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가 열린 인천로봇랜드 20층 대회의실 모습
(주제 3) 로봇산업 친화적 인프라 기반 구축 방안
▶ 사회
다음 주제로 로봇산업 친화적인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 보겠다. 규제 완화, 로봇 생태계 구축, 로봇 창업 지원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정부와 로봇산업진흥원에서 구축을 추진중인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역시 로봇 친화적인 인프라를 만들기위한 방안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스타트업을 창업하신 장 교수께서 국가 로봇테스트 필드나 스타트업 지원 등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말씀해달라.
▶장병탁 교수
▲ 서울대 AI연구원 장병탁 원장
큰 틀에서 보면 인공지능이 사업 모델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결국은 투자가 중요하다. 미국에선 업력이 1년 밖에 안된 스타트업이 몇 천억원을 투자 받아 업계를 선도한다. 선도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과 아이디어로 막대한 자금을 유치해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하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미국에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로봇 분야도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미국은 구글 같은 기업들이 초기 IT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나중에 인수하는 전략을 취했다. 미국 대기업들이 로봇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 역시 그런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미국과 같은 생태계가 조성돼 있지않은 만큼 로봇 펀드를 구성해 선도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우리나라도 선도기업이 나와줘야 한다. 결국은 생태계 문제다. 그런 차원에서 로봇 관련 펀드가 있었으면 한다.
▶김진오 회장
▲ 한국로봇산업협회 김진오 회장
로봇에는 여러 가지 기술이 필요한데, 한 두가지만 잘하면 세계적으로 도약할 수 있다. 그런 곳이나 기업에 펀딩하면서 도와주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신용민 과장
사실 정부도 정책 자금이 있어서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펀드의 한계는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몇 천억을 모으려면 정부 자금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어쨌든 민간이 투자를 해야하는데 금융시장은 기술에 대한 보수성이 있어서 그런지 쉽지 않다. 로봇 산업에도 자연스럽게 스타 기업이나 선도 기업이 시장에 나와줘야 인력 양성도 쉬워지고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선도 기업에 가고 싶어한다. 정부가 아무리 인력 양성을 외쳐도, 가고 싶은 회사가 자연스럽게 시장에 나와주지 않으면 힘들다. 이 부분 정책적으로 좀 더 고민해보겠다.
▶박성주 대표
▲ 박성주 유진로봇 대표
지역마다 로봇 테스트필드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테스트필드구축 사업이 지역 사업으로 바뀌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테스트필드 구축 예산의 많은 부분이 건물을 짓고 땅사는 데 들어간다. 예를 들어 인천에 테스트필드가 있다고 하면, 과연 부산에 있는 로봇 기업이 그 곳에 갈지 의문이다. 거꾸로 대구 국가로봇 테스트필드에 인천 기업이 갈까. 또 한가지 지적할 점은, 로봇 테스트 환경을 모사하겠다고 하지만, 제조 환경이 산업마다 다르다. 대표적인 환경 하나 꾸며놓고 여기서 검증받으면 다 통과된다고 하면 안된다. 먼저 테스트 환경을 연구하고 이를 업계에 배포해야 한다. 테스트 환경에 대해 연구한 다음에는 테스트 규격, 테스트 방법, 인증 방법 등을 표준화하고 기업들한테 홍보해 기준에 맞추도록 해야한다. 우선 순위가 건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손웅희 원장
▲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손웅희 원장
대구에 들어서는 국가로봇테스트필드는 향후 5년동안 2천억원을 투입해 5만평 규모로 건설된다. 예산이 건설 부분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R&D, 표준 인증, 디지털 트윈 등 세부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 건축 부분은 4분의 1 정도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한 주(州)보다 지역적으로 작은데 수도권 로봇 기업도 국가로봇테스트필드에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그렇지만 테스트 수요가 많다고 인천에서도 기업들이 오겠느냐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테스트 수요가 종목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국가로봇테스트 필드에서 어떤 과제 또는 어떤 내용을 테스트를 할 것이냐에 따라 인천 아니라 해외에서도 찾아올 수 있다. 외국에서도 찾아올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로봇 테스트필드에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어떤 로봇을 테스트할 것인가에 대해 앞으로 산업계가 좋은 의견을 제시해주면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배병주 대표
주로 신문기사를 보고 로봇 테스트필드 관련 내용을 접하고 있는데, 좀 더 많이 홍보가 이뤄졌으면 한다. 지금은 알음알음으로 파악하고 있는 단계다. 테스트필드를 구축한다고 할 때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벤처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테스트필드사업의 목적을 알고 싶다.
▶김종형 교수
국가로봇테스트 필드는 제품을 시험하고 인증한다는 측면에서 ‘프로덕트’ 중심이다. 이를 '프로세스'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제품을 단순한 물리적 측면만 보지 말자. 제품 개발, 유통, 서비스 창출 등 전주기적 관점에서 프로세스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품 개발을 위한 인더스트리 얼라인언스, 프로세스 플랫폼을 테스트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테스트필드에 구축할 예정인 ‘디지털 트윈’ 기술도 일종의 생물이다. 계속 업데이트하고 쓸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 발전해야한다고 본다. 디지털 트윈은 5G가 기반이 되어야 하고, 전국에 있는 공장들과 플러그인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해외에 로봇을 수출하기 위해선 인증이 중요하다. 우리 자체 규격이나 표준화 문건을 업데이트해 놓으면 해외 규격을 받는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 국내 표준화 또는 국가로봇 테스트필드 문건이 해외 수출이나 해외 규격 획득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남경태 부문장
국가로봇테스트 필드는 친기업적인 정책 사업이며, K-로봇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다. 입지 선정과 인프라 구축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서비스 대상인 수도권 로봇 기업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교통, 숙박 인프라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실제 환경과 유사하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기술 발전 추세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운영 단계에선 테스트필드를 실질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조직 체계가 제대로 구성돼야 한다. 수익 모델을 강화하고 민간 기업과의 제휴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
▶김진오 회장
로봇테스트필드는 기술 중심 테스트필드가 아니라 비즈니스 중심 테스트필드가 되어야 한다. 로봇 제품의 전주기가 들어가 있어야 하며, 단순 로봇이 아니라 솔루션을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할 것이다. 특히 ‘라지 스케일 로보틱스’에 집중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공장이나 플랜트를 중심으로 라지 스케일 로봇이 들어가고, 디지털 트윈과 연계되어야 한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네이버의 로봇 친화빌딩처럼 라지 스케일 로보틱스를 테스트할 수 있고, 비즈니스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사회
제품 표준화 관련한 의견도 듣고싶다.
▶김종형 교수
표준과 인증 관련 이슈는 지속적인 확대가 중요하다. 기업들의 관심이 높고 기대도 크다. 현재 기업이 집중하고 있는 로봇 기술이나 제품이 국제적인 수준이고,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인지 알수 있어야하는데, 표준화 작업을 통해 예측할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야한다. 기업이 표준화 문건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기술 경쟁력의 지표가 될 수 있다. 사용자 표준과 솔루션 표준들도 더 필요하다. 사용자 표준들이 있어야 기업들이 가이드와 지표를 갖고 일할 수 있다. 표준은 다른 서비스와 네트워크로 연결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생태계에서 여러 기업이 연결하고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며, 그래야만 융합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사회
▲ 좌담회 진행을 하고 있는 로봇신문 조규남 대표
로봇산업을 키우기 위해선 스타트업 육성이 중요한데, 어떻게 로봇 스타트업을 육성할 수 있을까.
▶박성주 대표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 얘기해보면 "기술만 있으면 대박난다","이런 제품을 만들면 무조건 잘된다"라고 오해한다. 막상 현실에 부딪히다보면 실제와 차이(gap)가 있다. 스타트업을 단순히 일괄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맞춤형으로 진단과 지원을 해줘야 한다. 스타트업이 성장 프로세스상에서 어떤 단계에 있는지 정확히 진단하고 거기에 맞는 전략 컨설팅, 기술 개발 지원, 수요자 연결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 그러면 스타트업이 5년 이상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장병탁 교수
기술을 가지고 학교 창업을 해보니 결국 기술을 쓸 수 있는 수요자인 고객과 연결해야 하는데 딜레마다. 스타트업은 태생적으로 처음부터 고객 발굴까지 하면서 기술에 집중하는 게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직원 5명인 회사와 10명, 20명, 50명인 회사는 기업 문화가 완전히 다르다. 투자 규모나 사업 방향 등 측면에서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런 것들을 스타트업들이 바텀업으로 대응하는 것은 힘들다. 생태계 내에서 톱다운 방식으로 도움 받을 수 있도록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김종형 교수
현재 생산기술연구원에서 로봇엔지니어링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들에게도 이같은 컨설팅이 필요하다. 한국로봇산업협회에서 컨설팅 그룹이나 로봇스타트업 CEO 포럼을 만들어 스타트업들의 네트워킹이나 사업 방향에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제가 로봇엔지니어링 컨설팅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고 로봇학회에 연구회로 등록해 관련 발표도 자주 했다. 로봇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성공하려면 실제 성공해서 돈을 버는 스타트업이 나와야 한다. 스타트업 육성과 정책 목표가 따로 가는 것이 아니다.
▶사회
이제 토론을 마무리할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로봇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
▶남경태 부문장
제조로봇 실증사업을 그동안 오래 진행해왔는데, 대상 제조기업의 90% 이상이 직원 10인~20인 정도 소규모 업체다. 이들 소규모 기업은 다품종 소량 생산에 머무르고 있는데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어도 자금을 지원받는 게 쉽지 않다. 정부가 지원해주는 로봇실증사업도 민간 부담금이 워낙 많기 때문에 지원받는 것이 어렵다. 현재 로봇 도입 비용이 2억원이라면 1억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한다. 로봇 티칭이나 유지보수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인공지능 비전 기술을 이용해 원격 티칭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
▶사회
이번 좌담회에 한규환 인천테크노파크 로봇지원센터장이 옵서버로 참석 중인데 인천광역시 로봇지원 정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한규환 인천테크노파크 로봇지원센터장
▲ 인천테크노파크 로봇지원센터 한규환 센터장
인천광역시는 지난 5년간 로봇 산업 육성 정책을 펼쳐왔으며, 올해 2차 로봇산업 육성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면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지만 제한된 예산과 사업의 방향성 때문에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로봇 산업을 육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느꼈다. 이번 좌담회에서 들은 의견을 2차 로봇산업육성계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배병주 대표
로봇 기술을 개발하다 보면 새로운 컨셉이 나왔을 때 인허가를 새로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주행하면서 팔을 흔드는 로봇이 개발되었다면, 인허가 측면에 볼 때 국내에선 이 로봇이 팔을 흔들면 안된다. 주행만 하든지, 팔만 흔들든지 해야한다. 결국 따로 인증을 받을 수밖에 없다. 로봇은 시간과의 싸움인데 로봇산업을 육성하려면 인허가 시스템이나 지원 시스템의 속도를 많이 올려야 한다. 지원책에 대한 패스트 트랙을 검토하고 사업 특성에 맞게 강화해야 한다.
▶ 김진오 회장
올해 하반기에 '2024 로보월드'가 개최되는데, 많은 기업들이 참가해 전시회가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 그동안 중단됐던 '로봇인의 밤'도 다시 열고, 협회 산하에 다양한 모임을 만들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장병탁 교수
얼마 전에 한국로봇산업협회와 인공지능산업협회가 행사를 공동으로 기획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런데, 산업계를 보면 하드웨어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에 큰 벽이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로봇이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서비스업 관점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믹싱)하는 게 바람직하다.
▶손웅희 원장
로봇은 빅테크가 없다. 물론 레인보우 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 현대로보틱스 등 업체들이 잘 하고 있지만 아직은 전체 산업계 볼륨이 작다. 그렇지만 로봇인의 꿈은 크고 대단하다. 큰 꿈을 갖는 게 맞다. 설령 꿈이 깨지더라도 그 조각이 크다는 얘기다. 로봇 100만대 보급 사업도 양보다는 질 위주 사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국가로봇필드구축 사업을 5년간 해야하는데, 설치 운영에 필요한 인력이나 예산 확보도 문제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로봇산업계가 관심을 가져야하며, 정부에서도 지속가능한 예산과 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
▶신용민 과장
▲ 신용민 산업부 기계로봇제조정책 과장
최근 산업부가 발표한 AI자율제조 정책을 입안하느라 신경을 많이 썼는데, 그 정책을 준비하면서 제일 크게 성장하는 분야가 로봇산업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다행스럽게 제가 기계산업과 로봇산업을 같이 육성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코디네이션이 잘 될 것 같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형 R&D, 그리고 로봇실증 보급 사업이 보다 혁신적인 방향으로 개편될 필요가 있다. 나눠먹기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사업처럼 대형 R&D를 추진해보고 싶다. 로봇산업계 플레이어들이 다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영향력이 크다. 기존의 프로그램형 R&D 정책들이 관성적으로 흘러가는 게 많았다. 앞으로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새로운 시각에서 기존 정책을 평가하고, 개선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
한편 이날 좌담회 참석자들은 로봇신문 창간 11주년을 축하하면서 로봇신문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박성주 유진로봇 대표는 로봇산업이 발전하려면 로봇신문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단순한 정보 전달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소통의 장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해외와 보다 적극적으로 연계해 정보를 전달하고 소통해달라고 했다. 김종형 서울과기대 교수는 매일 로봇신문을 보고 로봇산업계의 정보를 얻고 있다며 창간 11주년을 계기로 더 도약하기를 기대한다고 덕담을 했다.
<정리>장길수 기자 ksjang@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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