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경철(고영테크놀러지 전무/로봇산업협회 부회장)
지난 4월 25일~26일 중국 상하이 안팅에 위치한 '상하이자동차전시센터'에서 열린 '중국 휴머노이드로봇 생태대회(CHREC 2025)'에서 2번째 기조강연 발표자인 쑨리닝(孙立宁) 러시아공정원 외국인 석학 회원이 "인간형 로봇의 다학제 융합과 혁신 발전(《人形机器人多学科交叉融合创新发展》)"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번 컬럼은 그 내용을 상세히 기술한다.
그의 발표는 로봇 기술의 미래가 단일 기술의 진보에 머무르지 않고, 생명과학, 뇌과학, 재료공학, 나노기술, 인공지능 등과의 융합을 통해 어떻게 인간형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자리였다. 쑨리닝 석학은 과학기술 융합 시대에서 인간형 로봇이야말로 기술과 산업, 인간을 연결하는 중심 플랫폼임을 역설하며, 산업 전망과 학제 간 협력의 비전을 제시했다.
먼저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가 수립한 '제14차 5개년 계획(十四五)' 로봇 산업 발전계획은 인간형 로봇을 포함한 차세대 로봇 기술의 전략적 육성을 명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며 발표를 시작하였다. 그에 따르면 이 계획은 '로봇 핵심 기술 개발', '고급 제품 상용화', '산업 전반 융합 응용'이라는 3단계 목표를 중심으로 기술·산업·응용 전반에 걸친 청사진을 제시한다.
핵심 기술 부문에서는 시스템 설계, 다관절 제어, 정보 인지, 클라우드 협업, AI통합제어 등의 공통기술과 함께, 인간형 로봇·생체모사 로봇·전자피부·뇌-기계 인터페이스 등의 전방위적 융합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급 제품 부문에서는 의료, 노인복지, 제조, 농업, 우주·극지 탐사 등 전략 산업에 특화된 고정밀 로봇의 상용화가 강조되며, 마지막으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연계, 표준 정립, 인증 체계도 포함된다. 이는 CHREC 2025에서 강조된 인간형 로봇의 융합적 진화 흐름과 완전히 궤를 같이하며, 향후 글로벌 로봇 산업 패권 경쟁에서 중국이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구체적 이행계획으로 평가된다.

▲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가 수립한 '제14차 5개년 계획(十四五)'
특히 그는 인간형 로봇이 단순한 인간 외형의 복제에 그치지 않고, 감각적 상호작용, 자율적인 의사결정, 감정의 인식과 반응을 포함하는 '지능형 주체'로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의 강연은 과학 기술이 단순히 성능 향상만이 아니라 인간 사회 전반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까지를 고려해야 함을 일깨워주었다.
▲ 인간형 로봇의 다학제 융합: 기술의 총합체
쑨리닝 석학은 강연 초반, 인간형 로봇의 발전 방향이 단순한 기계 제어를 넘어 생체 신호 해석, 감각 통합, 정서 인식 등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기존의 전자기계 시스템이 감정과 의지를 해석하지 못했던 한계를 지적하며, 뇌-기계 인터페이스, 전자피부, 유연 센서 기술이 통합된 로봇이 인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인간형 로봇의 다학제 융합: 기술의 총합체 개념도
특히 하얼빈공대에서 개발한 의료용 로봇 '캉둬(康多)'와 5G 기반 원격 수술 시스템 사례를 소개하며, 의료 현장에서 이미 인간형 로봇이 실질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지의 수술 보조, 재활, 간병 분야에 적용되는 인간형 로봇 사례들을 상세히 제시하여, 기술 융합이 곧 시장 확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임을 시사했다.
또한 그는 인간형 로봇의 핵심 발전 동력이 학문 간 경계 해체에 있다는 점을 수차례 언급했다. 기계공학, 전자공학, 생명과학, 재료공학, 심지어는 인지심리학까지 통합적으로 작동해야만 인간형 로봇의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 감각 통합과 뇌-기계 인터페이스의 정밀 진화
쑨리닝은 특히 뇌-기계 인터페이스(BMI)의 정밀화가 인간형 로봇의 핵심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근적외선 뇌 영상(NIRS)을 기반으로 한 운동 의지 예측 기술은 뇌파 기반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 실제 인간의 의도를 0.5초 빠르게 예측해 외골격 로봇의 제어에 적용되고 있다. 발표에서는 평균 96%의 인식 정확도를 가진 해당 기술이 재활, 노약자 보행 지원, 전투형 로봇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자피부 기술도 고도화되고 있다. 낙타의 다리 구조를 본뜬 험지 보행용 구조 모사 로봇, 상어 피부를 모사한 외피 설계, 자가 발전형 나노 트라이보일렉트릭 센서 기반 전자피부 등은 모두 인간형 로봇의 정밀 감지·제어 능력을 극대화하는 요소로 소개되었다. 이러한 기술들은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감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반응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고령화 사회와 같은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솔루션으로 강조하고, 특히 센서 네트워크와 AI의 결합은 로봇의 자율성과 지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 뇌-기계 인터페이스 제어 기술 현황
▲ 생체지능 기반 제어: 인간에 가까운 의사결정
쑨리닝은 기존의 명령어 기반 제어에서 벗어나, 신경세포의 진동성과 반응성을 모사한 신경 모듈 기반 제어를 통해, 인간형 로봇이 보다 자율적이고 직관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도 소개했다. CPG(Central Pattern Generator) 기반 보행 패턴 생성, 신경세포 대체 실험, 진동신호 기반 신경 전달 메커니즘은 인간의 생체 반응을 로봇에 접목할 수 있는 실증적 사례로 제시되었다.
실제로 계단, 경사면, 눈 덮인 지형 등에서 사족 보행 로봇이 강화학습을 통해 실시간으로 균형과 경로를 조정하며 자율 보행하는 실험 결과는, 인간형 로봇의 외부 적응 능력을 대변하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더불어 그는 생물신경 모사를 통해 로봇이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일정한 패턴 인식 외에도 예외 상황에 자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정적 알고리즘의 한계를 넘어서, 진정한 의미의 ‘의도 기반 반응 시스템’으로의 진화임을 뜻한다.
▲ 마이크로·나노 로봇: 체내 진입하는 인공 지능
발표 후반에는 인간형 로봇 기술이 외형 복제를 넘어서 생체 내부로까지 확장되는 과정을 조망했다. 특히 마이크로 및 나노 수준에서 작동하는 의료용 로봇 기술이 정밀 진단, 약물 전달, 유전자 편집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탄소 나노 튜브(CNT) 기반 전기특성 측정, 액체금속 자기유도 로봇, 전자현미경(SEM) 환경에서의 자동 조작, 14축 나노 조작 시스템, 세포 수준 치료용 마이크로봇 등은 단순히 로봇 기술의 소형화가 아니라, '생체 내 정밀작업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되었다. 또한 그는 나노스케일의 물리적 특성과 생체 적합 소재의 융합이 새로운 의료 기기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 분야는 향후 개인 맞춤형 치료와 정밀 진단 분야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나노로봇이 자율적으로 병소를 탐지하고 치료약물을 전달하는 미래는 결코 먼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 마이크로 로봇 기술의 미래
▲ 결론: 인간형 로봇은 공학의 집대성이자 융합의 플랫폼
쑨리닝 석학은 마지막으로 인간형 로봇 기술을 'AI, 생명과학, 재료과학, 뇌과학, 윤리학까지 포괄하는 다학제 융합의 총체'로 정의했다. 그는 사이언스 로보틱스가 제시한 로드맵을 언급하며, 인간형 로봇은 단순 기계가 아닌, 사회적 상호작용과 윤리까지 고려해야 할 공학의 궁극적 형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형 로봇은 산업화의 기수이자 기술 융합의 거울”이라며, 기술 개발뿐 아니라 제도와 사회 인식, 윤리적 논의의 병행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향후 10년은 기술보다 사람의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이 분야에서의 전략적 접근의 핵심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CHREC 2025에서의 그의 발표는 단지 기술 소개가 아니라, 로봇 기술의 방향성, 융합의 전략, 인간과 기술 사이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 자리였으며, 이번 강연을 통해 참관단 모두는 인간형 로봇이 왜 지금 '미래 산업의 주역'으로 평가받는지를 더욱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형 로봇의 미래는 기술의 발전 그 자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수용하고, 산업과 사회의 틀 속에서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쑨리닝의 발표는 이처럼 인간형 로봇을 둘러싼 기술적, 산업적, 윤리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해주는 귀중한 나침반이었다고 평가된다.
고경철 kckoh@kohyo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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