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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신문 창간7주년 특별기고②] 로봇산업 정책 이슈와 과제

로봇신문사 2020. 6. 15. 10:30
 
 
▲ 광운대 김진오 교수

우리나라가 2003년 로봇산업을 국가 10대 성장동력의 하나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로봇산업 육성 정책의 큰 그림은 참여정부 시절 2005년 종합발전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법이 2008년에 만들어졌다. 이 법을 근거로 해서 5년마다 만들어지는 육성 기본계획에 따라서 로봇산업을 위한 투자와 육성이 추진된다.

정부가 로봇산업을 선정해서 투자한 배경은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책임감이었다. 4차 산업혁명 등 우리 앞에 다가오는 21C의 모든 분야에서 로봇과 인공지능 없이는 어떤 것도 추진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저출산과 초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변화에 대한 대응책에서도 로봇과 인공지능이 하나의 해결책 또는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수단으로도 로봇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종합발전계획(2005년)은 법이 제정된 해(2008년)부터 지금까지 5년마다 총 3차의 기본계획으로 연결되고 있다. 매번 기본계획을 만들 때마다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위원회가 있었지만, 정책의 연속성을 지키기 위해서 첫 번째 종합계획을 수정 편집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 결과 로봇산업육성 기본계획이 과거에 머물게 되었고, 우리나라 로봇산업 정책과 내용도 여전히 과거에 머물게 되었다. 그래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

현재 우리가 기대하던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의 우리 때문인데 그 과거의 우리는 여전히 뻔뻔하게 오늘을 버틴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로봇산업과 로봇사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그리고 로봇기술 개발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 중에서 우리나라 스스로가 만든 10가지 이상의 장벽이 존재한다. 자율안전 확인신고, 관세 같은 규제가 대표적이다.

종합하면 우리나라 로봇산업은 과거에 만들어진 정부 정책과 방향 그리고 우리나라가 만든 장벽을 극복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그래서 모든 기업의 노력이 더 훌륭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기업들과 함께하는 우리나라는 더 나은 성과를 내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방향을 새롭게 정하고 나아갈 때가 되었다.

변화를 위해서는 로봇산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 번째 중요한 본질은 “로봇산업은 다른 모든 산업을 위한 메타(Meta) 산업"이라는 것이다. 1959년 유니메이션(Unimation)이 만든 최초의 산업용 로봇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소비자들은 높은 품질의 자동차를 사용하도록 도와주었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반도체 산업용 로봇은 현재의 반도체 산업에서 성공을 위한 핵심요소이다. 수술 로봇은 정밀한 의료서비스를 가능하게 하고 환자들은 빠른 회복의 혜택을 본다. 착유 로봇은 축산업의 부가가치를 상승시키고 소비자들은 더 건강한 우유를 마실 수 있게 된다. 앞으로의 물류산업과 바이오산업은 로봇 활용 없이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분야의 로봇을 잘하는 나라는 그 로봇의 고객이 되는 산업들 역시 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로봇의 파급효과가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고 로봇 사용 대수는 국가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에 정부는 로봇산업을 특별하게 대우한다.

 

두 번째 본질은 로봇산업은 “갑의 수요(Needs)를 만족시키는 노력을 하는 을의 산업”이라는 것이다. 갑이 로봇 활용에서 성공해야만 로봇기업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대기업이 로봇사업을 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의 대기업 웨스팅하우스가 1980년대 초에 유니메이션을 인수했다가 포기한 이유를 찾아보면 이해될 것이다.

항상 을의 마음으로 세상이 요구하는 로봇의 역할을 갑에서 찾고 그것을 구현해서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는 마음이 바로 로봇 정신이다. 수술용 로봇, 착유 로봇 등과 같이 성공한 선진국 로봇들은 정부가 갑이 되어 만들어주는 공공 수요에서 시작되었다. 산업부 내부에는 반도체, 바이오 산업같이 고객이 되는 산업들이 존재하고, 타 부처는 모두 갑에 해당하는 산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로봇산업은 정부 부처 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산업이다.

 

세 번째 본질은 "로봇산업은 고도의 융합(Fusion) 산업“이라는 것이다. 로봇은 기술만으로는 태어날 수도 없다. 로봇은 다양한 기술이 융합되어 태어난다. 그리고 고객의 작업을 만나는 융합을 통해서 성장을 시작한다. 이어서 인간과 완전한 역할분담과 조화를 이루는 성장을 하고, 새로운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법, 제도의 완성이라는 통섭에 도달해야 비로소 그 긴 개발과 진화과정을 마무리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현대의 로봇은 로봇공학, 로봇시스템공학, 로봇인문학, 로봇사회학에서의 완성을 모두 요구하는 로봇학으로 완성이 된다. 이 과정이 아무리 짧아도 10년이 걸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로봇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고 길러지는 것이다. 그 길러지는 과정은 인간 사회와 함께 하기 때문에 국가와 정부는 로봇산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네 번째 본질은 “로봇산업은 컨버전스(Convergence) 산업” 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들이 로봇으로 연결된다는 의미이다. 인간의 모든 직업에서 로봇의 활용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산업의 생산이 로봇화되고, 모든 서비스가 로봇의 활용을 준비한다. 공공 서비스도 로봇을 활용해서 안전과 효율을 확보한다. 국방에서도 로봇이 제일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서 상업 분야에서의 로봇활용은 빠르게 증가한다. 창의 교육의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로봇이 된다. 컨버전스가 진행될수록 인간은 더 인간다운 삶, 더 안전한 일터와 일자리, 더 나은 복지와 건강을 가지게 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 컨버전스의 수준이 그 나라의 선진화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가 될 것이다. 이런 미래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로봇산업은 더 가까이 다가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을이 되기는 싫고, 스스로 빛을 내려는 로봇인들이 많아서 로봇산업 정책의 대부분은 기술개발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로봇산업은 로봇과학을 넘어 로봇공학으로 들어선 지 이미 40년이 지났고, 로봇공학을 넘어 로봇학으로 들어선 지 20년이 지났다. 우리나라의 투자는 여전히 로봇과학과 공학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의 로봇공학과 시스템공학의 수준이 낮더라도 여기에만 머문다면 로봇을 완성할 수 없다.

1990년대 말 일본 자동차회사 혼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를 발표한 이후 로봇공학은 크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2000년대가 들어서면서 선진국 로봇산업계의 가장 큰 관심은 로봇기술이 아니라 로봇의 새로운 활용을 찾는 것이 되었다. 우리도 이제는 기술보다 다양한 활용에서 성장의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와 정부는 참 고맙게도 로봇산업에 큰 관심을 보여주고 투자를 해왔는데, 이제부터는 로봇산업 본질에 더 충실한 방향으로 변화하길 기대한다. 로봇산업을 위한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한 로봇산업으로 도약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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