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8회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KRoC 2023)가 열리는 강원도 휘닉스평창 포레스트홀 모습
<요약> 최근들어 머신러닝을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은 로보틱스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전통적 접근을 넘어 인간 뇌의 구조와 기능을 모사한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것처럼, 소셜 로봇이 보편화 되기 위해서는 인간이 기대하는 대로 움직이고 행동하고 반응하는 ‘인간을 닮은 로봇’이 절실히 필요하다. 인간 뇌와 몸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로보틱스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다양한 사례와 미래 가능성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정재승 KAIST 교수가 16일 첫번째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시대가 왔다. 인공지능이 좀더 빨리 보편화가 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진짜 로봇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올 것이다. 지금도 유망한 분야이지만 앞으로 젊은 연구자들이 세상의 주역이 될 때는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뇌과학자는 의사결정을 할 때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fMRI 같은 장비를 이용해 이해하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정신질환이나 마음의 병이 생기면 뇌가 좋은 의사결정을 못한다는 것이다.
뇌과학은 로보틱스 같은 중요한 분야에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다.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했는지를 뇌 활동만으로 이해한다면, 바로 로봇에게 전달해 로봇을 내가 원하는 대로 작동시킬 수 있다.
지금은 사람의 행동 수준에서 HCI를 보고 있지만 뇌-로봇 인터랙션이 가능한 시대가 올 것이다. 'Brain-inspired AI'를 로봇에 탑재하는 것이 미래에 가능하다. 로봇 자체가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로부터 많은 인사이트를 얻어야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한마디로 현재 시대를 정의한다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공위성 사진으로 월마트 주차장의 자동차 주차대수를 분석하면 월마트의 매출이나 주가 변동을 예측할 수 있다.
딥마인드가 개발한 '단백질 구조파악' 인공지능(AI) 알파폴드는 2018년 12월 열린 CASP(단백질 구조 예측을 위한 기술 중요성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알파폴드는 기존에 습득한 데이터를 통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어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제어하는 신약 물질을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알파폴드의 정확도는 지금 96%까지 높아졌다.
경험이 많고 분석을 잘하는 과학자들보다 인공지능을 얼마나 잘 쓰느냐가 과학 분야에 더 큰 기여를 하는 데 중요한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이것으로 신약 개발을 하면 노벨상을 누구한테 줘야 할까. 프로그램을 돌린 사람을 줘야하나, 아니면 프로그램을 개발한 회사를 줘야하나,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오픈AI가 발표한 챗GPT가 발표 한 달만에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계산기가 등장하면서 산수라는 과목이 사라지고, 암산과 주산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는데, 이제 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기보다 좋은 질문을 하는 법을 가르쳐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2015년부터 각종 경진대회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부분 앞지르기 시작했다. 딥마인드의 '알파고 제로'는 스스로 데이터들을 만들어내면서 직관이나 추론의 영역까지 도달했다. 앞으로 데이터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아마존 알렉사, 삼성 빅스비, 구글 어시스턴트 등 인공지능 어시스턴트들이 사실은 우리의 삶을 트레킹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사업자들은 개인 데이터를 30초 단위로 지우고 있다고 하지만 확인하기 힘들다.
앞으로 점점 ‘온 디바이스 인텔리전스‘라는 개념이 중요해질 것이다. 가령 스마트폰 안에서 얻은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옮겨가지 않고, 그대로 머물면서 학습을 하는 일들을 더 사람들이 요구할 것이다.
이제는 작은 데이터로 어떻게 학습을 할 거냐 하는 것이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사람은 원샷 러닝처럼 적은 데이터로 일반화 하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고친다. 지금 차세대 인공지능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social cognition’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기술이 핫 이슈인데, 자율주행 기술이 못하는 것이 비보호 좌회전, 차선 변경, 사거리내 우회전 같은 것이다. 이 같은 행동은 사실 '소셜 행동'이라고 볼수 있다. 차선 변경시 자동차들끼리 소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한 소셜 인터렉션인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social cue'를 이해해야만 사고 없이 인간과 같이 운전을 하면서 교통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이 같은 소셜 행동을 잘 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뇌 피질의 크기는 그들이 인터렉션하는 소셜 그룹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살짜리 어린아이와 오랑우탄, 침팬지의 지능을 비교해 보면 물리적인 능력이나 계산하는 능력은 크게 앞서 있지 않지만, 침팬지나 오랑우탕에 비해서 유일하게 잘하는 게 바로 소셜 영역이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면서 배우고, 가르치면서 제대로 배우는 소셜 러닝 분야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압도적으로 훌륭하다.
Brain-inspired AI 개념이 앞으로 중요한 영역이 될 것이다. 1956년도에 다트머트 칼리지 컨퍼런스에서 인간처럼 지능적 행위를 하는 시스템, 즉 컴퓨터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된다는 내용이 담긴 리포트가 나왔다. 인간의 인지적 행위를 흉내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인공지능이란 단어가 처음으로 사용됐다. 알렌 튜링이 발표한 논문도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가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란 개념은 우리가 뇌의 기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시대에 정의된 개념이다. 인간의 지능은 사실 너무 많은 영역들을 필요로 하는데, 이걸 단순히 지능이라는 한 단어로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머신러닝이나 인공 뉴럴 네트워크 교과서의 첫 페이지를 보면 뉴런의 기능을 수식으로 표현한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뇌가 뉴런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1900년 부근인데, 뉴런과 뉴런 사이의 시냅스가 몇 나노미터이기 때문에 당시의 측정 기술로는 빈틈이 있다는 걸 관찰할 수가 없었다.
인공지능이라는 분야는 너무 넓지만, Brain-inspired AI라는 분야는 꾸준히 제 역할을 해왔다. 결국인공지능이 인간의 뇌와 결합하고, 로봇과 인터렉션하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만든 뉴럴링크라는 회사의 사례도 있지만, 스위스 EPFL 연구자 그룹이 굉장히 인상적인 연구를 내놓았다. 척수 손상을 입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뇌에 칩을 삽입해서 뉴럴 액티비티를 레코딩하고, 그렇게 해서 얻은 신호를 분석해서 척수를 거치지 않고 무선으로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성공했다. 원숭이가 척수 이상으로 오른쪽 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했는데 이 장치로 원숭이가 원하는 대로 오른쪽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휠체어를 타는 젊은이를 일으켜 세우는 게 가능하다. 이제 종교의 힘을 기르지 않고도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놀라운 기적을 뇌공학을 통해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술들이 외골격 연구들과 접목이 되고 있다.
뇌는 1천억개 정도 되는 신경세포들로 이뤄져 있으며, AD컨버터와 DA컨버터들의 굉장히 복잡한 네트워크다. 인간의 뇌는 컴퓨터와 굉장히 유사한 기본 유닛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생각을 컴퓨터나 로봇에게 직접 전할 수도 있다는 것이 BCI의 굉장히 중요한 철학이다.
올해 CES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가 뇌를 재는 디바이스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대거 참가했다는 것이다. 이제 이런 신호들을 이용해서 사람들이 현재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저희 랩은 귀 안쪽에서 뇌파를 잴 수 있는 특허를 갖고 있는데, 미래에는 이어폰 같은 액세서리를 이용해 뇌 활동을 레코딩하는 것 같은 일들이 보편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글 글래스가 2014년 중단된 이유중 하나는 배터리 이슈였다.
열이 나고 충전 한번 하면 20분 밖에 쓰지 못했다. 이제는 한번 충전하면 2시간 이상 쓸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미국 잭 갤런트 교수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아 이 분야에서 슈퍼스타가 됐다. 그는 피실험자에게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면서 뇌를 fMRI로 분석했다. 이어 그 신호를 분석해서 이 사람이 어떤 영상을 봤는지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미래에는 사람이 수면중일 때 베게를 통해 뇌의 활동을 레코딩하면 꿈을 동영상으로 저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잭 갤런트 교수는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단어가 뇌의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지를 맵으로 그리는 데도 성공했다.
이런 기술들이 발전하면 로봇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말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말이 불편한 사람들하고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질 것이다.
현재 많은 로봇이 기본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은 20세기 중반 심리학의 인지과학 행동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행동주의는 'stimulus-responce' 패러다임으로 에이전트를 간주한다. 하지만 인간을 포함한 고등동물들은 이런 패러다임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지난 20년간 인간의 뇌를 분석해서 알게 된 굉장히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인간의 뇌는 가만히 있어도 계속 질문을 생성하는 머신이라는 것이다.
질문에 답을 얻는 순간 우리 뇌에선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는 궁금한 질문에 답을 얻는 것 자체가 ‘보상’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답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될 확률이 3배 이상 높다.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주변을 탐색하고, 그렇게 해서 답을 찾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것이 인간이 인간일 수밖에 없는 놀라운 기능이다.
최근 10년간 ‘호기심’에 관한 연구 논문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제 호기심을 인공지능에게 넣어주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로봇에 호기심을 넣어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우리는 호기심 많은 어린 아이를 도덕적으로 교육하면서 키우지만, 앞으로는 로봇에게도 그렇게 해야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지난 20세기에는 테크놀로지의 발전 덕분에 제조업에서 일자리는 줄어들었지만, 서비스업에서의 일자리는 현저히 늘었다. 우리는 러다이트 운동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소셜 로봇들이 등장하게 되면 인공지능이 장착되고 인간과 더 자연스럽게 뇌 기반의 인터렉션을 하게 될텐데, 인간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사람을 추가로 고용하지 않고도 생산성이 높아졌다. 앞으로 로봇 보급이 증가하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가계 수입은 줄어드는 일이 벌어진다. 소비자는 가난해지면서 물건은 많은데 살 사람은 없어 경제가 장기적으로 침체가 되는 일이 예상된다. 이런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 로보틱스라는 분야다. 그래서 기본소득 같은 얘기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로봇학회가 로봇이 발전한 미래 사회에서, 그리고 기술을 잘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존재하는 양극화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까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우리가 물질을 컨트롤하고 인간의 정신까지도 이해하는 수준이 되어야 비로소 테크놀로지를 통해 어떻게 하면 삶의 질을 높이고, 좀 더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까를 총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다. 로봇학회가 그런 것들을 탐구하고 고민해서 미래를 다양하게 시뮬레이션하고 성찰해주기를 바란다.
장길수 ksjang@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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