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연구진은 생명과학자들의 세포배양 작업을 자동화 할 수 있는 ‘세포배지 교체‧배양 공정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했다(사진=생기원)
의‧약학 분야를 포함, 모든 생명과학 연구실에서 필수적으로 이뤄지는 ‘세포배양’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로봇 시스템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생명과학 분야 종사자들의 고된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으며, 세포 오염 등의 사고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어 국내 생명과학 산업의 경쟁력 향상이 기대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인간중심생산기술연구소 남경태 지역산업혁신부문장, 김태희 수석연구원 공동연구팀은 생명과학 및 의학 분야 연구자들을 위한 ‘세포배지 교체‧배양 공정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새롭게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세포배양 작업은 생명과학 산업의 근간이다. 일부 실험실에서나 진행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생명과학분야 산업계 전 과정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치료제 및 백신, 항체 등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과정에 없어선 안 될 작업이다.
이런 세포배양 작업은 주로 수작업으로 이뤄지므로 생명과학분야 종사자들을 가장 괴롭히는 업무로 꼽힌다. 세포를 배양하려면 영양액(배지)을 시험관 등에 세포와 함께 넣고, 일정 시간동안 온도 및 습도 등을 적절하게 유지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세포는 시간이 흐를수록 분열하며 그 수가 점점 늘어난다. 따라서 기르던 세포를 새로운 배지에 넣고 다시금 두 개의 시험관으로 옮겨 담는 작업을 해야 한다. 흔히 ‘분주’라고 부르는 과정이다. 배양 중인 세포의 종류마다 다르지만 보통 수일, 빠르면 하루나 이틀 간격으로 정해진 시간에 작업해야 한다.
이런 과정은 모두 사람이 수작업으로 해야 한다. 휴일이나 야간을 불문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작업해야 하므로, 작업자들의 생활 리듬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따라서 자동 배양 기술에 대한 산업적 요구는 지속해서 있었다. 해외에서 일부 유사한 로봇 시스템이 소개된 바 있으나, 배양 과정 중 일부만 대체할 수 있는 데다 가격도 비싸 국내 환경에 적용하긴 쉽지 않았다.
생기원 연구진은 이 같은 점에 착안해 세포배양 전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배양로봇을 개발했다. 외부 공기를 차단할 수 있도록 유리창이 달린 밀폐형 상자 형태로 디자인했으며, 국내 로봇 전문기업에서 개발한 6자유도(6개의 관절)의 산업용 로봇팔을 중앙에 배치했다. 로봇팔이 배양 작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주위에 다양한 장비를 붙였다. 배양 작업에 필요한 영양액, 교체용 시험관 등 모든 재료를 시스템 내부에 미리 넣어두면, 로봇팔이 이를 스스로 꺼내서 작업하는 형태다.
연구팀은 지난 2023년부터 3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이 같은 시스템을 개발했다. 로봇 팔을 통해 자동으로 배지와 세포를 시험관에 섞어 넣고, 일정 시간이 끝나면 이를 원심분리기에 옮겨 넣어 세포만을 걸러낸 다음, 다시 두 개의 새 시험관에 새로운 배지와 함께 옮겨 넣고 다시금 배양을 시작할 수 있다. 현재까지 개발한 시스템은 1개의 시험관을 2개로 분주하고 배양하는 것이 가능하다. 장치의 크기만 키우면 4, 8, 16개 등으로 최대 분주 시험관 개수를 원하는 만큼 늘릴 수 있다.
이를 통해 세포배양 과정의 첫 작업인 세포심기(seeding) 부터 시작해 배지 교체, 세포 현미경 관찰, 계대배양(분주와 배양을 반복해 지속적으로 세포를 키워 나가는 작업) 등이 모두 가능하다. 생명과학 연구에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세포를 모두 분주, 배양하는 것이 가능하다. 피부나 혈관, 장기 같은 ‘부착세포’, 혈액이나 림프액 속을 떠도는 ‘부유세포’를 가리지 않고 배양할 수 있다.
연구팀은 해당 시스템을 통해 실험실 인력 운영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사람이 실험용 세포를 다루면서 생길 수 있는 실수 등을 줄이는 데도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실험실 현장에 늦게 도착할 수도 있으며, 부주의로 귀중한 실험용 세포 등을 오염시키는 사고 등도 미연에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세포의 상태를 확인하려면 작업자가 멸균복으로 갈아입고 분리된 실험 공간에 들어가야 했는데, 세포에 문제가 없으면 그대로 밖으로 다시 나와야 하고, 이때 입었던 1회용 멸균복 등은 모두 파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태희 생기원 수석연구원은 “이 시스템은 멸균된 밀폐 공간에서 로봇팔이 배양작업을 진행하므로 오염 소지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면서 “모든 로봇 작업 과정은 사람이 원격으로 즉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추가 연구를 통해 해당 시스템의 성능을 한층 더 끌어 올릴 계획이다. 일부 실험용 세포는 분주 주기가 정해져 있지 않아 인간이 계속해서 상태를 관찰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과정까지 모두 자동화 하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기법을 통해 세포의 상태를 자체적으로 파악하고, 사람이 지시하지 않아도 즉시 분주를 시작하는 지능형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김태희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무인으로 세포 관련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스마트 자율실험실을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화학 산업 제조공정 개선을 위한 제조로봇 활용모델 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추가로 연구기관이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요사업비’도 투입됐다.
전승민 기자 enhanced@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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