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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로봇 그리고 메타버스 이야기(2) - 산업용로봇 개발 태동기의 추억

로봇신문사 2023. 12. 26. 14:24

 

 

 

 

현재도 불철주야 로봇개발에 여념이 없는 젊은 로봇공학자들에게 약간의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로봇 제품화 개발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국내 어느 대기업 연구소에서 필자가 첫 번째로 맡은 직무는 바로 미래 세상의 주인공 제조 로봇 기술 개발 업무였다 당시 일본에는 산업용로봇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히타치, 야스카와, 화낙, 나치후지코시 등 선진 로봇 기업들이 있었다.

 

L그룹 연구실에서는 미국의 인텔 16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OEM 보드를 구매하고 8086/8087 마이크로프로세서 매뉴얼을 읽으며, 소위 임베디드 시스템 설계 기술을 연마했다.

 

적응 제어 알고리즘을 Landau 책으로 공부하며, 개발팀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토요일 일요일도 구분 없이 회사 연구소 세미나실에서 밤새 토론하곤 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최초로 완성한 로봇제어기를 당시 수천만 원을 주고 연구용으로 구매한 산업용 5축 로봇, 히타치 평행사변형 로봇에 붙여, 로봇 암을 휭휭 돌리던 날의 성취감은 연구개발자들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짜릿한 추억일 것이다.

 

 

 

▲금성사 중앙연구소의 교육용 로봇 Top1

 

그러나 당시 갑작스럽게 경영 위기가 닥쳐 당장 돈이 안되는 연구를 지속할 수 없었다. 미래 로봇 연구에 더 이상 투자할 여력이 없었던 환경에서 8명이던 로봇 연구원들은 각자도생하며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K 팀장은 언젠가 우리가 다시 모여 못다 이룬 로봇 국산화를 꼭 성공시켜 보자는 비장한 말을 남기고, 퇴사 후 해외로 유학을 떠났고, 필자에게 PLM 기반 HW 프로그래밍 기술을 지도하던 J 연구원을 비롯한 개발 주역들도 줄줄이 퇴사하고 만다.

 

 

 

▲인텔 16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O8086/8087 매뉴얼

 

당시 그들이 개발한 PLM 기반의 국내 최초의 산업용로봇 제어기 1.0은 안타깝게도 그렇게 사장되고 말았다. 로봇팀이 해체되고 필자가 평택에 위치한 지역연구소에서 일제 소니 8mm 캠코더를 역공학 설계하는 개발에 참여하던 어느 해 여름 다시 로봇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기적처럼 다가왔다.

 

종료 기한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지능형 로봇을 개발 완수하라는 긴박한 임무가 주어진 것이다. 예전 로봇팀이 해체 전에 수탁한 국가 R&D 과제가 꺼져가던 불꽃을 되살린 것이다. M연구원 등 신입 3명이 새로 합류하였고, 타 연구실에 흩어져 있던 기존 멤버 2명도 다시 모였다. 그렇게 재편성된 로봇팀은 이게 마지막 기회라며 다시금 로봇개발에 매진하였다.

 

물론 창고 한구석에서 먼지가 쌓여 있던 일제 히타치 5축 로봇도 재가동되었다. 그렇게 완성된 로봇 제어기 2.0은 비전 카메라로 물체의 종류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분류하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그해 말 연구소 성과 데모에서 기술의 의미를 알아본 회장단은 로봇팀 전원을 중앙연구소에서 안양연구소로 파견시킨다.

 

 

 

▲LG산전 최초의 조립용 로봇(사진 왼쪽)과 아크용접 로봇

 

그러나 이번에는 좌천이 아닌 영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가전이 아닌 서보 제어 기술, PLC 등 산업용로봇의 기반이 되는 산전 기술이 가득했다. 비로소 그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로봇 제품화를 더욱 가속 시킬 수 있었다. 인원도 10배로 늘어나고 연구조직도 기계팀과 제어팀으로 확대 재편성되었다. 그리고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박사학위 취득후 돌아온 K 팀장이 다시 개발총괄을 맡으면서, 4축 수평다관절 로봇에서 6축 아크용접용 수직 다관절 로봇에 이르기까지 모두 독자적으로 개발되었다. 이렇게 국내 최초 제조용 로봇 사업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토록 로봇개발 의지를 굽히지 않았는지 사실 알 수 없다. 지금의 인공지능 로봇 르네상스를 일찌감치 예상했기 때문일까? 결코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당시 로봇개발에 필수적인 마국의 첨단 컴퓨터 HW, SW 기술, 일본의 세계 최고의 로봇 제품화 기술력에 과감히 도전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고경철 kckoh@kohyo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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