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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도입 앞선 업체가 인력 고용·임금 늘려”

로봇신문사 2020. 5. 11. 10:00


▲ 미 MIT 연구팀이 프랑스의 로봇 도입 제조업체들을 조사한 결과 로봇을 서둘러 도입한 업체들은 직원 수를 늘리고 임금도 약간 올릴 수 있었다. 다만 이는 로봇 도입에 뒤진 경쟁사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산업 전반의 근로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동안에도 로봇은 기업들을 돕고 있다. 로봇을 서둘러 도입한 일부 기업은 번창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고용을 늘렸으며 부분적으로나마 임금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언스데일리는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로봇을 도입해 공장을 자동화한 프랑스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보도했다.

새로운 연구는 중요한 패턴을 보여준다. 연구에 따르면 일찍 자동화를 도입한 제조업체들은 사업 번창과 함께 자사의 직원 고용을 늘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반면 이같은 로봇 도입에서 뒤처진 업체들에게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줄어든 모습이 나타났다.

MIT 팀의 이 연구는 최근 수십 년 동안 프랑스 제조업에 도입된 로봇 자동화 사례를 검토하면서 사업의 역동성과 노동간의 연관성, 비즈니스 역동성과 노동의 의미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이 연구 내용을 상세히 기술한 ‘로봇과의 경쟁: 프랑스에서 온 회사 차원의 확고한 증거(Competing with Robots: Firm-Level Evidence from France)’라는 제목의 새로운 논문은 미국경제학회(American Economic Association)지 5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저자는 아체모글루(Acemoglu) MIT연구소 교수, 클레어 르라그 (Clair Lelarge) 프랑스 은행과 프랑스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Research) 선임연구위원, 파스쿠알 레스트레포 박사(보스턴대 경제학과 조교수) 등이다.

◆로봇 도입하면 인력 감소하지만, 일찍 도입한 기업은 오히려 증가

전반적으로, 제조업에 로봇을 추가하면 로봇 당 3개 이상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MIT 교수의 공동 연구는 중요한 패턴을 보여주었다. 즉, 로봇을 서둘러 도입한 기업들은 직원들을 늘리는 경향을 보인 반면, 로봇 도입에 뒤처진 기업들은 일자리 감소가 집중됐다.

다론 아체모글루(Daron Acemoglu) 미 MIT 경제학자 팀은 최근 수십 년간 로봇을 도입한 프랑스 제조업체들을 조사한 결과 이같은 사업 역동성과 노동력 간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체모글루는 “기업 차원의 로봇 사용을 보면, 또 다른 차원이 보이기 때문에 정말 흥미롭다”며 “우리는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로봇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따라서 일찍 로봇을 도입한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지 못한 경쟁사들을 희생시키면서 확장하게 되는 것은 꽤 그럴 듯 해 보인다. 그리고 우리가 정확히 찾아낸 것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연구 결과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프랑스 제조업계의 로봇 사용이 20% 포인트 증가하자 업계 전체 고용은 3.2% 감소했다. 그럼에도 그 기간 동안 로봇을 도입한 회사들의 경우엔 직원 근무 시간이 10.9% 증가했고 임금도 소폭 상승했다.

◆프랑스 제조업체 로봇 조사

이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학자들은 5만5390개의 프랑스 제조사를 조사했다. 이가운데 598개사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로봇을 도입했다. 이 연구에는 프랑스 산업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프랑스 로봇 공급업체의 고객 데이터, 수입 로봇에 대한 세관 데이터, 판매·고용·임금에 관한 기업 수준의 재무 데이터가 사용됐다.

로봇을 구매한 598개 회사는 프랑스 제조업체의 1%에 불과하지만 5년 동안 제조업 생산의 약 20%를 차지했다.

아체모글루는 “우리 논문은 로봇 채택에 대한 거의 포괄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프랑스의 생산 라인에 로봇을 가장 많이 추가한 제조업은 제약, 화학 및 플라스틱, 식음료, 금속 및 기계 제조업체, 자동차 제조업체였다. 반면 로봇에 가장 적게 투자한 산업 분야는 종이와 인쇄·섬유와 의류· 가전품·가구 제조업체, 광물 회사 등이었다.

제조 공정에 로봇을 추가한 회사들은 생산성과 수익성이 높아졌고, 자동화로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수입의 일부가 근로자에게 가는 비용 점유율이 약 4~6% 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나, 그들의 기술에 대한 투자는 더 많은 성장과 시장 점유율 증가를 가져왔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더 많은 근로자들을 고용할 수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로봇을 추가하지 않은 회사들은 아무런 노동력 변화가 없었고, 이 회사들은 경쟁사들의 로봇 도입이 10% 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고용을 2.5% 줄였다. 본질적으로, 기술에 투자하지 않는 회사들은 경쟁자들에게 밀렸다.

로봇 도입 회사들의 역동적 일자리 증가, 그리고 전반적인 일자리 감소는 미국 고용에 미치는 로봇의 영향에 대한 별도 논문에서 드러난 아체모글루와 레스트레포의 또 다른 발견과 맞아 떨어진다. 경제전문가들은 노동력에 추가된 로봇 한 대가 기본적으로 전국적으로 3.3개의 일자리를 없앴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체모글루는 “그 결과를 보면 처음에는 로봇 채택이 일자리 파괴와 나란히 가는 미국내 결과와 상반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반면 프랑스에서는 로봇을 도입하는 회사들이 고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그건 경쟁자들을 희생해서 확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여주는 것은 그러한 경쟁자들에게 가는 간접적인 효과를 더하면 전체적인 효과는 부정적이며, 미국에서 찾은 것과 비교된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슈퍼스타 기업들의 노동점유율 문제

연구원들이 프랑스에서 발견한 경쟁 역학은 최근 MIT 교수들이 발표한 또 다른 유명한 경제 연구의 그것들과 유사하다.

최근 논문에서 MIT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터와 존 반 리넨은 3명의 공동저자와 함께 미국의 전반적 노동점유율 하락이 노동력 점유율을 낮추고 시장 지배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슈퍼스타 기업’의 이익에 의해 추진됐다는 증거를 발표했다.

그러한 엘리트 기업들은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할 수도 있고 그들이 성장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할 수도 있지만, 그들 산업 전반의 노동력 점유율은 감소시킨다.

아체모글루는 오터와 반 리넨의 작업결과에 대해 “매우 상호 보완적이다”라고 본다. 그러나 그는 “약간의 차이라면 미국 오터와 반 리넨의 작업에서는 슈퍼스타 기업들이 다른 여러 곳에서 나올 수 있다는 데 있다”며 주목했다. 또 “이러한 개별 기업 수준의 기술 데이터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이것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학자들이 기술·세제 정책·노동 시장 기관의 변화 등 노동 점유율이 감소하는 데 대한 많은 가능한 일반적 설명을 제시했지만, 아체모글루는 기술 때문이라고 보고 있으며, 특히 프랑스에서는 이같은 노동 점유율 감소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자동화를 확신하고 있다.

아체모글루는 “이제 기술, 세계화, 노동시장 제도에 관한 경제 문헌의 큰 부분이 노동점유율의 하락을 설명하는 것에 대한 질문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중 많은 것들이 상당히 흥미로운 가설들이지만, 프랑스에서는 대부분 대기업인 로봇을 채택하는 회사들만이 그들의 노동 점유율을 감소시키고 있고, 그것이 프랑스 제조업에서 노동 점유율이 감소하는 전체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확실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있어 자동화, 특히 로봇이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잘 알려준다.

이성원  sungwonly0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