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6년 만에 100억원 이상의 매출과 누적 투자 규모 300억원 이상을 달성하고, 주요 대기업 고객사를 필두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기업이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에서 예상과 달리 탈락했다.
사례의 기업은 모빌리티, 우주항공, 인공지능, 첨단로봇 등과 같은 국가전략기술, 이른바 딥테크 기술 분야에 속해 있으며, 국내 주요 대학과 연구소 출신의 탄탄한 경영진과 기술 인력들로 구성된 팀을 보유하고 있었다. 기업은 내심 AA 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2개의 BBB 등급이었다. 대표적인 원인은 평가대상 핵심기술(또는 주력기술)에 대한 선정과 스토리 구성의 실패이다.
많은 기업들이 실수하는 대표적인 잘못된 접근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기술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 평가는 "기업의 기술"이 아닌 "핵심 기술"을 평가하는 것이다. 기업의 제품(또는 서비스)을 구성하고 이를 구동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기술을 설명하려는 욕심이 평가를 망친다. 차별성이나 우위가 없는 기술에 대해서 많은 지면과 시간을 들여 설명하려 할수록, 그에 의해서 기업이 가진 핵심 기술의 경쟁력은 흐려지고 평가위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의해야 할 사항 3가지를 살펴보자.
1. 미완성 기술은 평가대상 기술에서 배제할 것
기술 평가는 "기술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로 시작한다. 여기서 완성도는 단순히 연구개발을 마쳤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사업화를 통해서 실제 매출을 창출하고 있는지를 의미한다. 매출을 내고 있는 기업이라면, 기술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반드시 "우수" 평가를 받아내야 한다.
기업은 성장하면서 기존의 기술을 고도화하기도 하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술평가에서 이렇게 신규/고도화 연구개발이 아직 진행 중인 기술을 평가대상 기술에 넣는 것은 악수이다. 예를 들어 평가대상 기술로 3개의 세부 기술을 제시한 경우, 각각의 기술에 대한 완성도 평가 결과가 산술 평균 형태로 단순 합산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기술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으로 받았더라도 나머지 기술에 대해서 미완성으로 평가받을 경우 최종 평가등급은 "보통" 수준을 넘기기 어렵다. 또는 신규/고도화 기술까지 반영된 상태가 전체적인 기술의 완성 상태로 비칠 수 있다. 미완성 기술은 평가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현명하다.
2. 경쟁력 없는 기술의 비중을 줄일 것
경쟁 기술이나 대체 기술 대비 차별화되지 않았거나 정량적인 경쟁우위가 없는 기술에 대한 설명은 최소화해야 한다. "기업 제품의 구현에 필요한 기술"이 핵심기술이 아니다. "기업 제품의 경쟁력에 기여하는 기술"이 핵심기술이다. 핵심기술이라면 제품의 성능 개선,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등 실질적인 기여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설명할 수 없다면 그 기술은 핵심기술이 아니다.
기술의 경쟁력과 제품의 (사업적) 경쟁력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자사 제품이 타사 제품보다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다 보면 이런 문제가 생기기 쉽다. 특히 "통합"이나 "올인원" 같은 키워드를 내세우는 기업들이 이 같은 실수를 자주 범한다. 이런 방식은 경쟁사 제품과의 비교 분석에서 자사에게 유리한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O, X의 분석 결과는 해당 산업의 핵심 성공 요인과는 연관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경쟁사가 쉽게 단기간에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일 뿐일 수도 있다.
정성적인 설명은 평가위원이 기술 경쟁력을 명확하게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주며, 정량적인 데이터, 즉 구체적인 숫자를 바탕으로 설명해야만 기술경쟁력에 관한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3.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기술 완성도와 경쟁력에 대해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더라도 경쟁사와의 격차가 크지 않다면, 즉 경쟁사가 쉽게 모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결론적으로는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기술 모방난이도를 평가할 때 목적어는 "신청 기업의 핵심 기술"이지만, 주어는 "경쟁 기업"이다. 평가 시점 현재 기준으로 경쟁 기업이 신청 기업의 기술과 동일한 기술을 구현해 낼 가능성과 난이도를 추정하는 것이다. 기업은 반드시 외부 관점에 따른 기술 격차를 고려하여 핵심 기술을 선정하여야 한다.
특허는 진입장벽을 통해서 기술 격차를 형성하는 대표 도구이다. 특허가 없는 기술을 핵심 기술로 제시할 때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특허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핑계로 노하우를 대지 말자. 노하우 역시 특허처럼 기업 자산으로 구별하여 인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존재를 평가받을 수 있다. 핵심 기술 개발과 구현에 있어서 필수적인 데이터의 양과 질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기술 격차를 설명하는 핵심이다.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 기술에 집중하고 그 기술 가치와 차별성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다. 기업이 가진 모든 기술을 설명하려는 욕심은 오히려 평가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기술 평가의 Key Question에 맞춘 명확한 답을 준비하는 것이 성공적인 기술 평가의 열쇠이다. ▒
※ 김성현 변리사는 한양대에서 정보통신을 전공하고, 고려대에서 기술경영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 변리사 시험에 합격하고, 현재 AI, 로봇, 모빌리티, 사이버 보안, 스마트 솔루션 등 분야의 전문 변리사로 활동 중이다. 기술보증기금과 한국기업데이터의 기술평가 자문위원을 역임한 바 있으며, AI와 소부장 분야 기업의 상장 준비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최고책임자와 평가 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김성현 shkim@we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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