(電装) 시장’ 잡아라

자동차의 역사는 200여 년에 달한다. 엔진이나 전기모터, 변속기나 감속기, 바퀴와 조향장치 등 대부분 기술이 이미 완숙의 단계에 올라있다. 이 상황에선 자동차를 통제하는 전자제어 시스템, 이른바 ‘전장(電装) 시스템’이 성능 향상의 관건을 쥐고 있다. 이것만으로 평범한 자동차가 최첨단 로봇 자동차로 탈바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자동차 역시 SDV(Software 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로 거듭나며 자율주행화, 로봇화 추세를 걷고 있는 만큼 해당 기술 요구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 자동차 본체가 아니라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업, 즉 전장 분야가 크게 주목받는 이유다.

 

시장 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전장 시장 규모는 4000억달러(약 580조 8800억원)에서 2028년 7000억달러(약 1016조 5400억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해당 첨단기술을 CES 현장에서 공개하고 시장 선점에 나서려는 시도도 두드러진다. CES를 두고 ‘모터쇼를 방불케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2024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로보택시 공개가 이어지는 등 다양한 자율주행자동차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출범하면서 CES에서 자사의 전장 기술력을 자랑하려는 움직임도 강하다.

 

‘전장’ 업체 총출동… 코드는 ‘운전자 안전’

자율주행차가 대세로 부각되면서 ‘운전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기술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은 2025년부터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Driver Monitoring System)을 차량에 의무 장착하도록 법제화했다. 미국, 일본 등도 해당 법률 시행을 검토 중이다.

 

국내 전장 업체도 해당 기술을 적극 도입 중이다. 이번 CES 2025에 참여한 업체 대부분이 이 기술을 들고 나왔다. 삼성전자는 2017년 인수한 자회사 ‘하만’을 통해 전장사업을 꾸리고 있는데, 이번 CES 2025에서도 자사의 신개념 자동차 운전공간 개념을 선보였다. 삼성-하만은 수년 전부터 자사의 통합 전장 시스템에 ‘디지털 콕핏(전자조종석)’이란 이름을 붙이고 있다. 이미 지난 해 운전자 심박수·얼굴 혈류량까지 측정해 운전자의 집중 인지 정도를 측정해 졸음을 방지하는 ‘레디 케어’ 기술을 공개한 바 있으며, 올해는 해당 기술을 더욱 가다듬어 공개하고 있다. CES 2025 현장에선 삼성전자 부스에선 실제 차량과 선박 모형까지 전시해 두고 삼성의 가정용 AI 시스템 ‘스마트싱스’를 차량과 선박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차, 삼성중공업과 협업해 해당 전시품을 마련했다고 한다.

 

LG그룹의 경우 LG전자 VS사업부와 LG이노텍이 협업해 전장 신기술을 선보였다. LG전자 내에서 전장사업을 맡은 VS사업부는 AI를 적용한 첨단 모빌리티 기술 ‘인캐빈 센싱(운전자 및 차량 내부 공간 감지)’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CES 2025 현장에 체험 공간 역시 마련했다. 운전자나 동승자의 표정·음성·행동을 감지해 주행 편의성을 높이고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이다. 운전자 심박수를 실시간으로 측정,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경고해 준다. VS사업부가 CES 현장에서 일반 관람객에게 전시 부스를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완성차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비공개 부스만 운영해왔다.

 

LG이노텍은 이번 CES 2025에 처음 공개하는 인 캐빈 카메라(차량 실내용 고성능 카메라) 모듈을 비롯해 라이다(LiDAR), 차량용 5G 통신 모듈, 차세대 디지털키 등 미래 모빌리티 부품 41종을 선보였다. LG이노텍 측은 “자율주행의 최대 관건은 운전자 및 탑승자의 안전”이라며 “인캐빈 카메라 모듈 등 DMS 관련 부품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CES 2025 LG이노텍 전시부스 전경. (사진=LG이노텍)

 

이번 CES 2025엔 현대-기아차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급성장하는 전장 시장을 고려해서인지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가 현대 그룹 내에서 단독 참여했다. 대표적인 것이 ‘홀로그래픽 윈드실드 디스플레이’다. 프로젝터를 이용해 자동차 전면 유리창을 디스플레이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디스플레이 범위를 조수석까지 확대, 운전석 앞 일부분만 활용할 수 있었던 기존 기술과 달리 각종 주행 정보와 인포테인먼트 정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 볼 수 있다. 독일 광학업체 자이스(ZEISS)와 공동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기술을 공개하기 위해 신형 전기자동차 EV9을 라스베이거스로 실어 보냈다. 여기에 ‘휴먼 센트릭 인테리어 라이팅 시스템’과 ‘뇌파 기반 운전자 부주의 케어 시스템(M.BRAIN)’ 기술 등 DMS 관련 역량도 선보였다.

 

사고 막고 동물도 쫓아내… 다양한 안전관리 기술 경쟁적 소개

전장 브랜드 ‘만도’로 유명한 HL 그룹도 CES 현장에서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HL만도는 자동차용 전기 화재 예방 솔루션 ‘해치’를 들고 나왔다. 열·연기 감지 방식보다 빠르게 전기 스파크를 감지, 전기차와 데이터센터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를 초기에 잡아낼 수 있다. ‘HL클레무브’는 ‘비틀 플러스’와 ‘애그리실드’ 2개 기술을 선보였다. 비틀 플러스는 휴대용 레이더로 최대 30m 거리에서 전후방 장애물을 감지하면 전용 모바일 앱을 통해 위치와 위험도를 즉시 알려준다. 애그리실드는 야생동물 퇴치 기기로,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을 빛, 소음, 음파 등을 고루 이용해 자동으로 퇴치한다. 새떼 등을 퇴치할 때는 필요하면 드론을 자동 호출하도록 만들 수도 있어 농장, 공항 등에서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 아키오 토요타 회장은 CES 2025 개막 하루 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미디어 콘퍼런스 기조연설 자리에서 일본 시즈오카현 스소노시에 21만 평 규모로 조성 중인 스마트시티 ‘우븐시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도요타)

 

외국 기업도 다양한 기술을 들고 나왔다. 5년 만에 CES에 참가한 일본 도요타 역시 신규 전시관 ‘모빌리티 스테이지’를 열어 다양한 모빌리티 관련 기술을 집중 소개했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은 CES 2025 개막 하루 전 기조연설 자리에서 일본 시즈오카현 스소노시에 21만 평 규모로 조성 중인 스마트시티 ‘우븐시티’에 대해 소개하며 모빌리티의 미래를 완성하기 위해선 자동차 등을 벗어나 도시 규모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시각을 피력했다.

 

일본 전장기업 ‘소니혼다모빌리티’는 차세대 전기차 아필라(AFEELA)의 첨단 기능과 온보드 기술을 공개했으며, 독일 BMW는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 ‘파노라믹 아이드라이브(Panoramic iDrive)’를 선보였다. 대시보드 앞부분에 긴 디스플레이 패널을 실제로 배치하는 것으로, 기존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 비해 훨씬 다양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이 밖에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에 성공한 구글 웨이모는 현대차가 만든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만든 새로운 자율주행택시를 공개했다.

 

이 밖에 해외 자동차 기업 ‘콘티넨탈’도 자동차와 운전자의 연결성을 극대화한 ‘이모셔널 콕핏’ 기술을 들고 나왔다.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제공해 날씨나 현재 위치, 충전상태 등 주요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전장 부품으로도 유명한 부품 및 공구전문기업 ‘보쉬’는 새롭게 개발한 다기능 카메라 MPC3를 공개했는데,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통해 도로 위 물체와 사람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고 차로 이탈을 방지한다.

 

 

 

▲ 콘티넨탈 사가 공개한 자율주행차 컨셉 이미지. (사진=콘티넨탈)

 

전승민 기자 enhanced@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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