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2008년 3월 제정된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을 근거로 2010년 설립돼 올해로 창립 11주년을 맞이하였고, 그동안 국내 유일의 로봇 공공기관으로 로봇산업 진흥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과 정책개발 등을 추진해 오다 제5대 원장시대를 열었다.
지난 4월 1일 제5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원장으로 취임한 손웅희 원장은 전임 원장에 이은 두 번째 로봇 분야 전문가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와 포스트 코로나 이후 펼쳐질 로봇 대항해 시대에 국내 로봇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고 글로벌 4대 로봇강국으로의 진입이라는 중점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막중한 소임을 안고 많은 로봇인들의 기대속에 출범했다. 산업경쟁력 강화와 사회적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과 인력양성, 정책개발, 창업지원, 시험평가인증을 위한 인프라 구축, 규제요소 발굴 지원 등 그 동안 진흥원이 추진해 온 사업들을 어떻게 이어갈지 주목된다.
특히 올해 진흥원이 본격 추진하고 있는 국가로봇테스트필드사업(예비타당성 조사)을 비롯해 제조로봇 표준 모델 개발, 수요 기반 서비스 로봇 보급 실증사업 등을 주도하면서 민간의 로봇 보급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면서도 영세한 국내 로봇기업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어떻게 펼쳐갈지 로봇인들의 귀와 눈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비전인 “인간, 로봇, 더 나은 미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로봇산업 진흥기관”을 선도해 나갈 손웅희 신임원장을 지난 14일 대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만나 향후 운영 방향과 중점 추진 분야, 국내 로봇산업의 현안과 대응방안 등에 대해 일문일답 형식을 빌어 들어봤다.
Q. 전임 원장에 이어 로봇 전문가로 두 번째 원장에 취임해 그 만큼 로봇인들의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 취임 소감 부탁 드립니다.
“로봇산업진흥원이 설립된지 10년이 지나고 올해 11년이 되어 또 다른 10년을 시작하는 원년에 제가 5대 원장으로 오게 되어 부담감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로봇산업진흥원이 처음 만들어 질 때 제가 생산기술연구원에서 로봇기술본부장을 맡고 있었고, 그 산하에 로봇종합지원센터가 있었는데 그것이 법에 명시된 로봇산업진흥원의 모태가 되면서 좋은 인연, 좋은 추억이 었는데 이렇게 원장으로 오게 되어 오히려 감사할 뿐입니다. 이런 흐름이 지금 와서 보면 우연속의 필연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Q. 로봇을 잘 알고 계신데, 현재 국내 로봇 산업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로봇은 과거에도 신산업이었고 앞으로도 신산업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진흥원이라고 하면 시대 흐름상 가고 있는 것들을 더 촉진시키고 진흥시키고 미래를 현실로 바꾸는 것이 역할입니다.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현재 로봇만 으로는 시장이 별로 없지만 주변에 연관된 전후방 산업과는 밀접하게 관련돼 있습니다. 로봇 산업은 지금 당장은 어려울지 몰라도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비롯해 바이오 헬스, 미래차, 시스템 반도체와 같은 빅3 산업들은 로봇산업과 직접 연계되어 있어 지금까지는 선형적 발전을 이루었다면 앞으로는 기하급수적인 폭발의 단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냉철하게 본다면 정부가 리딩해서 키운 산업들은 미국, 일본, 독일의 예를 보더라도 정부는 큰 장만 만들어 주었지 산업은 그 안에 있는 선수들이 키웠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선수도 완전히 프로패셔널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이 만들어 졌기 때문에 놀 수 있는 경기장이 제대로 되어 있었는지, 감독과 선수들이 룰을 잘 지키면서 생태계를 조성했었는지 돌아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산학연을 보면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로봇 대가들이 없습니다. 이것은 정부, 대학, 연구소도 그렇고 한 분야를 계속할 수 있는 분위기가 부족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몇 분의 대가들이 계시기는 하지만 산업적으로 이어갈 대가가 많지 않다는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대표적인 연구소인 KIST, ETRI, 생기원, 기계연구원 등이 나름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지만 거기서 개발된 기술들이 기업으로 연결되지 못한 점과, 또 진흥원은 완성되어 있는 기술을 보급해야 하는데 약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Q. 지금 로봇 산업에서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학교, 연구소, 기업마다 잘하는 게 틀립니다. 연구소도 연구소마다 잘하는 것이 있는데 경쟁적으로 하다 보니 큰 기술로 발전하지 못하고 계속 중복되어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진흥원에서는 산업이 확장하려면 현장에서 써줄 수 있는 기술을 보급하고, 써 줄 수 있도록 돌려야 하고, 써 질 수 있게 돌리려 합니다. 그러면 써질만 한 것인가를 검토해서 시험, 인증, 평가가 필요합니다. 서비스 로봇이나 미래 자동차가 실제 가동될 수 있게 하려면 실증단지나 테스트 베드가 중요해 진흥원에서는 그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기 잘하는 분야가 있는데 오히려 내가 모자라는 부분을 채우기 보다는 각자 잘하고 있는 사람들을 엮어야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융합 얼라이언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협회 목적이 회원사 이익을 끌어내는데 있다면 제조사, 의료 로봇 분과 등 업체들을 잘 묶어 내야 하고, 학교, 연구소, 진흥원도 얼라이언스 측면에서 가동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진흥원은 물론 산업부의 정책, 향후 산업을 준비하면서 진행해야 될 하드웨어 구축들은 물론 꾸준히 해야 하지만, 지난 10년에 대한 사업을 전수조사해 지금까지 진행했던 사업들 중 잘된 것은 더 잘되게 해야 될 것이고, 안 된 것들은 왜 안 됐는지 보완하고, 새로운 것을 집어 넣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앞으로 10년은 창업기를 거쳐 수성의 시기인 만큼 내실이 중요하기 때문에 커지는 외형 속에 우리가 내실있게 가고 있는지 시스템 측면에서 살펴보려 합니다." Q. 취임 이후 운영 방향과 올해 집중적으로 추진해 나갈 사업 분야가 있다면. "지난번 취임사에서 KIRIA(Korea Institute for Robot Industry Advancement: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영문이름)를 K이리아라고 이야기 했는데 이리아가 말 몰 때 ‘이랴~ 이랴~’ 하는 것처럼 K로봇을 우리가 ‘이랴~’ 진행한다는 뜻입니다. KI는 코리아 아이덴티티(Korea Identity), 키리아 아이덴티티(KIRIA Identity)이고, 우리 고유의 가치는 RIA라고 하는 데 있습니다. R은 레저넌스(Resonance)라고 공명(共鳴:맞울림)이라는 뜻인데 진흥원이 전체 로봇 커뮤니티를 잘 운영하려면 우리가 나서서 우리 일들을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서 소통해야 된다는 의미에서 레저넌스라고 했습니다. I는 현재 시스템을 혁신이라는 이노베이션을 통해 상대방이나 전체 커뮤니티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하는 의미에서 이노베이션을 얘기했습니다. 맨 마지막에 A는 어빌리티(Ability)라고 능력인데 우리가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가 하는 핵심 가치에 관계된 내용입니다. 집중적으로 추진해 나갈 사업 분야 관련해 큰 욕심은 없습니다만, 미래 10년을 위한 첫 3년의 디딤돌 역할을 잘 해야 해서 내실있게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업이 많다 보니 그 사업들이 더 잘되게 해야 하고, 예타 사업이나 기반 구축 사업들에 대한 어려움을 미리 예견해 인원, 예산, 사업을 챙길 생각입니다."
Q. 로봇 산업진흥원의 새로운 10년을 잘 준비 해 주실 것 같습니다. 우리가 농담삼아 준비된 후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손 원장님께서는 마치 잘 준비된 후보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준비된 것까지는 아니겠지만 앞서 말씀드렸던 인연 속에서 계속 커리어를 쌓으면서 영역이 확대됐다고 봅니다. 생기원에 와서 자동차 분야를 하다 산업부에 기계로봇팀이 생기면서 제가 생기원 로봇팀장을 하고 로봇 기술 본부장을 하고 인연이 계속되다 보니 산업부와 정책개발, 지원에 관계된 지원센터, R&D에 관계된 로봇기술본부 그리고 보직자의 길로 접어 들면서 산업융합촉진법에 관여되어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 초대 소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미래전략본부장, 융합연구소장을 하고 마지막에는 부원장을 했습니다. 그렇게 착실하게 준비가 되어 여기에 오게 된 인연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Q. 원장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임기 중에 꼭 무엇을 이루겠다고 욕심을 내면 오히려 망가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진흥원도 꾸준히 가려면 지금까지의 것들을 잘 정리해 더 잘 갈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봅니다.
Q. 마지막으로 로봇 기업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큰 원천기술이나 내세울 수 있는 기술들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산업이 커지다 보니 생태적으로 많이 약한 부분들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진흥원도 더 노력해야 될 부분들이 많겠지만 여태까지 로봇기업 종사자 분들께서 잘 견뎌 주셨고 시장을 기다려 주셨는데 이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보여집니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한다고 하면 로봇에 들어가는 부품, 기술, 시스템 등을 산업적으로 엮을 수 있게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오히려 선제적으로 얘기해 주고 필요하다면 진흥원에 요청하셔서 링크를 시켜 산업적으로 큰 그림으로 같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직까지 단편적이랄까 자기에게만 쌓여 있다 보니 이어지지 못하면서 큰 그림이 없는 게 아쉽습니다. 코로나로 어렵지만 큰 그림 속에서 로봇 생태계가 클 수 있게 그 동안의 역량을 더 축적시켜 퀀텀점프 할 수 있게 코로나로 어려운 지금 시기를 오히려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손웅희 신임원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 마포에서 태어났다. 서울산업대 기계설계학과를 거쳐 한양대 대학원에서 기계설계로 석사, 동 대학원에서 메카트로닉스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KAIST 연구원을 거쳐 생산기술연구원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로봇팀 팀장, 로봇기술본부 본부장,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 소장, 융합기술연구소 연구소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쳐 2020년 3월 부원장에 올랐다. 손 원장은 때문에 검증된 로봇 전문가라는 말을 듣고 있으며, 생산기술연구원의 로봇 및 융합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사외이사, 한국로봇산업협회 감사, 한양대 겸임교수,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조정 민간위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융합과학기술위원, 서울시 경제비전 2020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사외이사, 한국로봇산업협회 전문위원, UST 과학기술연합대학원 대학교 교수,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기계ㆍ융합분야 평가위원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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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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