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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기, AI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로봇신문사 2025. 12. 9. 17:52

주판을 이긴 계산기, 인공지능(AI) 시대에도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7일(현지시간) AFP는 AI 모델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금메달급 성과를 거두며 수학적 능력을 입증하는 가운데, ‘환각 없는 정확성’을 자랑하는 계산기가 과연 AI 시대에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며 계산기의 현재와 시장을 조망했다.

계산기의 대표주자인 일본 카시오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3900만대의 계산기를 판매하며 여전히 이 시장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학교와 특정 사용자층을 중심으로 계산기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 구글, 오픈AI, 딥시크가 개발한 AI 모델은 매년 열리는 IMO에서 금메달급 점수를 기록하며 수학 분야에서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들 AI는 20세 이하 청소년 대회에서는 만점을 받지 못했으며, 오히려 5명의 인간 참가자가 완벽한 성적을 거뒀다. 더욱이 AI 챗봇은 간단한 덧셈에서도 때로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으로 오답을 내놓았다.

카시오의 임원인 토모아키 사토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과 웹 브라우저가 일상적인 계산 작업을 처리하고 AI가 고급 수학 문제를 풀 수 있지만, 여전히 계산기는 가격이 저렴하고 배터리와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카시오는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전 세계 약 100개국에서 일반 및 과학용 계산기 3900만대를 판매했다. 이는 2019~2020년도 4500만대에 비해 감소한 실적이지만 코로나 19가 한창이던 2020~2021년의 3100만대 보다는 26% 이상 증가한 수치다.

비즈니스용 개인 계산기 시장은 하락 추세지만, 카시오는 특정 니즈를 충족하는 시장에서 수요를 찾았다. 또한 태국 카시오 공장에선 계산기 회로 기판과 버튼을 조립하는 생산라인이 가동 중이다. 태국 사업장 관계자는 “전 세계 모든 곳이 스마트폰 연결이 가능한 것은 아니며, 계산기는 필요한 기능에 집중된 최적화된 도구”라고 강조했다.

계산기는 인류의 기술 발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카시오는 1957년에 책상 크기의 ‘14-A’ 모델을 출시하며 최초의 컴팩트 전기식 계산기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1642년에 발명된 기계식 계산기 ‘라 파스칼린(La Pascaline)’의 해외 반출이 금지되면서 파리 경매시장에서 경매가 취소되는 등 역사적 가치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술 변화의 물결 속에서 계산기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레고르 돌리나르 IMO 회장은 “과거에는 과학용 계산기가 필수였지만, 지금은 AI에게 질문하는 것이 더 쉽다”며 “물리적 계산기는 천천히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카시오는 계산기의 고유한 강점을 믿고 있다. 가격 경쟁력, 내구성, 복잡한 설정 없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편리성은 AI나 스마트폰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장점으로, 특정 시장에서 오랫동안 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되고 있다.

백승일 기자 robot3@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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