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부품·소프트웨어

고가 센서 없이 투명 유리벽 인식… DGIST, 자율주행 비용 90% 낮췄다

로봇신문사 2025. 5. 26. 17:09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팀은 저가형 라이다(레이저 거리측정기)의 성능을 크게 끌어 올릴 수 있는 알고리듬 'PINMAP'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을 적용한 로봇이 투명 유리 장애물을 인식해 회피하고 있다.(사진=DGIST)

자율주행 로봇, 혹은 자동차가 주변 상황을 인식하기 위해 라이다(레이저 거리측정기)를 자주 이용한다. 문제는 레이저 역시 ‘빛’의 일종이기 때문에 투명한 물체를 감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의 걸림돌이 돼 왔다.

 

박경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팀이 저렴한 센서만으로도 유리벽 같은 투명한 장애물을 감지할 수 있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했다.

 

저가형 라이다는 유리처럼 투명한 물체를 인식하지 못해 빈공간으로 오인하는 일이 많은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해상도 라이다나 초음파 센서 등을 추가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비용이 고가의 부품이 필요하고 시스템도 복잡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저가형 라이더의 가격은 고성능 라이더의 10분의 1 이하다.

 

박경준 교수팀은 이런 하드웨어 의존을 과감히 포기했다. 기존 저가형 라이다에 바로 적용가능하면서도, 고가 장비 못지않은 인식 성능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후 새로운 알고리듬 ‘PINMAP(Probabilistic Incremental Navigation-based Mapping)’을 자체적으로 개발, 저가 라이다가 간헐적으로만 감지하는 희소한 포인트 데이터를 삭제하지 않고 누적해 유리벽의 존재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계산하도록 만드는데 성공했다.

 

고가 라이다 장치를 구입할 필요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만으로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오픈소스 기반으로 작성돼 기존 시스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개발한 알고리듬을 이용해 실험한 결과, DGIST 건물 내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유리벽을 96.77% 정확도로 탐지해냈다. 반면 동일한 저가 라이다를 사용했음에도 기존 알고리듬을 사용한 경우는 탐지율이 거의 0%에 그쳤다.

 

이번 기술은 실내용 서비스 로봇 보급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병원, 공항, 쇼핑몰, 물류창고엔 유리나 투명 아크릴 벽이 많아 자율주행 로봇 등의 충돌사고가 우려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격 상승 없이 서비스 로봇의 성능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교수는 “PINMAP은 하드웨어 성능이 곧 시스템 성능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뒤집고, 소프트웨어가 센서의 가능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라며 “고성능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IEEE 트랜잭션스 온 인스트루먼테이션 앤드 메저먼트(IEEE Transactions on Instrumentation and Measurement)' 5월 7일자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채지영 석박사통합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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