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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로봇비즈니스페어] 미ㆍ중 갈등 속 한국 로봇산업의 기회(토크쇼)

로봇신문사 2022. 10. 28. 15:57

 

 

'2022 로봇비즈니스페어' 오후 세션에선 한양대 서일홍 명예교수(코가로보틱스 대표)가 좌장을 맡아 “미·중 갈등 속 한국 로봇 산업의 기회”를 주제로 토크쇼를 진행했다.

 

토크쇼에는 박성주 유진로봇 대표, 류재완 에스비비테크 대표, LG전자 김용진 생산기술담당(상무), 이광규 현대로보틱스 산업용 로봇 개발부문장(상무), 배지훈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연구부문장, 문희창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해 국내 로봇 생태계의 현실과 바람직한 대안, 정부의 로봇 산업 지원 방안, 로봇 제조 전진 기지의 조건 등에 관해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주요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 토크쇼 좌장을 맡은 서일홍 한양대 명예교수

 

▲(좌장) 서일홍 명예교수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이 로봇 제조기지로 주목하고 있다. 이번 토크쇼에선 과연 한국이 로봇 생산 기지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지, 대체가 가능하다면 어떤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지 살펴봤으면 한다. 먼저 국내 로봇산업의 현실과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말씀해 달라.

▲ 유진로봇 박성주 대표

 

▲박성주 유진로봇 대표

요즘 상생, 협력, 생태계라는 말이 자주 거론된다. 역설적으로 보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 청소로봇 업체를 사례로 들어보면, 품질이 나쁘고 값이 싸다고 여겨지던 중국 청소로봇 업체들이 2017년부터 유럽, 중국, 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싹쓸이 했다. 현지 업계를 둘러 볼 기회가 있었는데 중국은 청소로봇과 관련한 공급망, 기술, 생산, 금형 등 모든 업체들이 협업을 잘 하고 있었다. 중국 로봇업체들은 자신들이 품질과 가격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제 우리가 그들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물론 협력과 상생을 강조하지만 자기 중심의 협력을 강조한다. 다른 형태의 로봇산업에도 이런 현상이 생길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 김용진 LG전자 상무

▲ LG전자 김용진 상무

 

국내 로봇업체가 2400여개에 달한다고 하는데 겨우 1.5% 정도가 대기업이다. 국내 로봇산업계의 매출이 아주 적고, 중국에 비해 특허 보유 비율도 매우 낮다. 중국 로봇기업들이 글로벌 로봇 특허의 58%를 갖고 있다고 한다. 로봇은 신뢰성이 중요한데, 우리는 모터, 드라이브, 감속기 등 핵심 부품을 수입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로봇업체마다 HMI가 다른것도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다.

 

▲ 배지훈 생기연 부문장

▲ 생기원 배지훈 로봇부문장

 

우리는 유행에는 빠르지만 기초 기술에는 약하다. 연구원에서 국내 기업들의 제품을 빨리 도입해 쓰다 보면, 국내 기업들의 대응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금과 시간이 필요한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류재완 에스비비테크 대표

▲ 에스비비테크 류재완 대표

 

전경련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로봇기업들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데 특히 로봇부품 기술과 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하나에만 올인하면 리스크가 따른다. 국내 로봇 부품업체들은 신뢰성 있는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체제가 아직 미흡한데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육성해줘야 한다.

 

▲이광규 현대로보틱스 상무

▲ 현대로보틱스 이광규 상무

 

로봇 부품 구입시 볼륨이 적기 때문에 제조 원가,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중국 기업들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실패를 경험하면서, 품질과 가성비가 좋아졌다. 소재나 부품 등 핵심 요소품에 대한 국산화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문희창 홍익대 교수

▲ 홍익대 문희창 교수

 

산업계가 대학에 요구하는 것은 좋은 인력을 배출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국내 2000여개 로봇업체들이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SI업체인지 유통업체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 어떤 학생을 보내야 할지 고민스러운 경우가 많다. 대학에서 연구나 실습을 하기 위해 국내 업체에 구매를 요청하면 소량 구매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중국 온라인 유통망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 서일홍 교수

로봇 생태계를 잘 구축하면 중국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우리 중소기업들은 '각자도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큰 로봇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류재완 대표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공존하면서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로봇 부품 업체들이 생존하려면 상위 업체인 로봇기업들과의 자연스런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로봇 기업들의 일본 등의 핵심 부품 의존도가 높은데, 이런 상황에선 우리 부품 기업들이 기초 체력을 갖추기 힘들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정부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정부 과제를 중심으로 사업을 하게 된다. 따라서 상위기업인 로봇기업과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 로봇 부품기업 간에도 교류 협력 차원에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 이광규 상무

커넥터류 같은 사소한 부품이 제대로 소싱되지 않아 문제가 생긴 적이 있었는데, 로봇 생태계가 건강해지려면 부품업체 하나가 잘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주물, 금형 등 산업이 전반적으로 잘 되어야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 문희창 교수

국내 로봇업계의 완성품은 SI업체 중심으로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다. 문제는 대기업이 로봇을 생산하고, SI는 중소기업이 맡는다는 것이다. 제조 로봇은 대량 생산에 맞는 생태계, 서비스 로봇은 대량생산보다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맞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 박성주 대표

우리나라는 제조산업을 근간으로 산업이 발전했다. 제조 강국이 되려면 기술력이 제조업에 들어가 경쟁력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최근 고객 취향의 빠른 변화가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제조업의 적응력, 유연성, 빠른 기술 수용이 요구된다.

 

▲ 김용진 상무

고객이 필요로 하는 로봇을 적기적소에 공급하는 게 필요하다. 로봇기업들이 자체 R&D에 투입할 여력이 부족한데, 부품 내재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특히 로봇 수요기업들과 공급기업들이 협력해 잘 활용할 수 있는, 경쟁력 갖춘 솔루션을 만들어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 배지훈 부문장

대기업은 로봇을 공급하지만 동시에 자체적으로 쓸 수도 있다. 수요자 입장에선 제대로 쓸 수 있게 해주는 SI가 필요하다. 공급자 입장에선 RaaS 등 서비스를 발굴해 공급할 수 있는 기업들이 많이 나와주어야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다. 제대로 로봇을 쓰고 싶어도 중간에서 그걸 지원해주는 서비스 업체들이 없는 게 문제다.

 

▲서일홍 교수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이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정부 과제 혹은 지원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이광규 상무

감속기, 모터, 센서 등 핵심 부품은 대부분 일본, 독일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국내 업체들도 양산 시도를 하고 있지만 기술 장벽이 높고, 수요자 입장에선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은 정책 지원이 없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로봇 업계의 리스크 태이킹을 위해 정부가 지원해주는 게 필요하다. 로봇 공급과 SI, 수요기업간에 간극이 큰데, 간극이 좁혀지면 기회가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김용진 상무

국내 로봇의 신뢰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중국은 제조기업과 사용기업 모두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는데, 이런 부분에서 우리도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할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쉬운 설치' 등 사용자 편의성을 통해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패키지를 만들지 고민하고, 얼라이언스(연합) 등 협력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설 필요가 있다.

 

▲박성주 대표

이번 로보월드에도 보면 자율이동로봇(AMR)이 많이 출품되었는데, 업체는 많지만 아직 이 시장에선 절대적인 강자가 없는 것 같다. 앞으로 수년내 순위가 매겨질 것이다. 해외 로봇산업계를 보면 미국은 로봇 업체간 협력과 M&A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시장에서 존재감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수천억의 투자 자금과 정부 지원 통해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해외에서 수평적 및 수직적 협력, 그리고 투자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요새 선진국을 중심으로 리쇼어링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런 차원에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하드웨어 강자다. 하지만 최근에는 모든 산업에서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고 있는데, 이 분야의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소프트웨어 인력을 들여올 수 있도록 비자 정책 등 전향적인 인력 유입 정책이 필요하다.

 

▲ 류재완 대표

로봇 부품업계의 경우 정부 보조금 지원이 있어야 빠른 시간내 기술적인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부품의 신뢰성를 확보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지금도 로봇 부품에 대한 정부 지원과제가 있지만, 과제가 중복된다고 지원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품 개발은 장시간의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10년전과 개발 테마는 같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추가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레퍼런스 확보와 실증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 서일홍 교수

K-로봇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을 확대하고, 한국이 로봇 제조 생산기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지원 과제를 어떻게 보완하면 좋을지 말씀해달라.

 

▲ 문희창 교수

무엇보다 수요 창출이 중요하다.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게 전문기관들의 예측인데, 사실 이 분야의 수요는 제한적이다. 정부가 전문 서비스 로봇 부분을 공공 서비스부터 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로봇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실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요 창출에 대해 보다 큰 고민을 해줘야 한다.

▲ 박성주 대표

정부의 정책 과제도 이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할 시점이다. 다른 나라보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끝까지 지원해야 한다. 기술 실증, 해외 진출과 PoC 지원 등을 통해 우리의 선도적 역할을 지원하되, 우리가 열세인 부분에선 해외 기업들과의 공동 연구, 연결 기술 개발 등 길을 열어줬으면 한다.

 

▲ 류재완 대표

우리 로봇기업도 해외 진출 필요성이 높아지고, 해외 진출시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이 마련된다면 국내 로봇 부품도 가성비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정부 차원의 수요 창출 정책이 로봇 부품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가령 방산 등 분야에서 국산 감속기 납품이 이뤄졌으면 한다.

 

▲ 이광규 상무

현재 정부 지원이 이뤄지는 개발과 실증이 단발성 과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로봇 부품, 완제품, 수요기업까지 지원해서 생태계가 안정될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서일홍 교수

과연 우리나라가 로봇 제조 기지 가능성이 있는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김용진 상무

제조 기지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이지만 수요 기업이 풀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같이 해결 방안을 찾고, 그 기술이 내재화된다면 도전할만한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문제를 오픈하면 해결의 기회가 올 것이다.

 

▲배지훈 부문장

K팝을 보면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늦었지만 결국 해냈다. 우리는 유행에 민감한데, 로봇 분야 역시 유행에 민감하고, 거기에 우리만의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얹어 해외에 진출한다면 로봇도 승산이 있다.

 

▲박성주 대표

우리나라가 로봇 제조기지가 되려면 사람이 몰려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부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 정부가 그동안 지원, 관리 등 통제 역할을 주로 해왔는데 플랫폼 역할을 해준다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 수요자, 투자자, 공급자들이 모두 정부가 조성해놓은 플랫폼 안으로 들어와 활동할수 있다면 우리에게도 승산이 있다. 이 측면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두바이다. 두바이는 별로 자원이 없었지만 전세계 자본과 기술, 기술력, 사업자를 끌어왔다. 우리나라는 수요국이자 기술국이기 때문에 플랫폼 입장에서 고민하면 제조기지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 류재완 대표

현대로보틱스 같은 회사가 10개 이상 생기면 로봇부품 업체 입장에선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진다. 큰 회사가 여럿 생기고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지면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

 

▲ 이광규 상무

중국과 같은 제조기지 개념을 생각한다면 다시 봐야 한다. 단순히 저비용 하드웨어 생산기지를 생각한다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한국은 비용 구조가 만만치 않다. 그런 차원이 아니고 글로벌 탑티어 수준의 공급기업이 생긴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일본 로봇기업들은 과거 패러다임에 갖혀 있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지 못하다. 일본은 패러다임 변화에 유연하지 못해, 패러다임 변화 없이 단지 개량하고 개선하는 수준이다.

 

▲문희창 교수

서비스 로봇은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기반이 되고 있다. 우리는 콘텐츠 강국이기 때문에 서비스 로봇에서 강점이 분명히 있다. 기반은 비교적 튼튼한데, 로봇 생태계가 잘못 형성되어 있다. 정부가 로봇 제품 개발, 실증 과제, 공공 수요 기반 수요 창출 등을 잘 지원해주면 우리나라는 전문 서비스 로봇 강국이 될 수 있다. 로봇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솔루션을 판매하는 것이다. 해외에는 솔루션을 갖고 가면 된다.

 

▲박성주 대표

일본 통신사업자인 도코모가 과거 일본에서 매우 좋은 통신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결국 국제적으로 고립되었다. 협력하고 연결하지 않으면 쓰레기가 되고 만다. 국내 로봇업계도 여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 류재완 대표

부품 업체에 고객들이 레퍼런스를 많이 요구하는데, 전향적으로 부품 테스트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상생과 협업 시스템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전망은 밝다.

 

장길수 ksjang@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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