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美 제조업, 로봇 자동화에 ‘인력·비용 장벽’… 빠른 전환 어려워

로봇신문사 2025. 5. 7. 10:29

 

 

 

▲ 전기차 공장에서 작업하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사진=테슬라]

 

도널드 트럼프 美 행정부는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돌리고, 로봇을 통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지만, 숙련된 기술 인력 부족과 높은 로봇 도입 비용이 자동화 확산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가 지난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제조기업들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난 3월 한 달 동안에만 약 50만 개의 일자리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제조업체들이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그리고 숙련된 인력 부족으로 인해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장애물로 지목되는 것은 로봇 도입을 위한 비용 문제다. 중국 로봇 제조업체들의 영향으로 산업용 로봇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저가형 로봇인 ‘협동로봇’ 조차 2만 5000달러(약 3840만원)에서 5만달러(약 6967만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

 

로봇 마켓플레이스 전문기업 ‘큐비로(Qviro)’의 조르그 헨드릭스 CEO는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로봇 자체의 가격은 자동화 시스템 전체 비용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팔레트에 상품을 적재하는 로봇은 센서, 안전 울타리, 컨베이어 등 인프라 구축 비용까지 포함하면 설치비용이 최대 15만달러(약 2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높은 초기 투자 비용이 미국 제조업체들이 로봇 자동화를 꺼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에 따르면, 직원 수가 50~150명인 중소형 공장 가운데 로봇을 도입한 곳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반면, 직원 수가 1000명 이상인 대형 공장의 경우 로봇 도입 비율은 그 두 배에 달한다.

 

로봇 자동화의 경제성이 떨어지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됐다. 제조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이 자주 바뀌는 경우, 로봇을 재프로그래밍하거나 재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

 

또한 파이낸셜 타임즈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적인 관세 부과 정책 이후 제조업체들이 향후 경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규모 설비 투자를 꺼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옥스퍼드 인터넷연구소(Oxford Internet Institute)'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는 “많은 기업들이 향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 투자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수잔느 빌러 국제로봇연맹(IFR) 사무총장 역시 “관세 인상은 로봇 도입을 고려하는 미국 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ABB, 중국 기업에 인수된 독일 쿠카(KUKA), 일본 화낙(FANUC) 등 주요 산업용 로봇 제조사들이 모두 미국 외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어, 미국 기업 입장에선 로봇과 부품 수입에 따른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업체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의 멜로니 와이즈 최고제품책임자(CPO)는 “현재 관세는 징벌적 수준이다. 큰 인센티브가 없는 한 자동화로의 전환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연구기관 ‘퍼블릭 스펜드 포럼(Public Spend Forum)’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로봇 연구개발(R&D)에 약 60억달러(약 8조 3220억원)를 투자했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명확한 로봇 전략이 부재하고,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연방 과학 예산이 삭감되면서 향후 지속적인 R&D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봇 자동화 시스템의 확산을 위해서는 프로그래밍, 시스템 설계, 엔지니어링, 유지보수 등 전문 기술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 부문이 산업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인재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파이낸셜 타임즈의 진단이다. 여기에 노동조합이 경영진의 자동화 추진에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길수 ksjang@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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