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해 동안 국내 로봇산업계에는 많은 뉴스들이 쏟아졌다. 산업부가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실외 이동로봇의 보도 통행 허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국가첨단 전략산업' 신규 지정 등 로봇산업계가 고대해왔던 정책들과 조치들이 속속 나왔다. 로봇산업 육성 정책을 지원하는 로봇 분야 주요 기관들의 사령탑이 바뀌고, 국내 로봇기업들이 코스닥에 대거 상장해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올해 국내 로봇산업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10대 뉴스로 살펴본다.
1) 산업부,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 발표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1월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2024~2028)을 확정, 발표했다. 기본계획은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에 의거하여 로봇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산업부가 5년 단위로 수립·시행하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번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민관합동 3조원 이상 투자하여 로봇을 활용한 新비즈니스를 촉진하고 산업적·사회적 기여도를 높이고, 우리나라 로봇산업을 육성할 차별화된 전략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로봇 핵심부품의 국산화율을 2030년까지 80%로 획기적으로 제고하고, 핵심기술의 신속한 사업화를 위해 개발 과정에 로봇 수요기업의 참여를 강화한다. 또한 로봇 핵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로봇대학원 중심으로 로봇 융합 과정 개설 및 산학프로젝트 등 지원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로봇 실무인력양성센터를 신설한다. 2030년까지 첨단로봇 100만대 보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범부처 역량을 결집한다. 첨단로봇 보급 활성화에 필요한 51개 규제를 신속히 개선하고 필요한 실증·보급도 함께 지원하기로 했다. 로봇과의 공존을 위해 로봇 친화적 인프라 기반을 구축하고, 약 2000억 원을 투자해 '국가로봇테스트필드'도 구축한다.
정부는 K-로봇이 우리 산업과 일상을 변화시키고 경제혁신을 견인하는 K-로봇경제 실현을 위해 민관협력을 강력히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2) 실외이동로봇 보도 통행 허용
▲ 실외 이동로봇의 보도 통행이 가능해졌다(사진=경찰청)
개정 지능형 로봇법 시행에 따라 올해부터 실외 이동 로봇의 보도 통행이 가능해졌다. 산업부는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 절차 및 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으며, 지난 2020년부터 ‘로봇 안전성 평가’ 업무를 신설해 실외이동로봇 기업의 규제샌드박스 실증을 지원한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실외이동로봇 안전기준에 관한 KS 국가표준 개발, 민관협의체(자율주행로봇 얼라이언스) 참여 등으로 국내 유관기업들과 함께 인증제도 및 안전기준 마련을 주도해왔다. 실외 이동 로봇의 보도 허용에 따라 '실외 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 제도가 시행에 들어갔고, 로보티즈, 뉴빌리티, 배달의 민족(우아한형제들) 등 기업들이 ‘실외 이동로봇 운행 안전인증’을 획득해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3) 휴머노이드 로봇 '국가첨단 전략산업' 지정
▲ 에이로봇의 휴머노이드 로봇
정부가 지난 20일 휴머노이드 로봇을 ‘국가첨단 전략기술’로 신규 지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신규 지정된 국가첨단전략기술은 행정 예고 등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중에 고시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신규 지정한 로봇 산업에 대해 특화단지 조성 및 지원, 특성화대학·대학원 지정 및 지원, R&D 특례 등을 포함한 종합 전략을 수립해 향후 휴머노이드를 우리나라의 대표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해 나간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정부 시책에 맞춰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단을 출범, 국내 휴머노이드의 개발 및 상용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4) 로봇산업계 주요 기관 사령탑 바뀌어
▲ 강철호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
올해는 로봇산업 관련 주요 기관의 사령탑이 바뀌었다. 우리나라 로봇산업 육성 정책을 지원하는 핵심 기관인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사령탑에 현대로보틱스 대표를 역임한 강철호 원장이 선임됐다. 산업계를 대변하는 조직인 한국로봇산업협회는 오랫동안 광운대 교수로 봉직하고, 로봇앤드디자인을 이끌어온 김진오 대표를 신임 회장으로 맞이했다.
강철호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은 이달 2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 업무를 시작했다. 강 원장은 진흥원을 기업과 고객 중심의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등 분야 기업을 육성 및 지원하는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올해 2월 한국로봇산업협회 11대 회장에 취임한 김진오 회장은 우리나라가 3대 로봇 강국이 될 수 있도록 업계와 소통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신임 로봇 PD(Program Director)에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산업혁신실 박일우 실장이 새로 선임됐다. 박PD는 기업 중심 R&D 사업을 기획하고,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5) 로봇 기업, 코스닥 입성 러시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로봇 기업의 코스닥 상장이 러시를 이뤘다. 올해 상장한 로봇 기업은 웨어러블 로봇 전문기업인 엔젤로보틱스, 로봇 부품 기업인 하이젠알앤엠, 재활로봇 전문기업인 피앤에스미캐닉스, 비전 기반 로봇솔루션 기업인 씨메스, 로봇 플랫폼 및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클로봇, 유압 로봇 전문기업인 케이엔알시스템 등이다. 이처럼 로봇기업의 코스닥 상장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것은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로봇산업이 부상하고 있는데다, 스마트 공장, 자율제조 등 로봇 자동화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6) 로봇산업계 협의체 조직 구성 잇따라
▲ 국방로봇협의회가 본격 출범했다. 협의회는 첫 행사로 국방포럼을 개최했다.
한국로봇산업협회가 산하에 협의체 조직을 속속 구성하면서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로봇 기업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로봇SI협의회가 몇년전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며 올해는 푸드테크 열기에 힘입어 푸드테크 로봇 협의회가 구성돼 활동에 들어갔으며 지난달에는 국방로봇협의회가 출범해 첫 행사로 국방로봇포럼을 개최했다. 내년에는 로봇부품협의회가 설립될 예정이다. 협회는 이밖에도 다양한 분야의 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장은 “올해 푸드테크 로봇협의회와 국방로봇협의회 발족에 이어 내년에도 몇개의 협의회를 추가로 만들어 협의회 회장이 해당 분야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7)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 출범
산업부는 올해 7월 산·학·연을 대표하는 2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가졌다. 산업부는 앞으로 AI 자율제조에 관한 200대 선도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민ㆍ관 합동으로 2.5조원 이상이 AI 자율제조 분야에 투자될 것으로 기대된다. 얼라이언스는 업종별 12개 분과로 구성되며, 각 분과에는 업종을 대표하는 앵커기업과 함께 핵심 공급망을 구성하는 중견ㆍ중소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얼라이언스는 올해 10개 이상의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200개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하게 된다.
8) 국내 대기업, 로봇 기업 인수 및 지분 투자
국내 대기업들이 로봇 기업 인수 및 지분 투자에 적극 나섰다. LIG 넥스원이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국투자PE)와 함께 미국 4족 보행로봇 전문기업 고스트로보틱스(Ghost Robotics) 지분 60%를 인수했으며 LG전자는 美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시티에 본사를 둔 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Bear Robotics)에 6천만 달러를 투자, 베어로보틱스의 지분을 취득했다. 한화푸드테크도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Stellar Pizza)'를 인수하면서 푸드테크 로봇 사업을 강화했다. 국내 대기업의 로봇 사업 강화로 국내 로봇산업계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9) 인천시, ‘2026 세계로보컵 대회’ 유치
▲ '2026 세계 로보컵대회 인천 유치'의 주역들과 로보컵대회 관계자
인천광역시는 올해 7월 18일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테크돔에서 열린 세계로보컵연맹 이사회에서 한국을 포함한 4개국의 치열한 경쟁 끝에 '2026 세계로보컵대회' 개최도시로 최종 선정됐다.
지능형 로봇의 첨단 기술 발전을 목표로 하는 세계로보컵대회는 1997년 일본 나고야에서 제1회 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세계 각국에서 열리고 있다. 특히 2002년 인간처럼 두 발로 공을 차는 휴머노이드 리그가 생긴 후 전세계적으로 크게 인기를 끌며 세계인들의 로봇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주요 대회 프로그램으로는 서로 독립적으로 대결하는 축구 로봇, 일상 업무를 돕는 돌봄 로봇, 재난 상황에서 피해자를 찾는 구조 로봇, 기업 환경에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물류 로봇, 1000명 내외의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주니어 대회 등 5개 부문으로 19개 세부종목이 있다. 로봇업계는 오는 2026년 세계 로보컵대회가 국내 로봇산업계의 새로운 도약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 지방자치단체, 로봇 사업 속속 참여
대구, 서울 등 대도시뿐 아니라 서울 강남구, 안산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로봇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로봇산업을 선점하려는 지자체들의 노력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구와 서울시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대구시는 올해부터 국가로봇테스트필드 구축 사업에 본격 나선데 이어 올해 ’실외 이동로봇 기반 구축‘ 공모 사업에 선정되었으며, 이동식 협동 로봇기준에 관한 한국산업표준 제정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서울시는 올해 '강남로봇플러스 테스트필드'와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을 개소했다. 강남로봇플러스테스트필드는 5950㎡ 규모로 협업지능 실증개발지원센터와 마이스터 로봇화 지원센터 등 2개동으로 이뤄져 수도권에 위치한 국내 로봇 기업들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남로봇플러스테스트필드가 위치해 있는 강남구는 올해 ’제2회 강남 로봇 플러스 페스티벌’을 대규모로 개최하는 등 로봇친화도시로 성장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산시는 경기경제자유구역(예정지) 안산사이언스밸리(ASV)에 첨단로봇 생태계 조성에 나섰으며, 인천시는 장기간 표류했던 인천로봇랜드 조성사업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인천시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인천로봇랜드 조성실행계획 변경을 승인받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천로봇랜드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 내 76만 9천㎡ 부지에 로봇산업진흥시설과 테마파크, 상업 및 업무시설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사업이 완료되면 인천은 글로벌 로봇 융합 산업의 선도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길수 ksjang@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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