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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촉각 따라잡았다”… 로봇손·스마트폰 등 다양한 분야 응용

로봇신문사 2025. 3. 10. 16:52

 

 

 

▲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새로운 촉각 센서를 개발했다. 연구를 주도한 윤준보 KAIST 교수, 양재순 연구원(박사)이 손을 잡아 보이고 있다. 우측 상단에 연구에 참여한 정명근 박사과정생, 성균관대 유재영 교수의 모습이 보인다(사진=KAIST)

 

최근 개발된 로봇손(Robotic hands)을 이용하면 계란 등 깨지기 쉬운 물체를 섬세하게 집어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손끝에 집적된 센서가 촉각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손도 아직 한계가 존재한다. 물이 묻어 있는 물건을 잡게 하는 등, 전자기 간섭이 있는 상황에선 물건의 표면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는 인간처럼 순수하게 압력만으로 물체를 인식하지 않고, 정전기를 사용해 압력 정보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센서가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윤준보 교수 연구팀은 인간의 촉각 수준에 근접한 압력 센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센서를 이용하면 외부 간섭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화면의 경우 물이 묻었을 때 터치가 엉뚱하게 인식되는 ‘고스트 터치' 등의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흔히 사용되고 있는 ‘정전용량 방식 압력 센서(이하 정전식 센서)’는 구조가 간단하고 내구성이 뛰어나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로봇용 촉각 센서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물방울이나 전자기 간섭, 굴곡 등의 외부 간섭 요소에 의해 오작동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윤준보 교수팀은 기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정전식 센서를 개발했다. 순수하게 압력의 크기만을 측정하는 방식의 센서도 존재하지만, 그 효율이 정전식 센서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정전식 센서의 단점을 극복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연구팀은 우선 기존 정전식 센서에서 발생하는 간섭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자 했다. 그 결과, 센서 가장자리 ‘프린지 필드(Fringe Field)’라는 전기장 왜곡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 외부간섭에 극도로 취약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연구팀은 이론적 접근을 통해 프린지 필드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수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그 결과 전극 간격을 수백 나노미터(nm) 수준으로 좁힐 경우, 센서에서 발생하는 프린지 필드를 수 퍼센트 이하로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연구팀은 독자적인 마이크로․나노 구조 공정 기술을 활용해, 900나노미터(nm) 수준의 전극 간격을 갖는 나노 갭 압력 센서를 개발했다.

 

새로운 센서는 어떤 물질로 터치하든 안정적으로 동작한다. 기존 정전식 센서는 손가락 등 전기가 흐르는 물질로 터치했을 때만 동작하는데, KAIST 팀이 새롭게 개발한 센서를 이용하면 도체, 부도체와 관계없이 모든 물질로 터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윤준보 교수는 “스마트폰 화면 등에 주로 쓰던 기존 센서는 전기장이 외부로 흘러 나가기 때문에, 전기가 흐르는 사람의 피부 등으로만 터치가 가능하다”면서 “우리는 이런 전기장을 센서 내부에 가둬 두었기 때문에, 외부에서 어떤 물질로 터치해도 순수하게 압력만을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개발한 센서를 활용해 인간의 피부에 필적하는 ‘인공 촉각 시스템’ 역시 구현했다. 인간의 피부엔 메르켈 원반(Merkel's disc)이라는 수용체가 있어 압력을 감지하는데, 이를 모사하기 위해서는 외부 간섭에는 반응하지 않고 오직 압력에만 반응하는 압력 센서 기술이 필요했다. 기존 기술들로는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기가 어려웠는데, 윤 교수팀이 개발한 센서는 이러한 제약을 모두 극복했으며, 밀도 또한 메르켈 원반 수준에 도달했다.

 

연구진은 해당 기술을 다양한 전자기기에 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해당 센서를 적용한 ‘포스 터치 패드 시스템’ 역시 개발해 압력의 크기와 분포를 간섭 없이 높은 해상도로 얻을 수 있음을 검증했다.

 

윤 교수는 “이번 나노 갭 압력 센서는 비 오는 날이나 땀이 나는 상황에서도 기존 압력 센서처럼 오작동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동작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어온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앞으로 로봇의 정밀한 촉각 센서, 의료용 웨어러블 기기,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Nature Communications)' 2월 27일자에 게재됐다. 제 1저자는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양재순 연구원(박사), 정명근 박사과정생,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유재영 조교수(KAIST 박사 졸업)가 공동으로 맡았다.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지원사업과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전승민 기자 enhanced@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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