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한 산업을 키우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이다. 창업은 경제적 가치 창출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새로운 기업이나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 그만큼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 또한, 창업은 혁신과 창의력을 권장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창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제품이 탄생하면 시장 경쟁력이 강화되고 산업은 더욱 발전할 수 있다. 더불어, 창업은 개인의 역량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자기 계발과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플랫폼으로도 기능한다.
한 사람의 창업 스토리는 창업을 꿈꾸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모티브이자, 멘토 역할을 한다. 로봇신문은 창간 11주년 기획으로 2019년부터 5년째 로봇 힘토크 센서부터 그리퍼, 자동화 솔루션 사업을 펼치고 있는 젊은 CEO인 에이딘로보틱스 이윤행 대표(37세)와, 30년 넘는 대학 교수 생활을 마치고 자율주행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 기반 물류로봇 전문기업 코가로보틱스를 창업해 7년째 운영하고 있는 서일홍 대표(69세)의 창업 스토리를 통해 기업가 정신이 무엇이며, 창업 과정에서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어려움과 극복 과정, 로봇 스타트업의 미래 비전, 현재 로봇 스타트업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창업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등에 대해 들어봤다. 두 남자의 '별난' 창업 스토리가 로봇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 창업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편집자)
▲코가로보틱스 서일홍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 지난 5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ICRA(International Conference for Robot & Automation) 2024 학술대회에서 HDC(Hyper Dimensional Computing, 초차원 연산)를 통한 새로운 인공지능 학습법 '인간 두뇌에서 영감을 얻은 초차원 컴퓨팅 : 바퀴 달린 로봇의 감각 운동 제어를 위한 경량 기호 학습(Hyper Dimensional Computing in the Wild;: Lightweight Symbolic Learning for Sensorimotor Controls of Wheeled Robots)' 논문을 발표하셔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잠시 소개 부탁 드립니다.
HDC는 인간 뇌의 연산 방식을 모방하는 게 특징입니다. 각각 다른 유일성을 가진 수천 개 이상의 벡터로 표현되는 초차원벡터에 모든 사물, 개념, 함수, 현상, 사건 등을 대응시키고 이 벡터들을 서로 결합시키는 간단한 계산을 통해 원하는 추론 결과를 빠르게 도출하는 학습 방식입니다. 이와 같은 분산 처리 방식은 두뇌가 정보를 특정 뉴런에 저장하지 않고 다수의 뉴런에 분산하여 저장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설계되었습니다.
현재 인공지능 학습에 주로 사용되는 딥러닝 또한 소프트웨어적으로 인간의 두뇌를 본뜬 학습방식이나 딥러닝 방식에서는 인공신경망에 입력된 값들이 다층 구조의 노드들 간의 수많은 시냅스들을 거쳐가면서 연산됩니다. 이 같은 딥러닝 방식에 따른 학습 및 추론에는 매우 많은 행렬 연산이 수반되며 AI 성능 향상을 위해 신경망 규모를 키울수록 연산량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고가의 GPU 등 AI 시스템 구축 비용이 증가하고 전력 소모량도 많아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HDC를 통한 인공지능 학습 방법을 활용하면 딥러닝과는 달리 적은 메모리와 계산만을 필요로 하는 결정적인 이점이 있어, 경량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온디바이스 로봇 환경에서 훈련 및 추론 과정을 모두 수행할 수 있습니다.
딥러닝을 대신해 HDC라는 새로운 AI 학습 방법을 코가로보틱스 실내자율주행 로봇에 실제 적용한 결과, 장애물을 회피하고 사람을 추종해서 움직이거나, 순회 주행하는 등 주요한 자율주행기능을 딥러닝 대비, 1/30 가격의 컴퓨터를 써서, 15배 빠른 속도로, 1/20의 전력을 소모하면서, 동일한 학습 및 추론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실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새로운 방법을 가지고 처음으로 실제 로봇에 적용해서 유의미한 결과를 이번 논문에서 발표한 것이고, 그것을 가지고 향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로봇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는?
제가 한양대에서 교수로 35년 있었고 또 그 전에 대우중공업에서 5년 정도 있었으니까 약 40년 정도를 사회 생활을 했고, 그동안 논문도 많이 쓰고 제자들을 많이 육성했지만 이제 학교를 떠나 유의미한 것들을 비즈니스 차원에서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2017년 제자들과 함께 스타트업을 설립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제가 대우중공업이라는 회사에서 5년 정도 근무하다 학교로 왔는데 그때 기업에 있으면서 터득한 창업 DNA가 약간 남아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것들을 어려워하고 어떤 도전들이 있을 것이다라는 예측은 할 수 있었으니까요. 또 학교에 있으면서 기업과 많은 개발 프로젝트들을 하다보니 무엇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적었는데 이러한 것들이 창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창업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 있다면...
창업 과정보다도 창업하고 나서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사람이 제일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는 어떻게 보면 선생과 제자의 관계입니다. 선생이 제자의 논문을 평가해서 학위를 받을 때가 됐는지, 또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학위를 줄 것인지 평가합니다. 그런데 회사는 제품을 가지고 일하다 보니 모티베이션이 무엇이냐가 다른 것 같습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모티베이션이 학위를 받는 거고, 학위를 받기 위해서는 자기가 생각하는 분야에서 무엇인가를 해야 되고 그것이 논문으로 표현되는 것 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모티베이션이 다릅니다. 다니는 이유가 재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경제적 이유가 제일 많을 것이고 회사는 뭔가 정해진 룰이 있습니다. 회사의 정체성이 있고 룰이 있고 그것을 따라야 되니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동기 부여도 틀리고, 하는 일도 틀리고, 문화도 틀리다 보니, 그 속에서 같이 일하는 연구원이나 직원들이 어떤 동기부여를 갖고 같은 방향으로 가게 할 것인가가 가장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연구 개발만 하는 게 아니라 마케팅도 있고 플래닝 하는 사람들도 있고, 배경도 기술이 아닌 사람도 있고, 성장 배경도 틀리다 보니 그 안에서 제가 제일 잘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서 왜 우리가 이 일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방향을 모두 공유가하고 같이 해야지 시간도 줄이고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그런 것들이 어렵습니다.
▲코가로보틱스 서일홍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 창업하기 위해 꼭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자기가 제일 잘하는 것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보면 우리나라에는 세 종류의 로봇 기업이 있습니다. 기계 전공한 분들이 창업하느냐, 전기전자 전공한 분이 창업하느냐, 소프트웨어 전공한 분이 창업하느냐 세 가지로 나눠어 보면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틀리고, 하는 것도 틀리고, 일하는 방법도 틀립니다.
대체로 전기전자 전공하신 분들은 모터 제어나, 컴퓨팅 보드 만드는 회사를 합니다. 그리고 이분들이 SI 일을 조금 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기계한 분들은 로봇 만드는 것을 더 많이 하고, 소프트웨어 하는 분들은 플랫폼 만드는 일을 주로 합니다.
최근 미국이나 전 세계 트렌드가 휴머노미드 로봇입니다. 이 분야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그 기업들을 분석해 보면 옛날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기계하는 사람들이 로봇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그건 숨겨져 있고 실제 메인으로 나온 사람들은 모두 소프트웨어 하는 사람들입니다. 예를들면 구글, 아마존, 앤비디아 같은 대기업 뿐만 아니라 오픈 AI, 피규어 AI 같은 스타트업들도 기계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라 로봇 AI 개발자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춥니다.
그래서 AI를 적용하는 것도 기계 배경에서 로봇 회사하는 분들과 소프트웨어나 전기전자에서 로봇 회사를 만들어 우리 AI한다고 하는 게 또 틀립니다. 기계하는 분들에게서 AI는 로봇 자체의 제어, 안 넘어지고 빨리 걷는 것에 올인하고 있고 그게 누가 더 잘해 라고 하는 얘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똑같이 로봇 회사를 만들었지만 소프트웨어 하는 사람들은 이거는 다 돼 있다고 보고 환경을 인지하고 길을 찾고 대화를 하는 HRI, 즉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는 분야의 AI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로봇이 어려운 것이 이러한 것이 모두 합쳐져야 진정한 로봇이 됩니다. 로봇 회사가 AI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와 기계를 만드는 회사 보다 이 두 개를 다 하면서 융합해야 하니 어려운 것입니다. 더군다나 백 개면 백 개 고객마다 모두 요구하는 게 다르다보니 로봇이 굉장히 어려운 비즈니스인 것입니다.
그래서 모두 느끼는 게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성장한 배경, 경험했던 배경에 따라서 다 달라지는 것 같아 무엇을 준비해야 되는 가는 결국 자기가 제일 잘하는 것을 하는 것입니다. 경험하지 않았고 하지 않았던 것으로 갑자기 바꾸면 아주 어렵습니다.
◇ 로봇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저는 일하는게 재미있습니다. 사람들이 저보고 워크홀릭이라고 말하는데 일 하는 것 자체가 두렵지 않습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어떤 새로운 것이 나왔는지,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의 챌린지가 무엇인지, 우리 회사에서 무엇을 어려워 하는지, 기술적으로 내가 이것을 어떻게 풀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하다가 무엇인가 그 고민이 하나 풀리면 즐겁습니다.
젊은 후배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왜 창업을 해야 되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왜 창업하지? 돈을 벌려고? 아니면 취직이 안되어? 아니면 취직은 좋은 기업에 할 수 있는데 내가 갖고 있는 것을 가지고 창업하는 게 큰 회사에 가는 것보다 훨씬 더 꿈을 이룰 수 있는 건가? 그러면 그 꿈을 이룰 재료는 있나? 충분히 경험하였나? 꿈을 진짜 완성하면 돈을 많이 벌었느냐에 상관없이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돈이 목표인가?
저는 학교에 있을때 학생들에게 항상 프로가 되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프로란 돈을 10원만 받아도 프로입니다. 프로는 스카웃 될 수도 있고, 돈을 많이 받는 대신 많이 받은 만큼 일을 못해주면 회사에서 쫓겨날 수도 있습니다. 프로가 되어야 합니다. 나는 얼마짜리 프로냐. 축구 선수를 예로 들면 어느 레벨이 되어야 시장에 나가는데, 젊은 분들이 내가 얼마 만큼의 프로인지 생각해 보고 시장에 나갔을 때 그에 맞는 역할을 해야합니다. 수준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많은 훈련과 피와 땀을 흘려야 됩니다. 유명 축구 선수들 글을 읽어 보면 발톱이 나갈 정도로 공을 찼다고 하는데 공학분야에서는 이러한 것이 밤새 코딩하고 논문도 수없이 읽고 그것을 가지고 같은 분야 전문가들과 경쟁하는 것 입니다. 자기가 프로가 되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일홍 코가로보틱스 대표(우측)와 김예성 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지난달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ICRA 2024에 참가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일찍 일어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보통 5시 정도에 일어나서 7시면 회사에 출근합니다. 잠은 하루에 대여섯시간 정도 자는데 하루에 만보를 꼭 걸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이 개발부서다 보니 전체 직원들의 출퇴근은 일정하지 않고 저 역시 사람들과의 저녁 약속이 있을때도 있고 해서 보통 4~5시 정도에 퇴근합니다. 제가 하는 일이 컴퓨터 보고 논문 읽고 서류 검토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회사에서 하기도 하고 집에 가서 하기도 해 어떻게 보면 사무실이 두개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최근에는 계속 일에 파묻혀 사는게 아닌가 해서 자꾸 걷고 운동하려고 합니다. 건강 관리를 위해 예전에는 테니스를 쳤지만 요즘에는 주말이면 동네에서 탁구 치고 테니스 치고 걷습니다. 테니스와 탁구의 차이는 탁구는 비가와도 할 수 있다는 것과 파트너를 짧은 시간에 쉽게 찾을 수 있어 매일 저녁먹고 탁구장 가면 한 시간 정도는 쉽게 운동할 수 있으니 좋은 것 같습니다.
◇ 최근 미국 등 선진국은 교수님들이 정년없이 연구하신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연구에 매진하실 계획인가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회사의 그림이 잘 이루어지면 그때가 정년 아닐까요? 앞으로도 몇 년은 더 걸릴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새로운 것을 찾고, 읽고, 노트에 정리하고, 글을 만들어 서로 토론하는 과정은 교수할때나 지금이나 늘 하던 일이라, 계속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서일홍 코가로보틱스 대표이사 겸 한양대 명예교수는 1955년생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과정을 졸업하고 대우중공업에서 5년, 한양대에서 35년을 교수로 재직하다 2017년 8월 자율주행과 스마트 팩토리 관련 솔루션 공급업체인 코가플렉스를 설립해 운영하다 2022년 5월 우리로봇과 합병하면서 회사 이름을 코가로보틱스로 변경하였다. 자율주행 솔루션과 자체 개발한 로봇 OS를 기반으로 서빙로봇, 물류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개발, 제품화하고 있다. IEEE(국제전기전자공학회)석학회원이자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이며, 한국로봇학회장, 한국뇌공학회장을 역임하였다.
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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