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준호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장(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의 강연 모습. 한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현 상황과 기술 수준에 대해 평가했다(사진=전승민 기자)
한국의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휴보’를 개발한 건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좌교수(현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장) 팀이다. 이후 오준호 단장은 ‘휴보 아빠’로 불리며 스타 과학자 반열에 올랐다. 이후 휴보 연구진은 최근 화제의 중심에 있는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설립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되며 오 단장도 삼성전자 내에서 ‘미래로봇추진단’을 맡게 됐다. K-휴머노이드의 토양을 처음으로 일군 오준호 단장은 한국 로봇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로봇신문은 지난 달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실에서 ‘K-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재와 미래’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기조 강연자로 나선 오준호 단장은 ‘K-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재와 발전방향’이라는 주제로 한국 휴머노이드의 현 수준과 발전 방향에 대해 지적했다.
오 단장은 이날 강연에서 “오늘 기조 강연의 제목이 K-휴머노이드의 ‘현재와 미래’인데, 현재가 과연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는 있었다. 학문적으로라도 연구를 했다”면서 “KAIST에서 휴보를 개발하며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휴머노이드를 개발했고, 이후 다양한 휴머노이드 연구로 이어지면서 많은 역량을 확보했었다”고 했다. 당시의 흐름을 이어 나가지 못해 지금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오 단장은 미국과 중국의 휴머노이드 수준을 다양한 영상을 통해 공개하며, 한국의 현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제는 불과 몇 달이면 엄청난 기술적 진보가 이뤄진다”면서 “꼭 1년 전, 미국의 로봇 기업 ‘보스톤다이나믹스’가 갑자기 기존의 유압식 구동시스템을 버리고 완전히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2세대 휴머노이드(아틀라스2)를 공개했고, 다시 불과 몇 달 만에 공장에서 일을 하는 모습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고 했다.
오 단장은 미-중 양국의 휴머노이드 기술에 대해서도 비교했다. 오 단장은 “불과 3~4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로봇을 걷게만 해 달라’는 요청을 받곤 했었다”면서 “그런데 유니트리 등 중국의 선도적 업체가 액추에이터(구동시스템)를 휴머노이드에 적용하는 기술을 알아내면서, 이게 급진적으로 퍼져 단시간에 지금에 이르렀다”고 했다.
오 단장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형 휴머노이드는 전통적인 운동 알고리즘 방식으로 제어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확실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이므로 로봇의 행동을 통제하기 좋고, 따라서 실용성도 크다. 반대로 중국은 인공지능(AI)를 통해 학습시키고 움직이기 때문에 당장 움직임이 가볍고 화려하지만, 막상 일을 시키려면 곤란한 경우를 자주 겪을 수 있는 방식이다. 물론 미국도 AI를 활용하지만, 전반적인 기술 개발 흐름이 이 같은 추세를 따른다는 것이다.
오 단장은 “휴머노이드 원천기술은 1970년대부터 이뤄졌다”면서 “대중화의 전환점이 됐던,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미국 국방성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시행했던 로봇 경진대회 ‘DRC(Darpa Robotics Challenge)에 참가했던 24개 로봇팀의 네트워크를 통해 지금도 기술개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오 단장은 한국의 휴머노이드 전략에 대해서도 소회를 밝혔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미국, 중국에 비해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침체기에 있긴 하지만, 기술력 면에서 낙담할 정도는 아니다. 미국식 방식으로 볼 때, 액추에이터 제어 기술은 미국이 100점, 한국은 90점 정도다. 반면 중국은 오히려 우리보다 못해 80점 수준이다. 로봇의 강성 유지 기술은 미국 100점, 한국은 85점, 중국은 70점밖에 되지 않는다. 이론 분야에선 미국 100점, 한국 90점, 중국 60에 불과하다.
반대로 중국식 AI 방식으로 볼 때, 액추에이터 제어 기술이 중국 100점이면 미국은 95점, 한국도 95점에 근접한다. 경량화 기술 면에선 중국 100점, 미국 90점, 한국은 95점 정도다. 즉 어느 쪽으로 보든 90점 이상으로 2등은 하고 있다는 것이 오 단장의 분석이다.
오 단장은 “현재 국내 휴머노이드 연구가 정체 상태지만 기술적으로 크게 부족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며 “2~3년 안에 휴머노이드 황금기 올 것이라 기대하고들 있는데, 이 기간 안에 우리도 집중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탑 티어(선두그룹)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단장은 이날 ‘휴머노이드 만능론’도 경계했다. 모든 상황에서 완벽한 인간형 로봇을 고집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필요하면 다리를 빼고, 작업대 고정형으로 만들거나, 바퀴를 붙이거나, 아니면 손가락을 3개 이하로 줄일 수도 있다”면서 “휴머이드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기술적으로 의미가 크지만, 실용화 과정에서 반드시 휴머노이드 형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 오준호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장(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의 강연 모습. 한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현 상황과 기술 수준에 대해 평가했다(사진=전승민 기자)
전승민 기자 enhanced@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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