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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로봇, 자연에서 해답을 찾는다

로봇신문사 2023. 7. 3. 18:30

 

 

 

▲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이준석 박사

 

흔히 로봇이라고 하면, 딱딱한 외형을 가지고 곡선이 아닌 직선의 움직임을 가진 차가운 객체를 생각하기 쉽다. 실제 통상적인 로봇은 그런 특성이 있고, 현재 선보이고 있는 로봇들이 갖는 일반적인 특징이다. 그러나 인조물이 아닌 대부분의 자연물, 즉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는 딱딱하기보다는 부드러운 외형을 가지고 있으며,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로봇에 있어서도 부드러운 로봇, 즉 소프트 로봇(Soft Robot)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소프트 로봇이란 로봇의 전체 혹은 일부가 유연하고 신축성 있는 구조로 대체되어 비정형 환경에서 생명체의 이동 및 상호작용의 원리에 기반을 둔 새로운 형태의 로봇이라고 서울대학교 조규진 교수는 말했다.(로봇신문 2017.6.23.) 즉, 대부분의 소프트 로봇은 인간이나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물체의 구조적인 특징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다만 생물체의 특징을 그대로 로봇에 적용하기보다는 핵심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새롭게 적용한 로봇 솔루션을 구현하여야 소프트 로봇으로 활용할 수 있다. 소프트 로봇은 일반적인 로봇과 비교하여 자유로운 변형, 충격에 대한 대응력 등에서 장점이 있으나,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완벽한 통제, 구동을 위한 에너지 공급, 로봇의 훼손과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소프트 로봇에 대한 연구개발은 주로 로봇 자체 즉, 연성물질로 구성되는 로봇 개발에 관한 연구와 특별한 환경에서 특별한 작업 수행이 가능하게 하는 조작 도구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기존의 딱딱한 로봇 시스템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불명확한 대상물의 조작이 가능하고, 정형화되지 않는 환경에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가변적이고 협소한 환경에서도 로봇의 역할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연구가 수행 중이다.

 

소프트 로봇 관련한 최근 연구 결과로, 슈투트가르트 막스플랑크 지능시스템 연구소의 해파리 로봇이 있다. 해파리는 에너지 활용 효율이 매우 높은 해양 생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특징을 활용한 전기 유압 액추에이터 방식의 인공 근육을 탑재하여 초당 6.1cm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였다. 일반적인 해파리가 초당 3cm 수준의 이동 속도를 가진 것과 비교하면, 자연의 특성을 이용하였으나 그 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팀은 개발된 로봇이 매우 낮은 수준의 에너지를 소비하며, 해저에 가라앉은 해양 쓰레기 처리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는 액체 탄성체와 합성 접착 패드를 활용한 소프트 로봇인 ‘게이우봇(GeiwBot)’을 개발하였다. 이 로봇은 도마뱀과 자벌레의 특징을 로봇에 적용한 사례로, 자외선과 자력을 순차적으로 활용하여 자벌레가 둥그렇게 구부렸다가 펴는 동작을 반복하며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로봇은 별도의 외부 전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장점이 있으며, 자외선 및 자력을 원격으로 활용한다. 연구팀은 향후 근적외선을 활용하여 이동 가능한 로봇을 만들 계획이다.

 

국내의 한 연구진은 코끼리 코의 특징을 활용한 유연 구조체 그립퍼를 개발하였다. 코끼리는 코를 오므리거나 공기를 흡입하는 동작을 통하여 작은 물체뿐만 아니라 큰 물체도 집을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을 반영한 미세 유로를 갖춘 유연 구조체는 대상물에 접촉하면 형상과 일치되도록 변형할 수 있고, 와이어를 이용하여 구조체를 반으로 접어 오므려 잡을 수도 있게 제작되었다. 연구팀은 개발된 그립퍼를 활용하여 지름 0.25mm의 침을 집을 수도 있고, 그립퍼보다 10배 이상 큰 박스를 핸들링할 수 있음을 보였다.

 

소프트 로봇이라고 해서, 100% 연성물질로 구성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신체를 보더라도 딱딱한 뼈가 내부 골격을 유지하고, 소프트한 표피 및 근육이라는 동작 부위로 구성되어 있다. 로봇에 있어서도 제어 편리 측면의 골격과 대상물 및 적용환경 적합성 측면의 소프트 구조가 병립되어야 한다. 소프트 로봇에 대한 기술개발은 로봇이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핸드 또는 그립퍼 분야에서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핸드 기술이 로봇의 성능을 좌우한다’라는 필자의 글에서 핸드의 중요성은 충분히 언급하였다. 소프트 핸드 또는 그립퍼는 대상물의 핸들링에 있어서 물리적인 손상을 가하지 않으며 적용될 수 있어, 활용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둘째는 소프트 로봇의 가장 큰 특징인 형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로봇 기술의 개발이다. 예를 들어 크기 변화가 가능한 로봇의 경우, 협소 환경 또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람을 대신하여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로봇의 활용성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에너지 공급 기술, 주변 환경 인식 기술 등도 함께 연구되어야 할 분야이다.

 

소프트 로봇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로봇은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로봇으로 인간 형상의 액체 로봇이며 자유자재로 형태 변경이 가능한 T-1000이다. 현재 소프트 로봇 기술 수준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으며, 먼 미래기술임은 틀림없다. 소프트 로봇에 대한 기술개발은 기존 로봇의 발전 속도와 비교하면 다소 느리지만, 앞으로 우리가 지향하고 개발해야 하는 로봇 기술개발 방향이다. 자연계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하며, 각각의 생명체는 그 나름의 특징을 가지며 환경에 최적화된 구조를 가지고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을 구현하고 있다. 그 특징을 잘 파악하고, 파악된 결과의 핵심 원리를 추출한 뒤, 이를 활용하고 적용된 로봇을 개발하는 것은 연구자들의 몫이다. 소프트 로봇은 앞으로 로봇 기술개발에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준석 ssesera@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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