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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로봇기업 신년 계획② ㈜아진엑스텍 김창호 대표

로봇신문사 2024. 1. 15. 10:47

로봇신문은 2024년 갑진년 신년 특집으로 국내 로봇 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주요 로봇 기업 CEO를 만나 작년 성과와 새해 계획, 그리고 국내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을 듣는다. 두 번째 기업은 국내 로봇 모션 분야 선도 기업인 ㈜아진엑스텍 김창호 대표다.

 

 

 

▲㈜아진엑스텍 김창호 대표가 1월 9일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아진엑스텍(www.ajinextek.com) 김창호 대표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로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으며 의리와 책임감이 강한 CEO로 평가받는다. 경북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잘 나가던 보험회사 영업소장을 박차고 나와 35세에 공학도들도 어렵다는 모션 분야에서 문과 출신으로 창업의 길을 걸어온 지 어느덧 내년이면 30년이다. 개인의 성공을 넘어 지역 로봇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지역 로봇인들과 대경로봇기업진흥협회를 만들어 10년 넘게 회장을 맡아왔고, 지금은 글로벌 로봇기업과의 교류를 위해 글로벌 로봇 클러스터(GRC)를 만들어 5년째 회장을 맡아 26개국 32개 클러스터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개인 보다는 지역,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대구·경북지역 로봇 소사이어티에서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기업 경영에서도 아진엑스텍은 꾸준한 발전을 해오며 국내 모션 분야 최고 기업을 넘어 세계 최고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아진은 최고로 나아간다는 뜻으로 최고를 뜻하는 가장 최(最) 보다는 이에 버금간다는 버금아(亞)를, 엑스텍은 엑설런트 테크놀러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밀 모션 제어 ASIC 설계기술, 스마트 팩토리 주요 모션 제어장치 및 IO 제어장치 개발 기술, LM 로봇 설계 및 제작, 자동제어설비 제작 기술, 임베디드 SW 기술, 스마트 팩토리 자동화 제어 기술 등 핵심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작년 하반기에는 모션 제어 칩 및 모듈 사업을 하다 로봇 완제품까지 만들어 삼성전자 국내외 공장에 납품하면서 회사가 대외적으로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 작년 세계적인 반도체 시장침체로 회사의 매출 성장세는 일시적으로 멈추었으나 올해에는 예년 수준을 다시 회복할 것으로 김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모션 퍼스트, 아진 베스트”라는 회사 구호처럼 모션 제어를 넘어 로봇을 통한 AI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작년부터 인재를 충원하며 회사 역량을 모션 분야에 다시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모든 것이 서울·수도권에 집중해 있는 현실에서 지방에서도 산업의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로봇 분야만큼은 대구가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으니 꼭 성공 사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로봇 기업들도 이제 해외로 나가야 한다.”면서, “작년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 후속 조치로 정부가 함께 미국 로봇 클러스터인 매스로보틱스(MassRobotics)와 글로벌 R&D 협력 확대를 위한 협약식(MOU)을 맺었는데 이러한 것이 잘 이행되고 후속 조치도 이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 로봇 클러스터(GRC)를 몇 년간 힘들게 노력해 현재 세계 26개국에서 32개 협회가 참여하는 조직으로 만들어 놓은 만큼 이제는 한국로봇산업협회도 같이 참여해 힘을 합쳐 나가고 국가나 기업도 이 조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서공단에 위치한 아진엑스텍 본사 및 공장 전경

 

- 작년 성과는 어땠나.

 

▶ 작년에 다른 기업도 대동소이할 것 같은데 우리 역시 그동안 이익 구조가 좋았는데 상황이 좋지 않아 매출과 이익이 줄었는데 최근 사이에 제일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알고 있듯이 작년에 반도체, OLED, 스마트폰, 2차전지 시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로봇이 그 시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전방 시장이 어려우니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회사라는 것이 어느 정도 적정 매출까지 올라가 변곡점을 지나면 그때부터 탄력을 받아 매출이 올라가는데 그전까지는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다. 그 부분이 안 되다 보니 작년 연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실적이 좋지 못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아진엑스텍 모션 칩

 

- 올해 주요 사업 계획과 매출 목표는.

 

▶ 이미 보도를 통해 알고 있듯 우리가 작년부터 삼성에 로봇을 납품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회사가 향후 로봇 분야에서 기술을 고도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잡았다. 삼성이 전 세계에 많은 공장을 가지고 있다 보니 그곳에 납품하는데 개인적으로 판매 수량보다 제품 안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생산 현장에 우리 로봇이 들어가서 불안하면 안 되지 않겠나. 안정화 과정에서 우리가 로봇을 삼성의 요구에 맞게 더욱 고도화해 크기도 줄이면서 가반하중은 올리고 원가는 낮추는 것이 큰 관건이다.

 

예전에 우리 로봇이 삼성에 납품되었다는 언론보도가 나갔을 때 아진이 마치 삼성과 무엇을 공동 개발하는 것처럼 확대해석했는데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 이제 삼성으로부터 검증받은 단계라고 보면 된다. 삼성이 우리에게 임가공 기회를 주었고 그것이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로봇 분야에서 무엇을 특화해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에 매출이 감소했으니 2022년 매출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모션 제어 기술이 국내 최고지만 아직 세계 최고는 아니기 때문에 제품 고도화를 통해 최고 수준으로 올리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이를 위해 작년부터 핵심 인재를 영입하고 있는데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제품을 더 고급화해 프리미엄급으로 갈 생각이다.

 

- 올해 로봇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 로봇 시장은 아직 성숙기에 진입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래에는 결국 모든 것이 로봇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제조용 로봇의 경우 인구가 줄고 있어 일할 사람이 없다 보니 로봇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근로 기준 요건도 강화되고 주당 근무 시간을 생각하면 예전처럼 사람들에게 많은 일을 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생산에 대한 요구는 더 많아지고 있지만 인력은 계속 줄어 결과적으로 로봇이 할 수밖에 없다. 서비스 로봇도 마찬가지다. 고령화 시대에 일할 사람이 없는데 누가 사람을 돌보고 서비스 하나, 편의점도 무인화되거나 로봇이 운영하게 될 것이다. 제조용 로봇도 향후 규모가 줄어들지 않겠지만 서비스 로봇은 제조용 로봇보다 성장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예상한다.

 

 

▲아진엑스텍 모션 컨트롤러

 

- 모션 제어 칩 및 모듈 사업을 하다 이제 로봇 완제품까지 세트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회사의 미래 비전, 방향은 무엇인가?

 

▶ 회사의 슬로건이 “모션 퍼스트, 아진 베스트(Motion First, Ajin First)”다. 로봇뿐만 아니라 모든 기술에 모션이 필요하다. 모션을 통해 아진을 최고 회사로 만들 생각이다. 모션에서 최고가 되면 고급 로봇 시장 수요에도 적용할 수 있으니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회사가 신사업을 펼치면서 역량을 분산시켜 왔는데 작년부터 모션 분야에 다시 집중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모션 분야에서는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가 되려 한다. 아진이 서비스 로봇까지 진출하기에는 낯선 분야라 어렵지만 제조용 로봇은 우리가 하는 사업의 연장선에 있다. 다관절 로봇을 더 작게 만들고 새로운 부분품을 넣어 이 분야를 고도화할 생각이다.

 

 

 

▲수직다관절 로봇 시험 평가 모습

 

- 1997년 12월에 회사를 설립했는데.

 

▶ 1995년에 1월 1일에 개인 창업을 해 처음 사업을 시작했고, 법인 설립한 것이 1997년 12월이다. 올해가 29년이고 내년 1월 1일이 되면 30주년이다. 현재 직원은 제조 인력을 제외하고 100명쯤 된다.

 

- 정부가 지난 연말에 첨단로봇산업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고 곧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을 발표할 텐데 기업 입장에서 반영되었으면 하는 내용이 있나.

 

▶ 구체적으로 첨단로봇산업 비전과 전략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보도된 내용만 보았을 때 정부가 시대 변화에 맞춰 방향을 잘 잡고 있다. 우리 로봇 커뮤니티가 다른 커뮤니티보다 그만큼 단합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니 의견이 정부에 잘 전달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로봇 분야가 얼마나 절박하고 중요한지 정부가 알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 처음 창업하게 된 계기는.

 

▶ 동생이 동의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로 있는데 처음에 연구비를 지원해 달라고 해서 조금 지원해 주었는데 그것을 가지고 제품을 개발해 나에게 사업을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당시 나는 경북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보험회사 영업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았다. 그때 내 나이 35살로 어리기도 했지만 혈기가 왕성해 모든 게 자신 있었고 한번 도전해 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을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참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사업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내가 문과생이라 가능했지 만일 공대를 나와 기술을 잘 알고 있었다면 겁이 나서 창업을 못 했을 것이다.

 

 

 

▲아진엑스텍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 바람직한 국내 로봇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제언이 있다면.

 

▶ 서비스 로봇의 경우 정책적으로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시범 도입해 줄 필요가 있다. 제조용 로봇은 기업이 필요하고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구매하지만 서비스 로봇은 다르다. 예를 들어 방역 로봇의 경우 기업 육성 측면에서 지방 정부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교육용 로봇도 학생들이 빨리 접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실업계뿐만 아니고 인문계 고등학교도 로봇이나 새로운 기술은 실험실을 만들어 학생들이 이론뿐만 아니라 실무도 경험할 수 있게 하면 사회에 나가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우리 산업 구조를 보면 좋은 것은 거의 서울에 있는데 로봇은 다행스럽게도 지방에 있다. 이것이 나는 대표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가 로봇을 해서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주면 다른 산업도 그렇게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지역에서 해도 된다는 것을 한번은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전부 서울로 가버릴 테니.

 

정부가 로봇산업을 육성하고 있는데 대구 지역은 인프라가 잘 구성되어 있다. 대구 지역에서 로봇이 성공하게 되면, 다른 지역도 강점을 살려 각자의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다. 대구가 로봇을 하기에 적합한 이유는 옛날 대구가 섬유 도시이면서도 자전거 도시였기 때문이다. 전국 자전거의 80% 이상을 대구에서 만들었다. 그 자전거 회사들이 자전거 시대가 가고 마이카 시대가 되면서 전부 자동차 부품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대구에 자동차 부품 회사가 많은 것이다. 자전거 타이어 만들던 회사가 자동차 타이어, 자전거 헤드라이트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자전거 기어는 자동차 기어를 만들어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물론 자전거만 고집하던 기업은 망했지만.

 

대구에 대기업은 없으나 기계 분야는 강점이 있다. 전통적으로 경북대는 전자와 IT, 영남대는 전기와 기계가 강하다. 로봇을 하려면 기계, 전자가 합해져야 한다. 또 대구에는 DGIST도 있다. 기본적으로 기계나 로봇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 지금은 바뀌었으나 예전에는 창원, 울산, 포항, 구미 등 산업 단지가 전부 대구를 중심으로 있었다.

 

 

 

▲㈜아진엑스텍 김창호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국내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이 있다면.

 

▶ 우리 기업이 국내에만 있어선 안 된다. 로봇 선진국들과 교류해야 한다. 작년 우리 GRC(글로벌 로봇 클러스터)가 미국 매사추세츠주 로봇 클러스터인 매스로보틱스(MassRobotics)와 로봇기술 혁신 협력, 글로벌 R&D 협력 확대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대통령께서 작년 4월 미국 국빈 방문 후속 조치로 MOU가 이루어졌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도 함께 참여했는데 이러한 것이 잘 이행되고 후속 조치도 이어 가야 한다. 글로벌 연구개발과 공동 마케팅이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하면 잘 안된다. 기업이 2개 이상 들어오면 서로 다투는 경우가 있는데 자기 것은 내놓지 않고 남의 것만 내놓으라고 한다. 제로섬 게임이 되어서는 안 되고 서로 윈-윈 게임이 되어야 하는데 국내에서도 안 되는데 미국 가서 되겠나.

 

같이 포럼 하며 주제도 공유하고 전시회도 같이 하는 교류 속에서 내게 필요한 기술이 상대에게 있으면 컨소시엄을 하고 그것을 정부가 도와주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공동 개발이 된다. 그러려면 실제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몇 개 거점 대학과 연구소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하면 된다고 하지만 연구소 만든다고 모든 것이 되는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간의 만남이고 교류다. 미국은 제조를 잘 하지 않다 보니 그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부분이 있고 또 우리가 필요로하는 부분이 있다. 서로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 관계다. 서로 무엇을 보완해 줄 수 있는가는 서로 교류해야 알 수 있다. 교류할 수 있는 판을 정부가 만들어주면 좋겠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 개발비 주는 것보다 기반 구축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상호 교환 전시회나 포럼을 만들어 우리가 미국에도 가고 그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된다. 대구에는 글로벌 로봇 클러스터 포럼이 있다. 교류를 통해 공동 과제가 발굴되고 기업 유치가 되고 또 한국에서 안 되는 기술들은 미국 연구소를 통해 신기술을 가져올 수 있다. 나는 국내 말고 해외 간에도 기반 구축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GRC 회장이다 보니 이 기반을 우리 기업들과 국가가 이용했으면 좋겠다. 현재 전 세계 26개국에서 32개 로봇 협회들이 가입해 있다. 대구경북지역에는 대경로봇기업진흥협회(REPA)가 있고 서울에는 한국로봇산업협회(KAR)가 있는데 한국로봇산업협회가 오래되고 규모도 크지만 지방까지 모두 아우르는 것은 어렵다. 이미 우리가 대구에 글로벌 기반을 구축해 놓았으니 함께 사용하면 된다. 형과 동생이 같이 힘을 합쳐 나가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한국로봇산업협회도 GRC에 들어와 함께 하면 좋겠다.

 

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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