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특별한 '로봇 사랑(robophilia)' 문화가 노령화 사회에서 보상을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즈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대부분 일본인들이 로봇을 좋아하며 나머지 사람들도 로봇을 적극적으로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도쿄대 교수의 발언을 전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 사회에선 정부와 학계가 앞장서 로봇이 노령화 사회의 도전적인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치료약처럼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지난 2010년 이후 매년 인구가 줄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예측에 따르면 오는 2040년 노동인구가 2017년 대비 2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동 시장에서 사람들이 줄어든다면 로봇은 일본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것이 아니고 생계를 위협하지도 않는다.
이 같은 분석은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있는 코로나 이전까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않았다. 코로나 이전에 일본인 구직자 1명당 1.49개의 일자리가 있었다. 구직자와 구인자간 갭(gap)을 로봇이 메꿀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코로나 유행 이후 구직자 한명당 일자리는 1.06개로 줄어들었다. 코로나가 인구학적 변화에 대한 로봇 제조기업들의 특별한 호소를 완전히 침묵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목소리를 낮출 수는 있다.
지난달 미국의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NBER)'는 일본의 요양시설에서 로봇이 노동시장에 가한 충격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이 연구 보고서는 제조 영역이 아니라 이제 막 로봇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서비스 영역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는 설명이다. NBER은 일본내 860여개의 요양시설을 대상으로 로봇의 보급과 노동의 변화에 관해 조사했다.
일본의 요양시설들은 일찍부터 건강모니터링 기능을 갖고 있는 로봇부터 환자들을 침대에서 들어올리는 로봇까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도입했다. 이런 로봇 도입 사례들은 세계 각국에서 노령 인구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로봇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디스토피아적인 예측을 상쇄하고 있다는 점이다. NBER은 로봇의 도입으로 (비정규직이지만) 돌봄 인력과 간호인력이 증가했으며, 보다 유연한 노동을 촉진하고, 요양시설의 노동력 부족을 줄여줬다고 지적했다. 다만 단점은 정규직 간호원들의 임금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의 결론과 무관하게 일본에선 로봇을 환상적이고, 친절하며 귀엽다는 분위기가 있다.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감정이 없으며 사악하다는 인식은 별로 없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코로나 상황에서도 일부 소매점들은 안내 로봇에게 사회적인 거리두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부여한다. 로봇은 인간의 복종을 기대했고,이를 받아들였다.
로봇에 대한 국가적인 사랑은 단순히 소매점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로봇은 의미있는 자동기계(automaton)로서 제조와 물류분야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는 로봇을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존재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로봇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비록 셔츠를 접고, 팬케이크를 쥐집는데 서툴다고하더라도 용인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보안기업인 Alsok은 최근 경비순찰 로봇인 ‘리보그-Z(Reborg-Z)’를 업데이트했는데, 순찰 로봇의 도입을 노동력 부족에 따른 것으로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있으며, 일본 농업식품기술종합연구기구(NARO·農業食品産業技術総合研究機構) 역시 같은 이유로 과일 따는 로봇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즈는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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