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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1주년 기획] 로봇과 사랑에 빠진 두 남자의 '별난' 창업기

로봇신문사 2024. 7. 1. 16:06

 

창업은 한 산업을 키우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이다. 창업은 경제적 가치 창출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새로운 기업이나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 그만큼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 또한, 창업은 혁신과 창의력을 권장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창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제품이 탄생하면 시장 경쟁력이 강화되고 산업은 더욱 발전할 수 있다. 더불어, 창업은 개인의 역량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자기 계발과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플랫폼으로도 기능한다.

 

한 사람의 창업 스토리는 창업을 꿈꾸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모티브이자, 멘토 역할을 한다. 로봇신문은 창간 11주년 기획으로 2019년부터 5년째 로봇 힘토크 센서부터 그리퍼, 자동화 솔루션 사업을 펼치고 있는 젊은 CEO인 에이딘로보틱스 이윤행 대표(37세)와, 30년 넘는 대학 교수 생활을 마치고 자율주행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 기반 물류로봇 전문기업 코가로보틱스를 창업해 7년째 운영하고 있는 서일홍 대표(69세)의 창업 스토리를 통해 기업가 정신이 무엇이며, 창업 과정에서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어려움과 극복 과정, 로봇 스타트업의 미래 비전, 현재 로봇 스타트업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창업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등에 대해 들어봤다. 두 남자의 '별난' 창업 스토리가 로봇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 창업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편집자)

 

 

▲에이딘로보틱스 이윤행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② 에이딘로보틱스 이윤행 대표

 

◇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제가 대기업 산학 장학생으로 뽑혀 장학금을 받고 있었는데 졸업하고 대기업에 가서 할 일을 보니 이미 많은 것들이 되어 있었고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있던 연구실을 보니 산업에서 잘 쓰지 못하는 아주 고가의 센서를 학교 내에서는 잘 만들어 쓰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기술력도 굉장히 좋다는 것을 제가 보고 있었고, 당시 이러한 외산 센서를 대부분 아주 고가에 수입해 국내 연구자나 로봇 회사들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만들어 국내 로봇 회사나 전 세계에 공급하면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센서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김용범 박사(현 에이딘로보틱스 연구소장)와 이현용 연구원(현 에이딘로보틱스 연구원)과 얘기를 나누고 교수님(최혁렬 현 에이딘로보틱스 대표.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교수)께도 같이 창업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는데 교수님도 동의해 네 명이 함께 2019년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우리 기술력도 좋았지만 스타트업 붐이 시작되는 시점이라 투자도 굉장히 많았고 정부 지원 사업도 많았습니다. 또 기술력, 환경도 갖춰져 있는 데다 로봇산업도 성장 산업이라 창업을 시도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저희가 원래 목표했던 외산 센서를 국산화하는 것을 진행해 기업들에게 좋은 피드백 받으면서 공급하고 있습니다.

 

◇ 창업한다고 했을 때 친구나 부모님 등 주위 반응은 어땠나요?

 

부모님께서는 처음에는 안정적인 대기업 가기를 바라셨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주의였고, 여자 친구도 나 하고 싶은 것 하라고 했고, 저 자신도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하는 성격에다 무슨 일을 하면 집중하고 몰입하고 즐겁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다 보니 억압된 환경이나 비전이 없는 곳에 가서 일하다가 그만둘 수도 있을 것 같아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 창업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 있다면...

 

저희 대부분 연구자 출신이다 보니 어떤 문제가 주어지면 아주 잘 풀고, 어떻게 풀어야 될지도 아는 사람인데 사업을 해 보니 우리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푸는 거라 고객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만나서 얘기해보고 그것을 정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회사가 기술력이 있다 보니 그런 문제를 잘 극복해 왔고 제가 회사 경험없이 창업하다 보니 회사 시스템을 백지상태에서 빌드업해야 하다 보니 많은 분들께 자문도 받으면서 시스템을 계속 구축해 나가는 중이라 그런 것도 조금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물론 어떤 분들은 다른 회사 시스템을 모르고 회사를 만들었기 때문에 에이딘만의 회사 시스템과 문화가 생겼다고도 말해 주는 분들도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 구성원들 모두 그런 시스템에 만족하며 자유롭게 생각하고 연구하면서 제품화도 빨리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해내지 못할 정도의 어려움은 아니어서 잘 해결해 가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저희가 4명이 창업하다 보니 각자 자기 영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로봇공학 분야에 오래 계셨기 때문에 넓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저는 경영에 집중해 회사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지 또는 영업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연구소장은 연구만 집중해 기술 개발과 제품화하고, 또 이영윤 연구원도 같이 힘을 합쳐 각자의 역할을 하다 보니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창업하더라도 또는 다른 분께 창업을 권할 때도 저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창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힘들 때도 서로 얘기를 나눌 수 있고, 어떤 일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시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얘기를 듣다 보면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어 어려워질 수 있는 문제들도 슬기롭게 극복한 것 같습니다. 또 마음적으로 힘들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른 회사 얘기 들어 보면 대표 혼자 모든 결정을 하다 보니 굉장히 힘들다고 합니다.

 

 

 

▲에이딘로보틱스 이윤행 대표가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창업하기 위해 꼭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앞에서 말씀드렸던 공동 창업자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결국 회사도 사람에 의해 굴러가다 보니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채용도 중요한 게 좋은 사람들이 많아야 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끌어오는 것 같습니다.

또 당시 로봇산업이 성장하는 시기라 기술력만 갖고 회사를 시작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대기업들도 참여하고 중국 기업들도 로봇 분야에서 많이 치고 나가고 있어 회사의 포지셔닝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시작하는 것도 권하고 싶습니다. 대기업과의 협력도 생각하고 들어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고, 또 중국산 제품과도 걍쟁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니 차별점을 명확하게 가져가야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도 중국산 센서와 많이 비교되고 또 중국산 센서가 들어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우리는 아직 가격 경쟁력 있게 만들 수 있고 성능적으로도 차별화 되어 있기 때문에 기술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로봇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로봇 시장이 성장이 더디다고 많이 말하는데 로봇을 어떻게 활용해야 되는지 또는 협동 로봇이나 서비스 로봇 같은 경우도 가격 압박 때문에 효용성을 찾기가 어려워 도입을 꺼리거나 확산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주변 얘기를 들어보거나 직접 보면서 느끼는 것은 로봇 관련 기술이 병렬적으로 많이 개발되어 출시되는 게 보입니다.

 

부품의 경우도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로봇이 사람들에게 어떤 효용을 주기 위해 AI 같은 기술이 개발되면서 로봇 용도가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에는 단순한 위치 관련된 것들만 했으면 이제는 저희처럼 힘 제어 영역이라든지, 힘 제어에 쓰일 수 있는 염가형 센서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점점 로봇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고, 아직 시장은 초기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이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로봇 분야에 대한 창업은 메가 트렌드다 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대신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과 자기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갖고 창업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냉장고용 모터를 만들던 기업도 로봇용 모터를 만들고, 감속기도 다른것을 하다가 로봇용 감속기도 하는 것처럼 다른 분야를 하다 로봇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신규 회사뿐만 아니라 기존에 이미 브랜드나 유통망도 갖춘 회사들이 들어오다 보니 경쟁이 치열합니다. 경쟁도 많고 회사들도 늘어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거기에서 무엇을 경쟁력 있게 가져갈 것인가를 많이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회사의 비전이나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 달라.

 

물리적인 접촉을 측정해 로봇에게 감각을 부여해 주는 센서나 부품을 공급하는 것이 회사의 주요 사업 영역인데 예전에는 이것들이 아주 고가여서 로봇에 쓰기 어려웠는데 이것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로봇 기업들에 공급해 로봇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 입니다.

 

로봇이 다양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처럼 감각이 필요한데 그 감각을 로봇 기업에 주고 또 그런 감각이 있는 로봇들을 활용해 기존에 자동화되지 못했던 분야도 자동화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업 영역도 부품 공급뿐만 아니라 공급한 부품을 활용한 로봇 솔루션도 준비해 로봇이 기존에 자동화되지 못했던 공정들도 만들어 나가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산업용 로봇이나 협동 로봇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하드웨어 플랫폼으로서 로봇 하나를 개발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데 차세대 플랫폼은 제가 봤을때 다리 형태의 로봇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리 형태의 로봇 개발도 꾸준히 진행해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 최근 청년 창업에 대한 지원이 많은데 정부나 관련 기관에 더 부탁할 일이 있는지요?

 

정부의 지원은 적절하게 이루어 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 창업할 때 초기 창업 패키지도 받았고 투자를 통해 팁스(TIPS)도 받았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초기 창업 기업에 도움이 많이 되어 회사가 생존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경쟁률이 높아지다 보니 지원받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지원이 로봇 분야에서 조금 더 활성화되면 창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창업 지원을 해 주는 곳이 많이 있어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국내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한 스타트업 CEO로서의 의견이 있다면...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한국로봇산업협회에서 규제 관련된 것도 많이 해소해 주려 하고 지원 사업들도 늘고 있어 사업에 참여하는 저희 입장에서는 만족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중국과 경쟁할 일이 많은데 제조 기반을 놓고 보면 부품 표준화나 로봇 가격을 계속 낮춰야 되는데 중국산 로봇이 아주 저렴하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타개하는 게 좋을지 저 역시 아이디어는 없지만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표준화나 모듈화가 많이 진행이 되고 있지만 로봇 부품을 공급하는 입장에서 보면 공급할 때마다 고객 맞춤형으로 설계해야 되고 성능도 바뀌다 보면 매번 또 검토하고 시험 기관에 가서 시험도 다시 받아야 해서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러다보니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기가 어렵습니다.

 

표준화를 하려면 모든 기관들이 동일하게 만들어야 되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로봇도 하나의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그 안의 부품들은 대부분 표준화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로봇이 더 저렴하고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그래야 양산도 제대로 할 수 있고 그러면 로봇 기업 입장에서도 그것을 선택해 로봇을 만들면 되는데, 지금은 대부분 오랜기간 각 기업이 갖고 있는 노하우 기반으로 로봇을 만들고 있습니다. 부품이 표준화 규격화 되면 창업을 더 쉽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에이딘로보틱스 이윤행 대표가 4족 보행 로봇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해외 전시회에 많이 참가하는데 가서 보면 그들과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고 생각하나?

 

협회 지원사업 등을 통해 전시회에 많이 나갔는데 센서류만 놓고 보면 경쟁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외산 센서 기업들도 많이 나오고 중국산 센서 기업도 참가하는데 우리 제품이 성능적으로나 가격적으로 훨씬 더 월등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독일 전시회를 많이 나갔었는데 유럽은 확실히 로봇을 어떻게 잘 써야 되는가를 많이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이나 중국은 로봇을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하는데 그들은 이 로봇을 어떻게 잘 써야 되는가, 어떻게 해야 로봇의 ROI(투자대비수익율)을 빨리 회수할 수 있고 소프트웨어적으로도 AI 기술도 작업을 잘 할 수 있는가에 집중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유럽의 트렌드가 노코드 로보틱스라고 코딩 없이 로봇을 말로 학습시켜 스스로 작업을 판단하게 합니다. 그런 기술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잘 쓰이게 되면 로봇이 더 확산되고 로봇을 쓰기 쉬운 툴이 될 것입니다.

 

※ 이윤행 대표는 1987년생으로 성균관대에서 기계공학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과 동시에 2019년 에이딘로보틱스를 대학원 동료 및 지도교수 4명과 창업해 대표를 맡고 있다. 1995년부터 축적한 필드 센싱 기술에 기반해 다축 힘/토크 센서(AFT) 3종, 근접/접촉 안전센서 1종, 로봇용 EoAT 2종, 전문 서비스 로봇 2종을 개발 및 판매하고 있다. 최근 시리즈B 라운드 투자를 준비중이다.

 

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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