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S에코에너지의 베트남 생산법인(LSCV) 전경. (사진=LS전선)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핵심 소재인 희토류 원소를 둘러싼 국가 간 공급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희토류 생산의 85% 이상을 장악한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가 강화되면서 미국과 유럽은 자국 내 생산 기반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잰걸음에 나섰다.
희토류 원소는 현대 산업용 로봇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다. 네오디뮴(Nd), 프라세오디뮴(Pr), 디스프로슘(Dy), 테르븀(Tb), 사마륨(Sm) 등 희토류는 로봇의 서보 모터에 사용되는 영구자석의 주원료로, 높은 토크 밀도와 에너지 효율을 제공한다.
희토류 정보 플랫폼 서비스인 희토류 거래소(Rare Earth Exchanges)에 따르면, NdFeB(네오디뮴-철-붕소) 자석은 기존 AC나 DC 모터 대비 훨씬 작은 크기로 더 높은 출력을 낼 수 있어 로봇 관절의 정밀도를 밀리미터 이하 수준으로 높이고 24시간 가동을 가능하게 한다.
업계 전문가는 “희토류 자석은 일반 철 자석보다 20배 강력하다”며 “이는 전기차가 조용히 가속하고, 드론이 안정적으로 떠 있으며, 로봇 팔이 무거운 물체를 정밀하게 들어 올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업 ID테크엑스는 전 세계 희토류 자석 시장이 2036년까지 91.9억달러(약 1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전기차·로봇·풍력에너지·데이터센터·모빌리티 등 시장이 주요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의 양산체계 진입은 희토류 자석의 폭발적인 수요증가를 예고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사용되는 모터의 95% 이상이 희토류 영구자석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1대당 평균 40개의 모터가 사용된다.
맥킨지는 2035년까지 자석 생산에 약 17.6만 톤의 희토류가 소비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대당 4~5kg의 희토류가 소요돼 본격적인 양산에 필요한 물량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희토류 공급망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오션 월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정제된 희토류 생산의 91%를 통제하고 있으며, 2025년 4월 사마륨·가돌리늄·테르븀·디스프로슘·루테튬·스칸듐·이트륨 등 7개 핵심 희토류 원소에 대한 수출 허가제를 도입했다.
중국 당국은 이를 ‘민군 양용 품목'에 대한 국가안보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미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해 4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 규제로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에 영향을 받았다”며 “중국은 희토류 자석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보증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되면서 미국과 유럽의 자국내 희토류 생산도 추진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1월 첨단소재 제조기업인 불칸엘레먼츠(Vulcan Elements)와 산업 지원 프로그램인 ‘칩스(CHIPS)’를 통해 5000만달러(약 710억원) 지원 의향서를 체결했다. 이와 별도로 국방부 전략자본국은 불칸, 리엘리먼트테크놀로지(ReElement Technologies)에 7억달러(약 9940억원) 규모의 조건부 대출을 약속했다. 불칸은 향후 수년 내 연간 1만 톤의 NdFeB 자석 재료를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에서는 네오(NEO)가 2025년 9월 에스토니아 나르바에 희토류 자석 공장을 개소했다.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이 시설은 유럽의 중국 의존도 감소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알리 수레이만 네오 대표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종 시장은 물리학적 측면에서 성장하고 있어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기반”이라며 “자동차, 배터리 전기차, 드론, 풍력발전 뿐만 아니라 로봇 등 급성장하는 산업 전반에서 에너지 효율적인 모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다마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유럽의 자석 수요는 현재 미국의 3배 규모다.
한국 기업들도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 중이다. 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시에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건설 중인 해저케이블 공장 인근 부지가 유력하며, 생산품은 주요 완성차 및 전장 업체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LS전선은 희토류 산화물 확보부터 금속화, 자석 제조에 이르는 밸류체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회사 LS에코에너지를 통해 베트남과 호주 등에서 정제된 희토류 산화물을 확보하고 금속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고려아연도 최근 미국 알타 리소스 테크놀로지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내에서 희토류 산화물 생산계획을 밝혔다. 양사는 고려아연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가 운영 중인 기존 사업장 부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할 것으로 전해졌다.
희토류 공급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혁신도 진행되고 있다. ID테크엑스에 따르면, 2025년 희토류 자석 기술 트렌드는 성능을 유지하면서 중희토류 함량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입계확산(grain boundary diffusion) 기술은 자석 입자 표면에 금속을 집중시켜 중희토류 함량을 70% 이상 줄이고 자석 재료 비용을 최대 28% 절감할 수 있다. 대부분의 희토류 자석 제조업체가 이미 이 기술을 사용해 성능을 개선하고 비용을 낮추고 있다.
맥킨지는 자석 재활용이 중요한 해결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자동 로봇 분해, 습식야금 및 건식야금을 통한 대량 자석 분리, 수소 기반 처리(수소 분쇄) 등의 재활용 기술이 연구 및 파일럿 단계에 있으며, 산업 수준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대폭 확장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희토류를 둘러싼 공급망 경쟁은 단순한 원자재 확보를 넘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결정하는 전략적 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다. 산업 전문가들은 올해가 희토류 공급망 재편의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정환 기자 robotstory@irobotnews.com
저작권자 © 로봇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로봇부품·디바이스·소프트웨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이엘, 휴머노이드·드론용 전고체배터리 리튬메탈 음극 제조기술 개발 (0) | 2026.01.22 |
|---|---|
| 印 SS이노베이션스, 새로운 수술 기구 5종 개발 (0) | 2026.01.22 |
| 소프트 로봇의 5가지 핵심 요소 (0) | 2026.01.20 |
| 印 그레이오렌지, 창고지능화 위해 예측 기능 AI 항법 내놓는다 (0) | 2026.01.20 |
| 中 저장대, 손끝으로 ‘보는’ 소프트 로봇 핸드 개발 (0) | 2026.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